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국정원 적폐청산 시도에 ‘다음 정권에서 이것도 조사’할 것이라는 조선11일 국가정보원이 자체 적폐청산TF에서 조사할 13개 항목을 확정해 공개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부터 민간인 사찰 의혹, 국정원 댓글 사건까지, 주로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불거진 국정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 의혹들이 포함되었는데요.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개혁활동과 관련해 실시한 내부조사 응답 국정원 직원의 80%가 적폐청산 TF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조사에 협력하겠다는 응답도 78%에 달했다고 합니다.
12일 6개 일간지는 일제히 관련보도를 지면에 내놓았는데요. 조선일보와 한겨레, 한국일보는 이를 1면에 배치하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보도 논조는 크게 달랐습니다.
조선, 지난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으로 치부
가장 황당한 보도를 내놓은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국정원의 적폐 조사 방침 발표 이후, 자유한국당은 국정원이 지목한 적폐의 내용이 특정 정권에서 일어난 일로 한정돼 있다며, 이를 전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성 조치로 규정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생각하기에 댓글 조작 사건 등에 준하는 국정원의 정치 중립 위반 사안이 다른 정권에서도 있었다면, 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하면 될 일입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역시 TF 활동 방향에 대해 “꼭 봐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자유한국당 측의 주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동조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를테면 1면 <팔면봉>(7/12 https://goo.gl/63CHJH)은 “국정원, 지난 정권 정치적 논란 13건 조사하겠다고. 다음 정권에선 그 조사가 조사받을 확률 100%”라고 말했습니다. 국정원 자체 적폐청산 조사가 심각한 정치적 편향성을 띄고 있다고 강조하며 비아냥거린 셈입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 과거 캐기를 1순위로… 북ICBM은 평가절하>(7/12 양승식․최연진 기자 https://goo.gl/RfpxZB)에서도 이번 조사를 ‘국정원 과거 캐기’라 폄하하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을 상세히 전달했는데요. 기사에서는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주장은 실명과 함께 400여자로 전달되고 있으나,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의 주장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분량도 야당 의원 주장의 절반인 175자 수준입니다.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 주장 |
정보위 소속 여당 의원들 주장 |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보고에 즉각 반발했다. |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아직 적폐 청산 TF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만큼 현 단계에선 더 강하게 조사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서 원장이 정치 개입을 안 하려고 적폐를 청산하려 한다 했는데, 결국 정치에 휘말리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정권이 바뀌었다고 전 정권을 겨냥한 조사를 하는 것은 정치 개입이며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
여당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정한 13개 조사 대상은 최소한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향후 국정원이 재량에 따라 조사 대상을 더 넓힐 수도 있다”고 했다. |
한국당 소속 간사인 이완영 의원과 서청원 의원 등이 나서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사건은 왜 하지 않느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고, “지난 좌파 정권 당시 좌파 단체를 지원해준 것도 많은데 이런 것은 그냥 넘기려 하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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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권 당시 국정원 직원 580명을 해고한 것과 지금 개혁의 차이가 무엇이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국정원 관련 게이트들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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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국정원 과거 캐기를 1순위로… 북ICBM은 평가절하>(7/12) 보도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국정원이 북한 주장 반박했다고 ‘시비’도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날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성공을 발표한 것을 두고 “미사일이 ICBM급 사거리를 가졌지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잠정 평가를 내놓았는데요. 조선일보는 이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새 정부의 국정원’이 북한의 기술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 마냥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당혹스러운 것은 6면 머리기사인 <국정원 과거 캐기를 1순위로… 북ICBM은 평가절하>은 보도 제목에서부터 국정원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평가절하’한 것처럼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이 기사에는 북한의 ICBM과 관련한 이야기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굳이 찾아보자면 기사에 첨부된 사진 설명에 “서훈(가운데) 국가정보원장이 1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등 최근 안보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국회 정보위에 출석,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부이지요.
△ 북 ICBM 관련 내용도 없는 보도에
국정원이 북 ICBM을 평가절하 했다는 제목을 붙여 놓은 조선(7/12)
이와 관련한 내용은 같은 지면 하단에 배치된 <“北미사일, ICBM급 사거리… 초기수준 비행시험”>(7/12 김진명 기자 https://goo.gl/dsibQy)에서 다루고 있는데요. 이 기사는 “지난 정부 국정원에 비해 전반적으로 북한 미사일과 핵 개발 위협에 대한 표현 수위를 낮추는 모습”이라는 “야당 의원”의 주장을 크게 부각하며 “북한의 미사일이 실제 타격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강조하는 것은 지난 정부 당시 국정원 태도와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조선일보는 국정원이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실제 기술력의 한계를 짚어냈다고 ‘화’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국정원의 해당 발표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인 매체는 조선일보가 유일했습니다.
국정원 SNS 장악 문건에는 이명박 측 변명 덧붙여
심지어 조선일보는 최근 세계일보가 보도한 국정원 SNS 장악 문건에 대해서도 별도 보도를 내놓지 않고 <국정원 과거 캐기를 1순위로… 북ICBM은 평가절하> 내에 짧게 언급하는 수준으로 넘어가고 있는데요. 조선일보가 요약한 세계일보의 보도 내용은 “‘국정원이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직후 2012년 총선·대선을 대비하기 위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가 전부입니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바로 이 뒤에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6년 전 일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겠느냐’면서도 ‘정치 공작이며 보복’이라고 했다”는, 익명의 이명박 정부 인사의 부실하기 짝이 없는 변명을 그대로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신문의 보도는 어땠을까요?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경우 자유한국당 등 정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 전달에 그친 만큼 조선일보만큼 노골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일보의 경우 <MB·朴정권 때 정치 개입 의혹들 실체 밝힌다>(7/12 김영화 기자 https://goo.gl/SMDVMG)에서 “조사 대상 가운데는 대선 때 핵심 쟁점이 됐던 민감한 정치 이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고 대부분 현 집권층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사건들이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정치 보복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는 화약고라는 관측이 많다”는 정도의 관측을 붙여 놓는 선에 그쳤습니다.
한겨레 역시 “적폐청산 티에프의 ‘과거사’ 조사 방침을 놓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우려에 서 원장은 ‘(그런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서 조사를 진행하겠다. 이 건 외에도 꼭 봐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정부에 상관없이 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며 초점을 야당 의원들이 아닌 서훈 원장의 답변에 맞추어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아예 <사설/야당 사찰한 이명박 국정원, 그 추악함이 또 드러났다>(7/12 https://goo.gl/S1p4Xy)을 내놓고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지만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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