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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비판하며 ‘문재인 가짜뉴스’ 유포하는 TV조선
등록 2017.03.2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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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이 '가짜뉴스’를 전하는 방법입니다. 하나, 내용 소개는 길게, 비판은 짧게, 둘, ‘가짜뉴스’ 비판하며 ‘가짜뉴스’ 유포하기입니다.

 

 

1. ‘가짜뉴스’ 전했지만, ‘가짜뉴스’ 검증은 소홀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허위 사실로 비방하는 내용의 SNS를 유포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해당 논란은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3/22)에서도 다뤄졌습니다. 소식을 전한 정우상 조선일보 정치부차장 조차, “사실 이걸 그냥 그대로 읽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망설일 수준의 험한 표현들이었습니다. 정 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방하는 어떤 표현을 써가면서 국민들을 속이고 돈을 받았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뭐뭐다 뭐뭐다”, “문재인 대표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국정 해체를 주장한다”라며 내용 일부를 읊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문재인 대표가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전혀 없는 내용들이고요”라 덧붙이고, 이 내용을 SNS에서 공유되는 “소위 페이크뉴스, 가짜뉴스”라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TV조선은 33초 간 해당 내용을 읽기 쉽게 확대하여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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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내용이 ‘가짜뉴스’라면서 시청자가 읽기 쉽게 확대하여 장시간 보여주고 있는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3/22) 화면 갈무리 

 

이처럼 ‘가짜뉴스’를 장시간 노출했지만,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과 사실 검증은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드 등에 대한 문 전 대표 입장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정 씨는 “이러한 허위내용을 유포할 경우에 문재인 캠프에서 법적으로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문 전 대표 측 입장과 “각 후보 진영에서 이런 유언비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짜뉴스 내용, 즉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에 대한 허위 사실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아니었습니다. TV조선은 오히려 신 구청장이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 씨에게 화환을 보낸 소식을 전하며 이것이 법률 위반인지에 대해 논하는 것에 치중했습니다. “이런 화환 문제도 그렇고 이 카톡방에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리트윗도 그렇고. 예전에 퍼거슨 감독이 얘기한 것처럼 SNS는 정말 인생의 낭비라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 “신 구청장은 이 한 건이 아니고 SNS사건, 이런 게 계속 누적이 되다 보면 화환 보낸 건까지 같이해서” 등 신 구청장이 문제적 인물임을 부각하며 ‘가짜뉴스’ 논란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가짜뉴스를 방송에서 대담 소재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유포에 대해 비판하고, 그 내용의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해명, 검증해주기 위해서여야 합니다. 이런 식의 무책임한 방송은 ‘가짜뉴스’라는 유언비어를 다시 유포하는 것 이상 무엇도 아닙니다. 

 

2. ‘가짜뉴스’ 비판하면서 ‘가짜뉴스’ 보여주는 이상한 TV조선

 

 TV조선은 이미 TV조선 <최희준의 왜>(3/17)에서 가짜뉴스 문제 전반에 대해 장시간 논했습니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문제라면서 ‘가짜뉴스’를 다루는 태도가 이상합니다.

 

 해당 방송이 사례로 든 가짜뉴스는 ‘문재인 미래 정부의 각료 명단’이었습니다. 진행자 최희준 씨는 이에 대해 “이건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고. ‘저건 분명한 가짜뉴스다’라는 생각이 드는 게 분명한데”라 평가했지만, 평가와 진행은 상이했습니다. “교육부 장관에 통진당 사태로 구속된 이석기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고영태. 또 고용노동부 장관에 한상균. 국토교통부 장관에 김용민. 대변인에 김제동”이라 해당 명단을 천천히 읊어줍니다. 제작진은 49초 간, 황당하다는 가짜뉴스를 화면 가득 보여주었습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저거는 이제 일부러 흠집 내려고 가짜뉴스 만들어 돌리는 것으로 이제 보이는데요”라며 ‘가짜뉴스’라 전제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황당한 걸 만드는 게 아니고 사람들한테 ‘이렇게 되면 안 된다는 뭔가 하거나 그럼직하다’ 하는 느낌이 드는 일들을 갖고 만드는 거거든요, 황당하더라도”, “섀도우 캐비닛 발표한다고 이제 예고를 했으니까. 무리가 있더라도 일부는 하지 않겠습니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섀도우 캐비닛 발표하면 원래 인사라는게 왜 욕을 항상 먹냐 하면 안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러는 거거든요. 어쨌거나 저런 그림이 돼서는 안 된다 하는 반면교사로 좀 받아들이면 되겠다’ 그런 생각이 저는 개인적으로 듭니다”라는 해석을 덧붙여, 마치 이것이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은 아닌 양 오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씨가 발언하는 동안 제작진은 또 한 번 17초 간 미래 정부 각료 명단을 보여주었습니다. 

 

 강연재 변호사 역시 “내가 반대 후보에게 흠집을 내겠다, 가짜뉴스를 만들어서라도. 이런 거 같습니다”라며 해당 명단을 가짜뉴스라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아까 그 명단을 보면 사실 저만 해도 이석기, 고영태는 황당한데 나머지는 또. 얼추 문재인 전 대표의. 친문 인사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인사들로 되어 있고”, “그러니까 가짜뉴스인 건 맞는데 이럴 가능성에 대해서 또 약간의 언질을 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단 말이죠”라 덧붙였습니다.

 

앞선 이 씨와 같이 ‘가짜뉴스’이긴 하지만, ‘아주 가짜는 아닐 것’이란 분석입니다. 진행자 최 씨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들도 있어요”, “교묘하게 섞어서 만든 것 같기도 해요” 라며 맞장구쳤습니다. 이번에도 제작진은 26초 간 미래 정부 각료 명단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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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내용이 ‘가짜뉴스’라면서 네 차례나 노출하고 있는 TV조선 <최희준의 왜>(3/17) 화면 갈무리 

 

 이후 강 씨는 “가짜뉴스 구별법”, “처벌 가능성” 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명확한 출처, 링크까지 정확하게 되어있는지 보아야 한다’, ‘국가적 홍보 캠페인이 필요하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등의 정보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가짜뉴스’ 유포에 대한 형사 처벌에 대해 발언 하는 동안 TV조선은 또 한 번 22초 간 ‘미래 정부 각료 명단’을 또 한 번 유포했습니다. 마지막 자료화면이 나가기까지 5분 간 총 네 차례, 1분 54초 간 그들이 비판하는 ‘가짜뉴스’를 마음껏 송출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진행자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퇴주잔 논란, 동영상 사실상 가짜뉴스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인데. 옛말에 삼인성호라고 세 사람이 모여가지고 입을 맞춰서 거짓말을 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라며 가짜뉴스의 또 다른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반기문 캠프에 합류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씨는 해당 논란이 “(사퇴에) 치명타였죠”라 해석하고,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결국 반기문 총장 사퇴의 가장 큰 원인은 가짜뉴스 때문입니다”라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앞선 문 전 대표의 ‘가짜뉴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반 전 총장의 참배 영상을 두 차례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던 음복 장면은 없었습니다. 

 

 방송이 가짜뉴스를 다루는 합리적인 태도는 두 가지 입니다. TV조선이 반 전 총장의 음복 장면을 노출하지 않은 것처럼, ‘가짜뉴스’라 판단하면 더 이상의 유포를 막기 위해 송출하지 않아야 합니다. ‘가짜뉴스’를 다뤘다면, 그것이 ‘가짜’임을 검증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 <최희준의 왜>(3/17)는 둘 중 어디도 속하지 않았습니다. ‘가짜뉴스’ 유포자는 ‘일벌백계’ 해야 한다던 TV조선, 자신이 가장 큰 ‘가짜뉴스’ 스피커였습니다.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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