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은 제가 민주언론시민연합에 온 지 4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해 서촌다이어리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에 온 지 3년째”라고 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느린 듯 빠르게 흘러 저를 고연차(?) 활동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활동가로서 성장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신입 활동가였을 때 선배 활동가들은 뭐든 척척 해내며 능숙한 모습으로 ‘선배미(美)’를 뽐냈던 것 같은데, 저에게선 아직도 능숙함이나 선배미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자주 보는 카드뉴스에서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2021)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일은 오래 한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특히 ‘실력은 결코 연차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제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레 능숙한 활동가가 돼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그저 ‘연차가 쌓인 활동가’가 된 제 모습을 보며 느끼는 점이라 더욱 그랬죠. 이 책은 무능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에 빠진다고 설명하는데요. 제가 연차가 쌓였다는 이유로 제 능력을 과대평가하지는 않아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설명하는 내용이 또 하나 있는데요. 실력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는 단계를 1단계 초보자, 2단계 고급 입문자, 3단계 중급자, 4단계 숙련자, 5단계 전문가 등 총 5단계로 정리한 ‘드라이퍼스 모델(Dreyfus model of skill acquisition)’에 따르면, 한 분야에서 전문가는 고작 1~5%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직장인은 평생 2단계 고급 입문자를 벗어나지 못한 채 ‘고인 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오래 일한다고 해서 전문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며, 현 단계를 넘어 다음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드라이퍼스 모델의 교훈이고요.
이 내용을 읽으며 불현듯 회원의 날 행사 때 이진순 대표님 인사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민언련에 온 지 4년째 되던 날, 뜻깊게도 2023년 상반기 민언련 회원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진순 대표님은 “민언련 회원 가입 신청서를 보면, 회원 특전이 ‘시민의 힘으로 민주언론을 바로 세우실 수 있습니다’라고 나와 있는데, 어째 회원 특전이라기엔 별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진순 대표님은 곧바로 별게 없어 보이는 회원 특전이 대단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KBS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TBS 지원 조례 폐지,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압박 등 윤석열 정부에서 공영방송과 방통위를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언론을 바로세우는 시민의 힘, 즉 민언련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이죠. “언론을 향한 정부 차원의 압박이 없더라도 민주언론을 위한 시민의 힘은 언제나 중요하다”는 말씀도 이어졌습니다.
이진순 대표님 말씀을 들으며 새삼 깨달았습니다. 건강한 언론환경을 위한 민언련의 역할이 제가 지금껏 생각한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드뉴스에서 ‘드라이퍼스 모델’을 접하며 작은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언론환경을 위해 민언련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제가 ‘고급 입문자’ 수준을 넘어서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말이죠. 항상 민언련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 회원 여러분을 떠올리며, 저는 오늘도 건강한 언론환경 만들기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한 발짝 힘차게 내딛겠습니다.
박진솔 미디어감시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