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이번엔 ‘비정규직 제로’ 왜곡한 TV조선…거짓 보도 멈춰야
등록 2017.05.17 17:01
조회 1550

16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또 TV조선의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가 두드러졌습니다. TV조선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재조사를 지시하자 ‘세월호 조사는 끝났다’며 세월호를 ‘새 날을 더럽히는 과거’에 비유했죠. 14일에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달을 건지려고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이태백 전설에 비유했습니다. 16일에는 그러한 협박성 비유가 아닌 전형적인 왜곡 보도의 형식으로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훼방을 놓았습니다. 
한편 박근혜 정부가 인수인계 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아 청와대 기록물을 임의로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SBS는 이를 보도하면서 ‘지정기록물 비율’을 잘못 표기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TV조선은 이 사안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논란을 끌어와 본질을 흐렸습니다. 

 

1. 대통령이 노동계에 ‘쓴소리’? ‘정부-노동자 이간질’ 나선 TV조선
TV조선 <정규직 전환으로 임금 깎일 수도>(5/16 https://bit.ly/2qqabCA)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행보를 재조명한 보도입니다. 그런데 보도 제목부터 왜곡입니다. TV조선은 정규직 전환이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조했는데요. 리포트의 중심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에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고 하지 말라고 쓴소리를 했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마치 문 대통령이 ‘정규직 전환 시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 당시 노동자들과의 대화와 문 대통령 공약, 그 어디에도 ‘정규직 전환 시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이는 ‘비정규직 제로’와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를 약속한 문 대통령을, 노동계와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정규직 전환 시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 쓴소리 한 것처럼 묘사
TV조선은 보도를 시작하면서 “인천 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노동계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고 하지 말라’며 쓴소리도 했”다면서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을 동시에 하긴 힘들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문 대통령의 쓴소리’라면서 “우리 노동자들께서도 뭐 한꺼번에 막 다 이렇게 받아내려고는 하지 마시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이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윤동빈 기자는 “고용안정과 임금상승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힘들다는 것”이라 재차 강조했고 “민주노총 등에서 정규직 전환 이외의 다른 약속을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차근 차근 해나가자고 선을 그었”다고도 했습니다. 여기다 다시 “노동시간이 단축되거나 하게 되면 노동자들도 그동안 초과 노동수당으로 유지해 왔던 그런 임금들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라는 문 대통령 발언을 덧붙여 ‘쓴소리’ 사례를 추가했습니다. 

 

이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에 들어간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일부 직군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는데요. TV조선은 여기서 “다른 곳도 비슷”하다며 느닷없이 “(정규직 전환 시) 학교가 제시하고 있는 금액대로라면 지금 받고 있는 금액에서 적게는 25%, 많게는 44%까지 임금을 깎아야 됩니다”라고 서울대학교에 항의하는 송혜련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대표의 모습을 잘라 붙였습니다.

 

K-001.jpg

△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노동자에 ‘쓴소리’ 했다는 TV조선(5/16)
 

처음부터 끝까지 왜곡…‘발목잡기’ 이전에 ‘반저널리즘’ 심각
TV조선의 이 보도는 사실관계를 완전히 왜곡하면서 ‘정규직 전환 시 임금 삭감’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꾸며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금 삭감’의 책임을 전가한 것일 뿐 아니라, 기본적인 언론 윤리를 위반한 행태입니다.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대화에서 ‘쓴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규직 전환 시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말은 더더욱 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이 문 대통령의 ‘쓴소리’로 인용한 두 가지 발언이 나온 배경을 보면 이렇습니다. 


12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대담 도중 민주노총 박대성 인천공항 지부장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뀐다고 끝이 아니다. 정규직 됐다고 모든 사람이 다 정규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약속을 받고 싶다. 정부,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같이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테이블을 만들어 달라”며 돌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나가고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기업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기존의 임금 구조를 그대로 가져간 채 노동 시간을 단축한다면 그동안 초과 수당으로 유지해왔던 임금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노사정이 함께 고통 분담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TV조선이 인용한 ‘노동자들께서도 한꺼번에 다 받아내려 하지 마시고’라는 발언은 바로 이 말 다음에 나왔습니다. 즉 문 대통령은 임금 삭감의 가능성이 ‘정규직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노동 시간 단축’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한 것이고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만큼 ‘차근차근’ 함께 해나가자는 취지로 답변한 겁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절반수준”이라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확실하게 바로잡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문 대통령 발언을 ‘노동계 요구에 선을 그은 것’, ‘정규직화에 돌입한 인천공항에서도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얘기’로 보도해버렸습니다. 명백한 왜곡입니다. 12일 인천공항 대담에 참여했던 민주노총 등 노동자들도 문 대통령의 발언을 ‘쓴소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은 “분위기가 좋았다”다면서 문 대통령 방문 이후 민주노총 인천공항지부의 가입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비학생 조교 파업 또 다시 끌고 와 ‘프레임 왜곡’에 이용
TV조선이 인천공항 상황과 전혀 관련이 없는 서울대 비학생조교의 항의 발언을 갖다 붙인 것도 억지스러운 보도 구성입니다. 서울대 비학생조교가 정규직 전환시 임금이 삭감된다고 항의한 것은 문 대통령과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대학교 측은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2년으로 제한한 기간제법을 위반했고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무기계약직 전환에 급하게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임금 삭감 △고용 주체 총장에서 기관장으로 전환 △사학연금에서 국민연금으로 전환 등 무리한 요구를 했습니다. 비학생조교 노동자들은 이 때문에 서울대에 항의하는 것입니다. TV조선은 15일에도 이런 배경을 누락한 채 서울대 비학생조교와 서울대의 갈등만 부각하더니 이번엔 아예 ‘정규직 전환은 임금 삭감을 야기한다’는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비학생조교 노동자들을 이용했습니다.
 
2. 노무현 정부도 ‘기록물 인계 논란’? TV조선의 ‘물타기’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자료 임의 폐기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JTBC가 14일부터 보도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인수인계 받은 청와대 자료는 단순 공지사항이나 회의실 예약 내역 등 기초적인 자료에 불과해 당장 필요한 현안 자료는 물론, 사드 배치 협정, 위안부 합의 관련 자료, 국정농단 사건 자료 등 핵심 자료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때문에 황교안 총리가 일부 자료를 지정기록물로 봉인하는 동시에 중요 자료들을 임의로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TV조선, 노 전 대통령 기록물 논란으로 ‘물타기’
14~15일에는 JTBC만 이 사안을 보도했는데요. 16일에는 SBS‧TV조선‧MBN도 보도를 냈습니다. 이 중 TV조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청와대 기록물 인계 논란이 있었다’는 식으로 본질을 흐렸습니다. 


TV조선 <“박 정부로부터 받은 기록물 없다”>(5/16 https://bit.ly/2pT3FS1)는 “자료들을 확인해 봤는데 하드웨어는 비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대통령 기록물이 제대로 이관됐는지 불법 폐기는 없었는지 꼼꼼히 살펴 보겠다”는 현 청와대 입장과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부속 자료는 삭제할 수 있다”는 박근혜 청와대 입장을 나열했습니다. 이어서 “청와대에선 정권 교체기마다 기록물 인계 논란이 벌어졌”다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 사본을 봉하마을로 가져가 논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봉하마을 이전 논란’은 박근혜 정부의 자료 폐기 논란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대통령 기록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것도 노무현 정부이고 관리 시스템인 ‘e지원’을 만든 것도 노무현 정부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법과 시스템에 따라 퇴임 후 기록물 중 군사외교통일 및 대내외 경제정책 등 핵심 자료를 지정기록물로 봉인하고 여타 자료의 일부를 봉하마을로 가져갔는데요. 후임인 이명박 정부가 ‘자료 유출’이라며 반발하자 2008년 7월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반납했습니다. ‘기록물 무단 폐기 의혹’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달리 기록을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노력했고 봉하마을로 가져간 자료도 반납한 겁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자료 임의 폐기 의혹’, SBS의 ‘자막 오류’
SBS는 TV조선처럼 엉뚱한 논란을 끌어오지는 않았으나 황당한 실수를 했습니다. SBS <“넘겨받은 자료 없다” 조사 착수 시사>(5/16 https://bit.ly/2pIpvMd)에서 기자가 “열람이 제한되는 지정기록물의 비율은 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도 훨씬 낮다고 강조했습니다”라고 말할 때, 화면에는 ‘대통령기록물 중 지정기록물 비율’ 그래픽이 나왔습니다. SBS는 ‘17대 노무현 2.37%,  18대 박근혜 1.84%’라고 표기했습니다. 이는 노무현이 이명박으로 잘못 표기된 것입니다. 실제로는 17대 이명박 정부 당시 비율이 2.37%였습니다. 16대 노무현 정부의 비율은 4.1%였습니다. 


SBS 보도가 아쉬운 점은 단지 자막실수를 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보도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공개 브리핑에서 청와대 컴퓨터를 확인한 결과 하드웨어 상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밝”힌 현 청와대의 입장을 먼저 전했습니다. 이어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의 “공공기록물 관리법 시행령에 자료를 이관한 뒤에는 서버를 다 물리적으로 지우게 돼 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열람이 제한되는 지정기록물의 비율은 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도 훨씬 낮다”는 반박을 덧붙인 단순한 기계적 중립 보도입니다.

 

2.jpg

△이명박 정부의 지정기록물 비율을 노무현 정부로 잘못 표기한 SBS(5/16)

 

양측의 입장을 골고루 담아 ‘기계적 중립’을 맞춘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보도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정보와 확인이 전혀 없습니다. 현 청와대 입장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의 반박을 그대로 받아썼을 뿐입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의 “열람이 제한되는 지정기록물의 비율은 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도 훨씬 낮다”는 주장이 합당한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것이 이번 논란의 해명이나 반박이 될 수 있는지 전혀 살펴보지 않은 겁니다.


실제 ‘지정기록물 비율’은 현재 논란이 되는 자료 폐기 의혹의 반박이 되기 어렵습니다. 처음 이 논란을 보도한 JTBC <전자시스템 미활용? 아니면 자료 폐기?>(5/14 https://bit.ly/2qmE1YC)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이지원’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했”고 “박근혜 정부 땐 ‘위민 시스템’이 ‘이지원’을 대체한 건데, 새 정부에서 확인해보니 이 시스템 안에 남아있는 건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기록물을 무단으로 폐기했거나 지정기록물로 무더기 봉인했을 가능성 등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즉 박근혜 정부는 아예 청와대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지정기록물 지정과 상관없이 무단으로 자료를 삭제 또는 폐기했을 가능성이 의혹의 핵심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지정기록물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남길 기록이 없었거나 이미 임의 삭제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SBS는 이런 설명은 하지도 않은 채 기계적 균형만 맞추었으며, 자막 오류까지 저지른 겁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5월 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monitor_20170516_17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