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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대북 지원, ‘왜 지금이냐’는 방송사들
등록 2017.09.18 18:15
조회 262

14일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달러 상당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2년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지원은 유니세프와 유엔 세계식량계획 등이 정부에 요청해온 데 따른 것인데요. 지원 대상은 아동과 임산부 등의 취약계층으로, 영양강화 식품, 백신 및 필수의약품, 영양실조 치료제 등이 현금이 아닌 ‘물품’으로 북한에 보내질 예정입니다. 또 투명하게 집행되는지 여부는 유니세프 등이 평양 상주 사무소를 통해 모니터링 할 것이라 합니다. 


사실 우리 정부는 정권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지난 1996년 이래 거의 매년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오히려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2015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대북 지원을 중단해버린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 이례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반면 문재인 정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 도발에 대한 단호한 제재 기조는 유지하되 인도적 지원은 별개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상황을 분리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앞세워 인도적 지원까지 중단하자고 말하는 것은, 결국 북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아동 등 북한 내 취약 계층의 고통을 방관하겠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통일부 당국자의 언론 인터뷰 등에 따르면, 대북 제재를 주창해온 미국 역시 2017년 9월 기준 100만달러 가량을 유니세프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공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정부의 이런 결정을 ‘논란’으로 만들려 분투하는 모양새입니다. ‘대북 제재의 고삐를 쥐어야 할 이 시기에 왜 인도적 지원을 하느냐’ ‘국제 기조와는 맞지 않는 행동이다’라는 자유한국당 등과 일본 측의 반발을 부각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가 모두 이런 보도를 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상파3사 모두 ‘시기상조’ 지적 부각
먼저 지상파의 관련 보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제목이 가장 노골적이었던 것은 MBC입니다. <800만 달러 대북지원…‘시기상조’ 논란>(9/14 https://goo.gl/suAFga)으로 아예 제목에다가 ‘시기상조 논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거든요. 보도 내용에서도 ‘논란’이라는 표현은 계속 반복되었는데요. 앵커는 “(정부가) 북핵과 미사일 도발 등 정치적인 상황과 인도적 지원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이기 때문에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기자도 “북한이 사상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열흘 남짓 지났고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결정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라고 지적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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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 제개 방침에 ‘시기상조 논란’임을 부각한 MBC(9/14)

 

KBS의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야 “때 아니다”>(9/14 https://goo.gl/5agJe6)도 도입부 앵커 멘트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틀 만에 나온 정부의 대북지원 검토 소식에, 야당은 비판에 나섰고 일본도 때가 아니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입니다. 이번 지원이 대북제재 결의 직후에 나왔다는 점을 부각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방침보다는 야당과 일본의 반발을 우선적으로 전한 셈입니다. 


SBS도 <정부, 북에 800만 달러 인도적 지원 검토>(9/14 https://goo.gl/q53ju4)에서 정부의 입장을 알린 뒤 “정부는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이라서 전용 가능성은 없다고 했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논란이 예상됩니다”라고 말하며 보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 이어지는 <“북핵과는 별개” vs “북 연명 도와”>(9/14 https://goo.gl/gpPpsM) 역시 “정부는 인도적 지원 사업은 북핵 상황과 별개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장 보수 야당은 김정은 정권의 연명만 도울 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일본도 국제사회의 대북 압력을 훼손하는 거라며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두 보도 모두 인도적 지원 방침을 사실상 문제삼은 셈입니다. 

 

 

TV조선도 ‘국제 흐름과 맞지 않는다’ 강조
종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TV조선은 <제재 속 “90억 지원 검토”>(9/14 https://goo.gl/hmS6u8)에서 반복적으로 ‘국제 사회의 흐름에 어긋나는 결정’임을 부각했는데요. 전원책 앵커는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의 모자 보건사업에 800만달러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끊임없이 도발하는 상황에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흐트러뜨린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나오자 정부는 상황을 보고 추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고요.

 

기자는 “6차 핵실험으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나온 지 불과 이틀 만에 정부의 대북 지원책이 나온 것이 국제 제재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북한에 현금을 주지 못해 안달이 났느냐”는 등의 야권의 원색적 비난을 소개하는 것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채널A는 대북 지원에 대화 기조까지 싸잡아 ‘우려’
채널A는 더 심했는데요. 이번 대북 지원안의 ‘시기적 적절성’을 문제삼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까지 은근슬쩍 끌고 들어와 문제를 삼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제재 이틀만에 “90억 인도적 지원”>(9/14 https://goo.gl/Qw9Hpb)은 “문재인 대통령이 6차 핵실험 직후 내놓은 말은 ‘북한을 완전한 고립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쯤 지났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국제기구를 통해 9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라며 지원 시기의 문제점을 강조하는 듯한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기자도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엔 제재 결의가 나온지 이틀 만에 지원 방침을 밝힌 건 시기상조라는 평가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하는 계획” “시기가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 등의 발언이나 일본의 불쾌감 표시도 물론 빠지지 않고 전달 되었습니다. 


또 채널A는 보도의 말미에는 “시기와 지원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오늘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라고 전했는데요. 대북 지원 자체에 비판적이었던 이 보도의 구성을 감안하면, 문 특보의 ‘대북 대화 강조’ 역시 문제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채널A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유엔 따로 한국 따로>(9/14 https://goo.gl/zecmXA) 보도에도 하태원 국제부장을 불러 이 사안을 재차 다루었는데요. 보도 초반에는 북한 핵실험 여파로 백두산 일부지역이 폐쇄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연이어 ‘정부의 대북지원 결정의 문제점’과 ‘아직도 대화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이를테면 하 부장은 앵커가 “임산부와 아이들에게 준다는 건데”라며 별 문제가 없는 지원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하자, “언틋 괜찮아 보이지만 그 속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라며 “유엔 대북제제 결의안 통과 불과 이틀”만에 “쉽게 말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이런 유화책을 쓴다는 지적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한가지”라며 시기 이외의 또 다른 문제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문을 열며 “지원안이 확정되는 21일이, 그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해서 연설을 하게 되어 있”는데 “그 연설에서 우리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라며 “어쩌면 다시 한 번 이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 그런 호소를 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대화를 계속 하자고 해서 큰일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선 보도와 마찬가지로 맥락상 ‘지원과 대화는 모두 국제 기조에 반하는 행보’라고 말하는 듯한 구성입니다. 

 

앵커 : 우리정부가 북한을 국제기구를 통해 돕겠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되죠?
: 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가야되는데요. 2015년 12월 그때 마지막으로 유엔을 통한 대북지원이 80만달러 이뤄졌는데, 그 이듬해 4차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로 21개월 동안 인도적 지원을 통한 대북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한 번 대북지원을 제개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앵커 : 현찰 주는 것 아니고, 국제 기구를 통해서 이유식이건 영양제건 임신부와 아이들에게 준다는 건데. 
: 내용은 그렇습니다. WFP에서 임산부 영양강화에 450만 달러 유니세프를 통해 아동 임산부용 백신 35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것인데 언틋 괜찮아 보이는데 그 속에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앵커 : 어떤 문제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
: 일단 저거죠. 시점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유엔 대북제제 결의안이 통과 불과 이틀전 아니겠습니까? 쉽게 말하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국제 사회는 대북 제재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동떨어져서 북한에 대한 유화책을 쓴다. 이런 이야기가 분명히 나올 법 하구요. 또 한가지는 지원안이 확정되는 21일이, 그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을 방문해서 연설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연설에서 우리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짐작케하는 대목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다시 한 번 이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 그런 호소를 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근데 아까 리포트할 때 소개해드렸습니다만, 문 대통령이 핵실험 직후에,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킬 외교적 방법을 찾으라 지시했거든요. 맥이 좀 맞지 않는 것 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 수 있을까요?
: 논리적으로는 이렇습니다. 인도적 지원은 해야 되고, 그렇지만 대북 제재는 계속 강화하겠다. 이런 얘긴데요. 방금 문 대통령이 CNN과 인터뷰를 한 내용이 들어왔는데요. 아직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한다는 우리 정부의 기조, 전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면, 북한과 협력해서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번영하는 그런 길을 찾겠다는 그런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졌습니다. 


△ 채널A <유엔 따로 한국 따로> 보도 속 대북 지원 관련 부분(9/14) ⓒ민주언론시민연합

 

 

MBN, ‘왜 이 마당에 지원하냐’며 우려 표한 뒤 ‘보도 다시보기’ 페이지엔 누락 
MBN 역시 <유엔 제재 속 90억 원 대북지원>(9/14)을 통해 “인도적 지원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대북제재안까지 통과된 지금 이 마당에, 이때, 굳이 지원을 해야하는가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라며 정부의 결정에 강한 우려를 드러냈는데요. 기자 역시 “도발로 유엔제재안이 채택된지 사흘째 되는날 하는 발표라 강력한 제재의 의미를 우리가 스스로 퇴색시키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MBN은 어째서인지 홈페이지 내 다시보기 페이지에 이 보도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MBN 보도의 전체 내용입니다.

 

앵커 : 그런데 정부가 북한의 굶주린 아동과 임산부에게 치료약과 음식을 주는 사업에 거액을 지원하기로 했죠. 인도적 지원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대북제재안까지 통과된 지금 이 마당에, 이때, 굳이 지원을 해야하는가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기자 : 정부가 지원을 검토하는 금액은 800만달러. 우리 돈 90억원 입니다. 이 돈은 유엔 산하기구인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북한 아동과 임산부의 치료약과 영양제 등을 주는 사업에 쓰입니다. 2년만에 이뤄지는 북한 지원에 대해 정부는 북한 인구의 75%에 달하는 1800만명이 식량부족에 시달린다며 추진 이유를 밝혔습니다. 
조준현 외교부 대변인 : 북한의 영유아 임산부 등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기자 : 하지만 시기를 놓고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로 유엔제재안이 채택된지 사흘째 되는날 하는 발표라 강력한 제재의 의미를 우리가 스스로 퇴색시키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당장 일본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 국제사회 전체가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 북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며 유앤 안보리도 취약계층 지원은 금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돈이 아닌 물품으로 북한에 들어가고 국가 기구가 평양에서 감시한다며 군사자금으로 전용될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강한 대북압박 국면에서도 남북 대화를 제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알리려는 정부의 의지를 알리는 결정이라 분석합니다. 

△ MBN이 홈페이지 다시보기에 누락시킨 <유엔 제재 속 90억 원 대북지원> 보도 전문(9/14) ⓒ민주언론시민연합

 

 

JTBC는 정부 방침 부각하여 전달
반면 JTBC의 <800만 달러 ‘대북 인도지원’ 추진>(9/14 https://goo.gl/GA1WPw)은 정부의 방침을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보도 구성 자체가 ‘국제지원의 요청에 따른 지원’임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보수 야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세계가 등을 돌린 불량국가에 우리 정부만이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며 대북 지원 계획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짧게 전한 뒤 다시 이에 대한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북핵 미사일과 인도주의적 지원은 다르다’며 제재 대상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이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는 반박을 덧붙이는 식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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