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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합병 반대한 노동자들, TV조선은 ‘민주노총 또 폭력’
등록 2019.05.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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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의 집회 현장에서 발생한 일부 폭력 사태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결사 행위를 ‘불법 폭력 집회’로 매도하는 보도가 또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그 주인공은 TV조선입니다.

 

지난 2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 1천여 명이 서울 중구 대우조선 서울 사무소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통상적 신고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진행된 집회였습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회사 사옥에 직접 들어가 경영진에게 합병 반대의 뜻을 전하자고 결의하면서 터졌습니다. 노동자들은 ‘우리 회사 사옥’이니 진입하겠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이를 저지한 겁니다. 결국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의 이가 부러지고 손목이 골절됐습니다. 경찰은 현장에서 1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으나 24일 11명을 석방하고 폭행 가담 여부가 확인된 1명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해산명령 불응),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노조 혐오 보도’ 또 나왔다

TV조선은 집회가 벌어진 다음날(23일) 곧바로 ‘민주노총이 또 경찰을 폭행했고, 경찰은 민주노총 눈치를 보며 봐줬다’는 식의 보도를 3건이나 냈습니다. 23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집회를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한 방송사는 TV조선이 유일합니다.

 

자매사인 조선일보도 1면에 <금속노조 폭력에 20분간 아수라장>(5/23 연합뉴스)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와 <경찰을 질질 끌고 다니고 치아까지 부러뜨린 민노총>(5/23 김승재‧서유근 기자)를 배치해 ‘민주노총의 폭력’을 부각했습니다.

 

이는 조선미디어그룹이 반복하고 있는 ‘노조 혐오 보도’의 또 다른 사례입니다. TV조선과 조선일보는 집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때마다 ‘민주노총 폭력’ 프레임을 내세워 노동자들이 거리까지 나오게 된 배경은 모두 배제한 채 강경 진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위축시킴과 동시에 경찰과 시민이 다치는 상황을 막을 근본적 대책과도 거리가 멉니다. 경찰에 폭력을 행사한 혐의가 확인이 된다면 당연히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의 경우 노동자들도 경찰의 부당한 집회 방해 및 무리한 수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무조건 노동자의 집회 자체를 무조건 불온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공권력은 무조건 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러한 충돌이 벌어진 근본적 원인, 즉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합리적‧민주 해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조선미디어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연루됐던 바 있어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합병 반대 집회’에 ‘민주노총 폭력’만 3건 보도한 TV조선

‘노조의 폭력’만을 부각한 TV조선의 논조는 보도 제목에서부터 두드러집니다. TV조선이 23일 낸 관련 보도 3건 <민노총에 얻어맞은 경찰…10여 명 부상>(5/23, 윤재민 기자), <툭하면 폭력시위…경찰 수사 ‘지지부진’>(5/23, 장윤정 기자)<따져보니/‘폭력 집회’ 안 막나? 못 막나?>(5/23, 강동원 기자)는 물론, 24일 보도인 <‘경찰 폭행민노총 조합원 1명 영장>(5/24 홍영재 기자)까지 모두 ‘툭하면 경찰을 폭행한 민주노총의 폭력집회를 왜 막지 못하나’라는 메시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보도 내용 역시 ‘폭력 노조 프레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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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민주노총 폭력 부각 보도 화면 갈무리(5/23)

 

TV조선이 23일과 24일 이틀간 낸 보도 4건에 걸쳐 노동자들이 어째서 집회를 벌였는지 언급한 것은 단 세 마디뿐이었습니다. 23일 관련 첫 보도인 TV조선 <민노총에 얻어맞은 경찰…10여 명 부상>(5/23, 윤재민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두 노조가 회사 인수합병에 반대한다며 어제 서울로 올라와 집회를 열었습니다”라고 전한 뒤 곧바로 “그런데 현대중공업 본사에 까지 진입을 시도하다가 자신들을 막아서는 경찰들을 폭행했습니다. 경찰 10여명이 심하게 다쳤는데, 불법행위로 입건된 12명 가운데 10명은 불과 4시간만에 풀려났습니다”라며 ‘폭행’과 ‘단시간 석방’을 부각했습니다.

 

윤재민 기자의 리포트도 “법인분할 막아내고, 생존권을 사수하자!”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의 시위 모습을 잠깐 보여주고 “민주노총 금속노조원 800여명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에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었”다고 언급했을 뿐 대부분은 ‘폭력’사태에 집중했습니다. 경찰을 잡아 끌어내는 집회 노동자들의 사진과 함께 “경찰이 진입을 저지하자 이들은 방패와 헬멧을 빼앗으며 경찰을 폭행하기 시작”, “경찰 1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고, 한 의경은 얼굴을 맞아 치아 일부가 깨지기도”, “경찰 여러 명이 다쳤는데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는 단 2명 뿐” 등 ‘노조의 폭행’ 및 ‘경찰 피해’를 전한 겁니다.

 

여기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익명 목격자의 인터뷰 녹취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나온 발언은 TV조선 보도 스스로의 모순이 드러냈습니다. TV조선이 전한 목격자 인터뷰는 “의경도 다치고 노조 하시는 분들도 다쳐서 나오고 그랬어요. (의경이) 팔 같은 데 이렇게 감싸가지고 나왔어요”였는데요. 즉 노조와 경찰 모두 다쳤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의 보도에서는 노조의 피해는 전혀 없이 경찰 피해만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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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이 전한 경찰과 민주노총 간의 충돌 목격자 인터뷰 (5/23)

 

사례 2개로 ‘법 위의 민주노총’ 거론…속 보인 TV조선

TV조선은 이 외에도 2건의 보도를 덧붙였는데 요컨대 ‘민주노총이 계속 불법 폭력 집회를 하는데 경찰이 봐주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TV조선 <툭하면 폭력시위…경찰 수사 ‘지지부진’>(5/23, 장윤정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민주노총의 과격 폭력 시위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 기억나는 것만 해도 여러 건”이라며 민주노총 집회 대부분이 폭력적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 ‘최근의 사례’로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을 폭행하고, 또 본사 기자를 포함해 취재 중이던 언론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을 덧붙였습니다. 이는 4월 3일 국회 앞에서 있었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 등 노동법 개악 반대 집회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나 TV조선은 어떤 집회인지조차 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경찰과의 충돌 장면과 함께 “안전 펜스가 무너지고 경찰들은 폭행당하고 국회 담장까지 뜯어지고, 지난 달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서 경찰 6명이 폭행당했습니다”라며 ‘폭력 사태’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기자는 “불법 시위자들을 즉각 석방한 것에 대해 조사가 미진하다는 지적”, “불법 폭력 시위를 엄벌 수사해야하는 공권력이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전했고요. “경찰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김명환 위원장 때문에 ‘법위의 민주노총’ 이란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김 위원장은 지난달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아직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의 객관적 근거는 없었습니다. 민주노총의 전체 집회 중 폭력 사태가 발생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폭력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처벌을 면한 사례가 있는지 등의 논거 없이 4월 3일 집회 및 5월 22일 집회 사례만으로 ‘법 위의 민주노총’과 같은 구호를 앞세운 겁니다.

 

‘경찰이 민주노총에 몸을 사린다’? 근거는 뭘까

다음 보도인 TV조선 <따져보니/‘폭력 집회’ 안 막나? 못 막나?>(5/23, 강동원 기자)는 TV조선의 ‘팩트체크’ 코너인데 ‘팩트’보다는 ‘경찰이 민주노총의 폭력 집회를 봐주고 있다’는 TV조선의 시각이 두드러졌습니다.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이번 사건에서도 보셨겠지만, 현 정부 들어 특히 집회 현장에만 가면 경찰이 유독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라며 현 정부에서 경찰이 민주노총에 약하다는 불분명한 이미지를 사실처럼 전했습니다. 이어서 5월 22일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합병 반대 집회를 들어 “취객에게 얻어맞고 집회현장에서 이가 부러지는 대한민국 공권력의 현주소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지금부터 따져 보겠”다면서 강동원 기자와 함께 사실관계를 짚었습니다. 앞서 살펴봤듯 TV조선의 목격자 인터뷰에서도 ‘노조의 피해’가 언급된 만큼 취객의 경찰 폭행과 집회 충돌로 인한 경찰 피해는 동일시하기 어려운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같은 선상에서 비유한 겁니다.

 

TV조선이 살펴본 사실관계는 ‘경찰의 불법 폭력 집회 대응 기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강동원 기자는 먼저 “어제(22일)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일반 범죄현장에서의 물리력 사용 기준이기 때문에, 집회는 해당이 안됩니다”라며 경찰의 ‘물리력 사용 가이드라인’을 언급했고 이에 신동욱 앵커는 재차 대우조선해양 합병 반대 집회를 지목해 “어제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민노총이 합법적인 집회를 하다가, 일부 노조원이 경찰 저지선을 넘어서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을 폭행한거잖아요? 그럼 이 순간부터 불법집회가 되는 건데, 그럼 대응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찰이 맞아서 이가 부러지는데도 적절한 대응을 못한 거고요, 어제 가이드라인을 집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순 없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강 기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집회 부분이 누락된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서 “불법 집회, 시위로 인한 신체와 재산 및 공공 시설 안전에 대한 위해 발생 억제”를 명시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10조 3항(분사기 등의 사용)’, “관할 경찰서장은 질서 유지가 어려운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자진 해산 요청 및 해산 명령 가능”이라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를 덧붙였습니다. 결론은 경찰의 22일 가이드라인은 집회와 관련이 없어 ‘폭력 집회’를 막을 수 없으며 나머지 2개 법 조항 역시 “최근엔 경찰들도 몸을 사리는 편”이라는 겁니다.

 

‘경찰의 집회 대응’ 따져본 TV조선, 제대로 따졌을까

여기서 TV조선이 경찰이 몸을 사린다는 결론의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TV조선은 “집회에서 흠결이 있더라도 웬만하면 경찰력 행사를 절제하도록 규정”했다는 2017년 경찰 개혁위 권고와 “지난해에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원인을 경찰의 과잉진압 탓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는 추정을 ‘노조에 몸 사리는 경찰’의 이유로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폭력 집회 프레임’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해외 사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집회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 행위는 강한 물리력을 동원해서 진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집회시 불법행동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확실하게 대응하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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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폭력 집회 대응이 부진하다고 지적하는 TV조선 <뉴스9>(5/23)

 

무슨 가이드라인인지 기본적인 설명은 해줘야

TV조선의 이러한 보도는 여러 요소를 맥락 없이, 설명 없이 이어붙여 ‘민주노총 폭력 집회’라는 메시지를 만들어낸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먼저 TV조선이 ‘팩트체크’로 언급한 22일 경찰의 가이드라인은 경찰청 예규로 발령된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을 의미합니다. TV조선은 정확한 명칭과 본질적 취지마저 전달하지 않은 채 ‘민주노총 폭력을 막지 못한다’는 그림에만 이 규칙을 끼워 맞췄습니다.

 

이 예규는 최근 논란이 됐던 대림동 주취자 제압 사건을 계기로 그간 ‘현장의 판단’, ‘비례의 원칙’ 등 모호한 기준에 의존했던 경찰의 물리력 행사를 5단계 기준으로 좀 더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입니다. 앞으로는 현장의 경찰관들이 대상자의 행위를 5단계(순응‧소극적 저항‧적극적 저항‧폭력적 공격‧치명적 공격)로 구분하여 각 상황마다 경찰봉, 방패, 테이저건, 관절 꺾기 등 알맞은 물리력을 행사하라는 내용입니다. 이는 애초에 ‘집회 대응’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5월 22일 있었던 노동자들의 대우조선해양 합병 반대 집회 등 ‘결사 행위’에 대입해 따져볼 사안이 아님에도 TV조선은 ‘경찰이 민주노총을 봐준다’는 프레임을 위해 이 예규를 거론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과잉진압 방지책’을 ‘경찰이 민주노총 봐주는 이유’로 보도한 TV조선

TV조선이 ‘경찰이 민주노총을 봐준다’는 또 다른 근거로 2017년 경찰 개혁위 권고 및 백남기 농민 사건을 제시한 부분은 더욱 부적절합니다. TV조선이 “집회에서 흠결이 있더라도 웬만하면 경찰력 행사를 절제하도록 규정”했다고만 언급한 경찰 개혁위 권고는 2017년 9월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하고 경찰이 즉각 수용했던 ‘집회·시위자유 보장방안 권고안 및 부속방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TV조선은 이 권고안과 더불어 백남기 농민 사망 원인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확인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2018년 발표를 별개로 언급했으나 사실 두 사안 역시 인과관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경찰 개혁위는 2017년 해당 권고안을 발표할 당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직사살수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결국 사망하게 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경찰인력 운용, 경찰장구 사용, 살수차 사용, 차벽 설치 등으로 인한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기본권 제약·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다”면서 집회‧시위 현장의 무살수차, 무차벽 원칙을 제안했습니다. 즉 경찰 개혁위가 ‘백남기 농민 사건 등 경찰의 집회 과잉진압 방지책’을 권고했더니 TV조선은 이를 ‘경찰이 민주노총을 봐주게 된 배경’이라는 프레임에 끼워 넣은 겁니다. 이는 권고안의 취지를 전혀 다른 사안에, 전혀 다른 의미로 보도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선진국은 집회 강경 진압’? 오래된 거짓말

마치 해외에서는 집회를 강경 대응하는 것처럼 묘사한 TV조선의 주장도 비슷합니다. 이는 아주 오래된 논란으로서 이미 JTBC <팩트체크/“미국선 폴리스라인 넘으면 팬다” 사실일까?>(2015/11/18) 등 많은 팩트체크 보도가 나와 있습니다. JTBC는 “정당방위 등 확실한 이유가 있을 때만 경찰이 과격한 진압을 한다”, “무조건 폴리스라인을 넘는다고 무력 진압을 한다면 불법”이라는 미국 노동조합의 답변을 전한 바 있습니다. TV조선의 보도처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집회 중 불법 행위에 무조건적으로 물리력을 동원하는 건 아닙니다.

 

이처럼 TV조선의 보도는 모두 기본적으로 불친절합니다. 각 요소 및 사실관계의 매우 국소적 부분을 무리하게 ‘민주노총 봐주는 경찰’에 끼워 맞춘 겁니다. 물론 5월 22일 노동자들의 대우조선해양 합병 반대 집회에서 일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경찰이 다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경찰이 폭행 가담을 확인해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던 1명뿐 아니라 석방된 10명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 중이며 “채증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주최자, 주동자와 배후세력이 누군지 밝히고 불법행위에 가담한 노조원에 대해서도 신속히 신원 확인에 주력해 예외 없이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힌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조사 중인 사안을 두고 ‘경찰이 민주노총을 봐주고 있다’고 보도한 TV조선의 판단도 성급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집회에서 발생한 사태를 보도하면서도 ‘집회’를 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TV조선에서 볼 수 없는 사태의 본질…‘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자들이 서울의 현대중공업 사옥까지 올라와 집회를 벌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3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고 감사원 감사 결과 10년 간 무려 5조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벌이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이러한 대규모 손실과 부실 운영을 그간 모른 척 하며 밀실에서 지원을 결정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 사태의 핵심 인물인 남상태 전 사장은 로비, 분식회계, 배임 등의 혐의로 체포되어 2심까지 이뤄진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결국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했고 지난 3월 8일, 통합 지주회사를 만들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흡수 합병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이 합병을 위해 법인을 분할하여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게 되는데 이 ‘물적분할’이 결국 ‘하청기지화’나 다름 없고 현대중공업의 부채가 분할된 회사로만 가중되어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합병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조정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을 망가뜨린 경영진이나 비리 연루자들 대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노조는 흡수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독점 조선사가 될 현대중공업이 한국 조선업계의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결과적으로 재벌 일가의 배당만 높일 것이라는 근본적 차원의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이 합병에는 노조 뿐 아니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울산 시민사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누적된 손실과 범죄를 오랜 기간 감춰온 배경에 언론과 정치권도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투명하고 공적인 대화로 풀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전 주필인 송희영 씨가 연루되어 1심에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유리한 보도를 써준 혐의가 인정됐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2심에서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진‧정치권‧언론의 비리와 무관하게 생업을 이어오던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사태 해결 방안에 반영하는 보도가 더욱 절실합니다.

 

노조는 ‘경찰의 과잉수사’ 주장, 반론 보장했어야

이러한 배경에서 벌어진 집회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부상자까지 나왔다면 그 배경과 충돌을 총체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TV조선이 충돌만 부각하면서 ‘민주노총 집회는 폭력’, ‘경찰이 민주노총을 봐준다’는 프레임까지 나아간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충돌 부분에 있어서도 노동자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편향적입니다.

 

전국금속노조는 23일 <언론비평/노조혐오도 1등, 베끼는데도 1등인 조선일보>(5/23)를 통해 “현실은 자기 회사 사옥에 출입을 거부당한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저항이다. 그리고 폭력에 가까운 물리력으로 조합원을 사냥한 공권력의 공포가 현장의 진실”이라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도 22일 <기자회견문/경찰 과잉수사 규탄 민주노총 입장문>(5/22)에서 4월 3일 국회 앞 탄력근로제 개악 반대 집회 등 최근의 집회에 대해 경찰이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위원장이 온전히 조사를 받았음에도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은 끈질긴 강경수사 요구를 거듭했고, 결국 경찰의 재출석 통보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금속노조 한 간부는 밤중에 들이 닥친 영등포경찰서 형사들의 압수수색을 받아야 했다. 가장 조심스러운 시기인 임신 4개월의 부인과 다섯 살 꼬맹이가 겁에 질려 있는 동안 경찰들이 집을 뒤져 가져간 물품은 핸드폰과 옷가지, 컴퓨터 파일 몇 개가 고작이었다” 등 과잉수사 사례까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노총은 “수사대상과 무관한 간부의 통신자료 사찰”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의 태도에 이렇게 상반된 시각이 있다면 정반대의 관점만 보도에 담아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의 반론을 보장했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 (02-392-0181) 정리 박진솔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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