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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대화하면 망한다?’ ‘북․미와는 외교도 말라?’ 조선의 극단론
등록 2017.07.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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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남북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동시에 제안했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제안으로, 북한이 응한다면 2015년 12월 이후 첫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는 것입니다.


6개 일간지는 18일 관련 보도를 일제히 1면에 배치하며 정부의 제안과 이에 따른 북한의 반응에 큰 관심을 기울였는데요. 북한이 적십자회담보다 군사회담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요구에 따라 군사회담 의제가 추가될 수 있다는 정도의 해석은 매체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반면 정부가 제안을 내놓은 것,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렸는데요.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정부의 제안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며, 북한이 한국 정부의 제안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이번 제의 자체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언제나처럼 전제조건을 달았는데요. 이를테면 동아일보는 ‘구애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고, 중앙일보는 북한의 ‘비핵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6개 일간지 중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조선일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뿐 아니라 김대중 고문까지 앞세워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도 않았는데 지금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굴종’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대화 아니면 대결로 가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대화 제의=저자세’라 비난하면서 상시적 이산가족 상봉은 어떻게 추진하지?
조선일보의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도 대화를 제안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핵을 포기할 때까지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강풍정책’의 논리입니다. 이 같은 논리에는 제재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낼 수 있으나, 대화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각종 제안을 하는 것은 모두 ‘북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이 언제나 동반되는데요.

 

실제 <사설/양보하고 뺨 맞던 남북 대화 쳇바퀴 또 도는가>(7/18 https://goo.gl/gV5Cnw)에서 조선일보는 “지금이 우리가 먼저 저자세라는 모양새까지 취하며 대화에 나서야 할 시점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회담 제안을 자체를 ‘저자세를 취하는 것’이라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알아서 북한이 핵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이런 태도로는 사실상 대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북한이 변하지 않았으니 아직 때가 아니다’와 함께 나오는 주장은 ‘국제사회와 기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위의 사설에서도 조선일보는 “어설픈 남북 대화가 이런 국제사회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우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는데, 이번 조치가 미국과 충분한 교감을 거쳤는지도 궁금하다”고 지적했는데요.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형성되는 국제 기조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북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의 정책 방향과 실행 의지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 조선일보는 북한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며 “북의 이런 요구는 우리 사회 내부를 교란해 응집력 있는 대응을 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주장했는데요. ‘사회 내부 교란’이나 ‘응집력 있는 대응’이라는 불분명한 이유를 들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이 대체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 유지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북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해 극소수 이산가족만 만나게 해왔다”며 “이젠 이런 행사는 과감히 거부하고, 이산가족 상봉이 상시로 이뤄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대체 대화도 협상도 거부하면서 이산가족의 상시 상봉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 와중 “어떤 정권이든 국내 정치적 성과 포장을 위해 남북 대화에 나섰다. 그런 남북 대화로 북핵이 없어지고 평화가 증진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근거 하나 없이 남북 대화의 가치를 폄훼하는 주장 역시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설은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려면 북한 정권의 셈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북한만이 아니라 지구상 어떤 집단도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압박이 없으면 전략적 셈법을 바꾸지 않는다”는 강풍정책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 보이며 마무리되는데요.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고민은커녕, 실패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없는 모습인 것이지요.

 

 

북한․미국과는 외교도 하지 말라? 김대중 고문의 ‘단순 무식한 제안’
이 황당한 사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조선일보는 김대중 고문을 앞세워 재차 ‘대화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칼럼은 아예 제목부터가 <김대중 칼럼/지금은 대화할 때 아니다>(7/18 김대중 고문 https://goo.gl/S8enKt)입니다. 


해당 칼럼에서 김 고문은 “우리는 언제까지 ‘대화’를 하자고 빌다시피 해야 하는가?”라며 앞서 사설에서와 마찬가지로 대화 제의 자체를 일종의 ‘굴종’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김 고문은 대화를 위해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다보면 “대한민국은 완전히 벌거벗은 상태로 무장해제당하고 북한 경제 재건의 밑거름이나 되는 것”이고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경제적 여유와 선진적 생활 여건 등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되는 것이라며 불안감을 부추기기도 했는데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서야, 미사일 발사가 아닌 다른 방식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창구’를 만들어 서로의 요구사항을 조율해보자는 ‘대화 제의’에 이렇게 과도한 해설을 덧붙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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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의 대화를 ‘굴종’으로 치부하며 대결과 제재를 강조한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7/18)

 

심지어 김 고문은 “대화가 아니라면 ‘대결’로 가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 뒤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첫날 재래식 무기로만 한국 쪽에서 6만명이 죽고, 계속될 경우 30만명의 인명 피해가 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뉴욕타임스). 전문가들은 한국 측의 방어 전략에 대해선 ‘뾰족한 수가 없다’고 진단”했음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참혹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내용의 뉴욕타임스 보도를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공포감을 부추기는 용도’로 활용한 셈입니다.


칼럼은 결국 “남의 신세나 지는, ‘제 것이라고는 없는’ 지금” “이 상태로는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안고 대화로 갈 수 없”으니 “북한이나 미국을 상대로 ‘외교’”를 하지 말고 “우리의 국방력을 기르는 일에 정진”하며 “외교는 중국이나 일본을 상대로 갈고 닦아야 한다”는 괴상한 결론으로 마무리되는데요. 국방력 강화와 함께 상황에 따라 제재와 대화, 외교적 노력이 장기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대북 문제를, 그야말로 ‘단순 무식’하게 ‘해결’해야 한다 요구하고 있는 꼴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도와주고 있으니 미국을 상대로는 외교를 하지 말라’는 요구야 말로 ‘굴종’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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