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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깨지 말라는 중앙일보 남정호 칼럼의 모순
등록 2017.08.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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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외부필진이 아닌 자사 논설위원이 쓴 <남정호의 시시각각/위안부 합의는 깨야 하나>(8/23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https://bit.ly/2xaNnYA)에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실시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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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합의를 파기해서 안 된다고 주장하는 중앙일보 (8/23)

 

칼럼은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정치적 판단은 저주받아 마땅한가”라고 시작했습니다. 남 위원은 먼저 김대중 대통령 당시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일본 문화 개방을 추진했지만 실제 별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밑자락을 깔았습니다. 이어 “요즘 2년 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반민족행위로 매도되는 분위기”이지만, “2015년 말에는 “한·일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여론의 대세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당시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인의 67.2%, 일본인의 67.8%가 “바람직하지 않고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년 전에는 한일 위안부협정에 국민이 호의적이었을까? 

과연 그럴까요? 우선 2015년 12월 31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2015년 12월 30일 전국 19세 이상 508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4.4%p) 결과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잘못했다’고 보는 국민 의견이 50.7%, ‘잘했다’는 응답은 43.2%였습니다.


그런데 남 위원은 이런 여론조사 아니라 이런 직접적 여론조사 결과가 아닌 특이한 수치를 내놓은 것인데요. 남 위원이 제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비영리단체 언론NPO가 공동으로 3년 째 조사한 <한일 양국국민의 상호인식조사>(2015)의 결과입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 “우려되거나 개선해야 할 상황”이라고 답한 사람이 한국 67.2%, 일본 67.8%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그러나 이 조사에 대해 보도한 미디어오늘 <반일-반한 정서의 에스컬레이티드 현상>(2015/6/17 https://bit.ly/2w2O8CU)을 보면 이 수치가 미봉책에 가까운 성급한 합의나 무조건적인 합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보도에서는 2015년에도 “(한일 양국의 상대방에 대한 반감정) 조사결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최악”이었다고 했고요. “대다수 언론들이 이번 조사결과를 근거로 한일 국민감정의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 기사들을 쏟아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또한 당시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한국인 응답자들에게 부정적인 이유를 두 가지씩 꼽으라 한 조사 결과하니 “한국인은 일본이 한국을 침탈한 역사를 제대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74.0%)과 독도문제(69.3%)를 압도적으로 꼽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한마디로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일관계의 진정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중앙일보 남 위원은 이런 정황은 설명도 하지 않으면서 한일위안부 협상이 마치 당시에는 여론의 지지를 받은 듯 전한 것입니다. 

 

피해자 보상보다 한일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중앙일보

게다가 남 위원은 2년 전 합의 당시 정황에 대해서 “아울러 평균 90세인 피해자 본인이 혜택을 누리려면 하루빨리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시급성도 합의를 재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터라 신속한 한․일 관계 개선 및 피해자 보상, 그리고 국민 100%가 만족할 일본 측 사과 및 조치라는 두 개의 선택지 중 전자를 택했다고 비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당시의 졸속 합의를 옹호했습니다.


마치 할머니들이 혜택을 바라고 계셔서 조급함에 이와 같은 협상을 했다는 식으로 들리는 이 표현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모욕이나 매한가지입니다.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시 일본군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법적인 책임과 이에 따른 사과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배상금 역시 본인들의 법적인 책임을 다 하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금액이며, 그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 할머니들의 나이를 언급하며 ‘신속한 해결이 필요했다’는 식의 발언은 피해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그분들이 ‘혜택’을 받게 하고 싶다는 선의를 가지고 있다면, 국가가 먼저 나서서 보상을 통해 그분들의 삶을 보살펴드리고 일본과는 보다 당당하게 제대로 된 사과를 요구했어야 합니다. 

 

일본 언론 주장과 너무도 비슷한 ‘남정호 칼럼 프레임’

한편 칼럼에서는 ‘화해·치유재단’의 위로금 수령 작업을 강조했습니다. 남 위원은 “본인들 의사도 묻지 않고 합의가 이뤄진 건 명백한 잘못”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피해 할머니 다수가 합의 내용에 반대하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도 사실 오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는 한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부한다”고 한 것도 적절치 않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남 위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부하고 있지 않다는 근거로 화해·치유재단이 “그간 접촉한 할머니 47명 중 36명이 위로금 1억 원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내용을 전했고요. “또 1인당 평균 네 번씩 수용 의사를 확인했으며 때로는 강요·회유에 의한 게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녹화까지 했다고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언련이 화해·치유재단에 문의한 결과, 남 위원의 표현 자체는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언론이 사실을 전했다고, 그것이 그 사안에 대한 진실일까요? 


현재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데 대해 일제히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갑제닷컴에 게재된 <前 위안부 47명 중, 36명이 합의금 수령>(2017/8/2)보도는 일본 산케이 신문을 인용하며 그들이 현재 어떤 프레임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지 보여줍니다. 산케이신문은 “2015년 합의 당시 생존한 前 위안부 47명 중, 36명이 합의금(인당 약 1천만 엔)을 수령했으며, 그 이전에 사망한 199명 중,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한 65명에 대해서도 그 유가족들에게 인 당 약 200만 엔의 합의금이 지급되었음을 전했다”고 보도했다고 합니다. 산케이만의 행태가 아닙니다. 아사히신문도 ‘화해·치유재단’이 그간 추진해온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현금 지원 사업에 생존 피해자 47명 중 36명이 응했다고 전했고,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 (한국 내) 여론 속에서 그런(현금을 받은) 사람들이 (TF의) 조사에 얼마나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습니다. 


몇 명이 위로금을 받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이런 주장은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밀어붙이고자 하는 일본의 전형적인 프레임인 것입니다. 그러나 할머니들과 그 가족 몇 명이 합의금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핵심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이 합의 과정에서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 표명도 받지 못했고요. 금액의 성격 자체도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의 성격의 돈을 받아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빠진 거죠. 피해 당사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돈은 물론 재단과 면담할 생각도 없다”며 “정부가 이런 사업을 하면 우리를 위로금 받고 팔아먹는 것밖에 안 되지 않느냐”고 호소했습니다.

 

 ‘총리의 사죄 편지’ 제안하고 북핵이 위기인데 왜 일본과 전선을 형성하냐고 따지기

이번 합의에 대한 재협상 목소리가 커지는데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아베 정부의 태도 문제도 있습니다. 남 위원 역시 “아베 신조 총리부터 사죄의 진정성을 못 느끼게 한다”며 지적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일본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털끝만큼도 없다’고 한 게 단적인 예”라고 소개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그간 ‘강제 연행 증거 없다’는 식으로 일본 정부의 입장이었던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발언을 남발했습니다. 지난 합의가 끝난 다음에도 ‘일본군의 조직적 개입’등이 담기지 않은 사과문을, 그것도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한 수준의 사과를 했습니다. 남 위원은 “기존 합의를 토대로 총리의 사죄 편지 전달 등 보완책을 곁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사죄 편지’가 얼마나 의미 있는 사과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남 위원은 왜 이렇게까지 위안부 합의를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남 씨는 “위안부 합의에 태생적 결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면서도 “그럼에도 완전히 없던 걸로 할 것인가는 다른 얘기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지금 분위기 하에선 더 나은 해결책을 끌어내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실론’을 외치지만, 그렇다고 합의 자체가 부당하단 것을 지울 순 없습니다. 그러면서 남 씨는 “북한과 핵미사일 문제로 대치중인 상황에서 비상 시 지원 기지가 될 일본과 협력하기는커녕 전선을 형성하는 것처럼 비이성적인 일도 없다”면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과거의 담화 내용보다도 후퇴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잘못을 요구하는 걸 ‘전선 형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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