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모니터_
‘빨갱이’와 ‘주사파’라는 아주 오래된 혐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월 16일부터 5월 17일까지 유튜브상의 혐오표현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했습니다. 효과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유튜브에서 여성혐오, 외국인 혐오, 사회적 약자 혐오 등 혐오 관련 키워드 34개를 검색하여 혐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37개의 유튜브 채널을 찾은 뒤, 그중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상위 9개의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했습니다. 혐오 발언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9개의 유튜브 채널 이외에도 2월 17일부터 4월 15일까지는 구독자 수 기준으로 상위 9개의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인기 동영상도 모니터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시사 유튜브 게시물에서 선거와 관련하여 화제성 있는 사안을 다루면서 혐오표현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언련은 이러한 유튜브 모니터 결과 발견된 혐오 콘텐츠들을 분석해 연속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혐오표현 확산을 막기 위해 대상 유튜브 채널 전체 목록과 혐오관련 키워드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민식이법’ 및 민식 군 유가족을 향한 혐오를 다룬 첫 편에 이어, 두 번째 편에서는 제주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표현, 레드콤플렉스 기반의 낙인찍기 혐오표현을 살펴봤습니다.
제주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올해로 각각 72주년과 4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제주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대표적인 민주주의 역사로서 국가 폭력에 많은 시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사건들입니다. 그럼에도 남북분단이라는 현실 아래 ‘레드콤플렉스’를 바탕으로 한 혐오의 대상이 됐습니다. 주로 보수 성향 혹은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러한 혐오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제주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레드콤플렉스나 지역주의 같이 독재정권 시절 통치 수단으로 이용되어온 관념들을 당연한 사회 윤리로 치부하는 콘텐츠들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1. 제주4·3사건을 주저 없이 ‘폭동’이라 말하며 국가폭력 정당화
제주4·3사건은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이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더불어 역사 왜곡의 단골 소재로 삼는 대상 중 하나입니다. 극우 유튜버들은 국가폭력에 의해 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던 사건을 ‘폭동 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배승희 변호사’ <잔잔한 울림/따따 1부>(4/3)에서 배승희 변호사와 민영삼 시사평론가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민영삼 시사평론가 : 제주 4·3, 좌파들이 얘기한 대로 학살이라 칩시다. 자, 우파는 폭동이라 그래요. 그러니까 중립적으로 제주4·3사건. 이렇게 우리가 표현을 해서 할 적에, 진상조사를 하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그래도 그때는 1948년 5월 10일 날 예정되어 있는 5·10총선. 총선을 해서 그때 이제 북한 애들은 반대했죠. 대한민국을 남북한 하나로 해서 출범시켜야 되지, 남쪽만, 한쪽만 정부가 출범을 하면 안 된다. (중략) 그래서 이제 좌파 이념에 그쪽 그 사람들이 전부 다 이 총선거를 반대했죠. 5·10총선거를. 제주도에서 이 5·10총선거를 반대하는 남로당 350명 일당이 폭동을 일으켜서 시작된 거예요.
배승희 변호사 : 폭동이었군요.
민영삼 시사평론가 : 그래서 남로당 무장대가 일으켜서 폭동이었는데, 그것을 막는 과정에서 군경, 군경이 투자돼서 과잉진압을 해서 제주도의 양민, 그 민간인이 너무 많이 희생됐어요. 그러니까 이 양민의, 문재인 대통령과 좌파들은 이 양민이 희생된 것만 봐가지고 우리 정부한테 잘못됐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남로당이 들고 일어나서 남로당이 했던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4월 3일에도 얘기를 전혀 안 하는 거예요.
△ 제주4‧3사건을 폭동이라 규정한 <배승희 변호사>(4/3)
제주4‧3사건을 ‘남로당의 폭동’으로 규정하여 국가폭력 정당화
유튜브 채널 ‘왕자’에서도 “제주4‧3사건은 이유 없이 정부군들이 순진한 제주도민들을 학살했던 사건이 아니라, 명백히 새빨간 남로당들이 순진한 제주도민들을 이용했던 사건”이라며 제주4‧3사건의 책임을 민간인을 학살한 국가가 아닌, ‘남로당’에 오롯이 떠넘겼습니다. ‘뉴스타운TV’에서는 공영방송 KBS이사로서 역사왜곡과 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아 문제가 됐던 조우석 문화평론가를 통해 제주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는데요. 조우석 씨는 ‘뉴스타운TV’에서 “제주 4‧3이라고 하는 무장폭동을 일으킨, 국가반란행위를 일으킨 남로당과 그의 배후인 북한을 찬양할 순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주저 없이 제주4·3사건을 ‘폭동’이라 부르는 것은 사건의 피해자를 모욕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혐오에 해당합니다.
제주4·3사건은 앞서 언급한 극우 성향 유튜버들의 말처럼 ‘남로당의 폭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간단한 사건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지속됐던 본토의 제주도 수탈과 미군정의 횡포, 도민을 향한 경찰의 폭력 등으로 인해 촉발된 민중 항거였습니다. 제주4·3사건 당시 제주에서는 해방으로 부풀었던 기대감이 점차 무너져 갔습니다. 미군정은 무능했고, 약 6만 명에 이르는 귀환인구의 실직난, 생필품 부족, 전염병(콜레라)의 만연 등 여러 악재가 겹쳤죠. 특히 일제강점기 당시 경찰출신들이 미군정 경찰로의 변신해 착취와 비리를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절망적 상황 속에서 몇몇 제주도민과 남조선로동당계열의 세력들은 미군정 주도의 남한 단독 정부수립을 저지하기 위해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무장 봉기를 일으켰던 것입니다.
이를 진입한다는 명목으로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이 시작됐습니다. 그날 새벽 무장봉기를 시도했던 이들은 350명 남짓이었지만, 1954년 9월까지 14,000여 명의 도민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불의에 저항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국가라는 이름으로 짓밟은 것으로도 모자라, 무고한 민간인조차 ‘남로당’, ‘빨갱이’의 이름을 붙여 처참히 살해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이 이미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으로도 확인됐습니다. 명백하게 국가가 가해자, 국민이 피해자인 사건입니다. 이런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에 깊이 새겨 반성해야 합니다.
뿌리 깊은 차별과 폭력 끊어내기 위해 제주4‧3사건에 대한 왜곡‧혐오 멈춰야
‘배승희 변호사’ 채널에서는 이런 사건을 두고 “남로당이 원인 제공을 했는데 이 부분은 싹 빼고 말한다”고 말했는데요. ‘우리도 그럴 만했어’라는 국가폭력 가해자의 비겁한 변명에 가깝습니다.
이런 발언과 표현들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부정을 넘어 국가폭력 피해자를 비롯한 약자 집단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혐오입니다. 반인륜 범죄의 대상이 된 대부분의 집단은 사회적 소수자이고, 그에 대한 혐오, 차별, 폭력이 누적되어 집단 학살로까지 나아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홀로코스트, 제주4·3사건이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제주는 우리 역사에서 오랜 기간 순전히 중앙정부를 위해 존재했습니다. 중앙정부에게 제주는 좋은 유배지이자, 각종 세금과 진상품을 착취할 수 있는 보고였습니다. 도민들은 재산을 빼앗기고 노동을 착취당하기 일쑤였습니다. 중앙-지방 사이의 보편적 대립과 차별을 바탕으로 19세기 제주엔 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죠. 제주에는 ‘육지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제주도민을 적대적으로 표현하는 말로, 4‧3사건의 비극 이전부터 존재했던 제주도민의 상처와 좌절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역사에 뿌리 깊게 새겨진 차별과 폭력을 과거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제주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하거나,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명명하는 것부터 멈춰야 하는 것입니다.
2. 유튜버 시둥이와 왕자의 광주시민 괴롭히기 프로젝트
‘시둥이’와 ‘왕자’는 광주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극우, 안티 페미 성향의 유튜버입니다. 주로 ‘페미니스트’와 ‘좌파’를 공격하며 혐오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토크 형식 콘텐츠 외에도, 두 유튜버가 함께 현장에 나가 실시간 생중계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광주 문재인 지지율조사2탄/전라도 광주 전통시장 문재인지지율조사>(3/9)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를 묻는 표지판을 들고 광주 말바우 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정치적 견해를 묻고 이에 반문하거나, 레드콤플렉스에 바탕을 둔 ‘간첩’, ‘빨갱이’ 등의 혐오 표현은 물론, 욕설까지 쏟아냈습니다.
왕자 : 김대중 간첩. 문재인 간첩. 문재인 간첩. 문재인 간첩이여 엄마. 문재인 간첩이여.
상인 : 예끼 나쁜 놈들.
(중략)
왕자 : 박근혜 미**이라 하는 건 되고 김대중 간첩은 안 된대. 박근혜 **은 되고 김대중 ***는 안 돼?
(중략)
상인들 : 빨리 가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왕자 : 김대중 ***!! 문재인 ***!!!!
시둥이 : 문재인 ***!!! 문재인 *****!!!
(중략)
왕자 : 자국에 마스크가 아니고 중국에 갖다 마스크 갖다 바치는 문재인 간첩!!! 김대중 빨갱이 센터!! 문재인 ***. 중국밖에 모르는 문재인 ***!! (중략) 아까 박근혜 ***이라 할 땐 가만 있드만, 왜!!
△ 광주 전통시장 활보하며 혐오표현 쏟아낸 유튜버 시둥이와 왕자(3/9)
레드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대표적 혐오표현 ‘간첩’, ‘빨갱이’
‘왕자’와 ‘시둥이’의 막무가내식 욕설 폭격에 시장 상인들은 분노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평화롭던 일상에 극우 성향의 유튜버가 등장해 난데없이 ‘김대중 문재인은 간첩’을 외쳐댔기 때문입니다. 왕자와 시둥이의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난의 말을 던질 수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간첩이라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왕자는 광주 시민들이 친중‧친북을 일삼는 현 정부에는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고 무조건 지지만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왕자와 시둥이가 이날 광주 말바우 시장에서 쏟아낸 발언과 행위 자체가 명백한 혐오표현입니다.
왕자와 시둥이는 해당 영상에서 김대중 간첩과 문재인 간첩이라는 구호를 여러 차례 외쳤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간첩’, ‘빨갱이’라는 표현은 과거 독재정권의 레드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대표적 혐오표현입니다. 해방 후 이어진 독재 정권은 분단 현실을 이용해 반공, 반북을 국민을 통제하거나 반대자를 숙청하는 이데올로기로 삼았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나 공산주의가 언급되기만 해도 무조건적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퍼졌습니다. ‘간첩’이나 ‘빨갱이’는 과거 정부가 권력의 수단으로서 부추겨 온 낡디낡은 혐오표현입니다. 국가 최고 권력자, 대통령에게 한 것이니 괜찮지 않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으나, 해당 유튜버들이 지지자와 시민들을 겨냥해 혐오 표현을 사실상 강요한다는 점, 특히 ‘광주’에서 그런 행위를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군 개입설’ ‘광주시민 교도소 습격설’ 등 허위조작정보 기반의 5‧18 혐오 계속돼
광주에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그날의 공포와 희생당한 가족들을 기억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죠. 극우 세력들은 계엄령과 독재에 대항한 광주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에 의한 폭동’으로 왜곡했습니다. 제주4·3사건을 ‘남로당의 폭동’으로 정당화하는 것과 유사한 논리 구조입니다. 현재도 유튜브 채널 뉴스타운TV에서는 극우정당 자유당과 지만원 씨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면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만원 씨는 5‧18 폄훼를 반복하여 각종 재판에서 형사처벌과 배상 판결을 받아온 인물이기도 한데요. 그런데도 뉴스타운TV에서는 지만원 씨의 근거 없는 주장을 끊임없이 실어 나르며 끈질기게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제주 4‧3과 광주 5‧18 등 좌파정권에 의해 왜곡된 모든 역사와 문화의 진실을 밝혀 바로잡겠다”는 자유당의 4‧15총선 공약까지 전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광주 말바우 시장에서 혐오표현과 욕설을 수차례 내뱉은 유튜버 ‘왕자’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 1995년 검찰 수사와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를 통해 이미 허위임이 드러난 5‧18 당시 광주시민들의 ‘교도소 습격설’을 꺼내들며 광주시민들을 폭동으로 몰아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억압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빨갱이’라는 낙인은 1980년 5월부터 지금까지 광주시민들, 나아가 호남지역 국민들을 정치 지형의 약자로 만들었고, 그들을 향한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한 기제입니다.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가 ‘홍어’, ‘전라디언’ 등의 혐오표현을 만들어 비하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지속적 차별과 억압을 경험한 광주시민들 앞에서 ‘간첩’과 ‘빨갱이’라는 말을 써가며 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자 혐오입니다.
호남 지역민들에 대한 혐오 조장으로 사회 갈등 심화시켜
‘왕자’와 ‘시둥이’가 벌인 이 혐오표현 생방송은 광주시민들을 모욕해 상처를 줬을 뿐 아니라, 호남 지역민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시장 상인들과 두 사람의 갈등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해당 영상에는 익숙한 혐오표현들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늙은 전라도 것들이 **야 나라가 바로 섬”, “역시 빨갱이 전라도”, “광주는 공산화의 상징이다” 등의 뿌리 깊은 차별적 인식이 유튜브 댓글을 통해 재생산됐습니다. 이런 편견의 재생산은 호남지역민, 나아가 ‘좌파’로 불리는 정치 신념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위축시킵니다. 약자의 목소리는 더 작아지고, 강자의 논리와 불평등한 사회구조는 더욱 공고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혐오표현은 배제와 억압의 사회구조를 재생산함으로써 사회를 분열시키고 민주적 가치를 훼손할 뿐입니다.
3.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버리지 못하는 색깔론 기반의 혐오
역사 부정과 허위조작정보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가운데 하나가 ‘펜앤드마이크TV’죠. 현 정부와 여권을 비방하기 위해 ‘펜앤드마이크TV’가 꺼내드는 주요 논거 중 하나가 친중, 친북론인데요. ‘펜앤드마이크TV’ 단골 출연자인 조성환 경기대 교수는 <02월 26일 6시 펜앤뉴스>(2/26)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조성환 경기대 교수 : 20세기의 가장 악마적 체제가 나치 독일, 무솔리니 이탈리아, 그다음에 스탈린, 그다음에 중국의 마오 때 홍위병 전체주의, 그다음에 지금, 민족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은 포용하는 김 씨 집단이 벌이는 북한의 사교전체주의. 근데 우리 지금 내부의 소위 말하는, 이른바 주사파라고 하는 게, 말하자면 김 씨 주사사상을 혹은 주사 이데올로기를 내장해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편성해서 역이용해서 지금 집권하는 데 아닙니까.
‘주사파’라는 딱지 붙이고, ‘빨갱이’ 프레임 안에 가두려는 혐오
‘20세기의 가장 악마적인 체제 중 하나가 북한의 사회주의이며, 북한의 사상을 내장한 주사파들이 한국 민주화를 역이용해 정권을 잡은 것이 현재 문재인 정부와 그 측근들’이라는 주장입니다.
먼저 ‘주사 이데올로기를 내장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편성했다’는 주장부터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1970~80년대 많은 운동권 학생들이 독재에 반대하며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독재라는 거대한 부조리에 대항한 온 국민의 시대적 소명이었습니다. 각계각층에서 일어난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주사파’라는 이름으로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현 정부가 주사파라는 주장도 낡은 색깔론에 불과합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같은 인사들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학생운동을 했다는 등의 과거 활동 이력이 곧바로 ‘주사파’, ‘북한 사상을 내면화한 정권’으로 이어진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습니다. 이는 정부 여당의 다양한 구성원에게 ‘주사파’라는 딱지를 붙여 일반화하고, 이른바 ‘빨갱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도 현재 문재인 정부가 사회, 경제, 복지 분야에서 펼치는 다양한 정책들은 사회주의나 북한과 거리가 멉니다. 사회주의의 국가는 본질적으로 사유재산 불인정, 주요 산업 국유화, 1당 정치라는 3가지 요소를 특징으로 합니다.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주요 산업을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이 이끌며, 21대 국회 기준으로 원내 정당이 최소 3개 이상인 대한민국에 ‘주사파 정권이 들어섰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신의한수에서도 등장한 색깔론 기반의 혐오
‘펜앤드마이크TV’와 같은 색깔론 기반의 혐오는 ‘신의한수’에서도 등장하는데요. ‘신의한수’ <김대중이 전광훈 목사를 건들다!/박완석 문화부장>(3/6)에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로당 전남지부장을 했다는 전광훈 목사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전광훈 씨의 해당 발언을 단순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한 혐오표현을 노출했습니다.
박완석 기자 : 전광훈 목사님은 지난 달 4일 광주 애국국민대회에서 “김대중이가 해방 이후 남로당 전남지부장까지 했었다”라고 주장하신 바가 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대한민국의 일그러져 있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일환으로 역사 사기를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입니다. (중략) 김대중이 같은 경우에는 이 신민당의 조직부장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신민당이요. 후에 여운형의 조선 인민당, 박헌영의 조선공산당과 합당해서 남조선노동당을 만들었습니다. 즉, 남로당과 김대중이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매우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수가 있는 것이며, 또한 그동안 많은 증언들과 기록들을 비추어 볼 때도, 김대중과 남로당의 연루설에 대해서는 우리가 의심을 할 수가 있는 부분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전광훈 목사와 박완석 씨의 발언은 근거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기록과 김 전 대통령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46년에 조선신민당에 참여한 사실은 있지만, 당 내부의 좌익세력과 노선 갈등을 겪고 같은 해 여름에 탈당했습니다. 이후에는 우익 세력이 주축이 된 한국민주당에 입당했죠. 1946년 11월에 결성된 박헌영의 남조선노동당과는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신의한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남로당의 연관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색깔론 기반의 혐오에 해당할 뿐입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 레드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혐오 멈춰야
‘펜앤드마이크TV’나 ‘신의한수’에서 끊임없이 ‘주사파’, ‘종북’ 몰이를 하는 것은 결국 그러한 말들이 갖는 힘 때문일 겁니다. 몇 해 전 보수논객 변희재 씨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종북·주사파’, ‘아이돌 스타’ 등으로 표현했다가 소송을 당한 바 있죠. 결국 2018년 10월 30일에 있었던 손해배상 상고심에서는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관 5명은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종북·주사파’와 같은 표현은 공론장에서 소수자를 배제하는 표현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대법관들은 “반공주의가 강고하게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소위 보수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 특정인이 ‘종북·주사파’로 낙인찍히게 될 경우 느끼는 두려움이나 공포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 너무도 무감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주사파’, ‘종북’ 등의 혐오표현을 일삼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그러한 낙인의 대상이 되는 이들을 영영 배제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1960~70년대 반공교육이 북한 주민들을 머리에 뿔난 도깨비로 그리고, ‘우리의 주적은 북괴’라는 구호를 새겨 넣으며 악마화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늘 ‘나라를 생각한다’는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이 그 낡아빠진 레드콤플렉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 민언련 유튜브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 16일~5월 17일 유튜브에서 혐오 관련 키워드 34개를 검색하여 나온 혐오발언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채널 중 구독자 수 상위 9개 채널, 2020년 2월 17일~4월 15일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 순위 상위 10개 채널의 게시물 및 정치‧시사 주제의 유튜브 인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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