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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부터 ‘김정은의 여자’까지, 남북회담 보도 천태만상
등록 2018.01.15 15:20
조회 527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2년 간 완전히 단절됐던 남북관계는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북측 대표단과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 남측 대표단은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 경까지 회담을 치렀고 공동보도문을 채택했습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선수단‧응원단‧참관단‧태권도시범단‧기자단 등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확정지었고, 추후 실무회담을 별도로 갖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회담 개최, 총체적인 관계 회복을 위한 2차 고위급 회담 및 각 분야 회담 개최에도 양측이 합의했습니다. 전향적인 회담 결과가 나오면서 추후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의 확대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국제적으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나 우리 보수언론들은 고위급 회담 전부터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채널A는 2일, 하루종일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과한 요구’를 경계했고 급기야 “우리 정부가 크루즈에 돈을 실어 보낼까 의심된다”는 낭설까지 전파를 탔습니다. 조선일보는 6일 사설을 통해 “폭력 범죄 집단 북한의 참가로 올림픽에 태극기가 사라질 위기”라고 열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세력이 근거 없는 추측과 선동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남북 회담 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 회담의 결과는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직접 비난하기는 어려운데요. 이 때문에 회담 전과 마찬가지로 이후 벌어질 일을 주관적으로 상상하여 ‘남북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가 눈에 띕니다. 

 

‘북한, 김여정으로 미인계 쓸 것’? 연합뉴스TV의 ‘음모론’
대개 보수언론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최근 편파‧왜곡이 심하다는 비판에 노출된 연합뉴스TV 역시 근거 없는 주관적 추측을 늘어 놓으며 ‘북한의 기만전술’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던 중 채널A ‘크루즈에 현금 실어 지원’ 막말과 비견할 만 한 황당 발언도 나왔습니다. 


연합뉴스TV <뉴스특보>(1/9)는 당일 진행된 남북 회담의 결과를 분석하면서 추후 정세를 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파견하기로 한 평창 올림픽 대표단의 구성을 예상했고,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파견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남현호 앵커는 “김여정이 온다면 백두혈통으로 처음 오는 거고요. 지금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대부분의 관측인 것 같은데 잘 모르지 않습니까?”라고 물었고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답변했습니다. 신 씨는 “북한이 이번에 어떤 홍보를 하려고 하면 의외로 김여정 카드를 뽑아들 수 있다”며 가능성을 높인 뒤, “(김여정이)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직접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면서 모란봉악단이나 미녀 응원단을 보여주면, 당연히 또 여자들에 대해서는 더 우리가 마음을 조금 넓게 열어놓고 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저희 입장에서 ‘저렇게 예쁘고 갸녀린 여자들이  잘 웃고 그런 나라를 우리가 공격해야 한다면 공격해야 되는 건가? 또 저런 나라를 제재해서 저런 여자들을 못 먹고 힘들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이렇게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죠. 그게 바로 공산당 선전선동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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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미녀 응원단의 미인계 거론하는 연합뉴스TV(1/9)

 

어처구니가 없는 주장입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끝나자마자 진행한 뉴스특보에서 아직 아무런 정황조차 나오지 않은 ‘김여정 파견설’을 비중 있게 거론한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김여정 파견 가능성’을 매우 낮게 점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앵커와 신 씨 모두 스스로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예쁘고 가녀리고 잘 웃는 여자들을 파견하면 우리가 공격도, 제재도 못할 정도로 헷갈리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입니다. 이는 사실상 우리 국민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북한의 미인계에 국민들이 넘어갈 것’이라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 씨의 주장에는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매우 극단적인 전제가 깔려 있기도 합니다. 이날 신 씨는 대담을 시작하며 북한의 회담 의도를 분석하면서 “6.25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하는 등 ‘북한 공격’을 수 차례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북한에 무력을 사용할 계획은 없다’는 겁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은 물론 국제적인 공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전쟁’을 거론하는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개막식에서 김정은 찬양곡 가능성’? 연합뉴스TV의 도 넘은 ‘가설 퍼레이드’
신인균 씨의 막말에 가까운 주장이 나온 배경은 객관적인 정보와 합리적인 분석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상상만 풀어놓은 대담에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뉴스특보>(1/9)의 전체적인 양상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이날 패널로는 신 씨 외에도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김정봉 전 국정원 실장 등 2명이 더 출연했는데요. 우정엽 씨가 비교적 객관성과 상식 수준을 지킨 반면, 김정봉 씨와 신인균 씨는 시종일관 상상과 추측으로 ‘북한의 기만’, ‘남북갈등 가능성’을 부각했습니다. 


김정봉 씨는 9일 남북 회답에 참석한 대표단의 구성을 분석하면서 “아마 5명 대표 중에서도 한 사람은 분명 보위부일 겁니다. 민족올림픽위원회 위원인 사람. 리경일(민족올림픽조직위원 리경식을 김 씨가 착각한 것)인가 하는 그 친구가 아마 보위부 직원”, “리선권을 컨트롤할 만한 사람은 김영철일텐데 김영철이는 아마 지금 통일각에 있을 것. 현재 모든 걸 모니터링을 하고 총괄 지휘” 등 가설로 일관했습니다. 물론 조중동 등 보수언론 역시 예전부터 ‘천안함 폭침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회담 배후 조종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문제는 전혀 확인된 바가 없는 ‘가설’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김정봉 씨가 거론한 ‘보위부 직원 리경식’ 역시 TV조선은 ‘통일전선부 소속’으로 보도(1/10 https://bit.ly/2FqIIG4)하는 등 보수언론들 사이에서도 추측이 엇나가고 있습니다. 보위부나 통일전선부 모두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가설들 모두 ‘북한의 기만 공작 가능성’을 부풀려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한다는 문제점을 지닙니다. 


이외에도 김정봉 씨는 갖은 상상력을 동원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김 씨는 “(응원단 등을)잔뜩 보내서 대한민국 마음을 흔들기 시작할 겁니다. 우리 국민의 마음을 흔들고 전 세계의 이목을 가려서 북한 체제가 사람 막 잡아 죽이는 그런 나쁜 체제가 아니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 음악도 하고 예술도 하고 걸그룹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모란봉악단이 와서 아마도 우리 개막식에 공연 같이 하자고 그럴 겁니다. 그러면 물론 들을 수도 있죠. 그런데 와서 무슨 노래를 할 거냐. 그걸 우리가 통제를 해야 됩니다. 와서 김정은 찬양곡을 한다 그러면 골치 아프지 않겠습니까?”라는 주장도 했습니다. 신 씨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두고 반복적으로 ‘우리 국민이 속을 것’이라 예상한 겁니다. 심지어 ‘모란봉악단이 개막식에서 김정은 찬양곡을 공연할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물론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전례 없는 대규모 파견을 약속한만큼 태권드 시범단이나 공연단의 개막식 공연 가능성을 열어 놓고는 있으나 북한이 남한에서 ‘지도자 찬양곡’을 공연한 전례가 없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김 씨가 개연성이 없는 주장을 통해 공연한 갈등과 공포를 조장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의 여자들도 오나?’ 한심한 TV조선의 ‘관심사’
TV조선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0)에서는 ‘김정은이 사랑했던 여자들의 참가 가능성’을 점치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TV조선은 북한이 파견하기로 약속한 ‘참관단’에 의심을 표했는데요. 엄성섭 앵커는 “혹시 보안성에서 나오는 감시자들 아니에요? 지금 응원단하고 악단들 오고 이러면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귀순이 요즘 많으니까, 혹시 그런 거 감시하기 위해서 우리로 말하면 국정원 사람들 내보내는 거 아닌가요?”라고 추측했습니다. 북한이 참관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는 하나 ‘북한 응원단을 감시하기 위해 파견되는 조직’이라는 주장은 아무 근거도 없는 낭설입니다. 같은 날 연합뉴스TV는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북측이 우리 측의 스키장 시설 등을 참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참관단을 제안했다”고 보도(1/10 https://bit.ly/2mjjy3p)했습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취재를 거친 뒤 보도해야 할 사안이지만 TV조선 기자들은 ‘국정원 같은 감시요원’이라며 음모론만 늘어놓은 겁니다. 


이후 엄 씨는 “김여정이 진짜 오나? 거기에 옛날에 사랑했다고 하던 현송월이 단장으로 있는 모란봉악단 또 오나 이런 관심들이 있어요, 또”라고 질문했습니다. 연합뉴스TV가 김여정 파견설을 놓고 ‘미인계’를 운운했다면, TV조선은 ‘김정은의 옛사랑’이라는 무의미하고 선정적인 주제에 집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김미선 앵커는 “예술단 파견을 북한이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친위 악단으로 불리는, 옛 여인으로 불리는 현송월의 모란봉악단이 올 지도 역시 주목됩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이에 엄 씨는 신이 난 듯 “지금 김정은이 사랑하는 여자들이 과연 올 것이냐, 이것들도 관심인데 어떻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동계올림픽 종목이 약하다고 전해 주셨잖아요”이라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김정은이 사랑한 여자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채 다음 주제로 넘어가다보니 ‘김정은의 여자들이 올 것인지 관심인데 북한은 동계 종목에 약하다’라는 비문이 나와버린 겁니다. 

 

‘북핵 대화 당사자는 미국’? TV조선의 왜곡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0)에서는 왜곡으로 볼 수 있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주제로 인해 잠시 실랑이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회담 도중 비핵화도 거론됐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고 오전 회담 후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북측이 특별히 그(비핵화)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거나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경청하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밝히자 리선권 위원장이 발끈한 겁니다. 종결회의에서 리 위원장은 “(남측 언론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반발했고 회담 종료 후 남측 기자에게도 “어떻게 오도하려고 또 물어보시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비핵화에 북측 대표단이 경청했다’는 남측의 보도가 평양을 자극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10)은 “북한이 북핵 대화 당사자는 미국이라고 공식화한 것”이라 보도했습니다. 엄성섭 앵커는 “실제로 기자에게 저랬으면 조명균 장관하고 비공개 회담에서는 어떻게 했을지 저희가 지레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결국 ‘대한민국하고는 핵 논의 안 해. 우리는 미국하고 할 거야’ 이거잖아요?”라고 말했고 신정훈 기자는 “핵과 관련한 대화의 당사자는 미국이다. 이걸 공식적으로 얘기를 한 거고 남북간 대화를 하지만 핵을 주제로 얘기하지는 않겠다 이런 것”이라 단언했습니다. 또한 신 씨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북핵 동결이 남북 대화의 입구라고 했어요. 동결이 대화 전제조건이었는데, 이미 남북 간에 대화가 시작이 됐잖아요. 그러면 앞으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어도 대화가 그대로 되는 거냐. 전제 조건이 바뀐 거냐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저는 기회가 없어서 못 했죠”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 엄 앵커와 김미선 기자는 “아이고~”라며 장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일단 리선권 위원장이 남측의 ‘비핵화 경청’ 보도에 발끈한 것을 두고 ‘북핵 대화 당사자는 미국이라 선언한 것’이라 규정한 것 자체가 왜곡입니다. 북한은 명확하게 남측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고 북핵 대화나 미국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북핵은 이번 회담의 의제도 아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대화 관련 입장을 문제삼은 것도 트집에 가깝습니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북 대화가 관계 개선에만 그치지 않고 반드시 북한 핵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되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며 ‘비핵화 전제’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즉 비핵화를 위해서는 이번 회담과 같은 물밑 대화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여건이 갖춰지면 남북정상회담, 비핵화 회담 등 전격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는 상식에 가깝습니다. TV조선은 회담의 작은 해프닝을 과장하는 한편 상식 수준의 대화 절차도 왜곡하며 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렸습니다. 

 

추측과 왜곡으로 점철된 ‘남북 대화 보도’
이처럼 TV조선과 연합뉴스TV의 남북 회담 관련 보도는 추측과 왜곡으로 얼룩졌습니다. 확인된 사실과 실제로 논의된 의제에 대한 분석이나 추후 합리적인 남북관계 개선 방법 등 필수적인 정보는 뒷전이었고 오로지 남북 갈등을 부추기는 상상력만 만연했습니다. 가까스로 대화의 물꼬를 튼 한반도의 상황에서 ‘김여정‧미녀응원단 미인계’, ‘김정은의 여자들’과 같은 보도를 내는 것은 북한을 자극하는 일이자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입니다. 회담의 아쉬운 점을 지적하고 비판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보도 양상은 가십보다 더 질이 낮은 ‘전쟁 선동’에 가깝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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