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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돈 낭비’ 걱정하던 조선, 느닷없이 ‘탈모인’ 편들기?정부가 9일 현재 비급여인 항목을 단계적으로 보험급여 항목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그 이후 ‘세금폭탄’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나 막대한 재정 적자를 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담은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틀 연속 ‘재정 확보’ ‘세금폭탄’ 문제 부각한 조선
조선일보는 대책 발표 다음날 <사설/건보 확대 필요하나 그 엄청난 돈은 어디서>(8/10 https://goo.gl/CrGaXz)에서 “문제는 엄청난 돈”인데, “답이 궁하면 뭐든지 국민 세금을 투입한다고 한다. 정부 임기는 5년이지만 국민은 5년만 살고 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음날에도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30조, 21조… 연일 여는 정부 지갑>(8/11 박국희 기자 https://goo.gl/1iaYRv)과 3면 머리기사 <공항, 병원, 학교… 가는 곳마다 나라곳간 푸는 헬리콥터 정부>(8/11 금원섭․손진석 기자 https://goo.gl/4YBZsS)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개월간 국민 부담이나 재정 투입을 키우는 새로운 사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며 그 예시 중 하나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을 꼽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건보 혜택 확대 뿐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계정에 대한 정부 예산 출연, 신고리 5․6호기 중단 피해보상, 소방공무원 확대 등 ‘조선일보 눈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들을 하나로 싸잡아 ‘문재인 정부의 선심성 세금 낭비 행태’로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야 “문정부는 집권 5년만 생각하는 YOLO 정부냐”>(8/11 최연진 기자 https://goo.gl/zW3ewB)나 <사설/그제 30조원 준다, 어제 또 30조원 준다>(8/11 https://goo.gl/xHQWcV)에서도 건보 보장성 강화의 ‘재원 대책 부실’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논리는 역시 “국민 세금을 수십조원 뿌리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제일 중요한 재원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물론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의 재원 조달 방법을 걱정하는 것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그간 비판적 태도를 보여 왔던 정부 정책 중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들과 이번 건강보험 보장성강화에 대한 재원 조달 문제를 하나로 묶어 나열한 뒤 ‘세금 폭탄’ ‘헬리콥터 정부’를 운운하는 것은 속 보이는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선 ‘탈모 적용 제외로 탈모인들 촛불집회’ 운운
더 황당한 보도는 탈모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주로 ‘돈 걱정’을 하며 건보적용 대상 확대를 비판해온 조선일보는 같은 날 ‘건보적용 대상에서 탈모가 빠져 탈모인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촛불 든 탈모인들의 모습을 담은 삽화와 함께 배치된 <건보적용 대상서 빠진 탈모인들 500만 모욕… 촛불 들어야 하나>(8/11 김동석 보건복지 전문 기자 https://goo.gl/c46WZH)는 건보 혜택 대상에 탈모가 제외되자 “디시인사이드 탈모갤러리 등 탈모인 커뮤니티”에 “탈모는 심하면 정신질환까지 유발하는 심각한 질병인데 왜 탈모인을 차별하나” “탈모에도 보험 적용해 달라” “500만 탈모인에 대한 모욕” “촛불집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등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며 이를 “강경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모습이라 전했습니다.
△ 건보 혜택 대상에 들지 못해 촛불을 들 것이라는 일부 탈모인들의 인터넷 여론을 탈모인 전체 여론인양 확대해 보도한 조선(8/11)
그러나 애초 탈모갤러리 등에 등장한 이 같은 주장은 ‘진지하게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라기보다는, 자조 섞인 농담으로 봐야 합니다. 탈모갤러리의 글은 유저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을 경우 해당 게시물이 ‘개념글’에 올라가게 되는데요. 최근의 개념 글 중에서도 이런 주장이 담긴 글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부 온라인 유저의 ‘뻘글’을 탈모인들 대다수의 분노인양 부풀려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정부 정책에서 소외된 이들의 불만을 강조해 정부의 정책이 ‘미흡한 것’임을 다각도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황당한 주장’을 ‘촛불집회’와 엮어 시민들의 촛불행동 자체를 무시하고 놀리려는 속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 포털 관련기사 최다 추천 댓글(12일 오후 6시 기준)
실제 12일 오후 6시 기준 포털의 관련 기사 링크에는 ‘촛불과 엮지 말라’는 지적이 최대 추천 댓글로 올라와있기도 합니다. 이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방증이죠. 이런 황당한 주장이 탈모인들 전반의 주장이 아님에도 마치 그런 것인 양 이 같은 보도를 내놓을 경우,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탈모인들이 ‘왜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하느냐’는 비판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관련보도 홍보 문구와 댓글들(8/11)
조선일보는 자사 페이스북에도 해당 보도를 링크 걸기도 했는데요. 여기에 쓴 멘션이 “‘민두노총’이여 일어나라”입니다. 그야말로 탈모인들에 대한 ‘조롱’의 판을 깔아 놓은 셈입니다. 실제 이 게시글에는 탈모인들 자체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적지 않게 달려 있습니다. 그야말로 조선일보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행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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