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갑작스러운 사이렌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전날 ‘북한이 조만간 우주발사체를 발사할 것이라 예고했다’는 뉴스를 보고 잠자리에 들었기에 정부가 과잉 반응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 다시 잠을 청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한 생각에 급히 일어났습니다. 사이렌 소리에 뒤이은 웅성거리는 안내방송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은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지금 당장 전쟁이 나도 전혀 이상한 것 없는 휴전 국가인 데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남북 상황을 볼 때, 순간적으로 ‘전쟁이 일어난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났나? 네이버도 먹통
△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 소식을 빠르게 전한 KBS(5/31)
이미 도착한 조간신문엔 현재 울리는 사이렌 관련 정보가 있을 리 만무했고, 네이버 앱도 접속자 폭주로 먹통이었습니다. 평소엔 출근 준비로 분주해 TV를 켜지 않던 저는 그 순간 TV를 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빠르게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려줄 곳은 TV 뉴스란 판단이었죠.
채널은 자연스레 KBS로 향했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해 보도할 곳은 공영방송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널을 돌리자마자, 앵커는 기다렸다는 듯 합참에서 북한이 ‘우주발사체’로 보이는 것을 발사했다고 알렸으며, 북한이 그동안 예고해 온 대로 군사 정찰위성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앵커는 반복해서 상황을 보도했고, 뉴스를 보며 ‘전쟁이 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밖에서는 다시 한 번 사이렌 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방송이 들렸는데요. KBS 뉴스를 통해 상황을 파악한 이후다 보니 불안감은 사라졌고, 도리어 기상 시간보다 일찍 잠을 깨운 사이렌 소리에 대한 원망으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아침잠을 깨운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변하는 데는 긴 시간이 들지 않았는데요. 그날 제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운 공로는 공영방송에 돌려야겠습니다.
재난주관 방송사 KBS와 수신료
최근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가 시끄럽습니다. TV가 있다면 KBS(한국방송공사)의 다양한 사업의 직·간접적인 수혜자로 수신료 납부는 당연한 의무인데요. 당연히 내야 할 수신료를 편하게 납부하고, 징수율도 높이기 위해 KBS는 수수료를 지불하며 한국전력에 위탁업무를 맡기고 있습니다. 수신료는 ‘KBS 보지 않더라도’ 내야 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시행령 정치에 수신료가 분리돼도’ 내야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분리 징수로 인해 위탁 수수료가 증가하면, 프로그램 향상도 아닌 징수 수수료에 쓰이는 돈으로 수신료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죠. 국민의 편익을 위한다면 ‘수신료 통합 징수’는 유지돼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면 수신료를 안 내도 되는 듯 착각을 일으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수신료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의 가치로 이해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전국에 있는 지역방송국을 통해 자연재해를 비롯해 대형 화재나 사건·사고를 빠르게 전합니다. 제가 5월 31일 KBS를 찾았듯, 긴급한 상황에서 TV를 켜는 손쉬운 방법으로 누구나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공영방송의 네트워크는 전국 방방곡곡의 가치 있는 이야기도 전하고, KBS월드를 통한 해외교류 역할도 성실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장마가 큰 피해 없이 무사히 넘어가길 바라지만, 부족한 대책에 우려를 거둘 수는 없는데요(지난해 여름 호우 피해로 8명이 사망했던 서울시는 반지하 대책을 세우겠다고 자신했지만, 반지하에서 벗어난 가구는 21만 가구 중 1%에 불과하고 물막이판과 역류방지기를 설치한 가구 역시 40%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는 이번에도 앞장서 시민 안전을 위한 보도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시민이 모은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을 위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시민들이 먼저 나서서 지켜야 할 것입니다.
서혜경 미디어감시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