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조선일보는 왜 ‘한국 핵무장론’에 목매는가
등록 2023.01.12 09:40
조회 604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도 전쟁 원인을 분석하고 경과를 전하고 있는데요. 일부 언론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가 핵 포기를 선언한 것이 러시아 침공을 불러왔다며, 사설‧칼럼 등을 통해 ‘우리나라도 북핵 대응 차원에서 자체 핵무장,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 고개 든 ‘한국 핵무장론’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건수

-

-

7건

3건

-

1건

3건

2건

△ 신문지면 ‘한국 핵무장 주장’ 사설‧칼럼 건수(2022/2/24~2023/1/11)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24일부터 2023년 1월 11일까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6개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2개 경제일간지 지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한국 핵무장’을 주장한 사설‧칼럼을 살펴봤습니다.

 

북핵 대응 차원에서 한국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한 신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이며, 한국일보를 제외하면 보수언론이 주를 이룹니다. 조선일보가 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앙일보와 매일경제가 각각 3건, 한국경제 2건, 한국일보 1건순입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는 ‘한국 핵무장’을 주장하는 사설‧칼럼을 내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 주장은 ‘핵무장’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은 한국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긴 했지만, 그와 반대되는 주장도 게재하며 균형을 맞추려 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한국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설‧칼럼을 7건이나 냈지만, 최소한의 균형조차 지키지 않고 ‘한국 핵무장’ 주장으로 일관했습니다.

 

<조선칼럼/우리가 북보다 우위라는 포용정책의 전제가 무너졌다>(2022년 4월 2일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북한 전술핵 부대가 실전에 배치된 상황에서 효과적인 억제력이 있어야만, 북핵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그리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압도적인 억제력이 있어야만…대담하고 유연한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효과적인 억제력’과 ‘압도적인 억제력’은 사실상 ‘한국 핵무장’을 의미합니다.

 

조선일보 <사설/북 전술핵 미사일까지, 실질 군사 대비 않는 건 안보 포기>(2022년 4월 19일)는 “우크라이나가 핵 보유국이면 애초에 침략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현실화한 북핵 위협에 대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안보 포기일 따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화를 지키려면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 뒤 “다른 어떤 논의도 현실 회피와 눈속임일 뿐”이라고 했는데요. 앞선 칼럼과 마찬가지로 ‘북핵과 동등한 억제력’ 역시 ‘한국 핵무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 핵전쟁은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임박한 북한의 7차 핵실험, 동북아 핵 도미노 게임의 서막>(2022년 5월 9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에서 조선일보는 ‘한국 핵무장’ 주장을 한층 노골화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지난해(2021년) 12월 한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71%가 핵무장을 지지”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에 미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남는 선택지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라고 미국 교수들조차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핵 개발은 간단치 않다”면서도 한반도 안보 불안이 깊어지는 요즘, “급변한 세상에 맞는 정교한 로드맵이 필수적”이니 “학계와 언론의 (한국 핵무장) 담론 전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국방력 강화하며 북과 대화했던 박정희…핵무장 공론화 필요하다>(2022년 10월 26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에서도 “비장의 카드(한국의 핵무장 담론)조차 공론화하지 않는 것은 국익 극대화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한국 핵무장 공론화를 주장했습니다.

 

<윤평중 칼럼/핵전쟁, 불가능한 시나리오인가>(2022년 9월 30일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정치철학)는 “미국의 확장 억제 전략이 북핵을 막는다지만 국제 정치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박한 과제는 나토형 핵 공유나 자체 핵무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수만 명이 희생된 사례를 “생지옥이 된 두 도시”와 같이 자극적 용어로 칭하며, 핵무기는 “결사 항전을 외친 ‘대일본제국’을 ‘무조건 항복’하게 만든 압도적 위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칼럼은 21세기 핵전쟁은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며 “핵 선제공격 ‘권리’를 무한대로 확장한 조폭 국가(북한)가 대한민국을 겨냥해도 우리는 강 건너 불 보듯 태평”하고 “만연한 핵전쟁 불감증이 치명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 조선일보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임박한 북한의 7차 핵실험, 동북아 핵 도미노 게임의 서막>(2022년 5월 9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 : 조사의뢰자 :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 여론조사기관 : 한국리서치 / 조사일시 : 2021년 12월 1일~4일(4일간)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00명 / 표본 추출 : 성‧연령‧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 추출 유‧무선 혼합 임의전화걸기(RDD)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2.5%p / 그 밖의 사항은 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핵무기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보고서 참조, 클릭 시 이동)

 

조선일보 “핵은 쓰지 않기 위해 필요” 궤변까지

<양상훈 칼럼/‘미 핵우산’ 그 거짓말 진짜입니까?>(2022년 10월 13일 양상훈 주필)는 “미국은 한국을 위해 자국민 목숨을 걸고 북한과 핵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핵우산이나 전략 자산 전개 등은) 북한 억제보다는 한국에 핵 개발을 하지 말라고 달래는 용도로 변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의 핵 공격을 막는 방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핵을 제공하겠다’고 경고하는 것”인데, “북의 핵을 막는 방법도 하나밖에 없다”며 “미국이 한국에 핵을 제공하는 것”이 북핵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상훈 칼럼은 ‘미국이 한국에 핵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대중 칼럼은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김대중 칼럼/‘우크라이나’에서 배운다>(1월 10일 김대중 칼럼니스트)에서 ‘한국이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북의 핵은 기정사실화되고 우리는 그 그늘에서 공포를 안고 살아야 하는 핵 노예 신세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가 핵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핵 굴종 사태를 면하기 위한, 그야말로 ‘핵 방어용 핵’ 또는 ‘핵 억지용 핵’의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핵탄두 2000여 기를 전부 포기하지 않고 일부라도 유지하는 쪽으로 갔더라면 오늘날 러시아의 침략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내놓은 주장입니다.

 

응답자 과반 핵무장 지지? 여론조사 한계 지적도

조선일보가 2022년 5월 남성욱 교수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2021년 실시한 한국 성인 대상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1%는 한국 핵무장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곧장 한국 핵무장의 당위성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정치학회 「한국정치학회보」에 실린 논문 <한국 유권자들은 정말 핵무장을 원하는가? 실험 설문을 이용한 핵무장 여론 분석>(2020년 6월 손상용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대학원 석사과정, 박종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에 따르면, “한국 핵무장에 대한 여론조사는 일관되게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이 핵무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해당 논문은 여론조사 결과가 한국 유권자의 핵무장에 대한 선호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핵무장에 찬성하는 응답자들에게는 핵무장의 비용, 현실성, 그리고 국제사회의 제재 등에 대한 전문가 정보를 제공하고, 핵무장에 반대하는 응답자들에게는 핵무장의 필요성, 가능성, 그리고 국제사회의 반응에 대한 전문가 정보를 제공”한 결과, “응답자들의 핵무장에 대한 입장은 전문가 정보에 따라 크게 변화한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핵무장에 찬성하는 응답자들의 태도 변화가 반대하는 응답자들의 태도 변화보다 컸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만약 유권자들이 핵무장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정보와 지식을 제공받는다면, 핵무장 찬성 여론은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61%에서 38%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한 여론조사는 민감하고 복잡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호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입니다.

 

2000년 소량 핵물질 실험에도 IAEA 집중 사찰

앞서 제시된 조선일보 2022년 5월 남성욱 교수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국제학부의 제니퍼 린드 교수와 대릴 프레스 교수가 ‘한국은 안보를 위해 독자 핵무장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한겨레 <문정인 칼럼/우크라이나 사태와 동북아 핵 도미노>(2022년 5월 2일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는 “워싱턴 논객 일부가 한국의 핵무기 보유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정부를 포함한 워싱턴 주류의 확고한 반대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 정부를 포함한 워싱턴 주류 세력에게 한국의 핵무장과 한미동맹은 함께 갈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해당 칼럼은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상징되는 국제 비확산 체제는 여전히 확고”해 “그 틀을 넘어서는 순간 또다른 북한으로 전락해 경제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피할 길이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비슷한 전망은 ‘한국 핵무장’을 주장한 <김대중 칼럼/‘우크라이나’에서 배운다>(1월 10일 김대중 칼럼니스트)에도 나옵니다. 해당 칼럼도 한국이 현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핵을 갖겠다고 나설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고 핵 발전에 필요한 어떤 형식의 도움(우라늄 확보)도 국제적으로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일본‧대만 등 주변 국가의 핵무장이 제기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핵 확산의 고삐가 풀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이런 전망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00년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우라늄 0.2%를 분리 실험해 농축한 사실이 2004년 뒤늦게 알려지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1982년 한국 과학자들이 플루토늄을 추출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추가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2004년 11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는 ‘한국의 1982년 플루토늄 추출 실험과 2000년 우라늄 농축 실험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야 하는가’를 의제로 논의했습니다. ‘관련 핵물질이 소량이며 실험의 지속된 징후가 없다’는 이유로 안보리에 회부되진 않았지만, ‘한국의 핵물질 실험’이 몰고 온 국제사회 파장은 컸습니다.

 

국제사회 혼란 속 책임 있는 언론보도 절실

조선일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핵보유국 지위 상실’을 러시아 침공 원인으로 지목하며, 일관되게 ‘한국 핵무장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유일한 카드’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하나의 원인으로 촉발된 것이 아닌데도 ‘우크라이나 핵보유국 지위 상실’을 전쟁 원인으로 단정 지은 것입니다. 게다가 ‘효과적인 억제력’, ‘압도적인 억제력’, ‘북핵과 동등학 억제력’ 등의 표현으로 사실상 ‘한국 핵무장’을 주장하고, 언론과 학계를 통한 ‘한국 핵무장 담론’ 전개와 공론화를 펼치더니, 급기야 ‘핵은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 필요’하다는 궤변까지 내놨습니다.

 

‘빌드업(Build-up)’은 직역하면 ‘(건축물 같은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으로, 최근에는 ‘한 가지 의도를 가진 장면을 향해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는 것’을 말할 때 사용하는데요. 조선일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사설‧칼럼을 통해 보여준 일련의 흐름은 ‘한국 핵무장’을 주장하기 위한 ‘빌드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합니다.

 

헤드라인.jpg

△ 신문지면 ‘한국 핵무장 주장’ 사설‧칼럼(2022/2/24~2023/1/11)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새누리당 유력 대선후보들은 ‘자위적 핵무장’과 ‘미국의 전술핵 배치’ 등을 언급하며 ‘한국 핵무장’을 주장했고 보수언론은 동조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을 모아 보다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서 북한이 비핵화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갈 것”이라며 상황을 일단락했습니다. 한국 핵무장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2016년에 이어 2017년 대선에서도 반복됐지만 핵무장은 아니라는 결론만큼은 같았습니다. 핵무장으로 인한 이점보다 피해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위협 등으로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핵무장’만이 능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긴장과 대결을 부추길 뿐, 결코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닙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2월 24일~2023년 1월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한국 핵무장’을 언급한 사설‧칼럼

 

<끝>

 

monitor_20230112_00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