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할 ‘하나회’는 우리 사회에 없습니다 | 김봄빛나래 참여기획팀 팀장
등록 2023.12.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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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 영화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전두광 役)의 발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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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울의 봄> 극중 전두광이 하나회 멤버들과 군사반란을 꾀하고 있다.

 

며칠 전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12.12 군사 반란이 일어난 그 하루에 집중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요. 보는 내내 긴장감이 돌다가도 중간중간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지하 벙커에 모인 군 ‘높으신 분들’, 특히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볼 때마다 분노를 넘어 한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분을 이기지 못해 극 도중 육두문자를 날리는 주변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다른 때였다면 영화 시청에 집중이 깨져 아쉬웠을 텐데, 참지 못하고 나온 발언들이 제법 제 마음과 같아 동지애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하나회’의 반란은 잠시 잠깐의 성공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혁명은 결단코 아니고요. 대한민국 역사에 큰 오점이자 실패이지요. ‘하나회’가 주축이 돼 신군부 정권이 들어선 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쇠퇴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는 보도지침이 내려오고 검열이 당연시됐습니다. 매일 저녁 ‘땡전뉴스’가 방송됐죠. 민주화를 열망하던 시민들은 총칼 앞에 스러져갔습니다. 신군부 독재정권이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이런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단 생각에 더욱 가슴 아프고 분노가 치밀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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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데타 이후 보안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신군부 세력. 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전두환이다.

 

“그렇게 열 내기에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바뀐 게 없지 않아?”

 

영화 말미에는 극 중 하나회 단체 사진이 실제 하나회 단체 사진으로 바뀌는데요. 반란을 일으킨 독재 정권의 하수인들이 권력을 쥐고 온갖 요직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같이 영화를 본 지인에게 그 장면을 지적하며 열을 한참 내고 있자니, 그가 제게 차분한 목소리로 반문했습니다. 정의를 지키고자 한 사람들 중 대다수는 알려지지 못하거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악행을 일삼으며 야욕을 키워온 사람들은 요직에 올라 떵떵거리는 건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거기다 이렇게 덧붙이더라고요. “저 (전두환 정권의) ‘하나회’만 사라진 거지, 지금 우리 사회에 이름 없는 ‘하나회’가 얼마나 많은데.”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요즘 ‘검찰공화국’, ‘검찰 하나회’라 불리는 우리 사회 문제가 상기되더군요.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여태까지 국정 핵심 요직에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검찰 인맥을 전면에 배치해왔습니다. 검찰 출신이 갖는 전문성이 국정 운영 각 분야마다 필요한 전문성과 일맥상통하는지에 대해서도 늘 의문을 가져왔는데요. 최근 탄핵 표결을 앞두고 도망간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자로 ‘윤석열의 섞박지를 보면 생각나는 검찰 선배’ 김홍일 현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목되는 사태를 보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정말 이렇게까지 간다고?

 

김홍일 후보자는 방송통신 이력은커녕 언론경력이 전무합니다. 자질 부족에 더해 MB봐주기 수사 논란, 언론장악 조력 논란, 대장동 브로커 코치 논란, 겸직 논란 등 까도 까도 부적절한 이력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고 있죠. 특히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서 사실상 행동대장 역할을 해온 일련의 사건들을 본다면, 방통위원장으로 ‘부적격자’라는 수식어에서 그치는 게 굉장히 점잖은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을 위한 ‘검찰 하나회’ 인물 중 한 명에 불과할 뿐이지요.

 

그런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12월 27일 예정)를 일주일 앞두고, 다시금 과거를 돌이켜봅니다. 12.12 군사 반란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문민정부 들어서 하나회는 숙청됐고요. 1997년 4월 17일 대한민국 재판부는 ‘12.12사건은 명백한 군사 반란이며, 5.17 사건과 5.18 사건은 내란, 내란목적살인 행위였다고 단정함으로써 폭력으로 군권이나 정권을 장악하는 쿠데타는 성공하더라도 사법 심판의 대상이며 형사책임은 배척할 수 없다’는 판례를 남겼습니다. 굴곡으로 얼룩진 역사 속 결국엔 심판받아 온 정권을 생각한다면 김홍일 후보를 비롯한 ‘검찰 하나회’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도 결국엔 실패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만약 김홍일 후보자 논란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다면, 민언련과 공영방송 KBS·MBC·YTN·TBS 노조위원장들이 시민들과 소통하는 유튜브 ‘언론아싸’를 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그가 방통위원장이 되선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20일(수) 16회 방송으로 시즌2는 마무리되지만, 시민 여러분께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자유, 언론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는 길을 다양하게 모색해 보겠습니다. 시민이 언론의 인싸가 되는 그날까지, 언론아~싸!

 

김봄빛나래 참여기획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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