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TV조선․MBC, ‘마약 보도’ 수준도 JTBC보다 떨어져18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이후 남씨의 체포 소식과 남 지사의 사과 기자회견을 다룬 보도와 별개로, 방송사들은 온라인 마약 거래 실태를 다룬 보도를 앞 다퉈 선보였는데요. 이 과정에서 TV조선은 심의규정을 무시하고 마약의 은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범죄의 수단 등을 지나치게 노출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반면, JTBC는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도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TV조선, 마약 은어 노출에 ‘공항 밀반입 쉽다’는 정보 제공까지
TV조선은 이틀간 총 5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아가며 이 사안에 유독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 중 <‘즉석만남’ 채팅앱 마약 거래까지>(9/18 https://goo.gl/zBxNS7)의 경우 “채팅앱에서는 성매매 뿐 아니라 마약을 함께 투약하자거나 판매한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 **** 등 마약을 뜻하는 은어가 사용됩니다”라며 직접적으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노출했습니다. (민언련은 TV조선이 표현한 은어는 그대로 보고서에 담지 않겠습니다.)
이어지는 <속옷에 숨겨 통과…공항 ‘속수무책’>(9/18 https://goo.gl/6JdgGj) 역시 마약 밀반입이 얼마나 쉬운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보도는 앵커의 “마약 밀반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전문 마약사범도 아닌 남경필 지사의 아들은 마약을 몸에 지니고, 그냥 입국했습니다. 인천공항 마약 검색망에 구멍이 뚫렸습니다”라는 발언으로 시작되는데요.
기자 역시 “신체 은밀한 곳에 마약을 숨기고 무사히 입국하는” 20대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세관신고서만 낸 채로 쉽게 입국장을 빠져나옵니다. 특이사항이 없는 한 세관 검색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 “인천본부세관은 화물 X-ray 검색과 경유국가, 체류기간 분석 등을 통해 마약 운반 의심자만 추려 정밀검색을 실시”한다 “남 지사 아들처럼 전과 등 특이사항이 없으면 세관 검색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해외 마약상이 여행객을 마약 운반에 악용한다면 속수무책”이라는 등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의 필요성 등은 일체 언급하지 않아 이 보도만을 보면 마약 밀반입이 정말로 쉽고 간단한 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 2항은 “방송은 범죄의 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또는 약물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이같은 방법이 모방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대로라면 ‘채팅앱을 통한 마약 구매’나 ‘인천공항을 통한 마약 밀반입’이라는 범죄의 수단과 과정을 필요 이상으로 노골적으로 소개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는 MBC가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TV조선과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는데요. <이번엔 ‘필로폰’…남경필 지사 장남 체포>(9/18 https://goo.gl/fwJexF)는 기자 멘트에는 없지만 자료화면을 통해 ‘마약 은어’를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JTBC는 검색어와 은어 노출 없이 같은 내용 전달
반면 같은 취지의 기획 보도를 내놓은 JTBC의 경우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실제 <검색 쉽고 잡긴 힘든 ‘마약 거래’>(9/19 https://goo.gl/2g7wuC)는 마약 구매를 위한 검색어와 마약을 뜻하는 은어 등을 기자 멘트에서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료 화면에서도 모두 강하게 블러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 모방 범죄의 소지가 있는 문구를 모두 블러 처리한 JTBC 보도(9/19)
또한 해당 보도는 이미 적발된 밀반입 수법을 공개한 뒤 “국제 공조수사로 해외 배송책을 잡아야 국내 반입 마약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을 덧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채널A 역시 <후임병 폭행 이어 이번엔 ‘마약’>(9/18 https://goo.gl/hL5XGC) 보도에서 ‘채팅앱을 통해 남씨가 마약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물색해왔다’고 전하며 자료화면으로 핸드폰을 만지는 모습을 재현하여 보여주었는데요. 이때의 핸드폰 화면은 무슨 검색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도록 강하게 블러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8~1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