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이것이 정치다>의 종북몰이, 8·15범국민대회부터 ‘성주 외부세력 개입’까지15일 서울 광장에서는 8·15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이하 평화행동)의 주최로 8·15 범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 추산 1만 여 명(경찰추산 6000여명)의 시민들이 서울 광장에 모여 ‘주권 회복과 한반도 평화 실현’이라는 주제로 집회를 연 것인데요. 시민들은 사드 배치 철회와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등을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마다 TV조선 등 종편은 아니꼽다는 시선을 보내곤 했죠. 이번에도 어김없이 색깔론을 덧씌우며 시민들을 매도했습니다. 방식은 늘 똑같습니다. 집회의 취지나 내용은 무시한 채, ‘반미‧친북 단체들이 집회를 주도’한다는 묘사에만 치중하는 것이죠. 급기야 TV조선은 ‘외부세력이 성주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왜곡된 프레임까지 유포했습니다.
집회만 하면 일단 ‘반미단체’부터 찾는 TV조선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들은 8·15범국민대회를 거론할 때 반복적으로 특정 단체의 이름을 지목했습니다. 8·15범국민대회를 소재로 다룬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15)에서 진행자인 최병묵 씨는 “민중연합당 깃발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라며 처음부터 ‘민중연합당’을 강조했습니다.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라는 게 있죠. 거기서 민노총이 주도를 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한대련, 한국대학생연합회입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참석한 것이 이례적이죠. 최근 들어 대학생들이 정치 집회에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한대련 학생들은 성주에서 전자파 실험할 때 그때도 전날 집회를 해서 막았어요“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민중연합당과 ‘민주노총’, ‘한대련’은 보수언론의 종북몰이에서 늘 동원되는 단체입니다.
이렇게 운을 뗀 뒤, 최병묵 씨는 “저기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이나 이런 데는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 쪽하고 좀 우호적인 단체 아닌가요? 그런데 사드 반대를 지금 하는 이유가 뭐죠?”라고 물었는데요. 이에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은 “원론적으로 사드 배치는 안 된다는 입장이 있는 거죠.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으니 입장을 바꿀 수는 없다는 분들도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질문의도에 비해 답변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최병묵 씨는 거듭 “그러면 반미라고 봐야 되나요? 반미라서 반대하는 겁니까, 사드라서 반대하는 겁니까”라는 물었습니다. 사실상 ‘반미단체’라 답하라고 요구하는 식이죠.
여기에 호응한 패널은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입니다. 신 부국장은 “표면적인 논리는 있더라구요. 사드를 종속적 한미동맹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주인이고 우리는 종이기 때문에 주인이 시키는 대로 우리 정부가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라고 말했고, 발언 도중 실소를 터뜨리는 등 시종일관 비아냥대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최병묵 씨는 이제 좀 만족스러웠는지 “궁금한 건 그럼 이스라엘 제 아이언 돔 같은 거 갖다놓으면 괜찮은 거예요?”라며 집회 시민들을 조롱했습니다. 이에 신 부국장은 “그런 부분에서 모순이 생기는 것”이라 시민들을 비판했고 “사드는 방어용 무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북핵이든, 한반도 주변에 핵을 가진 나라가 중국과 러시아도 있으니까 핵에 대한 우리의 안보 주권 차원에서, 다만 우리가 자체적으로 보유하지는 않은 무기이기 때문에 미군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다”라고 사드 배치를 옹호했습니다.
△ 8.15범국민대회를 ‘반미단체’ 집회로 규정한 TV조선
TV조선 <이것이정치다>(8/15) 화면 갈무리
‘반미단체’에 혈안 된 TV조선, 본질은 모두 외면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속 대화는 전형적인 색깔론이자 명예훼손에 가까운 여론 왜곡입니다. 일단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과 여타 시민들은 그들이 ‘반미’이기 때문이거나 ‘종속적 한미동맹’만을 반대해서 사드 배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가 졸속‧밀실로 결정됐고 기초적인 동의 및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겁니다. 사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서 지근거리에 있는 북한 미사일 방어에는 효용성이 없다는 점, 사드 자체의 성능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 정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 등 배치 정당성을 검토할 법적 절차를 누락했다는 점이 누차 지적됐습니다. TV조선은 뉴스에서도 이런 사실들을 제대로 다룬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TV조선은 15일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반미단체’로 묘사하면서 ‘이스라엘 무기를 갖다 놓으면 조용할 것이냐’고 조롱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국민은 미국이든 이스라엘이든 도입이 부당하고 탈법적이라면 그 어떤 무기나 정책도 반대할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언론은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TV조선은 언론으로서의 책무는 내던진 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국민만 비난한 셈이죠.
TV조선이 매도한 것과 달리 범국민대회를 주최한 8·15범국민평화행동추진위원회는 16개 지역과 노동‧농민‧빈민‧여성‧청년학생‧정당 등 20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범시민 연합체입니다. TV조선은 이중 민주노총, 민중연합당, 한대련만 콕 집어 부각한 겁니다. 그 의도는 뻔합니다. 집회에 참여한 1만 여명의 시민 전체를 ‘반미‧친북’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이 엿보입니다.
815범국민대회를 논하면서 이렇게 ‘반미’와 ‘사드 배치’에만 집착하다보니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이 요구한 남북대화 개시, 한일위안부 합의 폐기 등 다른 사안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이 얼마나 편협한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 드러난 또 다른 대목입니다.
시사 프로그램에도 ‘외부세력 프레임’
8·15범국민대회를 다루는 척 하면서 결국 ‘반미’라는 색깔론을 덧씌우고 사드 배치를 정당화한 TV조선. 이후 논의는 급기야 ‘성주 주민들을 외부세력이 선동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옮아갔습니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최종 결정된 직후부터 보수언론이 쏟아냈던 ‘외부세력 개입론’입니다.
특히 15일엔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가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에서 공식 이탈하면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TV조선 패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입을 모아 ‘외부세력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주 현지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었고 어떻게 해서든 성주 주민들과 ‘외부세력’을 갈라치기하는데 혈안이 된 것이죠. 이 논의를 할 때 화면에는 “성주투쟁위, 반 사드 외부세력과 결별”이라는 자막까지 띄웠습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입니다. 신 부국장은 현재 주민들이 벌이고 있는 사드 기지 진입로 점거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김충환 성주투쟁위원장의 주장을 빌미로 ‘외부세력의 독단’을 강조했습니다. “이걸 누가 주도하느냐. 이번에 김충환 위원장이 언론에서 밝힌 내용을 보니 성주 현지 주민들의 의사 결정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단체들이 밀고 나갔고 성주 주민들은 부정적 의견을 냈는데도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투쟁엔 동의를 할 수가 없고 주민들의 자치적인 투쟁이 아니므로 빠지겠다고 했다”는 식입니다.
신 씨는 이어서 “그런데 이면에서 들리는 얘기를 들어보면 주민들 내부에서 이게 좀 의견이 갈린다”라더니, ‘순수한 원주민’과 ‘외부세력’을 갈라치기했습니다. 외부세력 갈라치기는 사실 보수언론의 흔한 수법이지만, 신 씨는 외부세력 중에서도 ‘순수 외부단체’가 있다며 황당한 딱지를 붙인 겁니다. 신효섭 씨는 “순수 외부단체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이런 데,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 사드배치저지부산울산경남대책위 이런 곳 같다. 김천시만 해도 근처니까 이해관계가 있지만 대구경북 큰 차원이라든지, PK울산까지 간다면 이건 분명 외부에서 들어와서 현지 주민들에게 사실상 자기 입김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성주 주민들이 배척을 한다, 이것만은 중요한 흐름이다”라고 했습니다. 신 씨의 발언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굳이 해석을 해보자면, 그가 말하는 순수 외부단체란 ‘진짜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외부단체’ 쯤 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성주, 김천의 주민들이 아니면 모두 ‘순수 외부단체’라는 것이죠.
다른 패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이 “김충환 위원장이 활동가들이 주도를 했다고 한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자 최병묵 진행자는 “그게 다 외부인들”이라 맞장구를 쳤고 송 본부장은 다시 “주민들은 6개 단체가 회의를 할 때마다 성주투쟁위가 내는 온건한 방향은 전부 표결에서 부결이 됐다는 것이다. 외부 활동가들이 대거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습니다.
△ 성주에 또 ‘외부세력 개입론’ 덧씌운 TV조선
TV조선 <이것이정치다>(8/15) 화면 갈무리
‘성주 고립’에 골몰한 TV조선, 현지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이렇게 성주투쟁위의 이탈을 빌미로 ‘외부세력 개입론’에 재차 불을 붙인 TV조선 패널들의 행태는 역시나 본질을 호도하는 겁니다. 성주투쟁위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사드반대단체 협의체는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호, 원불교 성주 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배치저지 부산울산경남대책위원회인데요. 이중 원불교 성주 성지수호 비상대책위의 조은숙 교육팀장은 “소성리 사드배치 지역은 성주와 김천의 경계지역이며 원불교 성지와 순례길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주, 김천, 원불교 3단위가 직접당사자인 주체로 활동해왔다”면서 논의에서 성주투쟁위 의견을 가벼이 다룬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사소한 사안까지 모드 6개 단체의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는 겁니다.
또한 성주투쟁위의 이탈은 ‘외부세력’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패널들은 입을 모아 ‘외부세력의 불법 투쟁 노선이 성주투쟁위 이탈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조은숙 팀장은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가 경찰과 충돌을 야기할만한 행동을 먼저 한 적도 없고, 오히려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부상을 입었다”, “주민 검문의 경우 지난 4월 26일의 사드 날치기 배치와 이 과정에서의 ‘미군의 웃음과 촬영’ 문제를 계기로 주민들이 마을의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이를 ‘불법’으로만 보도한 언론에 강력히 성토했습니다. TV조선 패널들 역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TV조선 패널들은 ‘외부세력이 불법 검문을 결정했고 이에 주민들은 마지못해 따른 것’으로 묘사했지만 현지에서는 ‘주민들의 자치권 수호를 위한 자발적 투쟁’이라 반박한 겁니다.
17일 김충환 위원장을 비롯한 성주투쟁위 운영위원의 재신임을 결정한 성주 주민들은 ‘6개 단체 대책회의에서는 빠지더라도, 사드기지 인근 주민들과 연대는 지속하고 사드 배치 책임자 처벌과 법률적 대응, 사드 배치 반대 여론 확산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는 협의체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그동안 협의체와 함께 하던 투쟁을 계속한다는 의미입니다. 언론이라면 어째서 주민들과 많은 시민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지, 특히 현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오로지 ‘외부세력’을 갈라치기 하여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한 주민들과의 연대는 민주주의 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국민들의 헌법적 권리입니다. TV조선은 민주주의에 입각한 시각에서 사안을 다뤄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08월 15일 TV조선의 2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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