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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의 공장 해외이전, 오직 최저임금 탓일까?
등록 2017.07.25 17:21
조회 809

면직물 생산 전문업체인 경방이 광주 면사공장의 절반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준 경방 회장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그리고 상당수 경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장 이전의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과 산업용 전기료 인상 추진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1면 머리기사로 ‘최저임금 때문에 떠난다’ 전한 동아
6개 일간지 중 김 회장의 이 같은 주장을 지면을 통해 전달한 것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뿐입니다. 이 중 동아일보의 경우 25일 1면 머리기사로 김 회장의 발언을 전하며 부각했습니다. 실제 해당 보도 제목은 <“최저임금 너무 올라”… 한국 떠나는 기업들>(7/25 장세진·곽도영 기자 https://goo.gl/8hqyWK)로, 말 그대로 ‘공장 이전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에 있다’는 주장은 기사 내에서도 반복되는데요. 첫 문단에서는 “국내 1호 상장기업인 경방이 최저임금 등의 여파로 주력 공장 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확정했다. 섬유산업이 쇠퇴하는 가운데 감당하기 힘든 최저임금 인상이 겹쳤기 때문”이고 말하고, 그 다음 문단에서는 “최대 10%로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이상 되면서 더 버티기 힘들 것으로 판단돼 오늘 이사회를 열고 광주공장 일부 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다”는 김 회장의 발언을 전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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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방의 공장 해외 이전 결정이 모두 ‘최저임금 탓’인양 말한 김 회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동아일보(7/25)

 

기사의 후반부에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나머지 인력들도 모두 해고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방직산업의 해외 이전과 구조조정 여파로 연관 산업의 연쇄적인 도산이나 일자리 상실도 우려되고 있다”는 등의, 최저임금 인상이 구조조정을 불러온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국내 방직산업의 현재 고정인력은 5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방직업체가 만든 실로 직물을 만들거나 염색을 하는 업체 등 전방위 관련 산업까지 고려하면 1만 명이 훌쩍 넘는다”는 기사의 마지막 문장 역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상당한 규모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2면 머리기사 <눈덩이 인건비 부담에… 기업들 더 못버티고 탈한국 러시>(7/25 장세진·김현수 기자 https://goo.gl/ro6MLP)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사는 첫 문장부터 “최저임금에 따른 위기감은 우리뿐만이 아닙니다”라는 김준 회장의 발언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방직업계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동아일보는 “하지만 국내 다른 대기업들처럼 기본급과 근무수당, 상여금 등으로 임금이 구성돼 있어 실질적인 월평균 임금은 250만∼300만 원을 웃돈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 총 인건비는 4104만 원, 1만 원으로 오르면 5389만 원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도 ‘최저임금 인상 탓’ 받아쓰기는 마찬가지
같은 날 조선일보도 유사한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100년 기업’ 경방이 떠난다>(7/25 곽래건 기자 https://goo.gl/yLnCAm) 역시 제목에서 ‘최저임금 때문에 떠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첫 문단에서 공장 이전 이유를 “최근 최저임금이 인상된 데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까지 추진되기 때문”이라 전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 역시 김 회장의 “섬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이 결정되면서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섬유업체들이 국내 설비를 축소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이긴 했지만, 2~3년은 더 두고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최저임금이 10%도 아니고 16%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이전을 결정했다”는 발언을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공장 이전에 드는 비용은 약 200억원이지만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연간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이어서 충분히 이전비를 뽑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회사 측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공장 해외이전 이유, 정말 최저임금만의 문제일까? 
2015년 기준 경방의 베트남 생산설비 규모는 국내의 70% 수준입니다. 이는 경방이  ‘이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무관하게 10여년 전 부터 베트남 생산 공장 가동에 공을 들여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경방은 2008년 베트남 투자허가서를 취득한 뒤 곧바로 종속회사 경방베트남을 설립했는데요. 이 경방베트남은 2012년 3월 공장 건설에 나서 이듬해인 2013년 1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첫 해 흑자를 기록하자 뒤이어 2차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여 7만 여추 규모의 공장을 2015년 7월부터 가동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속 김 회장의 “섬유업체들이 국내 설비를 축소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이긴 했지만, 2~3년은 더 두고 보려고 했었다”는 발언 역시 결국 시기의 문제였을 뿐, 설비 축소 및 해외 이전이 업계 전반의 ‘대세’였으며, 경방 역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옵션을 검토하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조선일보의 보도대로 경방이 공장을 이전하는 베트남의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 수준이고 연간 임금 상승률도 7% 안팎”이라면, 올해 최저임금 상승률과는 무관하게, 한국에서 공장을 가동할 경우 소요되는 인건비와 베트남에서 공장을 가동할 경우 소요되는 인건비는 애초에 ‘게임’이 되질 않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완만한 인상’ 혹은 ‘동결’이 경방, 혹은 업계의 해외 공장 이전을 ‘방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최저임금 인상 폭이 공장 이전 시기를 결정하는 한 요인이 될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마치 공장 해외 이전의 ‘유일한’ 이유인양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저임금 6%대 인상 시기에도 ‘정규직 줄이기’는 진행 
또한 제조업계 평균(5.1%) 이상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을 올려왔음에도, 경방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국내 정규직 사원수를 줄여왔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경방의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노동자는 2013년 620명에서 이듬해 614명으로 2015년에는 다시 536명으로, 또 2016년에는 467명으로 줄어들었는데요.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24.6%에 달하는 정규직 직원을 사실상 ‘구조조정’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계약직(기간제 근로자)의 숫자는 2012년 33명에서 2016년 109명으로 230% 증가했습니다.

 

경방이 이렇게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급격히 늘린 이 기간(2012년~2016년) 최저임금의 평균인상률은 6.9%입니다. 2018년 최저임금의 상승률 16.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이었지요. 그런데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만을 보고 있자면, 마치 경방은 내내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버티고 버티다가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처음’ 구조조정을 야기할만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국내 기업에 끼치는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소상공인·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에 가해지는 이 같은 압박은 생산 기지 해외 이전이나 구조조정, 자동화 설비 도입 등으로 이어져 상당한 규모의 실업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때문에 최저임금의 빠른 상승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버린 계층에 대한 각종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인데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는 경방 김 회장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의 주장은 선동에 가까워 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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