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한국당의 ‘적폐 고백’ 찬양하는 MBN, 부끄러움은 시청자의 몫
등록 2017.11.0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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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아침 8시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는 KBS 고대영 사장이 국정감사를 기다리고 있었죠. 국정감사에 참석해야 할 자유한국당 의원 15명은 방통위에 나타났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불러 갖은 비난을 퍼부으며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을 멈추라 요구했습니다. 원래 여권 추천 몫이었으니 정권이 바뀌어도 자신들이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자 이효성 위원장은 “정권 교체 이후에는 여당 추천 몫은 바뀐 여당에서 하고, 야당 추천 몫은 바뀐 야당에서 하는 것”, “전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그렇게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응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스스로 당시 자신들의 행위가 ‘적폐’였다고 고백했기 때문입니다. 그 발언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름 내용
김태흠 의원 공영방송이 공공의 방송인데 왜 좌파 노조의 방송이 돼야 합니까? 왜 부화뇌동하고, 불쏘시개 노릇을 하는 게 방통위원장 역할입니까?
정우택 의원 보궐에 의해 뽑히는 후임 임원진은 그 당에서 추천한 사람의 승계를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들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고
박대출 의원 위원장님, 그 부분이 말씀이 안 되는 게. 이명박 정권에서 그렇게 했기 때문에 그 뒤를 따르겠다, 이명박 정권이 잘못됐다고 적폐라고 청산하겠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원칙을 상속받으면 안 되죠
김선동 의원 그 전례가 적폐 아닙니까, 그런 게
신상진 의원 저희가 속했던 정당이, 개인적으로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못한 것도 많이 있어요

 △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인원들의 ‘적폐 자백’ 발언들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방통위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및 감사 임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처럼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명백히 법으로 규정되어있는 것에 비해서 자유한국당이 우기는 ‘추천권’은 방통위법과 방문진법, 방통위법 그 어디에도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임명권을 달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억지일 뿐입니다. 이렇게 생떼를 쓰다 이제는 스스로를 적폐로 고백하는데 ‘촌극’까지 빚은 것입니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여론이 싸늘해 닷새만인 30일, 국감에 복귀해야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적폐 고백’, 차명진 씨 “역사에 획을 그을 결단”
방통위 소동 바로 다음날인 27일, MBN <뉴스와이드>(10/27)는 이 사안을 다뤘는데, 대부분의 패널들은 자유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만이 꿋꿋하게 자유한국당을 비호했습니다. 억지를 부리는 자유한국당을 비호하려다보니 차명진 씨도 억지를 부리는 모양새를 보였는데요. 특히 근무런 근거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에, 진행자마저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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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의 ‘적폐 자백’을 칭찬하는 차명진 전 의원 
MBN <뉴스와이드>(10/27)

 

차명진 씨는 “사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는 게 정치인으로서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에 이효성 방통위원장 만나러 간 자유한국당인들이 이효성 위원장이 ‘당신들도 야당에서 여당 됐을 때 그때 이런 식으로 야당 몫을 여당 몫으로 바꿨다’고 했더니 ‘그때 우리 적폐했다. 적폐 본받으면 안 되지’(라고 했잖아요) 이 발언이 대한민국 정치사의 획을 긋는 발언이에요”라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극찬했습니다. 


당황한 진행자 이상훈 앵커가 “획을 그어요?”라고 되묻자 차 씨는 “자기들이 잘못한 걸 인정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 우리 잘못했다 그러니까 당신이라도 잘못하지 마라’ 이게 있잖아요, 대단한 거예요. ‘나는 바담바담하지만 너는 바담바담하지마’ 이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에서 내가 지금 갈지 자 걸음 간다는 건 인정한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는 이 얘기를 많은 분들이 웃어넘겼겠지만 이 장면이야말로 정말로 자유한국당이 새로워질 수 있는 출발점이다. 이걸 보고 웃는 여당 의원들과 여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큰 실수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라고 답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극찬하다 못해 자유한국당을 보고 웃는 사람들을 향해 경고의 뜻까지 밝히자, 이상훈 앵커는 “여기 있는 몇 분도 웃으셨는데 어떻게 하죠?”라며 웃어 넘기려 했습니다. 차 씨는 다시 한 번 “이게 지금 역사적인 발언이었다는 것을 앞으로 알게 될 겁니다”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공영방송 이사들이 압박에 의해 물러났다’?
차 씨의 황당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자유한국당이 임명한 KBS 사장, MBC 사장을 유지하는 게 과연 자유한국당이 말하는 공정한 언론을 지키는 것인지 그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자유한국당이 자꾸 국민과 동떨어진 국정농단이라든가 언론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하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버림받고 외면 받아서 야당으로 된 것이 아닌가”, “법적으로 보나 관례대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너무 과하다”라고 한국당을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차 씨는 “지금 물러나게 된 사람이 어떻게 밀려놨어요? 거의 압박에 의해서 밀려났잖아요. 그거를 문제 삼는 거예요”라고 반박했습니다. 자진사퇴한 MBC 대주주 방문진의 유의선, 김원배 두 구 여권 이사, KBS 김경민 구 여권 이사가 모두 ‘부당한 압박에 의해 물러났다’는 겁니다. 도대체 어떤 부당한 압박인지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이 역시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것에 불과한데요. 방문진과 KBS 이사회의 구 여권 이사 3명은 모두 자진사퇴했고 일신상의 사유를 제출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그동안 꾸준히 ‘노조의 압박’을 비난했지만 전국언론노조 KBS‧MBC본부는 부당노동행위와 편집권 침해, 업무 방해 및 직권 남용 등 수많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경영진을 임명하고 비호한 책임을 물어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했을 뿐입니다. 노조의 이런 투쟁은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것으로서 이미 대법원은 공정방송 관련 쟁의행위를 합법으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차명진 씨는 이런 핵심적 사실관계에는 함구한 채 오로지 자유한국당의 ‘적폐 고백’을 칭찬하며 그들의 ‘생떼 부리기’에 한 숟가락 얹은 셈이네요. 

 

* 모니터 대상 : 10월 27일 MBN <뉴스와이드>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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