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댓글수사 대상자 자살, 과잉수사탓으로 몰아가는 TV조선
등록 2017.11.07 15:25
조회 2548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수사 및 재판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변창훈 검사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6일 투신해 사망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국정원 소속 정치호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는데요. 참고인·피의자가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검찰의 국정원 적폐 사건 수사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일부 방송사는 차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것인지를 걱정하기보다는, 이들의 죽음을 ‘검찰의 과도한 수사 탓’으로 돌리는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바로 TV조선과 MBC입니다. 

 

 

TV조선, 보도 3건에서 모두 검찰 수사 방식 지적 
먼저 TV조선은 이날 3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이 3건의 보도에는 모두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을 비난하는 멘트가 들어있었습니다. 먼저 <영장 심사 앞두고 투신 사망>(11/6 https://goo.gl/dhVtVv)에는 “병원에 달려온 가족과 지인들은 오열하며 검찰 수사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라는 구절이 있고요. 이어지는 <주변에 “억울하다” 호소>(11/6 https://goo.gl/fYdtLV)에서는 전원책 앵커가 “두 사람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조사를 받았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 죽는 수사는 안돼”>(11/6 https://goo.gl/gKzHJk)의 경우 제목부터가 노골적인데요. 여기에서도 전 앵커는 “수사를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역시 “(검찰의) 한 부장급 간부는 ‘지나치게 많은 피의사실이 공개되고 외부로 알려지면서 심적 부담이 컸던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압수수색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이렇게 빠른 수사는 본 적이 없다’며 ‘그만큼 당사자들의 심리적 압박감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직 검사장도 ‘사람이 죽는 수사는 뭘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모두 변창훈 검사의 투신 이유를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몰아가는 내용입니다. 검찰의 국정원 적폐 사건 수사에 불만을 지니고 있던 TV조선이 변 검사의 죽음을 빌미로 수사 자체에 어깃장을 놓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K-026-horz.jpg

△ 정치호 변호사 자살 이후 TV조선 보도(왼쪽)와 변창훈 검사 투신 이후 TV조선 보도(10/31~11/6)


뿐만 아니라 이날 전원책 앵커는 <전원책의 오늘 이 사람/변창훈 서울 고검검사>(11/6   https://goo.gl/1iCcMC)를 내놓고 “검찰수사와 패가망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요? 아직 검찰의 별다른 입장은 없습니다. 어느 언론은 ‘무엇을 위한 검찰수사인가’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과거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 현대 정몽헌 회장, 안상영 전 부산시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최근엔 롯데 이인원 부회장, KAI 김인식 부사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다 자살했습니다” “자살이 반드시 수사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그들이 절규하려는 게 무엇인지 검찰은 고민해야 합니다”라며 더 직접적으로 검찰에 책임을 묻기도 했습니다. 


사실 TV조선은 앞서 지난달 30일 정치호 변호사가 자살한 이후에도 곧바로 <숨진 채 발견…수사에 압박감?>(10/31 https://goo.gl/xzsT7M)를 통해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검찰과 국정원 안팎에선 검찰 조사와 검찰에서의 진술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과도했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이런 태도가 이번 변창훈 검사 투신으로 보다 노골화 된 셈입니다. 

 

같은날 채널A도 <뉴스분석/이번엔 현직 검사>(11/6 https://goo.gl/9hpPYq)를 통해 “오늘 변창훈 부장검사의 유족은 마지막 순간 검찰을 원망하며 오열했습니다” “유족은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고, 국가밖에 모르는 검사인데. 검찰이 죄를 뒤집어 씌웠다’고 말했는데요, ‘아이들이 집에 있는데 압수수색을 해서 망신을 줬다’고도 했습니다”라는 등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TV조선이나 채널A보다는 덜 노골적이긴 했지만, MBC <‘영장심사’ 진행…수사 차질 불가피>(11/6 https://goo.gl/6cnF5y)도 기자의 마무리멘트가 “검찰 안팎에선 수사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봐야 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향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입니다. 결국 검찰 수사에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죠.

 

 

그 외엔 수사 차질 우려에서 그쳐
TV조선과 채널A, MBC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문제삼는 주장을 일체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JTBC를 제외한 방송사는 모두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KBS <‘국정원 댓글’ 수사 대상 검사 투신 사망>(11/6 https://goo.gl/KZ1bHW)은 “수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으면서 향후 검찰 수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하고 있고요.

 

SBS는 <“잘 기억 안 난다” 토로…검찰 “유감”>(11/6 https://goo.gl/iKR96Z)에서 “압수수색과 조사를 거치며 변 검사는 주위에 괴로움을 토로”했고 “정 모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변 검사에게는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는데요. 보도 어디에도 검찰의 과잉 수사 때문일 수 있다는 해석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댓글 수사 방해 의혹 수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은 내놓았습니다.

 

MBN도 <‘수사 방해 의혹’ 변창훈 검사 투신>(11/6 https://goo.gl/pukdBq)에서 “현직 검사의 사망으로 일각에서는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가 일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라며 수사차질 우려 목소리를 전하는 수준입니다.

 

JTBC, 검찰 개인 아닌 ‘윗선 책임’ 강조․수사 차질 없다 지적도
JTBC는 다른 방송사들과 조금 다른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JTBC의 <‘댓글수사 방해 의혹’ 변창훈 검사 투신 사망>(11/6 https://goo.gl/oLLF5d)은 우선 “변 검사 입장에서는 윗선에서 지시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동정론도 나오고” “또 이렇게 국정원이 망가지는데 결국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고 전하고 있는데요. 검찰 수사가 아닌 ‘윗선’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입니다. 또한 JTBC는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만을 전한 타 방송사들과는 달리 “검찰 수사 자체가 위축될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을 전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monitor_20171107_57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