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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북한 병사 건강 상태, 이렇게 상세히 알려야 할까
등록 2017.11.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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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가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그의 회복 상황을 전한다는 명분으로 ‘기생충’ ‘분변’ 등의 자극적 키워드를 강조하여 전달하고, 이를 근거로 ‘열악한 북한군의 실태’까지 추측하고 있습니다. 
 


TV조선, 아예 보도 초점 ‘북한 실상’에 맞춰
이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보도를 내놓았던 것은 TV조선과 MBN입니다. 특히 TV조선 <“기생충 만연”…북 위생 ‘충격’>(11/16 https://goo.gl/JcwB6Q) 보도의 경우 아예 초점이 귀순 북한 병사의 회복 여부가 아닌, ‘그의 몸을 통해 살펴본 북한의 실상’에 맞춰져 있습니다.  


보도에서 앵커는 먼저 “부상 당한 귀순 장병의 몸을 통해 북한의 실상이 드러났”다며 “뱃 속에서 이국종 교수도 놀랄 정도의 큰 기생충이 발견됐고 음식물은 거의 옥수수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위생과 영양상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합니다”라는 멘트를 했습니다. 기자 역시 “북한은 적게는 절반에서 많게는 거의 대부분의 주민이 기생충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생충 예방 방송도 주기적으로 하지만 별 효과가 없습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이 뒤에는 조선중앙TV의 기생충병 예방 관련 방송 장면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때 조선중앙TV 앵커의 멘트는 “회충은 최고 35cm정도까지 자라며 한 번에 20여만 개의 알을 낳고”입니다. 이어 TV조선은 서민 교수의 전화 인터뷰 내용까지 들려주며 “(북한의) 부실한 상하수도 시설과 인분을 이용한 작물 재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이 기생충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귀순 병사의 배 속에서 나온 음식물’입니다. 기자가 먼저 “귀순장병의 배 속에서 나온 음식물은 대부분 옥수수”라는 설명을 하고, 이 뒤에 북한 연구단체 샌드 최경희 대표의 “병영 안의 생활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사실 옥수수로도 배를 다 채울 수가 없는 상황이죠”라는 멘트가 소개되었습니다. 또 “비교적 좋은 출신성분으로 추정되는 병사의 신체 상태가 이 정도라면 일반 주민의 위생과 영양 상태는 훨씬 더 열악할 것이란 지적”과 함께 탈북자 송경옥 씨의 “강냉이를 소, 사람 똥으로 막 이렇게 버무려 놓은 것을 이만큼 훔쳐와서 강변에 가서 씻고…” 발언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귀순 병사의 총체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설명은 보도 마지막 부분 “현재 별다른 합병증 없이 맥박 등 수치가 안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집니다”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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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 기생충병 예방 방송 내용까지 보여준 TV조선(11/16)

 

그러나 이 귀순 병사는 북한의 열악한 상황을 증명하기 위해 나타난 ‘표본’이 아닙니다. 그의 생존 여부와 총체적 건강 상태를 알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 사람의 건강 상태를 이렇게까지 필요이상으로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도 있어 보입니다. 또한 한 사람의 몸 상태로 북한의 상황을 이렇게 추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MBN도 ‘기생충’ ‘분변’ ‘소장 길이’ 운운
MBN의 <북한군 영양 섭취 매우 부실>(11/16 https://goo.gl/P6M8gZ)도 마찬가지입니다. 앵커는 “병사의 소장 길이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4분의 3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고 “여기엔 옥수수 알갱이와 분변, 심지어 기생충까지 들끓었”다며 이를 근거로 “열악한 북한군의 실태를 짐작케”한다는 해설을 내놓았습니다. 앵커가 이런 발언을 하는 사이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을 꺼내는 모습이 블러처리되어 자료화면으로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기자 역시 “20~30대로 추정되는 병사는 170cm가 채 안 되는 키에 60kg의 마른 체구입니다.발육이 부족한 탓인지 소장의 길이가 우리나라 성인 남성 평균인 2m에 못 미치는 150~160cm입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고요. “병사의 소장에서는 옥수수 알갱이에 분변이 섞인 채 발견”되었다는 점을 말하며 이에 대해 “북한군의 식량 보급이 대부분 옥수수로 이뤄지는 열악한 점을 고려할 때 평소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MBN은 해당 북한 병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술 사진들을 블러처리하여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 MBN은 “내장 오염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마리의 기생충도 발견”되었다며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의 “외과의사 생활을 시작한 지 20년이 훨씬 넘는데 이런 기생충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고, 남한 사람들한테서는 (본 적 없습니다.)”라는 발언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TV조선과 마찬가지로 그의 몸 상태를 지나치게 상세히 소개하며 반복적으로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비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보도는 기자의 “병원 측은 일반적인 중증외상환자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어렵지만, 추가 합병증을 막고자 온 힘을 다한다는 입장입니다”라는 멘트로 마무리됩니다. 단순히 귀순 병사의 상황을 전달하고 싶었다면, 이 마지막 구절만으로도 충분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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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이 북한 귀순 병사의 소장에서 옥수수 알갱이와 분변이 발견되었다 전하며 보여준 자료화면(11/16)


인권보도준칙 제2장 인격권은 “언론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9장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주민 인권에서는 “언론은 북한이탈주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과 MBN의 위 보도는 귀순 병사를 한 명의 온전한 사람이 아닌, ‘북한의 실상을 증명할 소재’로 다루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알 권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람을 온전히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듯한 보도가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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