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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 사망에도 ‘특성화고 취업률’만 강조하는 조선과 동아
등록 2017.11.24 21:57
조회 888

제주에서 특성화고 졸업반 학생인 이민호 군이 생수 제조업체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한 지 열흘 만에 사망했습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직원도 없었고, 이 군이 장시간 노동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단순한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이는데요. ‘취업률’에만 강조한 현재 특성화고 체제에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여전히 특성화고의 ‘취업률’에만 초점을 둔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장실습생의 사망, 조중동의 침묵

이 군이 사망한 다음 날인 20일부터 24일까지 경향신문은 2건, 한국일보는 5건을 보도했고요. 한겨레가 총 12건을 보도하면서 특성화고의 열악한 현장실습제도를 고발했습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2건(사설 1건)

0건

0건

0건

12건(사설 1건)

5건(사설 1건)

△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를 당한 이 군 관련 매체별 보도 건수 (11/20~24)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겨레는 <18살 고교실습생은 왜 죽음으로 내몰렸나>(11/22 고한솔․이지혜․허호준 기자 https://bit.ly/2Bg2cLF)에서 “특성화고 실습생이 또 목숨을 잃었다. 올해만 두 번째다”라며 ‘콜 수를 다 못 채웠다’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홍 양의 사례와 지난해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김 군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한겨레는 “이들의 죽음을 설명하는 단어로 ‘사고’나 ‘자살’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라며 이번 사고가 단순한 사망사고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는 이어 <10대 현장실습생들 ‘잔혹사’, 기업․정부․학교가 키웠다>(11/22 김미향․이지혜 기자 https://bit.ly/2jPJrKS)에서 “현장실습에 나선 학생이 크게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거듭되는 데에는 실습생을 교육 대상이 아닌 ‘값싼 노동자’로 여겨온 정부와 기업, 학교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임금의 위험한 일자리를 10대로 채우려는 기업과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온 정부, 취업률 높이기에 매달리는 학교 등의 ‘트라이앵글 구조’가 실습생을 위험으로 내몬다는 것이다”라며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위험한 구조 속에 내몰려져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이어 <숨진 이군은 ‘장시간 노동’ 기계처럼 일했다>(11/23 고한솔․이지혜․허호준 기자 https://bit.ly/2hMd9vO)에서 이 군이 업체와 맺은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선 현장실습 시간이 1일 7시간 내로 제한됐지만 실제 이 군의 업무일지엔 하루 12시간 넘는 노동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24일에는 <인권 팽개쳐진 현장실습 뒤엔 MB․박근혜 ‘취업률 성과주의’>(11/24 김미향․신지민․박태우 기자 https://bit.ly/2zl4Y0D)에서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실업계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면서 2011년 25%, 2012년 37%, 2013년 60%등 취업률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취업률에 따라 지원금을 달리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는 통폐합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라며 “숫자 중심의 성과관리가 교육현장에 적용되면서 저임금․단순 직종을 중심으로 한 아르바이트성 현장실습 등 각종 부작용이 되살아났다는 평가가 많다”라고 정리했습니다.

 

한겨레 현장실습생.jpg

△ 현장실습 중 사고를 당한 이 군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한겨레(11/22)

 

경향신문 <‘또래 친구 죽음’ 진실조사 나선 고교생들>(11/23 김경학 기자 https://bit.ly/2mVhp1H)에서는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가 이 군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했고, 실습 현장을 감독할 담당자도 없었으며 사고 이전에도 기계를 고치다 다쳤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도 <“당국 무책임이 제주 실습생 죽음 내몰아”>(11/23 신은별 기자 https://bit.ly/2zvxH7j)보도에서 이 군이 장시간 근무했고 현장실습을 감독할 담당자도 배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여전히 취업률만을 강조한 조선과 동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부가 특성화고의 ‘취업률’이란 지표만 보고 평가해 학교가 위험한 현장으로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 와중에 교육부가 지난 17일 ‘2017년 직업계고 졸업자의 취업률’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특성화고의 ‘취업률’이란 지표만 보고 평가해 학교가 위험한 현장으로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는 가운데 교육부가 취업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 없이 보도자료를 발표한 건데요. 그렇기에 한겨레는 <10대 현장실습생들 ‘잔혹사’, 기업․정부․학교가 키웠다>보도에서 “현장실습생이 맞닥뜨리는 ‘위험’은 교육 당국의 취업률 성과로 환산된다”라며 “이민호군이 생사를 오가며 병상에 있을 때, 교육부는 ‘직업계고 취업률이 17년 만에 50%를 넘었다’는 홍보 자료를 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교육부는 24일에야 ‘고교 현장 실습생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이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해 이 군과 관련해 “합동 진상조사반 구성 및 운영”하고 앞으로 “현장실습 참여기업에 대한 전수 실태점검” “취업률 중심의 평가 및 지원 체제 근본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가 이 군의 사망 이후 5일이 지나서라도 대책을 제시한 건 언론 보도가 이루어졌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이 군 사고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던 조중동 중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같은 기간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이 50%를 넘었다’는 정부의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버젓이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1건(사설 언급)

2건 (칼럼 1건)

1건

0건

1건(언급)

1건(사설 언급)

△ 교육부의 직업계고 취업률 상승 발표 관련 매체별 보도 건수 (11/20~24)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특성화고 졸업생 2명중 1명 취업 성공>(11/21 김형원 기자 https://bit.ly/2A59RMH)에서 20일 교육부가 내놓은 ‘2017년 직업계고 졸업자의 취업률’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도 <‘5종 세트’ 고졸 취업 99% 뚫는다>(11/21 유성열․김하경 기자 https://bit.ly/2B4UxPf)에서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를 졸업한 청년들의 취업률이 50.6%로 집계됐다.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률이 50%를 넘은 건 2000년(51.4%) 이후 17년만이다” “전문가들은 직업계고의 이런 성과가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 확대와 박근혜 정부의 일․학습병행 정책으로 이어진 직업교육 강화 정책의 성과”라고 조선일보보다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열린시선/희망의 사다리, 특성화 – 마이스터고>(11/23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 https://bit.ly/2hRi0fb)란 칼럼을 실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2009년 16.7%에서 2016년 47.2%로 상승해 왔으며, 대학 진학자를 제외한 취업률은 72%에 달했다. 이는 대졸자의 취업률인 67%보다 높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동아 취업률 보도자료.JPG

△ 이 군 사고 기간에 직업계고의 취업률을 강조한 동아일보(왼쪽,11/21)와 교육부 (오른쪽,11/20)

 

그러나 정부의 단순한 취업률 발표에는 ‘일의 질’은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은 이 지점을 지적했는데요. 한국일보 <사설/반복되는 현장실습생 참변,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11/23 https://bit.ly/2A6tP9T)에선 “교육부는 얼마 전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2000년 이후 처음 50%를 넘었다고 했다. 그러나 특성화고 졸업생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일자리에 취업한 비율은 2012년 79.6%에서 2015년 58.8%로 떨어졌으니 이들에게 제공된 일의 질은 더 떨어진 셈이다”라며 “젊은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적정한 대우를 받을 때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경향신문도 <사설/18세 고교실습생을 죽음으로 내몬 노동인권 실태>(11/23 https://bit.ly/2hXtQrT)에서 “교육부는 그제 직업계 고교의 취업률이 17년 만에 50%를 넘어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특성화고는 학생들을 취업에 유리한 현장실습으로 내몰고, 산업체들은 현장실습생들을 노동착취 대상으로 삼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라며 “이군 추모 촛불집회에서 나온 특성화고 학생들의 외침대로 현장실습생이 ‘일하는 기계, 노예, 부속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취업률이란 수치에 가려진 현장실습생들의 노동 착취는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될 모습입니다. 앞서 경향신문의 사설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장은 곳곳이 세월호이고, 구의역이다”라며 “현장실습생들은 일하다 손가락이 잘리거나 건물에서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기 일쑤다. 주당 70시간이 넘는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다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다. 전공과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돼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은 ‘노동 착취 실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교육당국은 현장실습의 노동인권 침해에는 눈을 감고 특성화고 취업률 높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라고 질책했는데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이런 보도 태도는 취업률이란 수치로 현장실습생들의 노동 착취를 가렸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0일 ~ 2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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