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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검증’의 탈을 쓴 ‘묻지마 의혹 공세’
등록 2017.06.1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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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문재인 정부 조각에 첫 낙마자가 발생했습니다. 안 후보자는 여성관 논란, 불법 혼인신고 등 기존 후보자들보다 수위가 높은 의혹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혼인신고 문제의 경우 명백한 불법 행위임이 드러나면서 결정타가 됐습니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추가 인선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언론과 야권이 집중 공세를 퍼부었던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임명이 됐고,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는 28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언론은 새 정부 인사가 진행될 때마다 도덕성 관련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촉각을 잔뜩 곤두세운 모양새입니다. 정책 검증을 배제한 채 지나치게 선정적인 의혹에 집착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일부 의혹 보도는 근거가 너무 허술해 ‘묻지마 공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보훈자 자녀 가산점도 ‘특혜 의혹’? ‘특혜 채용 의혹’의 기준이 뭔가
TV조선은 16일,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자녀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근거 없이 정황상의 의심만으로 보도를 냈습니다. TV조선 <단독/국방부 산하기관 ‘취업 특혜’ 의혹>(6/16 https://bit.ly/2sIUKqQ)은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가 해군참모총장으로 근무하던 때 송 후보자의 딸이 국방부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에 취업했”는데 “아버지 후광을 본게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TV조선이 이 의혹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송 후보자의 딸이 “1차 서류 심사에서 국가보훈자의 자녀에게 주는 5% 가산점을 받아 9등으로 통과”했고 “2차 면접 심사에서도 원래는 3등이었지만 다시 가산점을 받아 2등으로 합격”했다는 겁니다. “송 씨에 밀린 2등 지원자도 함께 합격”시켜 “채용인원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것”도 ‘특혜 채용’이 의심되는 정황으로 지목했습니다. 여기다 “아버님이 참모총장인지 뻔히 아는데 과연 공정한 심사가 됐겠느냐”는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의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이는 ‘심증’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고 할 수 있는 ‘부실 보도’입니다. TV조선 스스로 보도했듯 “송 후보자는 당시 군에서 30년 이상 근속해 국가보훈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자녀가 채용 과정에서 국가보훈자 가산점을 받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국가보훈자 가산점은 법으로 규정한 우대 조건입니다. TV조선은 ‘채용인원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것’까지 의심했지만 이것도 트집을 놓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송 후보자의 영향력 때문에 국방과학연구소가 채용인원을 늘려 억지로 송 후보자 딸을 합격시킨 것처럼 묘사했지만 직접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런 의혹에 대해 “2008년 당시 채용규모가 44명이었는데 연구소 최종 입소 인원은 49명이었다. 각 분과마다 경쟁률이 높고 우수한 인력이 있을 경우 분과별로 건의해서 추가로 더 채용했다”고 16일에 이미 해명했습니다. 송 후보자 딸이 지원한 분야 뿐 아니라 전체 채용에서 채용규모가 커졌다는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해명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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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무 장관 후보자의 ‘특혜 채용 의혹’ 제기한 TV조선(6/16)

 

MBN도 증거 없이 의심만으로 ‘특혜 채용 의혹’ 제기
MBN도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직접적 근거 없이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 대상은 송영무 후보자가 아니라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였습니다. MBN <친분으로 남편 특혜 채용 의혹>(6/16 https://bit.ly/2rB4y6B)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지자체장의 산하기관에 남편을 특혜 채용시킨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김은경 후보자의 남편이 노원구서비스공단에서 “지난해 계약직 근로자로 채용됐고, 계약기간이 끝나고서 지난달 다시 고용됐”는데, “김성환 노원구청장과 김 후보자가 과거 10년 이상 함께 근무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됐”다는 겁니다. 그 근거는 “해당 공단이 노원구청 산하기관인 만큼 김 후보자와 구청장의 친분이 후보자의 남편 채용에 도움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정황’뿐입니다. MBN은 여기다 “김 후보자가 대표로 있는 '지속가능성센터 지우'가 특정 정당으로부터 일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는데요. 이는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겁니다. 임 의원은 “'지우'가 연구용역을 맺은 지자체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곳이며, 상당수는 경쟁 계약이 아닌 수의계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역시 불법이나 탈법을 증명하는 근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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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경 장관 후보자 관련 특혜 채용 의혹 제기한 MBN(6/16)

 

‘묻지마 의혹 공세’, 언론의 무분별한 ‘야권 받아쓰기’가 문제
‘특혜 의혹’을 제기하려면 대가성 지불과 외압 등 직접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최소한 그와 관련된 내부자 증언이라도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과 MBN은 아무런 근거 없이 단지 정황과 의심만으로 매우 자극적인 보도를 냈습니다. 심지어 TV조선은 ‘단독’까지 붙였습니다. 이런 부실 보도는 언론이 야권 발 의혹 제기를 무분별하게 받아쓰는 행태에서 비롯됩니다. 실제로 TV조선과 MBN이 제기한 특혜 채용 의혹은 모두 야권에서 먼저 나온 겁니다. TV조선이 보도한 송영무 후보자의 특혜 채용 의혹은 16일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제기했고 이를 연합뉴스 등 타 매체도 모두 보도했습니다. MBN이 보도한 김은경 후보자의 특혜 채용 의혹은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이 16일 제기했습니다. 당일 야권에서 나온 의혹을 방송사들이 곧바로 저녁에 보도하면서 확대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언론은 특정 정당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철저히 검증하여 사실일 때만 보도해야 하고 근거가 부실할 땐 오히려 의혹 제기 당사자를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특히 새 정부의 초기 인선이라는 중대 사안에서 특정 후보자의 이름이 거론되는 폭로성 주장의 경우 더욱 엄밀한 ‘팩트체킹’이 요구됩니다. TV조선과 MBN은 이런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근거가 부족한 의혹을 유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6~1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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