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탈원전 정책 때문에 대만 대정전 일어났다는 조선과 동아
등록 2017.08.18 01:21
조회 517

15일 저녁, 대만의 절반이 넘는 가구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대정전’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이번 정전은 LNG발전소인 대만 타오위안 다탄 화력발전소에서 연료공급 이상으로 발전기 6기가 2분간 멈춰 일어났고, 이로 인해 400만kW의 전력 차질이 생겼다고 합니다. 대만 당국은 인재(人災)라고 발표했고 이에 경제부 장관이 사퇴의 뜻을 밝혔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번 대정전이 대만 탈원전 정책 때문이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도 이와 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만 정전은 탈원전 탓이라는 조선

조선일보는 광고 지면을 제외한 2면 대부분을 대만 원전 사고 이야기로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머리기사인 <탈원전 대만, 발전소 1곳 멈추자… 국민 64%가 어둠에 갇혔다>(8/17 이길성 특파원, 김승범 기자 https://bit.ly/2wcMUrE)와 <문대통령 탈원전 정책, 대만과 똑같은데…>(8/17 김승범 기자 https://bit.ly/2vKfSMB)에 이어, <타이베이 101층 빌딩 암흑 천지>, <촛불 식사>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가 관련 보도였습니다. 

 

탈원전 1.jpg

△ 대만 대정전 사태를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 2면(8/17)

 

조선일보는 ‘원전 2기를 가동했으면 정전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대만 야권(친 국민당)이 주장을 담았습니다. “대만 야권은 진산 1호기와 궈성 2호기의 재가동을 요구하는데, 용량을 합치면 155만kW다. 정전이 발생한 이 날 최대 전력 수요는 3645만kW. 전력 공급 예비율은 3.17%로 남은 전력 여유분은 115만kW였다. 400만kW 용량의 LNG발전기가 갑자기 멈추면서 전력 공급량이 갑자기 부족해졌지만 원전 2기가 추가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정전은 피할 수 있었다”는 식입니다. 대만 정부와 차이잉원 총통은 인재(人災)라고 보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이용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결과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교수 성명을 이끈 사람입니다. 

 

극우 매체와 이익 단체의 입장만 보여주는 조선

또한 조선일보는 중국시보를 인용해서 “집권 민진당은 비핵국가를 실현한다며 ‘대만의 전력은 충분하다’는 허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왔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도박에서 전 국민이 패배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재계단체 공상협진회가 “대만의 전력이 부족하다는 게 명백해졌으니 중단한 원전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거나, 반도체 기업인 칩모스와 TSMC가 전력 수급을 이유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심히 친 기업적인 발언만을 인용한 셈입니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중국시보는 2008년 식품기업 ‘왕왕그룹’에 인수되면서 친기업적 극우 매체로 바뀌었습니다. 공상협진회 역시 한국의 ‘전경련’과 비슷한 기업의 이익을 위한 단체입니다. 물론 차이잉원 총통의 “오늘 사고로 집권 민진당 정부의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사고가 우리의 (탈원전)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란 페이스북 발언도 전했지만, 대만에 탈원전 정책 어떻게 시행된 것인지 역사와 맥락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일방적인 보도였습니다.


조선일보 <문대통령 탈원전 정책, 대만과 똑같은데…>에서도 문 정부가 대만의 탈원전 정책과 비슷한 방향을 지녔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사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1년 전 출범한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정책과 ‘판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두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 비중을 늘리고, 공정중인 원전을 건설 중단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발전 비중은 당연히 탈원전 정책이라면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는 부분이고, 공정중인 원전 중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선일보는 마지막으로 “다른 점도 있다. 대만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탈원전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인 2022년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고 이후에도 전기 요금 인상 폭은 최소화할 것이라는 입장이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과거 요금 인상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일보는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1면에 박스 기사로 소개하고 있는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탈원전 정책 자체의 문제점을 강조했다면, 동아일보는 ‘한국과의 유사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동아일보는 <‘탈원전’대만, 전국 블랙아웃>(8/17 이건혁 기자 https://bit.ly/2w32Pso)을 1면에 배치한 뒤, 여기서는 정전이 일어나게 된 간단한 경과만을 설명했습니다. 이어진 10면 머리기사 <LNG 발전 2분 중단에 블랙아웃…대만 성급한 탈원전 부메랑>(8/17 이건혁 기자 https://bit.ly/2uRwyAt)에서 “이번 사고 원인이 1차적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의 연료 공급 이상에 있지만”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원전 가동 중단과 신규 원전 건설 중단 등 성급한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로 “대만은 이달 들어 단 한 차례도 피크타임 기준 설비 예비율이 두 자릿수(10% 이상)를 넘은 적이 없”으며 “사실상 정전 상태인 1%대 예비율을 기록한 날도 이틀이나 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탈원전 추진 과정에서 원전 6기 중 5기를 멈춰 세우고, 공정 98%에 이른 1300MW급 룽먼 원전 1,2호기 공사를 중단하며 예비율 15% 방어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만을 ‘탈원전 모범 사례’로 지목해왔다”며 대만과 한국의 발전 구조가 비슷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두 국가 모두 LNG 발전이 35%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한국은 원자력이 21%, 대만은 석탄이 28.5%이며 대만의 원자력 비중은 11.9%라는 것이죠. 이어 산업 구조 역시 반도체와 IT업종을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국내에서 전기를 모두 생산해야 하고,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라는 것이죠. 이어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비슷한 조건의 대만도 하는데 한국도 탈원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대만이 전력난에 시달리는 만큼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겠냐고 빗댔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이번 대만 정전 사태를 탈원전 탓으로 결론짓고 우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산업부는 우리는 2030년까지 전력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면서 안정적으로 수급 계획을 갖고 있다 했으며, 모든 원전을 폐쇄하는 것이 아닌 단계적인 탈원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발전 구조 등이 비슷해 보이긴 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충분한 수급 계획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핵에너지 유언비어 퇴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운동가’ 소개한 중앙

중앙일보는 <탈원전 대만 블랙아웃… 전체 절반 668만 가구 정전>(8/17 신경진 특파원 https://bit.ly/2uLf64w)에서 이번 사태를 다뤘습니다. 그러나 조선과 동아와는 달리 14면에 배치했고, 정전 원인을 탈원전 정책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대만 전체 가구의 절반에 가까운 668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면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타당성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대만 연합보가 16일 보도했다”는 식입니다. 기사는 ‘핵에너지 유언비어 퇴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운동가’라는 황스슈 씨가 “정치적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기존 원전 용량을 모두 합하면 다탄발전소 용량을 넘어선다” “차이잉원 총통과 행정원 에너지국장 등이 이번 대정전 사태를 초래한 주범”이란 페이스북 게시글을 남긴 것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대만 대정전에도 차이잉원 “탈원전”>(8/17 박은경 특파원 https://bit.ly/2uLa9ZM)에서 차이잉원 총통의 “취약한 전력 시스템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정부의 분산식 녹색에너지 전략 추구는 단일 발전소 사고가 전체 전력공급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 “이번 사고가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란 말을 전했습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17일 지면에서 대만 원전 사고를 단 1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탈원전 정책 때문일까? 

그러나 한겨레는 17일 온라인 기사 <대만 대정전, 탈핵 추진하는 한국의 미래라고?>(8/17 김성환 기자 https://bit.ly/2i7av70)에서 대만의 대정전 사태에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점진적인 에너지 전환 대책 부족’으로 봐야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겨레는 대만에서 본격적인 탈핵 논의가 시작된 건 민진당으로 정권교체가 된 2000년 이후라고 보도했습니다. 수도인 타이페이 근처에 원전이 밀집되어 있고, 대만 역시 지진대에 속해 있어 대만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기에 당시 천수이벤 총통이 룽먼 4호기에 대한 공사를 중단하고 논의를 시작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 우파인 국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이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정부 차원의 ‘공론화’ 없이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벌어지면서 대만에서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모이는 집회가 열리는 등 ‘탈핵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고요. “결국 2014년 4월 민진당 전 대표이자 유명한 반핵활동가인 린이슝(76)이 룽먼 4호기의 폐쇄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타이베이 시내에서 열린 대규모 탈핵 집회에 경찰의 ‘물대포’까지 등장하는 등 진통 끝에” 지금의 탈원전 논의가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한겨레는 이와 같은 대만의 탈핵 과정을 짚으면서, 대만 원전들이 국민당 독재시기에 지어졌으며, 그 사이 제대로 된 대체 에너지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틈도 없이 노후 원전 수명이 끝나 가서 결국 “10년 안에 원전 제로”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음을 지적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타이베이 주변에 밀집한 원전이 지진 등으로 안전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많았던 대만은 탈핵 정책의 시간표와 조건이 우리나라와 많이 달랐다”라고 말했고요. “(탈원전 정책을 편다는) 외적인 조건 만으로 두 나라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책 비교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명태야말로 억울하다’며 김익중 교수 거듭 비난한 조선일보

한편 조선일보는 <동서남북/명태야말로 억울하다>(8/17 박은호 사회정책부 차장 https://bit.ly/2v3Zbtz)에서 핵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김익중 교수를 노골적으로 비난했습니다. 김익중 교수에 공격은 미디어오늘의 <김익중 “조선일보 황당한 탈핵강의 공격, 부정확하고 악의적”>(7/18 https://bit.ly/2uSVAix)이란 기사에 대한 반격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 조선일보는 <일본이 원전사고로 60만명 더 사망?…“고령자 사망 추이를 왜곡”>(7/17)에서 김 교수의 방사능 위험성을 강조한 발언에 대해 “통계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달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사설/탈원전 공약 만들었다는 미생물학 교수의 황당 주장>(7/17)에서도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주 고교생들 앞에서 한 강의 내용은 황당하다는 말밖엔 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괴담일 뿐”이라고 비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미디어오늘이 김익중 교수의 반박을 취재하여 보도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다시 김익중 교수를 비난하는 기자칼럼을 내놓은 것입니다.


칼럼은 대전 원자력연구원 이종일 방사선안전관리부장의 “지금 몸속에서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고 있는 겁니다. 1초당 8698개 방사선(線)이 나오고 있어요”라는 발언 인용으로 시작했습니다. 박 차장은 “몰랐던 방사능 상식을 알게 된 것은 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기수처럼 떠받드는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미생물학) 덕이다”면서 김익중 교수가 “일본산 고등어·명태·대구는 앞으로 300년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온 인물이라고 비아냥거렸고요. “국내 기준치만큼 오염돼도 인공 방사성 물질인 세슘(Cs-137)이 하루 100만개 핵 분해가 일어난다. 엄청나게 위험하다”는 김 교수의 발언을 전한 다음, “그의 강의를 접한 사람들은 겁먹었을 것이다”라고 운을 띄웁니다. 이어 박은호 차장은 “하지만 나는 생선 요리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 7억 5000만 번에 비하면 100만 번(0.13%)는 새 발의 피 아닌가”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 평소보다 60만 명이 더 죽었다. 방사능 오염이 아니고선 설명할 길이 없다. 방사능에 조금이라도 오염되면 위험하다. 일본산은 위험하다”는 김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도, “엉터리”“김 교수 논리대로라면 세상엔 먹을 음식이 없게 된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박은 독자가 직접 조선일보 칼럼(https://bit.ly/2v3Zbtz)과 미디어오늘 보도(https://bit.ly/2uSVAix)를 비교해서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서 김 교수는 자연 방사능 피폭이 더 수치가 큰 지점에 대해서 “자연방사능은 과거부터 있었고, 줄일 도리도 없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방사능의 경우 피폭되는 사람에게 조기 암발견 후 치료 등 이익이 더 클 경우 정당하다. 그러나 (핵무기, 원전사고와 같은) 인공방사능은 전혀 이익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사망자 수에 대해서도 “5~10년간 동일한 인구를 유지하다 서서히 감소하는 선진국의 패턴과 달리 일본의 경우 거의 증가하지 않다가 2009년 정도에 멈춘 뒤 2~3년 동안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다가 2011년 봄부터 갑자기 내려왔다며 4년 사이에 100만 명의 인구가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817_396.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