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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날카로운 물체라고 한 것은 하모니카였을 뿐
등록 2017.11.2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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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성주 사드기지의 난방시설 구축 공사 등을 위한 장비를 반입했습니다. 정부의 임시배치 강행 이후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는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국방부가 성주 기지에 주둔한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한 건데요.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 등은 “부지 조성도 안 된 곳에 대규모 병력이 주둔하는 것부터 비정상적인 일” “한국군이 주한미군 기지 방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불필요한 일”이라며 “불법적인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고 병력 운용을 위해 대규모 장비 반입까지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온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21일 국방부는 차량 50여대를 동원해 장비와 자재를 옮겼고 이 과정에서 공사 장비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습니다. 주민 가운데 이십여 명이 다쳤고 한 명이 연행되었지만, 조선일보는 시위대의 폭력만을 강조했습니다.

 

‘현장 사진’ 설명하며 ‘폭력시위’ 프레임, 그런데 사실은?

문제가 된 보도는 조선일보 <또 사드 충돌… 경찰 1600명, 시위대 100명에 쩔쩔맸다>(11/22 김종호 기자 https://bit.ly/2BdMeRe)입니다. 이 보도는 우선 외부세력 프레임을 강조했습니다. 소제목도 <기지로 난방장비 반입 소식에 민노총 등 100여명 성주 집결>로 뽑아 민주노총을 강조했고요. 기사 내용에서도 “이날 오전 성주사드배치반대대책위, 원불교비상대책위, 민주노총과 일부 주민으로 구성된 시위대 100여 명”이라고 부각했습니다. 


이 보도는 또한 시위대의 폭력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기자는 “경찰이 강제 해산에 나서자 근처에 있던 벽돌과 생수병을 던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이 집결한 쪽으로 몸을 던지거나 높이 5~6m인 진밭교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다” “시위대 중에는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에어 매트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은 이도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시위대의 모습은 강경하게 전한데 비해 경찰의 진압에 대해선 너그럽게 묘사했는데요. 예를 들면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도로를 불법 점유하고 있으니 해산해달라’는 경고 방송을 3차례 한 뒤 시위대가 쳐놓은 바리게이드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다리 아래 에어매트를 깔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조선일보 성주 폭력시위.jpg

△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폭력시위’ 덧붙이려 하는 조선일보(11/22)

 

특히 조선일보는 이 보도 안에서 현장 사진 3장을 담았는데요. 이중 <날카로운 물체 휘두르고>는 명백한 허위 왜곡보도였습니다. 이 사진의 상황 설명 문구는 “21일 경북 성주에서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공사 차량을 막던 시위대 중 한 명이 날카로운 물체로 ‘에어 매트’를 찢으려 하고 있다. 이 에어 매트는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일부가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려 하자 경찰이 설치한 것이다”라였습니다. 그러나 종이신문의 흑백사진이 아니라 인터넷판에 게재된 사진을 보면, 사진의 주인공은 조선일보가 말한 ‘날카로운 물체’를 손에 꼭 쥐고 있으며, 그 물체는 아무리 봐도 날카로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선 성주 하모니카 왜곡.JPG

△ 하모니카를 ‘날카로운 물건’이라 보도한 조선일보(11/22)

 

민언련이 조은숙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교육팀장에게 문의한 결과 해당 사진의 주인공은 소성리에 머물면서 기도회를 여는 예수회 장로이며 기도식 도중 경찰의 충돌로 인해 휘청거리다가 중심을 잃었던 상황이었으며, 조선일보가 날카로운 물체라고 묘사한 물건은 손에 들고 있었던 하모니카였다고 합니다. 실제 조선일보의 사진을 확인해 보면 해당 물건이 칼과 같은 ‘날카로운 물체’라기 보다는 하모니카에 가까워 보입니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보도에서 “시위대는 80대 할머니 20여명을 전진 배치해 경찰의 전진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피로에 지친 할머니들은 시위 시작 1시간여 만에 자진 해산했다”는 보도도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합니다. 조은숙 팀장에 따르면 당시 주민들은 ‘지킴이 연대자’들과 함께했고, 오히려 경찰들을 향해 “연로하신 분들이 위험하니 마을로 내려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주민들의 ‘전략 환경영향평가 요구’ 주장, 보도한 곳은 한겨레

주민들이 기지 내 병력을 언급한 건 환경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곳에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한국군이 주한미군 기지 방어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기에 무리하게 증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문제제기입니다. 그러나 언론들은 양측의 대치상황 자체를 전하지도 않았고, 주민들의 목소리 자체를 제대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보도량을 살펴보면, 주민과 경찰의 대치 상황을 전한 곳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였고, 주민들이 주장하는 “지난 정권이 부지를 쪼개 실시한 소규모 환경평가가 아닌 전략 환경영향평가 요구”를 구분 지어 보도한 곳은 한겨레뿐이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전체 보도량

0건

1건

1건

0건

1건

1건

주민들의

‘전략 환경영향평가 요구’

보도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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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체별 성주 주민들의 장비 반입 반대 시위 보도 건수와 주민 요구 보도 여부(11/22)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는 <경찰, 성주 사드 반대주민 강제해산>(11/22 구대선 기자 https://bit.ly/2BpHEk0)에서 강현욱 사드 반대 종합상황실 대변인의 “소규모 환경평가에 의존하지 말고 정식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뒤 공사를 하라.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도 않은 곳에서 공사하기 위해 또 대규모 장비 반입을 한다면 온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라고 보도해 앞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전략 환경영향평가’ 요구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사진기사 1건만 보도 <사진/사드기지 공사 장비 반입… 경찰․주민 충돌>(11/22 뉴시스)했는데요. 이 보도의 사진 설명에는 주민들이 반대 사유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도 <성주 사드기지 공사장비 반입 또 충돌>(11/22 강성명 기자 https://bit.ly/2AAvwPS)에서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를 들이는 건 불법”이라는 주민들의 입장을 한마디 전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는 주민들이 “애초에 부지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공간에 병력을 400명이나 배치한 것이 문제”라며 “막무가내로 막아섰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주장 역시 맥락을 제거한 채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주민들의 주장을 ‘막무가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경찰의 종교 모욕행위, 어디도 보도되지 못했다

지난 9월 성주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강행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을 때 경찰은 400여명의 시위대를 향해 8,000여명을 투입했는데요. 이번에도 100여명의 주민들을 향해 1,600여명을 투입했습니다. 80배가 넘는 병력으로 시위대를 저지했는데요. 경찰의 진압을 보도한 곳도 한겨레뿐이었습니다. 앞서 지적된 조선일보는 물론 동아일보도 “일부 시위대가 차벽이 된 차량 밑에 들어가는 등 경찰과 충돌을 빚어 양측에서 20여명이 다쳤지만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진밭교 밑 4m 바닥에 매트리스를 설치하는 등 추락 사고에 대비했다”라며 경찰의 대응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이날 진압 과정에서는 갈비뼈를 다치는 등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전달한 신문은 한겨레뿐이고, 그나마 “경찰이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 다친 사람이 적잖고 2명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다”라는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종교 모욕 행위들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민중의소리 <사드기지 공사 장비 반입... 경찰·주민 충돌로 부상자 발생>(11/21 양아라 기자 https://bit.ly/2k3kTxS)에서는 소성리 종합상황실 관계자의 “경찰은 폭력적으로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사복(경찰)이 소속도 밝히지 않고 사진을 찍고 주민들을 하나씩 강제로 격리하고 있다”는 발언을 실었습니다. 


조은숙 팀장은 경찰 진압 과정에서 “인간 사슬로 저항하는 주민들을 향해 아프냐고 비웃고” “여경들이 주민과 성직자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목 뒷덜미를 끌고 나가 숨도 못 쉬는 상황을 만들고” “원불교 진밭교당 천막에 걸린 현판을 교무들이 자르지 말라고 요구했음에도 가위로 자르는” 등의 모욕행위들이 벌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언론이라면 경찰 입장에서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경찰의 과잉진압 등 인권 침해 여부를 감시해서 이를 함께 다뤄야 마땅했지만, 이런 언론의 기능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할 것입니다. 

 

성주를 왜곡한 조선일보, ‘태극기 집회’엔 ‘평범한 참가자’ 강조

성주의 시위 현장을 왜곡해 보도한 조선일보는 같은 날 <“보수 무너질까봐” 주부도 전직 교감도 태극기 들었다>(11/22 김지연․안상현 기자 https://bit.ly/2jZfhom)라는 제목으로 ‘태극기 집회’를 보도했는데요. 소제목도 <태극기 집회 1년 평범한 참가자들의 목소리>라고 감동적으로 달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보도는 집회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사람, 태극기 집회 활동가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사람, 자비를 사용해 태극기 집회에 사용된 태극기와 성조기를 구매한 사람 등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는 일반인들을 조명했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가 성주에서의 사드 배치 반대 시위와 태극기 집회를 얼마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볼 수 있습니다. 태극기 집회는 보도에도 나왔듯이 “박근혜 정부와 전경련 등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고, 일부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집회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참가자들을 선동해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이에 선동된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헌재 방향으로 몰리며 서로 떠밀려 3명을 압사로 사망하게 만든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숨진 참가자 유족들에게 고소당한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태극기 집회는 참가자들의 과격한 발언과 언동으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명백한 정황들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눈에는 권력에 의해 부당한 지원으로 시작돼 폭력적 상황을 유도한 태극기 집회는 미담으로만 보이고, ‘일반 환경영향평가 요구’라는 주민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는 폭력으로 보일 뿐인가 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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