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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또라이’ MBN의 도 넘은 제목 장난
등록 2017.10.20 16:57
조회 2557

국정감사 과정에서 의원들이 벌이는 막말 공방이나 퍼포먼스를 모아 소개하는 보도가 연일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도를 그 자체로 무조건 ‘해서는 안 될 보도’라 규정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메시지가 아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태도나 분쟁 양상에만 주목할 경우 국정감사 과정에서 정작 알려져야 할 이슈에 대한 ‘물타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의원들의 ‘공방’을 자극적인 가십거리로 소모한다는 측면에서 정치혐오를 조장할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했다고 '막말' 의원과 같은 취급
MBN의 <신문깔고 드러눕고…막말 발언 시끌>(10/19 https://goo.gl/GiJrV6) 보도는 이런 우려를 그림으로 그린 듯, 재현해 낸 문제보도입니다. 이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황의 맥락을 지워버리고 그저 의원들의 ‘눈에 띄는 행동’ ‘막발 공방’등을 ‘이색 장면’이라는 이름 하에 짜깁기해 보여줌으로서 오해와 정치혐오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가장 큰 피해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으로 보입니다. 


실제 보도 제목에 언급된 ‘신문깔고 드러눕고’의 주체는 노회찬 의원입니다. 1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노 의원은 박근혜 씨가 열악한 구치소 생활을 하며 인권탄압 받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기 위해, 일반 수용자들이 수감된 수용소의 1인당 수용면적을 계산한 신문지 2장(1.06㎡)을 반으로 만들어 그 위에 눕는 퍼포먼스를 시도했습니다. 이는 과감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특별히 문제를 삼을 만한 행동이라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MBN은 보도 제목에서 뿐 아니라 앵커 멘트 등을 통해 “국회의원이 국감장에 신문지를 깔고 드러 눕기도 하고, 공무원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막말’을 했다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라며 노 의원의 행동과 ‘막말 발언’을 한 카테고리에 묶어 전달했습니다. 김주하 앵커가 이런 멘트를 하는 사이 화면은 노 의원이 신문지를 펼쳐 들고 서 있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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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신문지 퍼포먼스를 여타 막말 행태와 싸잡아 보도한 MBN(10/19)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 <국감장에 드러누운 노회찬…‘또라이’ 발언 시끌>입니다. 이 제목만 보면 노회찬 의원에 대해 ‘또라이’ 발언이 나온 것처럼 보일 지경인데요. 그러나 보도 내용상으로나 실제 정황상으로나 ‘노 의원의 눕는 퍼포먼스’와 ‘또라이 발언’은 완전히 별개의 사안입니다.

 

애초 이 ‘또라이’라는 발언은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이 기재부 측에 정부의 공식 발표 전인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계획 자료를 요구하며 ‘자료제출 거부’를 운운하자, 담당 과장이 전화가 끊어진 줄 알고 “이거 완전히 또라이 아니냐”라고 말해 화제가 된 것입니다. 물론 MBN은 이 사안을 박 의원의 항의성 발언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사과에 “기재위 국감장에서는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에 공무원이 보좌관에게 막말을 했다는 논란”이라는 설명만을 붙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MBN은 강원랜드 채용 청탁 문제와 관련해 이뤄진 공방을 전하면서도 ‘대체 무슨 상황인지’를 설명하지 않고 그저 ‘막말과 고성이 있었다’는 사실만을 흥밋거리인양 전달했습니다. “산자위 국감장에선 피감 기관장과 국회의원간 고성이 오가는 이례적인 모습이 빚어졌습니다”라는 짧은 설명 뒤에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의 “다음 질문 하시죠”라는 발언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게. 함 사장. 다음 질문 하시죠? 함 사장 국회의원 할 때 그따위로 국감 받았어요. 그게 무슨 태도야”라는 반박, 이에 대한 함 사장의 “지금 나한테 반말합니까”라는 반응을 나열했거든요. 결국 이 보도에는 국감이 엉망진창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메시지만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채널A, ‘막말 공방’으로 ‘한국당 채용비리 연루’ 사실 숨겨
같은 날 채널A도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와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의 언쟁을 <채용 비리 따지려다 “왜 반말이야” 공방>(10/19 https://goo.gl/2tEiSs) 보도를 통해 다뤘는데요. 이 보도도 ‘언쟁’을 앞세워 정작 ‘강원랜드 채용 청탁 비리’ 문제의 본질을 사실상 ‘덮어’ 버렸다는 측면에서 문제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보도는 “채용비리로 얼룩진 강원랜드 국정감사에서는 여기저기서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친박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정우택 원내대표와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까지 언쟁을 벌였다는 점입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되는데요. 아예 시작부터 정 대표와 함 사장의 ‘언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이어지는 기자 리포트 역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과 정우택 대표의 “알겠습니다. 다음 질문하시죠” “무슨 태도야 그게.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아니, 국감장에 와서 그다음 질문하시죠? 그게 무슨 태도야!” “지금 나한테 반말합니까?”라는 공방 상황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채널A의 상황 설명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강원랜드의 한 직원이 언급한 민주당 유력 실세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즉답을 피하자 답변 태도를 문제 삼은 겁니다”입니다.

 

이 뒤에 이어지는 내용도 김기선 한국당 의원과 이훈 민주당 의원의 ‘자료 입수 경위’를 둘러싼 공방입니다. 반면 채널A는 이 보도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청탁자 명단에 가장 많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즉 채널A는 ‘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한국당 의원의 질문으로 촉발된 싸움과, 자료의 출처를 문제삼으며 물타기를 시도한 한국당 의원의 주장으로 불거진 공방을 부각하며, 한국당의 강원랜드 채용 청탁 비리 연루 문제를 얼버무려 버린 것이죠.

 

 

JTBC는 강원랜드 채용 청탁 관련 공방 전하며 ‘원인’ 분석
반면 같은 날 JTBC의 <‘출처’ 놓고 엉뚱한 고성>(10/19 https://goo.gl/CBsAhB)은 “국감에서 강원랜드 채용 청탁을 놓고 여야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는 점을 전달하면서도, MBN이나 채널A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했는데요. 공방이 “엉뚱하게도 불법 청탁 여부를 놓고서가 아니라, 청탁자 명단의 출처를 놓고 펼쳐”졌다는 점을 먼저 짚었고요. “(청탁자) 명단을 보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상당수”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일이 문제가 될 것 같으니 본질을 흐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지적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막말 공방이 벌어진 상황의 맥락과 원인을 모두 다룬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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