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방송보도 일일브리핑(D+3)
문재인 대북정책에 ‘우려’ 쏟아낸 외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TV조선11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전날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초반기 행보에 보도가 집중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일본 총리와 차례로 통화를 가지며 광폭 외교 행보에 나섰고 탈권위 행보로 이목을 끌기도 했죠.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 개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방송사들은 일제히 이런 행보를 조명했고 SBS와 JTBC는 심각한 일자리 문제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문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 산적한 과제를 짚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유독 TV조선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논조가 눈에 띕니다. TV조선은 외신을 이용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큰 우려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양한 외신들 중 유독 부정적 기사들만 발췌 인용하여 ‘문샤인’ 대북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부각한 것이죠.
1. 외신이 문재인 대북 정책에 우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TV조선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해 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죠. 사드 문제가 거론되지 않아 양측의 ‘눈치보기’가 있었다는 평도 나오지만 첫 외교 행보가 성공적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방송사들은 통화 내용과 사드, 북핵 등 한미 간 공동 과제를 짚었습니다.
이중 TV조선만 확실하게 결이 다릅니다. TV조선은 노골적으로 ‘문재인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했는데 외신을 이용하는 교묘함을 보였습니다. 외신의 반응이 다양하고 아직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지도 않았음을 감안하면 여론의 불안감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됩니다. TV조선 <‘불화-충돌-격변’…외신들 우려 전망>(5/11 https://bit.ly/2qayzWN)은 이미 보도 제목에 ‘불화’, ‘충돌’ 등 부정적인 단어를 나열하여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오현주 앵커는 “주요 외신들은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에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격변, 충돌, 올리브 가지, 이런 표현을 썼”다고 했고 리포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북한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9년 간 폐기됐던 ‘햇볕정책’의 수정 버전이 추진될 것”(뉴욕타임스), “문 대통령의 평양 회담 언급은 한미 관계의 불화를 낳을 수 있다. 트럼프의 압박 정책과 충돌 가능성이 있다”(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을 나열했습니다.
△ 여러 외신 중 ‘우려’만 발췌해 보도한 TV조선(5/11)
TV조선은 이렇게 문재인 대북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더니 바로 다음 보도인 TV조선 <CIA, 불핵 위협 전담 특수조직 신설>(5/11 https://bit.ly/2q95LzR)에서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특수 조직, ‘코리아 임무 센터’를 새로 설립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막고, 북한의 전면전 능력에 대한 독자적 판단 기능을 갖는” 미국 특수조직 신설 소식을 이어 붙여 ‘안보 불안감’을 한껏 더 부각한 겁니다. CIA의 북핵 특수조직 신설은 MBC와 MBN도 보도했지만 TV조선처럼 ‘문재인 대북정책 우려’와 함께 배치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TV조선 <앵커칼럼>(5/11 https://bit.ly/2qyvF1s)은 다시 외신을 이용해 ‘문재인 대북정책 우려’를 강조했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외신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문샤인’이라 묘사하고 있는데 “미국 언론이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햇볕'인 '선샤인'과 맞세워 '문샤인'이라고 쓰곤”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외국 주요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이어받아 한미 갈등을 부를 거라고 전망”했다고 전했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가 화기애애했지만 “큰 틀은 아닐지 몰라도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씩 불안이 쌓여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 다양한 외신의 반응, TV조선은 왜 ‘우려’와 ‘불안’만 발췌 보도하나
과연 TV조선이 보도한 것처럼 외신들은 일제히 문재인 대북정책에 우려만 표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매트’는 5월 10일 <아니다. 한국의 신임 대통령은 반미주의자가 아니다>(5/10 https://bit.ly/2q7ROT3)이라는 헤드라인 기사로 “기존의 박근혜 정부에 비해서 한미동맹 내에서 독립성을 더 추구할 것이지만 문재인은 반미주의자는 아니다”라고 평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제쳐놓고 독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은 한국에게 가치 있는 파트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국의 이런 호의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충고하기도 했죠.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문재인 정부에 부정적이었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문재인 정부의 ‘달빛정책’이 햇볕정책보다는 현실적인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 평했습니다.
또한 외신들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관심을 보이기 이전에 훨씬 더 조명한 것은 문 대통령의 당선 그 자체였습니다. TV조선이 인용한 “문 대통령의 평양 회담 언급은 한미 관계의 불화를 낳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던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야 하는지 세계에 보여줬다”면서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국이 세계 민주주의의 모범’이 됐다고도 평가했죠.
이렇듯 외신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TV조선이 강조한 것처럼 오직 우려와 불안만 보도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렇게 반응이 다양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직 문재인 정부는 출범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대북 정책은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과 보조를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3일 취임 연설에서 ‘4NO 한반도 정책’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인 배경으로 꼽힙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 대한 △정권 교체 △정권 붕괴 △인위적인 통일의 가속화 △38선 이북으로 넘어가는 것 등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조지 부시 행정부나 암묵적으로 흡수통일과 붕괴 전략을 전제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비하면 협의의 여지가 큰 노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예측이 어렵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의도적으로 ‘우려와 불안’만 발췌해 보도하는 TV조선의 행태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3. 조국 ‘지방세 상습체납’ 및 ‘계파 정치인’ 비판, 유일하게 받아쓴 TV조선
11일, TV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보도 행태가 하나 더 있습니다. TV조선은 조국 신임 민정수석에게 제기된 지방세 상습체납 의혹과 ‘계파정치인’이라는 비판을 유일하게 보도했습니다.
TV조선 <“가족 운영 사학 지방세 체납” 논란>(5/11 https://bit.ly/2pqqSPv)은 “인사가 있으면 검증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야심차게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TV조선이 이렇게 자신있게 제기한 ‘인사 검증’은 “조 수석 가족이 운영하는 사학법인이 지방세 고액 상습체납자로 언론에 공고까지 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여기다 “조국 교수가 전형적인 계파정치 인물”이라는 국민의당 비판까지 덧붙였습니다. TV조선은 경상남도가 지난해 10월 17일 공고한 천만원 이상 ‘지방세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공개 공고문’을 보여주면서 조국 수석의 어머니인 박 모씨가 대표자인 학교법인 웅동학원이 “2013년 9월 재산세 등 총 2건, 2천백만원을 체납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수석의 가족이 부채 상환 위해 노력중이며 의도적으로 납세를 회피한 것은 아니다”라는 청와대 해명을 덧붙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계파정치의 대표적 인물”이라는 국민의당 입장으로 보도를 마무리 했습니다.
△ 조국 수석 ‘지방세 체납 의혹’ 유일하게 보도한 TV조선(5/11)
TV조선이 보도한 조 수석 관련 2가지 의혹이나 비판 모두 이미 일단락이 된 사안입니다. 조 수석은 11일 모친의 ‘지방세 체납’이 알려지자마자 사과의 뜻을 표했고 “선친께서 중환자실에 입원해있을 때 지방세가 체납된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곧바로 납부하겠다고도 했죠. 또한 문제가 된 조 수석 모친의 웅동학원은 재정상황이 매우 열악해 의도적으로 세금을 미납했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인 미디어 ‘아이엠피터’는 <조국 모친 웅동학원이 사학재벌? 1년 예산 78만원에 불과>(5/12 https://bit.ly/2qyrToy)에서 웅동학원에서 운영 중인 웅동중학교 예산 총괄표를 공개해, “2017년 예산 총 수입은 78만 9천원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재정이 열악해 2100만원 상당의 지방세를 체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심지어 웅동학원은 사학으로 불리기 민망할 정도의 규모를 지녔습니다. 1학년에 3개 학급으로 이뤄졌고 전교생이 226명에 불과한 시골의 작은 중학교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웅동학원의 설립자인 심익순, 문세균, 배익하, 김창세 씨 등이 1919년 웅천 지역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고 한국전쟁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학도병으로 나서서 18명이 전사한 이력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이 갖다 붙인 ‘계파정치인’ 비판 역시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이미 수습을 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노골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면 저는 침묵”했다면서도 “민정수석으로 성공을 기원한다”, “저는 왜 안철수 후보에게는 조국 교수같은 지식인, 멋쟁이, 치열하게 글과 행동으로 지지하시는 분이 없냐고 원망도 했다”며 조 수석을 응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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