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운동권 회의?’ ‘속옷도 공개?’ 조선일보 최보식의 아무말대잔치청와대가 민정수석실과 청무수석실 등에서 2000여건에 달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건이 발견되었음을 밝힌 이후,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정치 공작을 펼치고 있다’ ‘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다’라는 등의 야권의 주장을 꾸준히 소개해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는지, 20일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는 아예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야비하게 짓밟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여성 대통령 침대가 나왔으니 속옷도 나올 것?
<최보식 칼럼/현재 권력이 죽은 권력을 야비하게 짓밟는 것처럼>(7/20 https://goo.gl/8r8VCh)의 전반부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두 달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방으로 대형 거울에 둘러싸인 방에서 지냈다”는 루머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하며 “더욱 ‘적폐 세력’처럼 보이도록 방치하는 듯한, 풍문이 사실로 굳어지도록 내심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둘째, 그런데 ‘박근혜 침대’에 대해서는 언론사 기자에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역대 정권 이양의 선례에 따르면 되는 것”인데 “이를 ‘고민’으로 포장해 언론에 흘린” 것이다.
셋째, “이제 여성 대통령의 침대까지 나온 마당에, 앞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혹시 떨어뜨린 속옷가지 등도 등장할 수 있겠다”
이렇게 오직 자신의 ‘느낌’만을 근거로, ‘여성 대통령 모욕주기’ 프레임까지 꺼내 들어가며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이전 정권을 망신 주며 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주장을 펼친 최 선임기자는, 곧바로 이 문제를 “요즘 진행 중인 박근혜 시절의 청와대 문건 공개” 건과 엮어내는데요.
주장의 골자는 “청와대 대변인은 대특종을 터뜨리듯” “세세하게 브리핑”하고 “문건 내용을 카메라 앞에 내놓”은 뒤 “사본은 박근혜 재판을 맡고 있는 특검에 증거 자료로 제출”하기까지 했지만 이는 “현행법 위반”이며,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이 문서들은 즉시 봉인해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게 옳았”다는 것입니다.
△ 현 정부가 과거 정권을 야비하게 짓밟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조선일보 최보식칼럼(7/20)
그러나 대통령기록물의 원본이 아닌 사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에서, 법원에 의한 사실조회 및 문서송부 요구에 응하여 관련 문서의 사본을 제공한 청와대를 향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이렇게 과감하게 뒤집어씌워도 되는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운동권 출신 참모’ ‘머리 나쁜 참모’ 인신공격까지
뿐만 아니라 이런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 최 선임기자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11일간 이 문서들을 모두 열람했다. 한때 운동권 출신들이 이를 놓고 어떤 작전을 짰을까, 구수회의를 하는 장면이 상상된다”고 말하거나 “청와대 안에 머리 나쁜 참모들만 있을 리 없을 텐데, 왜 늘 치졸한 수법으로 가뜩이나 울고 싶은 보수를 자극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는데요. 모두 ‘청와대가 치졸한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주장입니다.
이전 정부가 기밀 표시나 기록물 이관을 하지 않고 문건을 방치한 것이 사태의 근본 원인임에도 인신공격까지 해 가며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는 꼴이지요. 속이 상한다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닐 텐데요. 최 선임기자는 본인의 느낌과 사실관계를 분리하여 글을 쓰는 습관을 키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