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천상여자’, ‘군대 가야 진짜 남자’… 종편은 지금 조선시대?
등록 2017.07.04 19:01
조회 811

2015년,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30석 내각에 여성 장관 15명을 등용하며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습니다. 내각 공식 출범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를 묻는 말에 트뤼도 총리는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라고 대답했고, 현장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과 함께 총리의 발언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방송 역시 시대가 진일보함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앞장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종편의 성차별적 발언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종편에서 나온 문제 발언을 모아봤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서 제 30조(양성평등)조항을 보다 구체화 체계화 했습니다. 방심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방송 및 온라인 콘텐츠를 통한 특정 성 혐오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특정 성을 혐오적으로 묘사․왜곡하는 경우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고 △현행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따라 특정 성을 다른 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다루거나 객관적 근거 없이 특정 성의 외모 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내용 등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의 의미를 구체화했으며 △성폭력, 성희롱 또는 성매매 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방송내용, 그 과정을 지나치게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선정적으로 재연하는 방송내용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성에 대한 편견과 성차별적 발언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하며, 이런 문제의식이 심의규정 개정으로까지 이어진 것이 2017년 현실입니다. 그러나 종편에서는 이와 전혀 상관없이 2017년 종편의 시계는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종편에서 어떤 성차별적 발언들이 오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MBN <뉴스&이슈>, ‘여자로서의 본분’을 말하다

성차별적 발언이 가장 많이 등장한 프로그램은 MBN <뉴스&이슈>인데요. 그중에서도 백현주 동아방송예술대 초빙교수의 문제 발언이 두드러졌습니다.

MBN <뉴스&이슈>(6/27)에서 이국주 씨를 주제로 김은혜 진행자와 백현주 씨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은혜 씨가 ‘예뻐 보이고 싶다는 부분으로 자신의 여성성과 관련해서 이야기한 부분도 있냐’고 질문하자, 백현주 씨는 “남자친구한테도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말라고 얘기를 했던 적도 있었다고 하니까 예전에 연예할 시절에. 여자로서의 본분에 대해서도 항상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남자친구한테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 ‘여자로서의 본분’이라는 말인가요? 너무 황당한 발언이었습니다.

백현주 씨의 성차별적 발언은 이전부터 계속되고 있었는데요, MBN <뉴스&이슈>(6/19)에서는 이유리 씨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부모님이 안 된다고 했는데 결혼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프러포즈해서 결혼한 남편이다 보니까 지극정성하고 싶은데 활동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집에 냉장고가 5개라는 일화가 왜 전해진 거냐 하면 촬영하는 동안 남편 속옷이 떨어진 적도 있었대요. 그래서 먹을 거를 장만해놔야 하는데 어떻게 하다가 나중에는 한 6개월 치를 해서 냉동고에다가 육수 같은 것도 넣어놓고 재료 같은 것도 다 넣어놓고 남편 속옷도 한 150벌 정도 사다 놓고 이렇게 하면서 남편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하면서 일을 하려고 그렇게 지극정성 해바라기 내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전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이야기 끝에 김은혜 씨 역시 “결혼한 지 7년차 아직도 마치 연애하는 것처럼 이렇게 꼼꼼히 챙기기가 참 쉽지가 않은데요”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때 자료화면에는 <‘국민 악녀’ 이유리, 남편에겐 ‘특급 내조’>라는 자막이 등장했습니다.

 

06월19일_170100_3_MBN_뉴스&이슈_2_뉴스와이드_1.ts_20170704_094733.629.jpg

△ MBN <뉴스&이슈>(6/19) 화면 갈무리

 

같은 날 백현주 씨는 ‘한국 토종 여인’이라는 말까지 사용했습니다. 백 씨는 남편의 병간호를 극진히 했다는 윤소정 씨에 대해 “윤소정 씨 하면 굉장히 도시적이기도 하고 또 세 보이기도 하고 이렇기 때문에 겉모습만 봤을 때,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남편이 어딘가 아프다고 그러면 ‘나 모르겠어’라고 할 것 같지만 굉장히 지극히 한국의 토종 여인의 모습을 갖춘 분이 이분이 아닐까 싶은데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백현주 씨가 생각하는 ‘한국 토종 여인의 모습’과 ‘여자로서의 본분’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발언이었습니다.

 

백현주 발언 모음.jpg

△ MBN <뉴스&이슈> 출연자 백현주 씨의 발언 모음 Ⓒ민주언론시민연합

 

여성을 출산의 도구처럼 언급하는 무례함까지

MBN <뉴스BIG5>(6/16)에서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취급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성원 진행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라며 배우 김성령 씨가 아들을 낳고 남편에게 1억 원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언론에서 회자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그런데 MBN은 이것이 대단한 미덕이라도 되는 양 언급했습니다.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그러니까 어떻게 남편이 애 낳을 때마다 1억 원씩 줬다고 하잖아요. 남편이 굉장히 어떻게 보면 전략적인 거 아니에요?”, “애는 많이 낳고 싶은데 부인이 싫어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인센티브로 1억 원을 준 거죠”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어 윤영걸 씨는 “와이프한테 1억 원 준다고 해서 그 돈이 어디 갑니까? 다 집 안에 있는 돈이죠. 그러니까 머리를 남편이 잘 쓴 거죠”라며 ‘인센티브’를 준 남편의 기지를 칭찬했습니다. 돈 줄 테니까 아이를 낳으라는 식의 태도를 비판하기는커녕 진행자와 출연자가 함께 이를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풀어나간 것입니다.

 

06월16일_150049_3_MBN_뉴스BIG5_2.ts_20170704_154033.285.jpg

△ MBN <뉴스BIG5>(6/16) 화면 갈무리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윤영걸 씨는 ‘제가 아는 어느 회장님은 며느리하고 사위 다 앉혀 놓고 아이 하나 낳을 때마다 1억 원씩 주겠다고 했다’며 문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윤 씨는 “어차피 재산 한 30억 원 넘으면 상속세 한 40% 내잖아요. 그러느니 아이들 낳을 때마다 1억 원씩 주는 걸로 해서 그래서 애들을 손자들을 각자 집에서 3명씩 이렇게 낳았다고 자랑하더라고요”라며 상속세를 내느니 그 돈을 며느리한테 줘서 애를 낳게 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윤 씨는 ‘그렇게 해서라도 출산율을 우리나라가 높이는 게, 어떻게 보면 저게 애국하는 길’이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들에게 돈을 줘서라도 애를 낳게 하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여성이 출산을 꺼리는 수많은 사회적 배경은 제쳐둔 채, ‘인센티브’를 운운하는 윤 씨의 발언은 저열함을 넘어선,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의 것이었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 “아내가 있어야 좀 밥도 해줄 수 있고…”

MBN <뉴스&이슈>(6/15)에서는 김은혜 진행자가 “남성분들은, 자기 손으로 세탁기 돌리기 힘든 분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졸혼하자’ 라고 하면 긴장감이 돌지 않나요?”라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이웅혁 건국대 교수는 “사실은 옆에 이른바 아내가 있어야 좀 심부름 같은 것도 도와줄 수도 있고 밥도 좀 해줄 수 있고 이것은 계속 좀 유지하고 싶은 것이죠”라고 답했습니다. 아내를 ‘밥 하고 빨래하는 존재’로밖에 바라보지 않는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 것입니다.

이웅혁 씨는 계속해서 “졸혼을 한다고 한다면 혼인 자체가 일단은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렇게 보조해 주고 이른바 가부장적인 이 위치를 인정받는 것도 결국 함께 박탈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다 보니까 중년의 남성의 입장에서는 상당 부분 위협감과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이제 그 이혼이라든가 사회적인 체면에서 소위 말해서 황혼 이후에 헤어지는 것을 상당히 편리하게 포장하려고 하는 이와 같은 현상으로 지금 현대사회의 씁쓸한 단면이 되지 않을까… 오히려 예쁘게 늙어가고 오히려 영원히 하나의 약속을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입장에서의 서로 간의 교류, 공감. 이것이 아쉬운 저는 상황이라고 많이 생각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웅혁 씨가 생각하는 ‘하나의 약속’은 평생 밥 해주고 빨래해주겠다는 의미인 걸까요?

 

룸살롱이 일하러 가는 곳?

MBN <뉴스&이슈>(6/26)에서는 ‘룸살롱’까지 등장했습니다. 최민수 씨 부부가 룸살롱에 같이 간 사건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홍종선 연예전문기자는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라, 강남에 있는 룸살롱이란 룸살롱은 다 섭렵할 정도로 다녔다고 하고요”라고 말하며, “최민수 씨 정말 독특한 것 같아요. '내가 가서 다른 짓 안 할게'라고 이걸 얘기하기보다 그냥 부인을 계속 데리고 다닌 거예요. 그래서 부인하고 동반해서 (웃음) 룸살롱을 다 섭렵했다고 합니다”라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룸살롱이 일종의 남성들의 '문화'인 것처럼 방송에서 가십거리로 아무렇지 않게 노출되는 행태를 언제까지 보아야 할까요. 게다가 홍종선 씨는 “신혼 때 얘기고 지금은 이제 룸살롱이 뭐 하는 데인지 알기 때문에, 남편이 편안하게 친구분들 만나라고… 또 일하러 만나는 거니까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라며 얼토당토않은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룸살롱은 일하러 가는 곳이 아닐뿐더러, 이를 두고 방송에서 ‘일하러 가는 것’이라고 옹호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06월26일_170047_3_MBN_뉴스&이슈_2_뉴스와이드_1.ts_20170704_124449.699.jpg

△ MBN <뉴스&이슈>(6/26) 화면 갈무리

 

TV조선 문승진,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진정한 남자”

MBN에만 성차별적 발언이 등장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27)에서는 연예인들의 병역 문제가 화두에 올랐는데, 여러 유명 인사들의 병역 논란 사례를 보도한 뒤, ‘정상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의 호응이 커졌다’는 김묘성 기자의 말을 정리하며 문승진 진행자가 덧붙인 발언이 문제가 됐습니다. 다음 소식으로 넘어가기 전, 문승진 씨는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진정한 남자가 됩니다. 그러니까 군대 꼭 가시기 바라고요”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남성성’에 특수한 요건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될 일인 데다가, 군대와 ‘남자’ 혹은 ‘남성성’을 연관시키는 발언은 신체적·정신적 사유 혹은 경제적 문제로 군대에 가지 못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발언이기도 합니다.

 

06월27일_160100_4_TV조선_보도본부_2.ts_20170704_095004.657.jpg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27) 화면 갈무리

 

꼭 발언이 아니더라도, 적절하지 않은 단어 사용이 문제인 경우도 많습니다. 6월 12일에 발표한 민언련의 종편 모니터보고서 <종편의 성희롱 사건 토크는 2차가해 수준>(https://bit.ly/2tDYCdd)에서 지적했듯이, 모든 방송사에서 호식이치킨 회장의 성추행 사건을 보도하며 ‘여직원’, ‘여비서’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고소녀’, ‘완판녀’, ‘노처녀’ 등 여성을 ‘OO녀’라고 지칭하거나, ‘천상여자’, ‘여성의 적은 여성’과 같이 잘못된 성별 고정관념을 담고 있는 단어들을 비판의식 없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종편의 성차별적 문제발언 중 일부.jpg

△ 종편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담은 발언 중 일부(5/30~6/30)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 보고서에 담긴 방송내용들은 사실 거의 모두가 방송심의규정 제 30조(양성평등)의 ①항부터 ③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관련조항을 모두 짚어보겠습니다. ①항은 “방송은 양성을 균형있고 평등하게 묘사하여야 하며, 성차별적인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입니다. ②항은 “방송은 특정 성(性)을 부정적, 희화적, 혐오적으로 묘사하거나 왜곡하여서는 아니된다”입니다. ③항은 “방송은 특정 성을 다른 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다루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특정 성의 외모, 성격, 역할 등을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하여서는 아니 된다”입니다. 이런 상식적인 수준의 규정을 그들은 혹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30일~6월 30일 채널A, MBN, TV조선의 4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monitor_20170704_29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