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세월호 인양 관련 방송보도 모니터 보고서

여전히 진실을 인양하지 않는 방송, 인양 칭송하고 괴담 만들지 말라 겁박
등록 2017.03.30 21:26
조회 857

3월 23일, 세월호 선체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침몰 1073일 만이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과 온 국민이 애타게 인양을 지켜보고 있지만 참사 당시부터 진상규명을 막아 왔던 정부는 인양에서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당초 정부의 발표보다 9개월이나 늦어진 이유에 비판이 일었다. 비공개로 이뤄진 인양 업체 선정부터 논란이 일었고 해상 크레인 방식을 고집하다 결국 시간만 허비했다. 인양이 시작되고도 선미 램프를 잘라내고 물 빼기용 구멍을 뚫었다가 기름이 유출되면서 ‘증거 훼손’ 비판이 쏟아졌다. 급기야 돼지 뼈가 쏟아져 내렸고 유실 방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을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는 과연 4년 전과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상황 전달에는 충실, 문제 제기는 부실 
방송사들은 인양 현장을 스케치하고 해양수산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바빴다. 인양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SBS와 JTBC를 제외한 나머지 5개 방송사는 유실방지, 인양 지연, 진상규명 등 문제제기에 매우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SBS, JTBC는 각각 21건과 18건을 보도한 반면 KBS는 6건, MBC 4건, TV조선 10건, 채널A 3건, MBN 4건에 그쳤다. 전체 보도 대비 비율로 보면 MBC는 고작 7%, MBN은 6.6%에 불과하다. 특히 KBS는 ‘인양 지연’을 다룬 보도가 아예 없고, TV조선과 채널A는 ‘유실 우려’에 대한 보도가 없다. 채널A는 문제제기 보도가 고작 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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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방송사 세월호 인양 관련 보도 분석(2017년 3월 22일~2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인양 상황을 전달하는 보도는 KBS 47건, MBC 48건, SBS 51건, JTBC 37건, TV조선 32건, 채널A 23건, MBN 39건으로 전체 보도 대비 절반을 상회했다. KBS와 MBC는 상황전달보도의 비중이 너무 크다. KBS는 73%, MBC는 84%의 보도를 상황 전달에 할애했다. SBS와 JTBC는 50%, TV조선과 채널A는 각각 53%, 55%를 상황전달 보도로 냈고 MBN은 64%였다. 물론 현장의 모습을 전달하는 보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의문점이 산적한 상황에서 현장을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보여준다면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이러한 현장전달 보도의 대부분은 해수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쓰기도 한다. 이런 보도만 70% 넘게 생산한 KBS와 MBC는 세월호 인양을 제대로 보도했다고 할 수 없다.

 

8일 동안 인양 지연 보도는 0건, 오히려 인양 칭찬한 KBS
KBS는 인양 지연 관련 의문점을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오히려 인양 기술을 극찬했다. KBS <‘8천 톤급’ 통째로…바지선 방식 주효>(3/23 https://bit.ly/2ndfJNq)는 “바닷 속 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세월호 인양 기술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면서 “세월호와 같은 초대형 선박을 해체 없이 인양한 것도 전례가 드”물다고 강조했다. 보도 말미에는 “세월호가 수면 위 부상에 성공하면서 세계 선박 인양사에도 기록을 남기게 됐”다고 평가했다. 인양 성공 자체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인양 지연에 대한 문제를 짚지도 않은 채, 찬사를 보내는 것은 성급한 태도이다. 게다가 KBS는 “바지선 방식이 주효”했다고도 했는데 이는 정부의 ‘인양 지연 책임’을 은폐하는 것이다. 해수부는 애초에 해상 크레인을 통한 방식을 고수했다가 실패해 결국 9개월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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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사례 비교하며 ‘세월호 인양’ 칭송하는 KBS(3/23)

 

세월호 인양지연 없었다는 채널A

아예 ‘고의 지연은 없다’고 못을 박아버린 방송사도 있다. 채널A는 인양 지연 문제를 딱 1건 보도했는데 그나마도 인양 고의 지연은 없었다는 내용이다. 채널A <인양 고의 지연? 진실은>(3/25 https://bit.ly/2mGPHVS)은 “당초 예상됐던 작업 기간은 2년 안팎”이고 “인양 방식을 변경하는 등 고비가 있었지만, 업체 선정 1년 7개월 만에 인양한 셈”이라며 인양 지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당초 정부는 인양 작업이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2016년 7월을 목표로 했다. 작년 말까지 인양을 성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상하이샐비지가 배상금을 내야 하는 조항도 있었다. 그런데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계약을 연장했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시신 인양에 가위표가, 그리고 정부 책임, 부담이라고 적혀 있었던 점도, 정부가 애초부터 인양에 의지가 없었음을 드러내는 정황으로 꼽힌다. 또한 현재 제기되는 주요한 비판점은 ‘고의 지연’이 아니라 지연을 자초한 정부의 오류이고 이에 책임 있게 대처하라는 요구이다. 채널A는 이런 점들을 ‘고의 지연은 없다’라고 단정하면서 외면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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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양 고의 지연 없다’는 채널A와 ‘정치적 인양 지연 정황 있다’는 SBS
 

반면 SBS <‘대통령이 탄핵되자 세월호가 올라왔다’>(2/24 https://bit.ly/2mY3mmD)는 “2년을 끌었던 세월호 인양은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된 지 13일 만에 실현됐”다며 “정부는 억울할 수 있지만, 이런 의심이 들 만한 정황들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참사 7개월 뒤인 2014년 11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수색 중단을 선언하고 세월호 인양을 호소했”으나 “정부가 인양을 하기로 결정한 건 그 다음해인 2015년 4월”로 반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또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있던 기록 및 “박 전 대통령의 심기가 영향을 주었다는 전직 장관”의 증언, “보수단체를 활용해 유가족에게 적극적으로 맞대응을 하라는 내용”이 담긴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을 근거로 들어 “인양이 연기된 게 정치적 고려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의 유일한 유실 우려 보도는 당국 입장 전하는데 그쳐
그나마 있는 KBS의 문제제기 보도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 유실 우려를 다룬 KBS <미수습자 수습 우선…해저면도 ‘샅샅이’> (3/26 https://bit.ly/2nO8JZU)는 “물 빼내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당국은 혹시 모를 유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세월호 침몰 현장 주변 해역에서는 정밀 수색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인양 과정에서 열린 채 발견됐던 좌현 선미 램프는 화물 칸 출입구로 미수습자 유실물과는 관련이 적은 것”이라며 ‘선미 램프 절단’ 관련 비판에 반박한 해수부의 입장도 덧붙였다. 유실 가능성을 분석하고 대비책을 촉구하는 보도가 아니라, 정부 입장을 그냥 받아쓴 보도이다. 


하지만 보도와 달리 28일 유해가 쏟아져 해수부가 ‘미수습자 유해로 보인다’고 발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돼지 뼈로 밝혀져 해수부가 전문성도 없이 인양을 진행하고 있으며 유실방지 대책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더해졌다. 


KBS는 이때도 ‘유실 방지’라는 말 자체를 언급하지 않으려 애썼다. 28일 KBS <가족들 ‘술렁’…“거치 전까지 수습 계획 마련”> (3/28 https://bit.ly/2nyU9ol)은 유해가 발견된 후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장을 보도했지만 정작 가족들이 절실하게 요구한 ‘유실 방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미수습자 수습계획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엄밀히 말하면 ‘수습계획’은 유실 우려라는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해 발견 소식에 유실을 가장 먼저 걱정했다. KBS는 이를 명확히 표현하지 않고 ‘수습계획’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갈음했다.

 

빠지지 않는 세월호 ‘괴담’ 프레임, 진실 은폐의 원흉
정부의 책임이 큰 사안마다 빠지지 않는 ‘괴담 프레임 보도’는 TV조선과 MBN에서만 나왔다. TV조선은 27일에 2건, MBN은 27일과 28일에 각각 한 건씩 보도했다. 두 방송사 모두 ‘괴담’만 비난할 뿐, ‘괴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부의 무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보도는 시민들의 모든 비판적 목소리와 의혹제기에 재갈을 물리는 의도를 지닌다. 아직 선체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외부 충격설’ 등 모든 의심을 ‘사라져야 할 괴담’으로 규정하는 이런 보도는, 시민들의 합리적인 의심까지 겁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TV조선 <잠수함 충돌·폭발설 등 쏟아진 괴담>(3/27 https://bit.ly/2nd0bsd)은 “세월호 관련 의혹은 인양 전부터 마구잡이식으로 쏟아졌”다며 “아니면 말고 식 폭로는 세월호가 인양돼 어느 정도 실체가 밝혀졌지만, 이를 퍼트린 당사자는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의 사례로는 잠수함 충돌 의혹을 제기한 세월X 다큐 제작자 ‘자로’의 ‘잠수함 충격설’ ‘폭발설’, ‘고의 수장설’을 들었다. 

 

TV조선 <앵커칼럼/괴담과 진실>(3/27 https://bit.ly/2npkQKI)은 더 강경하다. 윤정호 앵커는 ‘광우병 파동’을 비교하며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을 괴담으로 규정했다. 윤 앵커는 “광우병 공포를 퍼뜨리던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광우병 걸린 사람 보셨습니까. 그때 그분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비꼬았다. 이를 ‘잠수함 충격설’ 등 “세월호 괴담”과 비교하더니 이런 의혹제기들을 “종말론 집단”과 동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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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우병 괴담’과 ‘세월호 괴담’ 멈추라는 TV조선(3/27)
 

MBN <김주하의 뉴스초점/‘소문’, 의혹과 진실>(3/28 https://bit.ly/2ot1UtB)도 내용은 똑같다. 김주하 앵커는 “근거 없는 말을 퍼뜨리고 다니는 이들은 사라져야” 한다며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들은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시민의 요구로 실제로 재협상이 이뤄졌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수입이 금지됐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시민들이 촛불을 들지 않아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광우병 공포는 현실이 됐을 수도 있다. 시민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몽땅 ‘괴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TV조선과 MBN의 이런 보도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이런 ‘괴담’ 프레임 보도에는 시민들이 의혹제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빠져있다. 정부는 참사 초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해경해체’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도 방해했다. 세월호 진상규명보다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비난과 유병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한 언론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월호에 대해 침묵하고 비용을 문제 삼으며 세월호 인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언론이 이제와 그동안 있었던 의혹들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도 적반하장에 다름이 아니다. 자신들이 제대로 취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하지 못할망정 괴담을 유포했다며 시민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내고 세월호 특조위를 세금도둑으로 몰았던 언론은 괴담을 논할 자격이 없다. 


여기서도 SBS는 태도가 달랐다. SBS <잠수함 충돌 흔적 안 보여>(3/28 https://bit.ly/2obNu1z)의 경우, 자로 세월X 다큐 제작자가 말한 잠수함 충돌설 등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지만, TV조선과 달리 “외부 충격을 배제한다 해도 기계 결함으로 인한 침몰 등 밝혀야 할 의혹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는 ‘조타기 결함가능성’, 평형수, 제주 해군기지용 철근 과다 적재도 밝혀야 할 의혹으로 명시했다. TV조선‧MBN과 확연히 다른 태도로서 SBS 보도가 상식선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서 의혹들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SBS가 지적했듯,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들을 지금부터 확인해야한다.  

 

유실 우려부터 정부의 ‘진실 은폐’까지, 고군분투하는 SBS, JTBC
세월호 인양에서 그나마 정부의 책임을 상기시키고 문제제기에 적극성을 보인 건 SBS와 JTBC이다. SBS는 인양이 지연된 이유부터 구체적으로 짚었다. SBS <이렇게 건질걸.. 왜 3년이나 걸렸나>(3/23 https://bit.ly/2ngfa71)는 “당초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고집하다 실패하는 바람에 2년을 허비”했고 처음부터 “잭킹 바지선 방식이 거론됐지만 정부가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성공가능성과 시간보다 비용을 먼저 고려한 사실상 최저가 입찰이 아니었냐는 논란”도 덧붙였다. 


JTBC도 인양 지연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JTBC <‘플로팅독’에 매달린 정부…시행착오 반복>(3/24 https://bit.ly/2nDZprf)은 정부가 선정한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에 부력을 넣어 해상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처음부터 불가능한 계획”이었다며 인양 지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또한 “해양수상부는 인양 업체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내놓은 기술검토 보고서에서 이 방법이 가장 위험하다고 밝혔”지만 입찰 당시 보고서는 참고용일 뿐이라며 발뺌했다고 전했다. 결국 “불가능한 방식으로 실험만 하는 동안 1년을 허송세월했”다는 결론이다. 


JTBC는 ‘선제 철단’과 같은 인양 과정의 문제점과 전반적인 진상규명의 필요성에도 천착했다. JTBC <선체 절단 ‘엇갈린 시선’>(3/23 https://bit.ly/2ndDy7P)은 “미수습자 수색 작업과 관련한 가장 큰 쟁점은 세월호 선체를 잘라낼 지 여부”라면서 “해수부는 절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참사 원인 규명의 증거물인 선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JTBC <3년 전 참사, 여전한 3대 의혹…쟁점은?>(3/23 https://bit.ly/2ngFsGx)은 밝혀내야 할 세월호의 진실을 다시 정리했다. 김태영 기자는 “세월호 화물에 제주 해군기지로 운반되는 철근 400여 톤이 실려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하면서 “세월호가 무리하게 출항하게 된 배후에 국정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 상황인데요. 때문에 군사 기지로 운반하려 했다는 철근의 실체, 그러니까 철근의 출처가 어디인지, 철근의 용도가 무엇인지가 밝혀져야 할 핵심 의혹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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