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탄핵은 법률적 결정일 뿐? ‘촛불’을 지우고 싶은 조선촛불이 이끌어낸 이번 조기 대선에서 촛불 의제 실천을 약속하여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공공연하게 이번 정부가 ‘촛불의 힘’으로 출범하게 되었으며, 자신이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 D.C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는 “촛불혁명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출발점”이며 “그 요구에 화답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나의 책무”임을 재차 언급했지요.
그런데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위원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박정훈 칼럼/“이게 정부냐”고 한다>(7/14 박정훈 논설위원 https://goo.gl/dRDvUk)에서 박 논설위원은 문 대통령이 “촛불 세력에 빚졌다는 생각을 감추지 않는다”며 “촛불이 정권 교체를 이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사실 착오”라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은 “탄핵은 촛불 세력의 투쟁으로 얻은 것이 아니”고 “헌법재판소가 내린 법률적 결정일 뿐”이라는 것인데요.
△ 탄핵을 이끈 것은 촛불이 아닌 헌법재판소라고 주장한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위원(7/14)
칼럼은 첫 문장에서부터 “사설 검문소를 차려 사드 부대를 봉쇄한 성주 사태를 보며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고 탄식했다. 사실 ‘이게 정부냐’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국가 정책에 저항하는 세력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불법을 방치하고 스스로 기능을 마비시키는 정부는 세상에 없다. 나라가 잘못된 게 아니라 비겁한 정부가 문제다. 이런 정부를 믿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답답한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이어 박 위원은 칼럼 하나에 주한 미군 2사단을 위한 콘서트가 무산된 것부터 시작해서 노동자 농성, 탈원전 정책, 최저임금 인상논의, 심지어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를 통합까지 골고루 비판했는데요.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문재인 정부가 촛불로 탄생했다는 “부채 의식이 모든 상황의 근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 우겼습니다. 박 위원은 현 상황이 “민노총과 전교조, 좌파·반미 세력이 빚 갚으라 채근하고, 정부는 끌려가고 있”는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지요.
본인의 과거 정권 추억이나 지우길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사안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은 문 대통령이 아닌 박 논설위원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촛불로 대변되는 여론이 아니었다면, 과연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을까요? 초기 개헌론 등을 논의하며 소극적 행보를 보여 온 정치권의 인식을 바꾸고 그들을 움직인 것은 광장의 촛불 민심이었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고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의제를 제시한 것 역시 촛불 민심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박 논설위원은 자신이나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일부 인사들의 주장을 마치 국민 대다수의 생각인양 “사람들이 여전히 ‘이게 나라냐’고 한다. 뭐가 달라졌느냐고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최저임금 54% 인상” “느닷없는 탈원전 선언” “코레일과 수서고속철도 통합” “성과급 폐지”에 “정치 노조와 맹목적 반미 세력”의 “폭주를 방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80%에 달합니다. 박 논설위원은 “다가올 5년을 봐야 할 대통령이 지나간 촛불의 추억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과거 정권의 추억에 갇혀 있는 것은 박 논설위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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