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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건 트럼프인데 조선일보의 질책은 한국을 향했다
등록 2017.09.0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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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통화를 하고 한미 공조를 다졌습니다. 그런데 전화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한국은 내가 그들에게 얘기해온 것처럼 북한에 대한 유화적 대화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한 가지만 안다”라고 게시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논란이 되는 발언들을 써왔는데요. 이 상황에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엇박자를 놓아서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무례하게 군 가해자는 트럼프인데 책임은 한국이 져야 한다?

조선일보는 <박두식 칼럼/핵실험 한 건 북인데 트럼프의 독설은 남을 향했다>(9/6 박두식 조선일보 부국장 https://bit.ly/2f0QX07)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해당 문장에서 박 부국장이 강조한 것은 “유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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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무례를 한국의 책임으로 몰고 있는 조선일보 박두식 칼럼(9/6)

 

박 부국장은 “트럼프는 공식 외교 무대에선 좀처럼 쓰지 않는 ‘어피즈먼트(appeasement·유화책)’라는 말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부국장은 이 ‘유화책’은 히틀러에게 타협하고 양보해 2차 대전을 막지 못한 영국의 네빌 체임벌린 전 총리와 동의어라며 외교가에서 기피어라고 설명했습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비판하지만 국가간 공식 외교 채널에서는 등장한 적 없다고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를 깨고 무례한 행동을 한 셈인데요. 그러나 박 부국장의 비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하지 않았습니다. 


박 부국장은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의 발언을 빌어 “한국 정부에 ‘공개 모욕’을 준 것인데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느껴온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일이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면서 대북 압박을 높여갈 때 문 대통령이 ‘전쟁만은 안 된다’는 등의 발언으로 엇박자를 놓은 것이 북핵 사태를 키웠다는 트럼프의 불만이 담겨 있다는 것”이라고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의 당시 트위터 게시글은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습니다. 그러나 박 부국장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한미동맹의 이상 기류’로 해석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이 발언을 계기로 일제히 한·미 동맹의 이상 기류를 대서특필했다”면서 ‘트럼프는 왜 북 핵실험 후 한국을 가장 강하게 비난했는가’(뉴욕타임스), ‘북한이 핵 근육을 과시했는데 미국은 한국과 싸우기를 택했다’(월스트리트저널), ‘트럼프가 서울을 꾸짖다(scold)’(워싱턴포스트)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의 해당 기사들은 제목만 보아도 트럼프의 책임을 묻는 기사들입니다. 


한겨레는 같은 보도를 두고 전혀 다른 평가를 했는데요. <북핵 꼬이자 한국 때리는 트럼프… 미국에서도 비판 일어>(9/6 정의길 선임기자 https://bit.ly/2wGITsU)는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행태가 당혹스럽다는 보도를 내놨다”면서 앞서 이야기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제목을 인용했습니다.

 

전화 통화 들먹이며 ‘아베 외교’ 칭찬

박 부국장이 ‘트럼프의 무례’를 빌어 문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비교 대상으로 삼은 건 아베 일본 총리였습니다. “반면 아베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요즘 말로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의 애틋한 관계)’에 가까운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며 “북이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했을 때 트럼프가 가장 먼저 찾는 동북아의 동맹국은 일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이 6차 핵실험을 한 당일만 해도 두 정상은 두 차례 전화 회담을 가졌”는데 “문 대통령이 트럼프와 통화한 것은 북 핵실험으로부터 하루(정확히는 34시간 16분)가 지난 뒤였다. 앞선 다섯 차례 북 핵실험 때는 당일 또는 24시간 이내에 한·미 정상간 전화 회담이 이뤄졌다”고 비교했습니다. “북이 지난달 29일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을 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과 다음 날 연거푸 아베 총리와 통화하고 대책을 논의”했는데 “서울로부터 불과 60여km 떨어진 곳에 있는 북의 장사정포 1300여 문이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고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도 대한민국”인데 “한·미 정상간 전화 회담은 북이 미사일을 쏜 지 사흘 뒤에나 이뤄졌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가 좋지 않고, 그것이 한미 동맹의 ‘실상’이라고 표현한 셈입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친하게’ 보이는 것은 박 부국장이 표현하는 것처럼 “전 세계가 쩔쩔매는 트럼프 대통령을 솜씨 있게 다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이 긴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목적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미국의 용인 아래 ‘보통국가화’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아베 총리는 북핵 등에 대해 미일동맹을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있었을 당시에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보다 일본과 먼저 통화를 했습니다. 


게다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솜씨 있게 다루고 있다는 평도 의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당선인 시절이었을 때에도 골프채를 선물해 주면서 ‘저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탈퇴했죠. ‘조공외교’라 불리던 미일정상회담 역시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 일본의 군사력만을 증가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박 부국장의 표현대로 “일본의 저력이고 아베의 리더십”이라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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