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언론사 SNS 모니터 보고서

조선일보 팩트체크의 ‘일부만 사실’은 ‘사실 아님’이나 매한가지
등록 2017.04.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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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선 국면에서 가장 유행하는 뉴스 형태는 ‘팩트체킹 보도’입니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는 언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팩트체크는 ‘팩트’ 그 자체를 평가해 시민에게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이런 이유로 일찌감치 시작했던 JTBC의 <팩트체크>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리 잡았고, 이후 SBS와 JTBC는 물론이고 조선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신문사도 아예 ‘팩트체크’ 전문 온라인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팩트체크 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는 언론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뉴스 페이지에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페이지는 기존 지면의 한계를 벗어나 감각적인 디자인까지 곁들여 팩트에 대한 시민들의 직관적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 팩트체크가 모두 믿을만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한 가지 팩트를 두고도 신문사별로 다른 체크가 되기도 합니다. 일례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제기했던 ‘문재인 후보 일심회 연루 의혹’만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SBS, JTBC, 경향신문은 ‘거짓’으로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일부만 사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사별로 약간의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언론사들이 이견없이 ‘거짓’이라고 보도한 ‘홍준표 발 가짜뉴스’를 조선일보는 왜 어떤 측면에서 일부 사실이라고 판단했을까요?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홍준표 발 ‘문재인 간첩 연루설’이 일부 사실이라고?
 조선일보의 팩트체크 기사 제목은 <홍준표 “노 대통령이 간첩단 수사 국정원장 사퇴, 문이 수사 축소...위키리크스에 나와”>(4/25)입니다.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에서 팩트체크 대상으로 삼은 명제는 두 가지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정원장을 사퇴시켰다’와 ‘문 후보가 일심회 사건 수사 중단시킨 것이 외교전문에도 나와 있다’는 것이죠. 조선일보는 이중 후자는 사실이 아니지만 전자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 의혹을 ‘일부만 사실’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러나 열심히 검증해서 전체 발언을 ‘타당한 것’으로 호도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조선일보에도 ‘일심회 사건 수사 중단은 문 후보와 관계가 없다’는 것은 김 전 원장의 발언을 언급하긴 했지만 이미 판정은 ‘일부만 사실’로 나갔습니다.
 타 언론사의 경우 홍 후보 발언에서 검증이 필요한 명제를 두 가지로 좁혔습니다. 첫째는 ‘문 후보 세력이 연루되어있기 때문에 수사가 축소된’ 것인지, 둘째는 ‘문 후보가 당시 수사 축소에 관여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문 후보를 검증하기 위해서라면 그 두 가지 의혹을 살펴봐야하니까요. 하지만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정원장을 (일심회 사건 수사를 이유로) 사퇴시켰다’는 전혀 다른 명제를 들고 옵니다. 그리고 이를 졸속으로 검증합니다. 위키리크스 문건에서 그렇게 언급하고 있으며,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측근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검증의 전부입니다. 타 언론사에서 위키리크스 공개 문건이 당시 정치권에서 도는 소문을 종합한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기에 검증으로서 부족하다고 결론지은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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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후보가 제기한 ‘일심회 의혹’을 
‘일부만 사실’이라고 게재한 조선일보 페이스북(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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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의혹을 팩트체크한 SBS(4/27)
SBS는 페이스북에 기사를 올리며 홍 후보의 의혹 제기가 거짓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

 

문제는 조선일보가 ‘일부만 사실’이라는 판정결과를 달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는 겁니다. 이 게시물을 접한 사람은 <홍준표 “노 대통령이 간첩단 수사 국정원장 사퇴, 문이 수사 축소..위키리크스에 나와”>중 ‘일부는 사실’이라는 식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홍준표, 빨간 넥타이 매고 “ 문이 수사 축소..위키리크스에 나와”>라는 제목을 쓴 뒤, 홍 후보가 빨간 넥타이를 맨 것은 사실이니 ‘일부만 사실’이라고 하는 것과 이게 무엇이 다른가요. 홍 후보 발언의 요지는, ‘문재인 후보가 일심회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있었다’, 혹은 ‘문재인 후보가 사건 축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해당 발언이 팩트체크의 대상이 되어 문제가 된 것이구요. 이 부분이 틀렸다면 이 의혹은 그냥 그 자체로 ‘거짓’으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이런 식이라면 거의 모든 내용을 ‘일부만 사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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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후보가 제기한 ‘일심회 의혹’을 일부 사실이라 게시한 조선일보 온라인 페이지(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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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체크 페이지에서 ‘일심회 의혹’을 거짓이라 제목부터 명확하게 드러낸 경향신문(4/24)


2. 문재인 말은 덮어놓고 ‘거짓말’…편파 팩트체킹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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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의 날조된 팩트체크(4/13)
‘문 후보 발언은 사실 아님’이라는 간략한 내용과 함께 페이스북에서 유통되고 있다.


 조선일보의 자의적인 팩트체킹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문 후보의 발언을 ‘거짓말’로 몰기 위해 편파적인 팩트체크를 한 정황도 있습니다. <문재인 “이동통신사, LTE 투자 끝나...1만1000원 월 기본료 폐지하겠다”>(4/12)입니다. ‘사실 아님’으로 판정되어 4월 13일에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사실 아님’이라는 내용을 달아 올라왔습니다.
 조선일보는 어떤 내용이 거짓이라는 걸까요? 우선 ‘LTE 투자가 끝났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LTE에서 투자가 끝났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며 “통신3사는 LTE가 본격 상용화한 2011~2012년 연간 7조~8조원을 통신 설비 구축에 투자했다. 또한 설비 구축이 완료된 이후에도 네트워크 유지보수와 운영에 매년 5조~6조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1년에서 2012년에 설비 구축에 투자했다는 사실과, 유지보수 운영에 매년 수 조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LTE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는 근거가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어 “통신업체들은 또 5G(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에 뛰어든 상태다.”라며 “인위적으로 요금을 인하한다면 통신업체의 투자 여력이 사라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씁니다. 요금 인하 여력이 있다는 분석 보고서도 나오는 마당에 논증 없이 자사의 주장을 팩트체크의 근거로 사용한 엉터리 논증입니다. 결국 ‘LTE 관련 설비 투자가 끝났다’는 문 후보의 말이 거짓이라는 논증 하나 없이 그저 ‘거짓’이라고 부르짖고 있는 겁니다.
 조선일보의 태도는 이중적입니다. 문 후보에게 보이는 엄격한 태도는 홍 후보의 말에서 어떻게든 사실을 발라내어 ‘일부는 사실’이라 편들어주던 관대함과 대비됩니다. 언론은 불편부당하게 성역 없이 모든 곳에 엄정한 칼날을 들이대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독자가 언론의 의견을 ‘정견’이라 믿고 그 위에서 자신의 판단을 쌓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조선일보의 이런 태도는 ‘조선일보라서’ 우선 믿고 보는 독자들에 대한 기만이자 우롱입니다. 독자가 준 믿음이라는 권력을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독자들이 논증과정을 잘 확인하지 않는 온라인 기사입니다. 그렇다고 한들 온라인에서 책임감 없이 기사를 써서는 안 됩니다. 독자들의 눈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에 대해 조선일보는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합니다.

 

3. 문 후보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훌륭한 지침이 되는 조선일보 ‘팩트체크’
 문제는 조선일보의 ‘사이비 팩트체크’가 조선일보라는 이름값에 기대 보수진영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겁니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책임감 없는 팩트체킹을 남발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조선일보의 ‘팩트체크’ 페이지는 보수세력에 문 후보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는 훌륭한 레퍼런스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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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팩트체크 페이지의 ‘후보별 통계’. 문재인 후보의 발언 상당수가 거짓말로 분류되어 있다. 문 후보의 발언 중 거짓말이 많다는 것을 시각화해 직관적으로 주장한다. 홍준표 후보, 뉴데일리, 미디어펜이 이 통계를 인용해 문 후보의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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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후보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조선일보의 팩트체크 통계를 근거로 문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특히 27일 홍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 대선 보도중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팩트체크를 보면 문재인 후보는 사실이 16%에 불과하고 사실 아님이 58%였다"며 문 후보의 진실성을 공격하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런가하면 대표적인 보수 인터넷뉴스 뉴데일리에서는 조선일보 팩트체크 페이지의 통계를 인용해 <그동안 문재인 이슈 발언 중 절반이 가짜뉴스>(4/26)라는 기사도 냈습니다. 뉴데일리는 “<조선일보>가 마련한 '팩트 체크' 자료를 살펴보면 문재인 후보는 이슈가 된 발언 12건 중 7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조선일보의 편파적 통계를 그대로 읊고 있습니다. 미디어펜은 한술 더 떠서 이 자료를 ‘조선일보가 진행한 4차 TV토론회 팩트체크 결과’라며 그래프를 만들어 유포하기도 합니다. 미디어펜은 4차 TV토론회 팩트체크가 아닌 대선기간 전반의 팩트체크 결과를 잘못 인용했다며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인용하려고 했던 맥락은 같습니다. 조선일보의 팩트체크 통계가 문 후보의 발언이 상당부분 거짓이라는 근거로 유통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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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통계를 인용해 ‘문재인 이슈 발언 중 절반이 가짜뉴스’라고 보도한 뉴데일리. 

 


 조선일보는 미디어펜의 잘못된 인용에 대해 26일 보도를 내고 ‘본사가 제작했다는 TV토론 발언 팩트체크 ‘가짜’ 그래픽 뉴스’라고 규정했습니다. 해명 중 조선일보는 미디어펜의 해당 보도가 “조선일보가 문 후보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홍 후보에 대해선 긍정적 점수를 준 듯한 취지”처럼 보인다고 경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조선일보가 하는 팩트체크가 그에서 크게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문재인 '치매 루머'에 대한 보도에서 보셨듯,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은 문재인에게 '거짓말쟁이', '말바꾸기쟁이', 조금 더 나아가선 '치매 노인'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엔 ‘팩트체크’라는 새로운 형식의 기사까지 이를 위해 활용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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