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숫자싸움, 의미 폄훼, 기계적 균형에 빠진 검찰개혁 집회보도9월 28일 저녁 대검찰청 앞 서초동 거리에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이상의 인원이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벌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신문 지면보도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가 어땠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양적 분석
조선일보, 1면에 “집권세력이 ‘거리 정치’로 법치 위협”
주최 측이 밝힌 집회 규모에 대해 여러 가지 반론들이 있지만, 박근혜 탄핵 후 가장 큰 규모 집회였던 만큼 모니터대상인 모든 신문사는 1면으로 집회를 보도했고, 보도량도 5~10건 내외로 대동소이했습니다.
분류 |
종합일간지 |
경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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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
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한국일보 |
서울경제 |
한국경제 |
보도량 |
10 |
10 |
10 |
10 |
9 |
10 |
7 |
6 |
△ 서초 ‘검찰개혁 촉구’ 집회 관련 신문사 보도량(9/30)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 : TV조선, 방송사 중 유일하게 집회 축소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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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YTN |
9/28 |
4건 (톱보도) |
4건 (톱보도) |
4건 (톱보도) |
4건 (톱보도) |
1건 (7번째) |
3건 (톱보도) |
2건 (5번째) |
3.5건 (톱보도) |
9/29 |
4건 (톱보도) |
4건 (톱보도) |
3건 (톱보도) |
3건 (톱보도) |
1건 (13번째) |
4건 (톱보도) |
4건 (톱보도) |
5건 (톱보도) |
총 |
8건 |
8건 |
7건 |
7건 |
2건 |
7건 |
6건 |
8.5건 |
△ 서초동 촛불집회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량(9/28~29)
*0.5건은 단신,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촛불집회가 있었던 28일부터 집회 다음날인 29일까지 이틀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보도전문채널 YTN의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지상파 3사와, JTBC, 채널A, MBN, YTN은 6~8.5건의 보도를 내놓았고, MBN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들은 이틀간 관련 뉴스를 톱보도로 내놨습니다.
반면, 서초동 촛불집회 소식을 이틀간 단 2건의 기사로만 전하고, 보도순서도 톱보도가 전혀 아니었던 방송사도 있었는데요. 바로 TV조선이었습니다. TV조선은 28일에 1건, 29일에 1건, 이렇게 총 2건의 기사로만 관련 소식을 전했습니다. TV조선은 보도순서도 톱보도가 아니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임을 고려할 때 보도량도 매우 적었을 뿐만 아니라, 보도순서도 상당히 뒤쪽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 집회참여인원 숫자싸움에 빠진 언론
‘집회 숫자 논란’으로 되살아난 ‘경찰식 추산법’ 망령
주최 측이 최종적으로 추산한 200만 명이라는 집회 참가 인원은 진위 여부에 논란을 빚었습니다. 집회 주최 측과 경찰 측이 인원 추산 방법이 달라 발표하는 숫자에 차이가 있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집회가 있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집회 측은 주로 방문한 참가자 수를 모두 계산하는 ‘연인원’으로 참가자를 계산했고, 경찰 측은 단위 면적 당 인원 수를 추측해서 면적에 곱해 계산하는 소위 ‘페르미 추정’을 사용했습니다. 페르미 추정이란 특별히 집회 인원 계산을 위해 도입된 전문적인 기법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에서 단순한 방식으로 답을 알아내는 모든 기법’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 방식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당시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지목되어 폐기되었고, 이후 경찰은 집회 참가 인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찰식 추산법’은 이번엔 언론과 보수 야권 쪽 인사들을 통해 되살아났습니다. 우선,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페르미 추정법으로 집회 인원이 5만 명이라고 주장했고, 집회 인원 공방 자체를 다루지 않은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들이 이 주장을 받아쓰며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신문사 |
기사명 |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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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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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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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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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
<주최 측 “ 100만→150만→200만 참가” 한국당 “ 강남3구 인구 다 합쳐도 안돼”>(9/30, 정승임 기자) |
서울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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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 집회 인원에 대한 논란을 다룬 매체 보도(9/30) ⓒ민주언론시민연합
경향신문은 <150만, 부풀려져…정부가 분열 조장 내달 3일 정권 심판 집회에 동원령>(9/30, 허남설 기자)에서 “향후 ‘조국 대전’이 찬반 집회 규모를 다투는 대결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며 관련 논란을 언급했습니다. 동아일보,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가 비슷한 방식으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자체 계산을 통해 집회 주최 측이 발표한 인원을 반박했습니다. 조선일보는 <200만명 집결? 모두 서서 집회장 꽉 채워도 최대 13만명>(9/30, 김은중·강다은 기자)에서 ‘페르미 추정법’으로 집회 참가 인원을 최대 13만 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기사 바로 옆에 실린 사진기사 <BTS 콘서트 열린 도쿄돔이 5만인데…>(9/30)에서는 집회 사진과 방탄소년단의 집회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는데, 공연과 집회의 차이·사진의 축적 등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단순비교가 불가능하여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는 사진입니다.
△ 조선일보 9/30일자 10면에 나란히 실린 집회 인원 관련 기사와 사진(9/30)
중앙일보는 <여당 “조국집회 200만”…강남3구 다 나와도 160만>(9/30, 유성운·김민욱 기자)에서 ‘팩트체크’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주장도 ‘페르미 추정’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회사 압박면접 때나 쓰일 법한 계산법이 팩트체크라는 미명하에 보도되는 것입니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TV조선과 채널A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경우, 대부분 집회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촛불집회 참여 인원에 대해 전했지만, TV조선은 집회 참가 인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사 제목 |
촛불집회 참가인원에 대한 언급 |
“주최 측은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고 주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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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지금까지 전체 참가 인원이 1백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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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자체 추산 8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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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100만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추정도 흘러나옵니다.…기자가 현장에서, 저희 취재팀이 현장에서 보기에도 최소 50만에서 100만 정도 되는 참가자들이 이 집회에 나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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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도로를 가득 메운 상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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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 장관을 지지하는 5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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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조국 찬반 맞불집회>(9/28 배준우 기자, 기사가 삭제) |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범국민시민연대는 1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
“주최 측은 집회에 80만 명이 참가해, 교대역과 예술의 전당 앞까지 인파가 들어차면서 행진을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 언급(9/28) ⓒ민주언론시민연합
MBN의 경우, 뉴스 홈페이지에서 기사가 삭제되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방송사들이 뉴스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할 때에는 해당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인데요. 미디어오늘 <검찰 앞 촛불집회에 ‘맞불집회’ 주목한 방송사는?>(9/29)에 따르면 기자가 “주최 측에게 ‘(기존 예상인) 1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한다’는 말을 듣고 리포트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150만 명이 참여했다고 하니 축소 보도한 꼴이 돼 리포트를 인터넷에서 모두 내린 뒤, 29일 아침에 다시 제대로 리포트를 했다”고 합니다.
참가자 숫자 말하며 광주‧강원도 인구까지 언급하는 채널A
집회 이튿날 여야가 서초동 촛불집회 참가자 수를 두고 공방을 벌이면서, 방송사들도 이에 대한 보도를 내놨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채널A가 집회 참가자 수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채널A <‘검찰개혁 촛불문화제’>(9/29 조영민 기자)에서는 여야가 집회 참가자 수를 놓고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참가자가 200만 명은 아닐 거라는 뉘앙스로 광주광역시와 강원도 인구까지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 집회 참가자 수 말하며 광주와 강원도까지 언급하는 채널A(9/29)
- 조수빈 앵커 : 입장이 워낙에 첨예해서 저희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객관적으로 좀 짚어보겠습니다. 최대 200만까지 보고 있다는 거잖아요? 사실 근데 200만이라는 게 엄청난 숫자이지 않습니까?
- 조영민 기자 : 네, 말씀하신 대로 좀 종잡을 수 없는 숫자이긴 합니다. 그래픽을 좀 준비했는데요. 광주광역시 인구가 한 145만 명 정도 됩니다. 강원도 전체 인구는 154만 명 정도니까, 양쪽 다 주최 측이나 민주당이 말한 2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숫자입니다. 앵커께서 말씀하신 대로 좀 일상에서 가까운 숫자는 아니잖아요?
이에 대해 일정 수준을 넘은 집회 인원에 정확성을 따지는 게 과연 중요한가 하는 의문도 나옵니다. MBN <뉴스추적/민주당도 놀란 촛불집회>(9/29 이동석 기자)에서 최일구 앵커는 “어젯밤 서초동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참여 시민이 몇 명이냐를 따지는 일 자체가 이제 무의미할 정도였는데요. 중요한 건 참여 시민의 숫자 공방이 아니라 참여 시민의 열망이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것이겠죠”라고 말했습니다.
미디어스 칼럼니스트 김민하 씨도 칼럼 <또다시 ‘100만 촛불’, 무엇을 의미하나>(9/30)에서 “이 정도 되면 집회 참가 인원이 몇 십만인지 아니면 몇 백만인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상청이 예상 적설량을 10센티미터 이상이라고 하면 그저 눈이 엄청나게 많이 온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과 비슷한 얘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드론 촬영 영상으로 촛불집회 규모 보여준 MBC
한편, 이처럼 정확한 집회인원 추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MBC는 드론 촬영을 통한 이미지로 촛불집회 규모가 엄청났음을 보여줬습니다. MBC <국정농단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 모였다>(9/29 최훈 기자)에서는 강다솜 앵커는 “MBC는 항공 카메라를 이용해서 이렇게 집회 전체 모습을 담았는데요. 하늘에서 본 영상을 통해 촛불집회의 규모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MBC 보도에 대해 미디어오늘 <MBC 주말 촛불 보도 주목 이유는>(9/30)에서는 “타 기자들 사이에선 ‘드론 야간 촬영은 금지돼 있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향후 언론사들의 드론 촬영 경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10/1)에 출연한 MBC 박성제 보도국장은 MBC가 일몰직전까지만 찍은 영상이고, 야간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MBC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촛불의 물결은 더 뚜렷하게 보입니다”라고 보도한 만큼,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일몰 이후에도 드론 촬영이 이뤄졌을 거라는 추정도 가능합니다.
△ 드론 촬영 영상으로 촛불집회 규모 보여준 MBC(9/29)
항공안전법 제127조(초경량비행장치 비행승인) 2항에서는 “동력비행장치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초경량비행장치를 사용하여 국토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초경량비행장치 비행제한공역에서 비행하려는 사람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비행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미디어오늘 <촛불집회에 드론 띄운 MBC 문제없었나>(10/1)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일부 예외지역을 제외하고는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드론 항공촬영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야간의 경우 원칙적으로 촬영이 금지되기에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미디어오늘 보도에서 국방부 관계자는 “MBC는 9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서울 전체를 광범위하게 촬영하겠다고 요청해왔다. 주간 드론 촬영을 군에 승인받았다”, “하지만 지난 28일 집회‧시위 현장이나 야간 촬영 관련해서는 어떠한 승인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드론업계 관계자도 “(수도방위사령부가) 특별한 경우 아니고서는 야간 비행 허가를 잘 안 내준다. MBC가 (일몰 이후 촬영을 한 것이라면) 관련법을 어긴 것으로 보이는데 수방사에서 엄격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다음 집회부터 여러 드론이 동시에 떠서 공중에서 부딪힌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MBC가 검찰개혁 집회 현장을 드론 촬영보도하여 호평을 받았지만, 향후 취재 과열로 인한 시민 안전문제가 제기된 만큼 드론 촬영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3. 기계적 균형에 빠진 언론
1000명 조국 반대 집회 끼어 있었다고…단순 ‘대결 구도’로 보도한 경제지
한국경제와 서울경제 두 경제지들은 검찰 앞 집회를 단순 대결구도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동아도 의견기사 등에서 이런 시각을 드러내긴 했지만, 일반기사에서까지 ‘대결 구도’로 보도한 것은 모니터 대상 신문 중 두 경제지뿐입니다.
한국경제는 1면 머리기사 <“사퇴하라”vs“검부터 개혁” 조국이 갈라놓은 대한민국>(9/30 임도원·안대규 기자)에서 “‘조국 사태’가 여야 정치권의 대결을 넘어 극단적인 국론 분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기사는 검찰 앞 촛불집회와 조국 사퇴 시위를 둘 다 다루고 있는데, 집회 규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서울경제 역시 1면 머리기사 <두 동강난 나라…문 통합약속 어디갔나>(9/30, 하정연·조양준·김인엽 기자)에서 “‘조국 사태’로 국론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경제는 그 원인을 자사 자문단의 의견을 인용해 “문 대통령의 경고성 메시지를 기점으로 조 장관 관련 논란이 진영 간 ‘세 대결’ 양상으로 흐르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경제와 서울경제의 보도 태도는 두 신문이 사용한 사진으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한국경제는 집회 전체 사진이 아니라 1000명 규모의 조국 반대 측과 검찰개혁 집회 측이 대치하는 모습을 사용했습니다. 서울경제 역시 두 집회의 클로즈업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KBS, TV조선, 채널A, MBN 역시 무리한 기계적 중립
방송사 중에서는 KBS, TV조선, 채널A, MBN이 두 집회를 단순 대결 구도로 보도했습니다. KBS는 <검찰청 앞 가득 메운 촛불…“검찰 개혁”>(9/28 이화진 기자)에서 김태욱 앵커는 “검찰이 개혁을 무산시키려고 조 장관에 대해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한쪽에선 반대로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도 열렸습니다”라고 멘트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보도의 어깨걸이 화면은 검찰개혁 촛불집회와 이에 대항하는 맞불집회의 모습을 같은 크기로 그렸는데요. 두 집회의 규모는 아무리 검찰개혁 집회 측을 보수적으로 잡는다고 해도 최소 200배 이상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집회의 의미를 인원수로만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참가인원이 세 자리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과연 두 집회의 규모와 양상이 이처럼 비슷한 크기로 그릴만한 것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회 참가자의 수를 인포그래픽처럼 정교한 수준으로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두 집회가 비슷한 규모인 양 보도하는 것은 기계적 균형에 대한 집착하는 KBS의 일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 두 경제지가 1면에 ‘검찰 앞 집회’를 보도하면서 사용한 사진
(위 한국경제, 아래 서울경제)
△ 서초동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모습을 같은 크기로 보여준 KBS(9/28)
이와 같은 보도태도는 TV조선 <“검찰 개혁”↔“조국 사퇴” 도심 맞불집회>(9/28 석민혁 기자), 채널A <‘조국 지키기’ 총집결… 맞불집회에 긴장감>(9/28 유주은 기자), MBN <조국 찬반 맞불집회>(9/28 배준우 기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의 2개 경제지의 집회 사진 선정과 KBS, 종편 등 방송사들의 편집은 의도적인 왜곡에 불과합니다.
4. 자발적 시민들이 이뤄낸 촛불집회 의미 폄훼한 언론
지지세력 동원, 독재정권의 전형적 수법이라고 비난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집권세력이 ‘거리 정치’로 법치 위협>(9/30, 김동하 기자)에서 이번 집회를 “대통령이 깃발을 들고 여당이 참여를 독려하자 지지층이 대거 결집한 모양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지는 3면 기사 <“권력자 수사 방해하려 지지세력 동원…독재정권의 전형적 수법”>(9/30, 표태준·김윤주 기자)에서는 ‘법학자·정치학자’들이 한 말을 토대로 집회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가했습니다.
△ 검찰 개혁 집회가 “독재정권의 전형적 수법”이라는 조선일보 기사(9/30)
기사는 검찰 앞 집회를 두고,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진단까지 나온다”면서, “지지 세력만 ‘국민’으로 칭하며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시도이며, 역사적으로 독재 정권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서강대 사학과 임지현 교수의 발언을 담았습니다. 더불어 조선일보는 KBS 전 이사로도 더 유명한 강규형 명지대 현대사 교수가 했다는 “이번 집회는 중국의 마오쩌둥이 권력을 지키려 홍위병을 동원해 일으킨 문화혁명과 비슷한 형태”라고 주장도 전했습니다. 이 두 발언은 모두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이나 중간제목으로 쓰였습니다.조선일보는 <사설/대통령이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나>(9/30)에서도 검찰 앞 집회가 정권에 의해 ‘동원’ 된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했습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대통령 응원단이 이 정도 규모로 뭉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이후 처음일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중도층까지 결집한 것으로 평가받는 박근혜 탄핵 집회까지 ‘대통령 응원단’으로 폄하한 것이죠. 그리고는 “집권 세력이 거리로 동원한 지지층 머릿수로 사법 절차의 정당성이 가려지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이러니 야당도 10월 3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여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여야 정당이 여의도 광장으로 지지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던 30년 전 선거판으로 나라가 뒷걸음치고 있다”며 한탄했습니다.
이 사설은 여야 양쪽을 비판하는 양비론 보도 같지만, 이 사설의 하단에는 10월 3일 야당이 주최하는 집회에 대한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이런 광고를 싣오 있는 조선일보야말로 ‘야당 지지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상업적 이익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집회보다 ‘정치권·윤석열 반응’에 주목한 동아·중앙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검찰개혁 국민 뜻 수용” 윤석열 이례적 입장문>(9/30, 박태인 기자)에서 집회보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문에 주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윤 총장의 입장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검찰 내부에선 이날 윤 총장의 입장이 청와대와 여당, 여권 지지자들의 비판에 대해 일종의 반박문을 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고 해석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집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조선일보와 함께 모니터 대상 신문사 중 1면에 집회 관련 사진 대신 류현진 LA다저스 투수의 투구 장면을 실었습니다.
동아일보는 그나마 조선·중앙보다는 집회 자체에 대해 조금 더 많이 다루었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1면 머릿기사 제목을 <‘서초동 촛불’ 결집 당청, 검에 총공세>(9/30, 문병기·김지현·조동주 기자)로 하여 기본적으로 집회를 정치권 움직임에 부수적인 사건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후속기사 <여 “검찰개혁 열망 촛불로 확인”…검 “옳고 그름이 무너지는 충격”>(9/30, 박효목·박성진 기자)에서도 기사 내용의 대부분이 정치권이나 윤 총장의 반응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집회의 의미를 충실히 다뤄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 일간지들은 논조의 차이는 있었지만 집회의 의미 자체를 다루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향신문은 머리기사 <검찰개혁 좌절 위기감에…“검찰 독점의 사법구조 깨야”>(9/30, 심윤지·김희진 기자)에서 취재원들을 인용해 검찰 앞 촛불 시위가 일어난 배경을 짚었습니다. 다만, 경향신문은 <‘조국에 의한’ 아닌 ‘조국으로 인한’ 검찰개혁>(9/30, 정제혁 기자)에서 “조 장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검찰 개혁 여론에 불을 붙인 ‘검찰개혁=조국 구하기’ 프레임이 오히려 검찰개혁을 위한 압도적 다수 연합을 창출하는 데는 장애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습니다. 검찰개혁 목소리가 ‘조국 수호’로 대표되는 것에는 우려를 표한 것이죠.
한겨레는 머리기사 <다시 타오른 촛불 “검찰을 개혁하라”>(9/30, 김원철·이주현·이유진·김민제 기자)에서 “(실망했던 중도층까지 끌어오진 못했고) 현재까진 지지층 결집 집회로 보인다”며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진 기사 <골목까지 꽉 찬 깜짝인파…“검찰 행태, 보다 못해 나왔다”>(9/30, 권지담 기자), <선출되지 않은 ‘사법권력’ 견제하는 최초의 대규모 촛불>(9/30, 신소영 기자)등에서 집회의 원인을 ‘검찰의 과도한 조국 수사’로 짚었습니다.
한국일보의 집회 의미 부각보도는 최근 조국 관련 보도태도와 달라
한편,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다시 불붙은 촛불…“검 개혁” 함성이 더 컸다>(9/30, 정준기·박지윤 기자)에서 집회 참가자를 정권 지지자로 단정하지 않고, 그들의 참가 이유를 분석하려는 보도태도가 엿보였습니다. 예컨대 한국일보는 “조 장관을 지지한다기보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니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위에 참석했다”는 집회 참가자의 발언을 담는 식입니다.
또한, 한국일보는 이번 집회 규모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검찰의 강압적 태도, 언론의 ‘유죄 추정’ 보도가 꼽힌다”며, “엄청난 기밀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닌 일반 가정집에 수사관들이 들어가 점심 식사까지 해가며 11시간 동안이나 압수수색하는 장면은 ‘한번 검찰의 표적이 되면 저렇게 탈탈 털린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의혹 제기’를 넘어 혐의를 단정하고, 아예 파렴치범 취급하는 언론보도도 분노를 부채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일보의 조국 장관 관련 보도는 최근 많은 시민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혹 제기’를 넘어 혐의를 단정하고, 아예 파렴치범 취급하는 언론보도”가 시민의 분노를 부채질했다고 평가한 것은 사실 이례적입니다. 다만, 이 와중에 자사 보도에 대한 성찰이자 지적이 없었다는 것은 여전히 아쉬운 점입니다.
MBC와 JTBC는 시민의 요구 적절히 담아
한편, TV조선 <“검찰 개혁”↔“조국 사퇴” 도심 맞불집회>(9/28 석민혁 기자)에서 기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들면서 도로를 가득 메운 상태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참석자를 ‘조국 지지자’로 일축한 것인데요. 이는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의 의미를 폄하할 수 있는 보도입니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채널A에서도 나타났는데요. 채널A <‘조국 지키기’ 총집결… 맞불집회에 긴장감>(9/28 유주은 기자)에서 조수빈 앵커가 “조 장관 지지자들이 총집결하는 분위기라고요”라고 묻자, 유주은 기자는 “1시간 반전부터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주최 측은 검찰 개혁을 촉구하고 조 장관을 지지하는 5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고 답했습니다. 검찰개혁을 원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조국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의 모임’ 정도로 폄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MBC <“공수처 설치·특수부 폐지‥검찰개혁 이뤄내야”>(9/28 이준범 기자)에서 기자는 “참가자들은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검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찰 특수부 폐지 구호를 외치며 검찰 개혁을 거듭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JTBC <‘검찰개혁 촉구’ 촛불집회…이 시각 서초동>(9/28 박민규 기자)에서는 박민규 기자는 “(집회 참가자들의) 구호를 살펴보면 ‘정치검찰 물러나라’, ‘특수부를 폐지하라’ 그리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그러니까 ‘공수처를 설치하라’ 이런 얘기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뒤이어 JTBC <전국 각지에서 서초동으로…모두 못 태운 버스>(9/28 김태형 기자)에서는 “자발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버스를 대절해” 온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9월 28일~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2019년 9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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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공시형·박진솔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