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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개물림’ 스포츠 비디오 판독하듯, 무엇을 위한 잔혹성 부각인가
인하대 학생 사망·완도 일가족 사망 등 ‘팔리는 기사’로 전락한 사건사고
등록 2022.07.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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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어린이가 개에 물려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7월 11일 발생한 이번 사고의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TV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면서, 해당 영상이 언론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졌는데요. 개물림 사고의 위험성과 제도상 허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상당수 언론이 피해의 ‘잔혹성’에 초점을 둬 사건을 소비하는 데 그쳤습니다. 피해 대상이 어린이라는 점에서 신중함이 더 요구됐지만, 일부 언론은 피해 상황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잔혹한 장면을 반복하고 배경 음악을 깔아 사건을 부각했습니다.

 

최근 일어난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 일부 언론이 사건․사고를 다루는 방식은 애초 보도 목적에서 벗어난 지 오랩니다. 사건 발생 원인을 찾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하기보다 피해자나 유가족 인권을 훼손하며 ‘클릭 수’ 높이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울산 개물림 사고의 언론보도 행태를 살펴보고,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등과 함께 언론이 사건․사고를 소비하는 방식을 짚어봤습니다.

 

스포츠 비디오 판독하듯 ‘개물림 사건’ 보도

 

피해 당시 상황 영상 또는 사진을 그대로 내보낸 언론사(문제보도 개수)

뉴스1(3), 이데일리(3), 중앙일보(3), 국민일보(2), 뉴시스(2), 시사저널(2), 인사이트(2), KBS(2), SBS(2), 내외경제tv, 노트펫, 대전일보, 데일리안, 로톡뉴스,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세계일보, 아이뉴스24, 전자신문, 제주교통복지신문, 조선일보, 직썰, 톱스타뉴스, 핀포인트뉴스, MBN, YTN

△ 개물림 사고 피해 상황을 녹화한 CCTV 영상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낸 언론사(7/11~7/18) ©민주언론시민연합

 

울산 개물림 사고가 발생한 7월 11일부터 18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 결과 총 194건의 관련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온라인 기사 대부분 커뮤니티에 올라온 CCTV 영상과 이를 캡처한 사진을 실었는데요. 관련 기사를 작성한 총 75개 매체 중 26개 매체가, 어린이가 개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뉴스1‧이데일리‧중앙일보가 각 3건으로 문제보도 건수가 가장 많았고, 국민일보‧뉴시스‧시사저널‧인사이트‧KBS‧SBS가 각 2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조선일보‧MBN‧YTN 등도 각 1건씩 문제 영상이나 사진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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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물림 사고 피해 상황을 보도한 방송뉴스 네이버 검색 캡처 화면

 

SBS <영상/8살 습격한 ‘목줄 풀린 개’, 2분간 집요하게 물어댔다>(7월 15일 김성화 에디터)는 어린이가 쫓기며 공격당하고, 떠밀려 물리고, 쓰러지는 장면을 4개 영상으로 분할해 구체적으로 피해 상황을 드러냈고, 어린이 상처와 개 공격 당시 사진 5장을 실었습니다. 당시 잔혹했던 장면을 여과 없이 노출한 것인데요. 어린이 주변을 지나친 행인 얼굴만 모자이크처리 됐습니다.

 

YTN <8살 아이 또 개물림 사고…경찰 안락사 진행>(7월 15일 오태인 기자)은 어린이가 개에 공격당하는 순간을 클로즈업하기도 했습니다. 장면을 확대하면서 화면의 선명도는 떨어졌지만, 공격 받는 당시 고통스러워하는 어린이의 움직임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데일리 <영상/어른도 외면한 ‘개 물림’…8살 아이는 발버둥쳤다>(7월 14일 권혜미 기자)는 “B군은 충격으로 인해 멀리 튕겨져 나가기까지 했다”고 쓴 뒤 그 아래 튕겨 나가는 어린이 모습이 담긴 영상을 싣고,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장면에 빨간 원을 그려 강조했습니다.

 

하나마나한 흐림 처리, 배경음악․자막으로 잔혹성 강조

흐림 처리를 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인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장면만 선택해 흐림 처리를 한 보도가 그 예입니다. KBS <목줄 풀린 개가 8살 어린이 공격…안락사 잠정 중단>(7월 15일 최위지 기자)은 어린이가 개에 쫓겨 구르고, 공격당하는 초반까지는 모자이크 처리 없이 내보냈다가 쓰러진 상태로 개에게 물리는 순간을 확대해 그때만 흐리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도했습니다.

 

MBN <개 습격에 쓰러진 8살 아이…개는 안락사·견주는 입건>(7월 15일 윤혜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역시 피해를 당하는 사진을 흐리게 하여 실었지만, 개에 쫓겨 넘어지는 장면이 반복 재생되는 영상을 바로 아래 첨부해 피해 상황의 자극성은 걸러내지 않았습니다.

 

흐림 처리를 했음에도 배경음악과 자극적인 자막 사용으로 잔혹성이 강조된 경우도 있습니다. SBS 비디오머그 <목줄 없는 개에 ‘사냥’ 당한 초등학생…택배기사가 살렸다>(7월 14일 조도혜 PD)는 3분 남짓 영상 중 어린이가 공격 받는 장면이 재생되는 1분 30초 동안 두려움을 자극하는 배경음악을 사용했고, ‘사람을 마구 물었다’,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등 자극성이 큰 내용을 화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크기의 자막으로 처리하고, ‘마구 물었다’와 같은 표현을 붉은색으로 처리해 강조했습니다.

 

연합뉴스 <영상/집요하고 맹렬하게…8살 아이 습격한 개 안락사 절차 진행>(7월 15일 제작 김건태 김가람)도 긴장감 높이는 배경음악을 2분 내내 사용하며 어린이가 쫓기고 개에게 물리는 장면을 세 차례 반복해 편집했습니다.

 

방송심의 규정, ‘피해현장 자극적 영상‧음향 등 강조’ 금지

잔혹한 장면을 확대하고 반복해서 보여주는 보도행태가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더라도 피해 아동에겐 정신적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장면이란 점, 자극적 영상을 보여주는 것만이 재발 방지를 위한 유일한 보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과도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은 ‘범죄‧폭력‧동물학대 등 위법적이거나 비윤리적 행위를 보도할 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재난이나 대형 사건 등을 보도할 때 흥미 위주의 보도를 지양하고, 자극적이거나 불필요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방송사는 방송 뉴스에서도 자극적 영상을 사용했는데요. 이러한 보도행태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충격‧혐오감)에서 방송 금지하고 있는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제37조 6호에서는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물림 사고는 한 커뮤니티에 CCTV가 공개되면서 ‘퍼 나르는’ 수준보다 심각한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언론은 커뮤니티 등 온라인 플랫폼에 공개된 영상 등을 피해자와 이용자를 고려해 정제하고 근본 원인을 짚기 위한 보도를 해야 하지만, 피해 장면을 확대하거나 각종 효과 등을 추가해 선정적으로 소비하게 유도한 점에서 저널리즘 역할에 역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명인 SNS 얹고 갈등 키우고, 사건 파생으로 관심 끌고

이번 개물림 보도에선 보도 가이드라인을 위배하는 행태뿐 아니라 ‘흥미끌기’식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유명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을 얹거나 비슷한 과거 사례를 ‘재탕’ 수준으로 옮겨 쓰고, 커뮤니티의 갑론을박을 옮기는 등의 방식입니다.

 

중앙일보 <“8세 아이 잡아먹는 상황”…개물림 사고에 강형욱이 남긴 말>(7월 17일 장구슬 기자 이세영PD)은 동물훈련사 강형욱 씨의 SNS 게시물과 강 씨가 과거 방송에서 한 발언, 개물림 사고를 보도한 다른 매체의 보도 내용을 받아썼습니다. 국민일보 <8세 어린이 개물림 사고…강형욱 “가슴 너무 아파”>(7월 16일 노혜진 인턴기자) 역시 피해 당시 영상과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보도하면서 강 씨의 SNS 내용을 추가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조선일보 <개에 물리고 있는 아이 그냥 지나친 시민…“무책임” vs “애먼 사람 잡지 마라”>(7월 15일 박선민 조선NS 인턴기자), 한국경제 <개에 물린 초등생 보고도 달아난 시민 ‘충격’…택배기사 개 쫓아>(7월 15일 이미나 기자)는 공격당하는 어린이를 지나쳐간 행인을 두고 오고간 커뮤니티 갑론을박 내용을 받아쓰며 갈등을 유발하는 내용인데요. 앞선 유명인의 SNS 발언이나 과거 방송 내용을 추가한 기사를 포함해 대중의 큰 관심을 끈 사건에서 또 다른 사건을 파생시켜 ‘클릭 수’를 유도하며 여러 기사를 쏟아내는 온라인보도의 전형적 문제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인하대 사건 가해자 신상 옮기는 언론, 사건‧사고 자극적 소비 병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인하대 학생 사망 사건, 언론은 선정적‧성차별적 표현 쓰지 말라>(7월 15일)에서 피해자가 발견된 당시 상황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제목이 쏟아진 언론보도 문제를 지적했고, <‘섣부른 추측과 불확실한 정보’ 남발된 완도 일가족 사망사건>(7월 12일)에선 호기심만 자극하는 선정보도가 반복된 점을 비판했습니다. <‘클릭’ 노린 아베 전 총리 피격 사진, 49개 언론 모자이크 없이 도배>(7월 8일)는 아베 전 총리가 피격으로 피를 흘리는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내보내거나 근거 없이 야쿠자 관련 가능성을 언급한 문제를 짚었는데요. 한국 언론이 사건‧사고를 선정적으로 소비하고, ‘클릭 수’를 높이는 데만 몰두하고 있는 문제가 공통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건‧사고 보도의 선정화는 관행처럼 굳어진 한국 언론의 병폐가 됐습니다.

 

특히 인하대 학생 사망 사건 보도는 다수 언론이 선정적 보도를 쏟아내며 시민의 질타를 받았는데요. 이 사건을 흥미위주,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행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뉴스1 <“착한 어린이상 받았던 모범생이 어쩌다”…‘인하대 가해자’ 신상 탈탈>(7월 18일 김송이 기자)처럼 가해자의 과거 신상을 터는 커뮤니티 게시글을 옮기거나, MBN <“인하대 가해자 부모, 친구들에 선처 탄원서 부탁”…소문 확산>(7월 20일 안유정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현재는 삭제됨), 매일신문 <인하대 사건 가해자 부모, 선처 탄원서 요청?…“울고 불며 살려달라고”>(7월 20일 김봄이 기자), 헤럴드경제 <인하대 가해자 부모, 친구들에게 ‘선처’ 탄원서 부탁...온라인 커뮤니티서 소문 확산>(7월 20일 한희라 기자) 등과 같이 ‘해당 글의 진위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온라인에서 떠도는 소문을 옮기는 방식입니다.

 

사건에 관한 소문을 확산하고, 피해 영상이나 사진을 재생산하고, 유명인의 SNS 발언을 추가해 관심을 끄는 언론의 사건․사고 보도, 사건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고통에 빠뜨리고,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해로운’ 보도가 되었습니다. 신문 지면이나 포털뉴스 등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기사가 사건‧사고 보도인데요. 폭력적이고, 잔혹하고, 선정적이기까지 한 사건‧사고 보도는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흐트러뜨리고, 불필요한 곳으로 관심을 돌리는 데 더 몰두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저널리즘’으로 부르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락한 사건․사고 보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합니다.

 

 

* 일부 기사는 확산 방지를 위해 링크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울산 개물림 사고: 2022/07/11~07/18 네이버 ‘개물림’, ‘울산 8세’를 키워드로 7월 19일 16시 검색

- 인하대 학생 사망 사고: 2022/07/22 네이버 ‘인하대 사망’을 키워드로 7월 20일 16시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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