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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파행시킨 재판을 법원 탓이라 돌리는 조선일보
등록 2017.10.18 11:22
조회 286

박근혜 씨의 구속영장이 연장되었습니다. 이에 박근혜 씨는 16일 본인의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반성은 없었고 변명으로 가득 찼으며 법치주의를 무시했으며, ‘정치 이슈화’를 위해 선동적인 문구로 채워진 의견이었습니다. 게다가 박근혜 씨의 입장 표명 이후 변호인단이 모두 사퇴해 재판 일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신문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4~8개 정도의 보도를 낸 다음 의견기사를 통해 입장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재판 파행의 책임을 법원에 돌리는 조선일보

 

경향신문

사법절차가 정치보복이라는 박근혜의 불순한 의도

동아일보

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재판 불신’ 주장을 보며…

조선일보

법과 멀어지며 최악으로 가는 박 전 대통령 재판

중앙일보

박근혜는 ‘재판 불복’ 대신 법정에서 결백 입증해야

한겨레

국민과 법치주의 모독한 박근혜씨의 정치보복론

한국일보

박 전 대통령, “정치보복” 주장 앞서 성실히 재판 임해야

△ 박근혜 씨의 입장 표명에 대한 신문 사설 제목 비교 (10/17)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이번 재판이 파행된 이유를 박근혜 씨의 행동이 아닌, 지금까지의 법원에서 찾았습니다. <사설/법과 멀어지며 최악으로 가는 박 전 대통령 재판>(10/17 https://bit.ly/2zfZGmH)은 박 씨가 그동안 재판 지연작전을 쓰고, 일부 관련자들의 유죄 판결이 내려진 지금에서야 ‘모두 내 탓’이라 말하는 박 씨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을 말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뒤늦은 항변에 이해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 이유로 “검찰과 법원은 편의대로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편법을 써왔”기 때문이라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앞서 다른 피고인들의 구속 기간이 이런 식으로 줄줄이 연장됐다”“박 전 대통령 구속 연장을 결정한 것도 법리가 아니라 풀어 줄 경우 벌어질 사태에 대한 정치적 고려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면서 트집을 잡았습니다. 이재용 재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조선일보는 “앞서 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체적 청탁은 없었다면서도 ‘마음속 청탁’을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면서 “법원의 이런 모습이 ‘정치 재판’이라고 반발할 빌미를 준 것은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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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재판 파행의 책임을 법원으로 전가한 조선일보 (10/17)

 

조선일보의 이런 주장은 억지에 가깝습니다.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피고인을 구속 수감하는 이유는 도주의 위험이 있거나, 증거 인멸의 위험이 있을 경우 등으로 한정 짓고 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이번 2차 구속영장 발부 사유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발표는 무시하고 ‘법원의 모습이 반발 빌미 사유가 된다’고 주장하는 건 ‘언어도단’으로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의 세월호 문건 공개까지 거론하며 본질 흐리기

조선일보가 책임을 전가한 곳은 법원뿐 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위한 각종 지원에 기업을 동원한 것”이라고 판단했고요. “사건의 본질은 강요 내지는 공갈에 가깝다고 보는 법조인이 많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사건을 뇌물죄로 판단한 검찰과 특검, 그리고 정부의 시각이 ‘무리하게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검찰과 특검은 이를 무리하게 뇌물죄로 기소했고, 정부는 뇌물죄 유죄를 받는 것을 국정 과제 1호로 내세우고 있다. ‘강요’보다 ‘뇌물’이 ‘더 큰 죄’라는 것 이상의 이유는 없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는데요. 하지만 이재용 재판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정경유착으로 인한 청탁은 존재했습니다. 그렇기에 사건을 수사한 특검과 검찰 모두 뇌물죄로 기소 한 것이죠. 청와대의 세월호 문건 공개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졌습니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이 있기 하루 전 또 청와대 캐비닛에서 세월호 문건을 찾았다면서 특별 생방송 기자회견까지 했다. 구속 연장을 위한 판사 압박이자 여론전이란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서 사건의 본질을 흐렸습니다.


결국 조선일보는 “이미 정치화된 재판이 법률과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재판 파행의 책임을 전가했는데요. 그 해결책 역시 박근혜 씨가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대로는 앞으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더라도 갈등과 혼란이 정리되는 게 아니라 더 커질 것이다”라면서 “판사를 제외한 모두가 재판에서 손을 떼야 하며 권력을 가진 측이 먼저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을 지연시켜 판결을 미루고 본인의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려 한 박근혜 씨야말로 재판에 손을 떼야 할 것입니다.

 

추가 구속 결정엔 불만인 중앙일보

중앙일보도 6개월 추가 구속 결정에 대해선 비판적이었습니다. <사설/박근혜는 ‘재판 불복’ 대신 법정에서 결백 입증해야>(10/17 https://bit.ly/2ytSiHq)에선 “박 전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는 6개월 추가 구속이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면서 “재구속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박근혜 씨의 발언과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했다”는 변호인단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어 “실제로 재판부의 구속 연장 결정에는 논란이 있다”“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은 비판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이번 구속 연장 결정은 그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게다가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문건을 발표한 내용을 트집 잡았는데요. “특히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구속 연장을 결정하기 직전에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문건을 들고 나와 생중계 브리핑한 것은 ‘재판 개입 의도’라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시 박근혜 재판과 세월호의 진상규명이라는 두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박근혜 씨의 책임을 모두 전가하진 않았습니다. 중앙일보가 비판한 점은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며 변론을 포기한 지점이었습니다. 중앙일보는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물며 전직 대통령은 선과 금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며 변론 포기와 다름없는 협박성 선언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발언이 “사법절차를 방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혹여 지지세력을 규합해 우호적 여론을 형성, 사법부를 압박하겠다거나 피해자 코스프레를 내세워 정치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면 크게 우려할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치 모독’한 박근혜의 ‘불순한 의도’ 규탄했어야

반면 나머지 신문의 사설은 박근혜 씨의 잘못을 지적하고 규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박 전 대통령의 ‘정치 보복’ ‘재판 불신’ 주장을 보며…>(10/17 https://bit.ly/2yvylQC)에서 “박 전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재판 지연을 위한 시간끌기용 꼼수로 비칠 수밖에 없다. 당장 변호인단이 일괄 사임해 재판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음 기일인 19일까지 변호인 사임 철회나 새로운 변호인 선임이 없으면 법원은 국선 변호사를 선정해 진행할 수밖에 없고 재판은 상당 기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 지연 의도가 아니라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단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사설/박 전 대통령, “정치보복” 주장 앞서 성실히 재판 임해야>(10/17 https://bit.ly/2yPCAqO)에서 “특검 수사 당시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헌재 탄핵 심판 때 출석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점에 비추어,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주장과 재판부 비판은 적절치 않다” “자신에 대한 재판과 구속기간 연장을 정치 보복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잘잘못을 따지는 모든 행위가 정치보복이라면 아예 재판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박근혜 씨를 비판했습니다. 


동아일보와 한국일보가 비교적 온건하게 비판했다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근혜 씨의 농단에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법절차가 정치보복이라는 박근혜의 불순한 의도>(10/17 https://bit.ly/2ikuC2g)에서 박근혜 씨의 발언에 대해 “재판부의 구속기간 연장 결정에 반발해 헌정유린과 국정농단, 부정부패 재판을 싸잡아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파직당하고 감옥에 들어가서도 끝까지 버티겠다는 오만방자한 태도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나라야 결딴나든 말든 나 하나 살고 보자는 치졸한 수작이다” “한때나마 최고 지도자로서 기대했던 최소한의 책임감과 도덕, 상식도 찾아볼 수 없다”며 강하게 힐난했습니다. 


한겨레도 <국민과 법치주의 모독한 박근혜씨의 정치보복론>(10/17 https://bit.ly/2kVPEEW)에서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걸 보는 것 자체가 참담하고 비통한 노릇이다” “(변호인 전원사임은) 재판 절차에 흠집을 내려는 무책임한 행동일뿐더러 사실상 ‘사법 방해’에 가깝다. 시정잡배라면 몰라도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절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을 거론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불순하기 짝이 없다. 동정론을 유발하고 지지층을 자극해 장외투쟁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동안 한마디도 않다가 구속기간이 연장되고 나서야 뒤늦게 ‘역사적 멍에․책임’을 거론하고 나선 것도 비겁하다. 부끄러움을 모른 채 끝없이 추락하는 전직 대통령의 구차스러운 모습에 서글픔을 떨칠 길 없다”라며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박근혜 씨가 보인 행동은 그야말로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정치 선동’을 꾀한 일인 만큼, 재판 파행에 강하게 규탄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현 정부의 책임으로 물은 조선일보는 국정농단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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