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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파업, ‘불편’ 앞세워 ‘위험’ 키우는 언론
등록 2017.12.04 20:04
조회 21158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이 개통 이후 첫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파업 기간은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이며,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신논현)에 한정한 부분 파업입니다. 


현재 노조는 배당금을 줄여 차량을 증편하고 인력을 충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으로 무리하게 교대 근무를 돌리고 있어 상당수 기관사들이 졸음운전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처럼 지하철 노동자들의 이런 열악한 근무여건은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것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사측은 노조와 교섭을 진행하는 대신, 파업 대비 대체인력 충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요? 사실 서울시 지하철 가운데 9호선 1단계(개화~신논현) 구간은 서울지하철 중 유일하게 민간자본이 운영하는 구간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고작 16.3%를 투자한 민간자본에 무려 30년간 운영권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이렇게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회사가 지하철을 운영 하면서 시민 안전 등의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해 지하철 노동자와 시민이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SBS․JTBC, 파업 이유에 방점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방송사는 관련 보도를 통해 여전히 파업 이후 발생한 출근길 혼란상만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이는 파업․집회․농성 관련 보도에서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점인데요. 왜 이들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그 근본적 원인을 짚지 않고 당장의 불편만을 부각할 경우, 결국 ‘단체 행동을 하는 노조가 나쁘다’는 결론만 도출될 뿐입니다. 특히 9호선 지하철 노동자들의 이번 파업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한데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당장의 혼잡상만 문제 삼는 것은 결국 언론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보도는 MBN을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보도 양상은 크게 달랐습니다. KBS와 MBC, TV조선, 채널A는 보도 제목과 앵커 멘트 등에서 출근길 혼잡만을 부각했습니다.

 

방송사

보도제목

앵커멘트

KBS

<9호선 부분 파업에 고장…출근길 혼란>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조가 오늘(30일)부터 엿새 동안 부분 파업에 돌입했는데요. 첫날부터 열차 두 대가 잇따라 고장을 일으키면서 출근 시간대 열차가 지연 운행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MBC

<단신/서울 지하철 9호선 부분 파업 돌입>

서울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의 '주식회사 서울 9호선 운영' 노동조합이 오늘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부분 파업에 돌입해 오늘 오전 출근길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SBS

<파업에 고장까지…9호선 출근 대란>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데 열차 길이는 짧고 이용객은 많아 출퇴근 지옥철로 불리는 노선입니다. 파업 첫날인 오늘(30일), 운행률은 평소와 같았지만, 아침에 열차가 고장 나며 혼잡이 극심했습니다.

<구간별 운영회사 달라…복잡한 구조>

지하철 9호선 기관사들의 파업은 개통 8년 만에 처음입니다. 9호선은 다른 지하철 노선과 달리 민간회사가 운영을 맡고 있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JTBC

<‘지옥철’ 파업 뒤엔 ‘민영 논란’>

평소에도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오늘(30일) 더 혼잡했습니다.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데다가 출입문도 고장 나고 운행도 지연됐기 때문입니다. 민간에 운영을 맡긴 9호선의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기관사들 졸면서 운행?…9호선 파업 이유는>

지하철 9호선의 한 기관사는 '다들 졸면서 운전한다. 시한폭탄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말로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짧게나마 얘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TV조선

<파업에 고장까지…출근길 ‘지옥철’>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조가 차량과 인력을 늘려달라며 오늘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9호선은, 평소에도 지옥철로 불릴 정도로 혼잡한데 파업에, 열차 고장까지 겹치면서 출근길 대란이 빚어졌습니다.

채널A

<9호선 파업 돌입…퇴근길 상황은?>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조가 오늘부터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지하철 고장까지 겹치면서 큰 혼잡이 있었는데요. 퇴근길 상황은 어떤 지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MBN

보도 없음

-

△ 서울지하철9호선 파업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제목 및 앵커멘트(11/30)

 

반면 SBS는 별도의 <구간별 운영회사 달라…복잡한 구조>를 통해 “다른 지하철 노선과 달리 (9호선은) 민간회사가 운영을 맡고 있는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에 앞서 출근길 혼잡상을 전한 <파업에 고장까지…9호선 출근 대란>에서도 열차가 민간자본으로 운영된다는 점과 열차 고장이 혼잡의 원임임을 짚었습니다.


 JTBC 역시 출근길 혼잡상을 전한 <‘지옥철’ 파업 뒤엔 ‘민영 논란’>에서 시민 불편만을 부각하지 않고 “민간에 운영을 맡긴 9호선의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강조했습니다. 또한 JTBC는 <인터뷰/기관사들 졸면서 운행?…9호선 파업 이유는>를 통해 박기범 서울9호선 노조위원장을 인터뷰했는데요. 파업 당사자의 목소리로 파업의 이유를 직접적으로 전한 겁니다. 

 

파업 사유, MBC는 0초․KBS는 5초

반면 MBC와 KBS, TV조선, 채널A는 관련 보도에서 파업 사유를 언급하지 않거나, 10초 내외로만 언급했습니다. 민영회사가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MBC는 파업 사유를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부분 파업 돌입>(11/30 https://goo.gl/xyij1o)은 26초짜리 단신인데요. 전체 내용은 “서울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의 ‘주식회사 서울 9호선 운영’ 노동조합이 오늘부터 다음 달 5일까지 부분 파업에 돌입해 오늘 오전 출근길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서울시는 필수유지인력 외에도 비조합원과 파업 불참자들을 통해 평소처럼 하루 502차례 열차가 운영되고 있다며 시내버스 예비차량과 전세버스를 투입해 승객들의 불편을 덜겠다고 말했습니다”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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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내내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상을 부각한 KBS(11/30)

 

KBS <9호선 부분 파업에 고장…출근길 혼란>(11/30 https://goo.gl/DtpWko)은 총 1분 34초짜리 보도입니다. 그러나 이 보도 속 노조의 파업 사유에 대한 설명은 5초 가량의 “9호선 노조는 인력과 차량 증원 문제 등을 놓고 엿새간 파업에 들어갔습니다”가 전부입니다. 반면 남은 시간은 모조리 시민들의 불편을 전하는데 할애되었는데요. “고객님 다음 열차 이용하세요. 뒤로 물러나세요” “많이 지연 운행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신 분들은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역내 안내 방송 내용이 2회,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의 인터뷰가 2회 들어갔습니다. 

 

채널A는 6초․TV조선은 7초로 ‘거기서거기’

TV조선과 채널A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채널A <9호선 파업 돌입…퇴근길 상황은?>(11/30 https://goo.gl/w1zsTG)는 1분 50초짜리 보도인데요. 내내 퇴근길 교통 혼잡을 중계하다가 1분 11초가 되어서야 “노조 측은 왜 이번 파업을 시작하게 된 건가요?”라는 질문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기자의 설명은 6초짜리 “노조 측은 안전한 지하철 운영을 위해 인력과 차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가 전부입니다. 


1분 55초짜리 TV조선 <파업에 고장까지…출근길 ‘지옥철’>(11/30 https://goo.gl/p7EMns) 속 파업 사유에 대한 설명은 앵커의 “서울 지하철 9호선 노조가 차량과 인력을 늘려달라며 오늘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라는 7초 멘트가 전부입니다. 특히 TV조선은 내내 “9호선 파업 첫 날” 지옥철이 된 출근길 지하철의 양상만을 나열하다가 보도 말미 “9호선 노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서울지하철 9호선 관계자의 “2건의 고장 열차 때문에 지연이 조금 더 가중 된거고요, 파업과 무관한 내용이라서”라는 발언과 9호선 노조 관계자의 “(파업과 무관하다는 사측 주장은) 거짓말이죠. 저희가 들어갔으면 아무것도 지장이 날 수 없는 가장 기초적인 기계측의 미숙이었어요”라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노사 양측의 표면적인 공방 양상만을 보여주는 것 역시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즉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중 파업의 근본 원인을 짚은 보도를 내놓은 것은 단 두 곳뿐이었던 셈입니다. 파업 관련 소식을 다룬 보도에서 파업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이런 기본적인 지적을 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 걸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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