기자가 직접 요양보호사가 되어 취재…기자정신 제대로 보여준 한겨레
등록 2019.07.26 11:59
조회 684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6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기자가 직접 요양기관에 취직하여 돌봄노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킨 한겨레 창간기획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를 한겨레 <글로벌 삼성, 지속 불가능 보고서>와 함께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2019년 6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 심사 개요

좋은 신문 보도

한겨레 창간기획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매체 : 한겨레, 취재 : 권지담·황춘화·정환봉·이주빈 기자

보도일자 : 5/13~6/7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모니터팀장),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6월 1일부터 30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지면 보도와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

선정 사유

한겨레는 창간기획으로 한국의 돌봄노동 문제를 총 3부, 18건에 걸쳐 깊이 있게 다루었다. 고령화 사회에서 ‘돌봄노동’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지만 노인 요양원 현실은 부정적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온갖 비리와 열악한 노동환경이 지적되었으며, 서비스를 받는 노인에 대한 인권침해도 꾸준히 지적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겨레 <대한민국 요양 보고서>는 우리의 치부를 정면으로 고발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1부 <돌봄orz>다. 권지담 기자는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한 달간 민간요양원에서 근무했다. 생생한 현장취재는 요양원 노인과 가족들,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기자는 요양원의 지나친 효율 중시·규격화된 돌봄 과정이 결과적으로 노인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전락했다는 진단을 내렸고, 이런 상황은 노인과 돌봄노동자,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는 점을 지적했다. 2부 <요양원 비리>에서 건강보험공단의 요양자금이 새고 있는 실태를 고발했고, 3부 <대안>에서 해외사례 조사를 통해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개선과 공공성 확대 필요성을 짚었다.

대부분의 문제도 그렇지만, 요양원 관련 문제점을 고발하는 보도의 경우, 단순 고발과 비리 들추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자칫 부모를 요양원에 모신 많은 사람에게 죄책감만 안기고, 돌봄노동자들에게 비도덕적 낙인을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성을 역설하고, 요양기관 공공성 확대라는 구체적 대안이나 방향성 제시한 한겨레의 결론은 매우 돋보였다. 이에 민언련은 한겨레 <대한민국 요양 보고서>를 2019년 6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신문 부문에 선정했다.

 

‘노인 처리 과정’으로 전락한 돌봄노동

한겨레는 올해 창간기획에서 빠르게 나이 들어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돌봄노동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를 위해 한겨레 권지담 기자는 지난해 9월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증 준비를 시작하여 12월 자격증을 취득하고, 2월 한 달간 요양원에 취직하여 일했다. 또한, 요양보호사 14명에 대한 심층취재와 2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요양원 감사 결과 800건과 요양원 비리 관련 판결문 30건을 분석했다.

한겨레 기획보도 <대한민국 요양보고서> 1부 <돌봄 orz>는 권지담 기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요양원의 실태를 다루었다. 첫 번째 기사 <숨 멈춰야 해방되는 곳기자가 뛰어든 요양원은 감옥이었다>(5/13)와 이어지는 기사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이곳에선 욕이 된다>(5/13)에서는 노인 개개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효율만을 중시한 채 지나치게 규격화된 돌봄노동 환경이 노인들과 요양사 양쪽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사에는 한명의 요양사가 입소자 7~9명을 돌보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시간단위로 융통성 없이 짜여진 ‘작업 스케쥴’이 빚어낸 비극적인 상황이 묘사된다. 치매 환자가 베개와 이불에 배변을 바르는 상황에서도, 목욕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어 요양사들은 “일단 대충 닦아”놓는 수 밖에 없었다. 목욕 일정이 조정되지도 않아서 결국 치매 환자는 하루를 배변을 묻힌 채 지내야 했고, 같은 방을 쓰는 노인 2명은 냄새를 참으며 지내야만 했다.

또한, 효율을 위해 먹는 것, 입는 것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다 보니, 노인들은 대변 색깔마저 같은 집단이 되었다. 기자는 이런 돌봄 과정을 겪으며 “한달 동안 요양보호사로 일했지만 ‘돌봄’을 제공하진 않았다. 그저 딱 필요한 만큼의 ‘처치’만 했다. (중략) 요양원에서 ‘요양’은 사라지고 효율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자발적 요양원 입소도 있지만…열악한 환경은 현대판 고려장일 뿐

<온몸에 똥칠을 해도, 목욕은 정해진 날에만>(5/13)에서는 요양원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노인들의 사연도 다루었다. 각각 가족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혼자 살 경우 벌어질 사고를 우려해서 요양원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요양원을 ‘선택’할 만큼 인지능력이 남아 있는 노인들은 그나마 낫지만, 문제는 요양원 시스템에 있었다. 우선, 인지능력이 극히 떨어지는 치매 환자들과 일반 입소자를 분리하지 않아, 의식이 뚜렷할수록 수치심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문제가 벌어졌다. 스케쥴에 식사와 휴식, 취침만 있고 폐쇄된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프로그램이 없어 일부 노인들은 스트레스를 폭력으로 분출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이어지는 <갇혀있는 답답함은 종종 ‘폭력’으로 분출됐다>(5/13)에서 언급된 요양보호사들은 “인지가 또렷할수록 버티기 힘든 것이 요양원”이라며, 요양원을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진1.jpg

△ 한겨레 유튜브 영상에서 기사 내용을 소개하는 한겨레 권지담 기자

한겨레 유튜브 채널 갈무리

 

요양보호사 착취가 부르는 악순환

두 번째 기사 <부모 잃은 다음날도, 누군가의 부모를 돌봐야 했다>(5/15)와 이어지는 기사 <“앉지 말고 뛰어다녀” CCTV는 요양사도 따라다녔다>(5/15), <‘파스 투혼’ 버텨본들 근속수당 6만원은 꿈같은 얘기>(5/15), <식은 밥에 김치보다 목메게 하는 건 ‘보호자의 의심’>(5/15)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의 노동조건을 다루었다. 기자는 요양보호사의 일과를 무거운 육체노동의 연속으로 묘사한다. 스스로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노인들을 소수의 인원으로 돌보아야 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처리 효율’을 중시한 노동 환경이 더해져 대부분 50대 이상의 여성인 요양보호사들은 산업재해를 달고 살았지만, 요양원은 치료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요양보호사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데도, 요양원들이 퇴직금이나 근속수당 규정을 피해 요양보호사들을 1년 미만으로 쪼개서 고용하는 식으로 대응해 요양사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기자는 “한달간 일하며 느낀 훌륭한 요양보호사의 조건은 나이도 체력도 아니었다. 강한 비위와 오랜 세월 단련한 인내심이었다”면서, “하지만 요양원에서 그 ‘오랜 세월과 인내심’은 곧 퇴직 사유가 됐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건복지부의 통계상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약 163만여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42만여명에 불과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별표4에 따르면, 요양원은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분류되어 있어 2.5명당 1명의 요양사를 배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교대근무라는 특성과 휴가 사용자를 고려하면 실제로 요양사 1명이 돌봐야 하는 노인은 7~9명으로 늘어나 이 조차 느슨한 규정이라는 것이 기자의 지적이다. 적은 인력은 과중한 노동을 부르고, 과중한 노동과 낮은 대우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들이 이탈하는 요인이 되고, 이는 다시 과중한 노동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요양원 벗어나면 괜찮을까? 방문요양도 요양보호사 착취 심각

한겨레는 4번째 기사 <어르신 돌보러 왔는데밭을 매라고요?”>(5/22)와 이어지는 기사 <“김장에 제사 음식까지…” 거부땐 내쳐지는 방문요양사>(5/22), <월급 100여만원…열 중 여덟 “추가근무 있어도 추가급여 없다”>(5/22), <그래도 노인 곁 지키는 그들 “자식보다 낫다는 말 안 잊혀”>(5/22)에서는 방문요양사들의 노동환경을 다루었다. 취약지역 노인들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이지만, 문제는 이들이 돌봄 대상인 노인들로부터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방문요양사들의 직무는 신청자 노인들의 활동보조에 한정되어 있지만, 방문요양사 21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이용자 이외 가족의 식사까지 챙겨주거나 집안 대청소를 하는 등, 직무 외의 가사노동자 역할까지 요구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에서 다룬 사례 중에는 노인들이 방문요양사들에게 농사를 대신 시키거나 김장을 하는 데 동원한 사례도 있다.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거나, 요양사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성희롱 문제도 심각했다.

사진2.jpg

△ 한겨레가 취재한 방문요양보호사들의 손(5/22)

한겨레는 이런 갑질이 이어지는 이유는 노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방문요양사들의 불안정 노동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들이 말 한 마디로 요양사와 요양센터를 교체할 수 있다보니, 요양사는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고, 요양센터는 갑질을 하는 노인에 조치를 취하기보단 ‘봉합’하고 사람만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위 설문조사 결과를 다룬 <국가는 센터에 노인 내맡기고 영세한 센터는 요양사 몫 착취>(5/22)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무려 52%의 응답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달 평균 수입은 지난해 기준 108만원에 불과했다. 법령에서는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요양센터가 총수입의 86.4%를 인건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정해놓았지만, 기사에 따르면 ‘인건비 명목’으로만 지출하면 된다는 모호성 때문에 지인이나 가족, 친인척을 요양보호사로 고용해 돈을 더 주고 센터장이 돌려받는 등의 꼼수가 많다고 한다. 요양센터도 영세하여 수급자 10명을 관리해서 센터 몫으로 126만원 정도를 챙긴다고 한다. 요양센터가 수급자를 확보하는 데 목을 매고, 요양사는 생계 부양을 위해 갑질을 참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한겨레는 <그래도 노인 곁 지키는 그들 “자식보다 낫다는 말 안 잊혀”>(5/22)에서 노인과 요양사가 좋은 관계를 맺어 요양사는 소명의식을 갖고, 노인도 질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 사례들도 다루었지만, “중년 여성들의 이런 선의에 기대 노인 요양보호 시스템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불신도 노동환경 악화 요인

기자가 직접 요양원에 취직하여 돌봄노동 종사자와 요양원에 입원한 노인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감정에 독자들이 직접 접근할 수 있게 한 것은 요양원 문제에 대한 탁월한 접근이었다.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고 은퇴연령이 늦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요양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하고 요양원 비리 들추기와 단순 고발에 그친다면, 부모를 요양원에 모신 사람들에게 죄책감만 안기고 돌봄 노동자들에게 비도덕적이라는 낙인을 찍을 수 있다.

이는 기사에서도 드러난다. <식은 밥에 김치보다 목메게 하는 건 ‘보호자의 의심’>(5/15)에는 기자가 겪은 일이 소개되어 있는데, 요양원에 부모를 맡기러 온 보호자가 “얼마 전에 텔레비전 보니까, 요양원에서 노인들 감금하고 때리고 욕하고 그런다면서요?”라고 대뜸 질문한 것이다. 요양사는 보호자들의 이런 태도에 감정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근거 없는 의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2부 <요양원 비리>의 첫 번째 기사 <엄마의 몸에 없던 멍이 생겼다…2년 뒤 엄마는 하늘로>(5/28)에는 모친을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맡긴 한 가족의 사례를 통해, 요양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과정이 그대로 나타난다. 1부의 3번째 기사 <“빨리 할멈 돌봐야 하니까팔순에 딴 요양보호사>(5/20)는 공공 요양 서비스의 부족과 요양기관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자력구제’에 나서 80세에 요양자격증을 딴 한 남성의 사연을 다룬다. 요양원의 열악한 환경, 그리고 낮은 노동 인권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요양원에 믿고 맡긴 사람들만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요양원 신뢰 떨어뜨리는 요양원 비리

한겨레는 2부 <요양원 비리>에서 판결문 분석과 기동민 국회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 결과를 인용해 요양원의 각종 비리 실태를 고발했다. 한겨레가 건보공단이 비리로 고소하여 유죄가 확정된 판결문 39건과 건보공단에서 내린 약식명령 결정문들을 분석하여 낸 <50억 착복해도 집유그들은 처벌받지 않았다>(5/28)에 따르면, 직원 등의 허위 신고, 요양보호서비스 제공 시간에 허위 기재 등을 통해 2015년부터 약 146억이 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죄가 확정된 39건 중 실형을 받은 건 3명에 불과했다.

또한, 건보공단 현지조사 결과를 836건을 분석한 기사 <요양기관 4%만 조사했는데 착복액 152’>(5/31)과 이어지는 기사 <남편·딸·동생·시누이…가족 모두가 ‘유령직원’>(5/31), <적발되면 옆 건물에 새 센터 개설…‘모자 바꿔쓴다’>(5/31)에 따르면, 기관별 평균 1.4년 정도 기간의 총 착복액이 약 152억에 이르렀다고 한다. 한겨레는 현지조사의 한계와 전체 장기요양기관 숫자를 고려하면 실제로 새고 있는 금액은 연간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천억원 이상의 건보공단 재정이 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허술한 처벌규정과 감독기관 분산에 있다고 진단했다.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를 빼돌렸을 때 이를 특별히 규율하는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부정수급자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 밖에 없는데, 요양원에서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 보통 몇 천 만원 단위라 ‘사기죄’라는 범주에서는 그렇게 중대한 범죄로 취급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으로 규제하는 수 밖에 없고, ‘바늘 도둑질’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런 바늘도둑들이 많은데도, 돈이 나오는 곳은 건보공단, 설립신고 등을 담당하는 곳은 지자체로 나누어져 있어 제대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한겨레의 진단이다.

 

한겨레가 제시하는 대안은 공공성 확대와 인식개선, 세대 간 연대

대안은 무엇일까? 사실 노인들에게 들여야 할 돈은 점점 많아지는데, 생산인구는 감소하고 있는 현실적 한계 앞에서 ‘쉬운 노인복지제도’란 없을 것이다. 한겨레는 3부 <대안>에서 크게 ‘공공성 확대’와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 개선’, 그리고 ‘세대 간 연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겨레는 첫 번째 기사 <입소 대기 1313진짜 돌봄기다리는 노인들>(6/5)에서는 건보공단이 정부로부터 건설비를 지원받아 직영하는 ‘서울요양원’을 취재하여 공공성 확대를 통해 모범적인 요양원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재정적 한계상 공공요양원을 급진적으로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요양원 등 입소시설 5326곳 가운데 국공립은 110곳 밖에 안 된다’면서, 서울요양원도 정원 150명에 대기자가 1313명에 이르는 형편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문제에 대해 장기요양보험의 1~2%를 공공 장기요양기관 설립에 지원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정부의 재정 확대 의지가 중요하다며 시민들이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대 간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 <거기 존엄한 노년이 있었다>(6/5)에 소개된 네덜란드 사례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장기요양보험료는 임금의 9.65%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도 재원 문제 때문에 13%에서 줄어든 것이다. 한겨레는 ‘이러한 세대 간 연대를 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가 노인 돌봄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요양보호사로 일한 권지담 기자는 취재후기인 마지막 연재 <돌봄이 굴레가 아닌 사회, 언제 올까요>(6/7)와 이어진 <요양사 자부심은 와르르…‘그래도 전문직’이라뇨>(6/7), <외면하고픈 불편한 진실…‘돌봄권’ 시각 바꿔야죠>(6/7)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하면서 기사 연재를 마쳤다. 

‘대한민국 요양 보고서’로 인해 하루아침에 장기요양보험제도가 개선되거나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노인 돌봄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다만 기사를 읽으신 분들이 한번이라도 사회적 돌봄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적 돌봄을 떠맡고 있는 중년 여성들의 노동에 시선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노인 돌봄 문제는 ‘불편한 진실’에만 머물지 않을 겁니다.

기억해주세요. 치매에 걸리고 움직일 수 없는 노인, 그리고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모두 존엄할 권리가 있는 인간입니다. 인권, 노동권과 더불어 제대로 된 ‘돌봄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필요한 핵심 권리입니다.

 

<끝>

문의 공시형 활동가(02-392-0181)

 

monitor_20190726_254.hwp

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