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파업을 터부시한 MBC‧TV조선‧채널A, 민주주의가 불편한가30일,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집회가 열렸습니다. 학교‧병원‧청소‧경비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6만 여명은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비정규직 철폐,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만연한 차별과 저임금, 열악한 노동 환경, 보호 법망의 미비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노조 활동과 집회는 이런 부조리를 알리고 극복하기 위해 법률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시선은 여전히 그런 권리를 탄압하던 공안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29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모두 ‘민폐’만을 부각하며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데 집착했는데요. 30일, 광화문에서 총파업이 거행되자 MBC‧TV조선‧채널A는 더 뒤틀린 관점과 왜곡된 논리로 노동자들을 매도했습니다.
평화로운 집회…MBC‧TV조선‧채널A 눈엔 ‘민폐’?
주최 측 추산 5만 여명이 참여한 총파업은 아무런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경찰 역시 차벽을 세우지 않았고 교통 통제를 하며 집회와 행진을 보장했습니다. 이에 KBS‧SBS‧JTBC‧MBN은 집회 개최와 참여 시민들의 목소리, 충돌 없는 행진 등 전반적 분위기만 전달했는데요. MBC‧TV조선‧채널A는 달랐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
집회 사실 단순전달 | 1 | 1 | 1 | 1 | |||
교통 불편 | 1 | 1 | 1 | ||||
급식 중단 | 1 | 1 | 1 | ||||
정치적 구호 | 1 | ||||||
전교조 불법 참여 |
1 | ||||||
최저임금 대립 |
1 | 1 | 1 | 1 | |||
총 보도량 | 2 | 2 | 2 | 2 | 3 | 4 | 1 |
△ 7개 방송사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 관련 보도량 상세 비교(6/30) Ⓒ민주언론시민연합
MBC‧TV조선‧채널A는 기본적으로 집회가 교통 불편과 급식 중단을 초래했다는 보도를 1건씩 냈고 TV조선이 여기다 전교조를 겨냥한 보도를 1건, 채널A는 집회에서 나온 ‘정치적 구호’를 지적한 보도 1건을 추가했습니다. 모두 총파업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들 방송사가 얼마나 노조를 터부시하고 있는지 잘 나타납니다.
KBS‧SBS‧JTBC‧MBN은 ‘평화 집회’, MBC‧TV조선‧채널A는 ‘민폐’
방송사들의 시각은 관련 보도의 제목에서부터 그 차이가 뚜렷합니다. MBC는 관련 보도 2건의 제목을 모두 ‘이틀째 급식 차질’, ‘아우성’ 등 ‘민폐’로 뽑았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도 2건의 보도 제목이 부정적 묘사입니다. 반면 KBS‧SBS‧JTBC‧MBN은 ‘경찰 차벽 없었다’며 평화 집회를 암시하거나 ‘비정규직 앞장’, ‘비정규직 철폐’라는 문구로 노동자의 목소리를 제목으로 썼습니다.
방송사 | 보도 제목 |
KBS | <서울 도심 총파업 대회…경찰 차벽 없었다> |
<“1만원 표준 생계비” VS "영세업체 직격탄“> | |
MBC | <대규모 도심 집회…이틀째 급식 차질> |
<광화문으로 행진…곳곳 ‘아우성’> | |
SBS | <대규모 총파업…비정규직 앞장> |
JTBC | <“비정규직 철폐” 광화문에 모인 수만명> |
<경영계 최저임금 첫 카드 ‘155원 인상’> | |
TV조선 | <도심 집회…“비정규직 철폐”> |
<평일 도심 행진 ‘곳곳 혼잡’> | |
<연가 투쟁…‘무대응’ 논란> | |
채널A | <도심 곳곳 게릴라 집회> |
<“차 막히고 귀 아파요”> <종 울리자 분식점 ‘우르르’> |
|
<‘시급 1만 원’ 식당 가보니…> | |
MBN | <민노총 도심 집회…5만 노동자 거리로> |
△ 7개 방송사 민주노총 총파업 관련 보도 제목 비교(6/30) Ⓒ민주언론시민연합
MBC‧TV조선‧채널A가 입을 모아 부각한 ‘민폐’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학교 급식 종사자의 파업으로 인한 ‘급식 중단’이고 다른 하나는 도심 집회로 인한 ‘교통 불편’입니다. 관련 보도를 모두 이런 내용으로만 채운 MBC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MBC <대규모 도심 집회…이틀째 급식 차질>(6/30 https://bit.ly/2sx7Gfs)에서 이상현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틀째 파업을 벌였고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2천 곳이 넘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전기영 기자 역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 그리고 노조할 권리를 요구”했다며 집회 내용을 전달한 후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전국적으로 2천 곳을 넘었습니다. 해당 학교들은 전날처럼 도시락이나 빵과 우유로 급식을 대체하거나 단축수업을 실시했습니다”라고 ‘급식 중단 규모’를 덧붙였습니다.
MBC <광화문으로 행진…곳곳 ‘아우성’>(6/30 https://bit.ly/2tAiT3I)은 “광화문 일대 교통이 통제되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컸”다고 보도했습니다. 리포트 내내 “모든 방면의 차량이 멈춰 섰고, 답답한 차들은 경적을 울려보기도 합니다”, “시위대가 행진하는 차선은 아예 통행이 막혔고 낮 최고 31도에 달한 무더위에 시민들은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립니다” 등 일부 시민의 불편을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 끊임없이 연설과 구호가 울려 퍼지고, 소음은 집회·시위 기준인 75데시벨을 넘어 최고 90데시벨까지 올라가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힘든 수준”이라며 소음 피해도 부각했습니다. 여기다 “뭐 5분도 안 돼서 버스가 왔는데 이거 지금 40분을 기다려도 끝이 없어. 움직이질 못하는 거지 지금”, “아유 시끄럽죠. 장사도 안 되는데 너무 집회를 많이 하니까” 등 불편을 호소하는 2명의 시민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 30일 총파업 보도 2건 모두를 ‘민폐’ 프레임으로 일관한 MBC(6/30)
△ 30일 총파업 보도 2건 모두를 ‘민폐’ 프레임으로 일관한 MBC(6/30)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외면, 일부 시민들의 불편은 부각
KBS‧SBS‧JTBC‧MBN은 급식 중단과 교통 불편을 아예 거론하지 않았지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은 MBC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 인터뷰를 2개씩 덧붙였다는 점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습니다. TV조선은 <도심 집회…“비정규직 철폐”>(6/30 https://bit.ly/2tuC8LF)에서 “1,900여개 교의 급식이 중단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렇게 ‘민폐’를 부각한 MBC‧TV조선‧채널A의 또 다른 공통점은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들이 연이틀 ‘급식이 중단됐다’며 겨냥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기간제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관련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고 정규직의 60%에 불과한 임금과 휴게 공간도 없는 노동 환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건당 고작 800원 정도를 벌면서 차량 구입비와 기름값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당일 배송’이라는 살인적인 직무를 감수합니다. 생계를 위협 받는 노동자들의 이런 현실은 외면하면서 일부 시민들의 ‘교통 불편’과 ‘급식 중단’을 부각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자 노동권에 대한 억압입니다. 법률이 노조 활동과 집회를 보장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일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차별을 없애기 위함입니다.
'전국적 급식 중단‘?…보고 싶은 것만 보는 MBC‧TV조선‧채널A
심지어 ‘급식 중단’과 관련된 MBC‧TV조선‧채널A의 집착은 일부 사실을 은폐한 행태이기도 합니다. 지역과 학교마다 노조 가입률이 다르기 때문에 일부 학교들은 급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충남 지역은 파업 참여 급식 종사자가 18%에 불과해 급식이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전남의 경우 상경 투쟁이 이뤄진 30일에 파업 참여자가 급감해 급식이 정상화됐습니다. 그런데도 세 방송사는 ‘2000여 개의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며 숫자를 앞세워 전국적으로 급식 대란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그러나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가 있는 학교의 수만 해도 3150개에 달합니다. MBC‧TV조선‧채널A의 문제의식을 인정한다 해도 1150개의 학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전교조와 사드 문제까지 트집 놓은 TV조선‧채널A
똑같이 노조를 부정적으로 그렸지만 MBC가 TV조선과 채널A보다 한수 아래인 것이 있었습니다. TV조선은 노조와 곁들여 전교조를 비판하고, 채널A가 ‘사드 반대’ 등 사회적 총파업의 목소리를 싸잡아 공격했다는 점입니다.
TV조선 <연가투쟁…‘무대응’ 논란>(6/30 https://bit.ly/2swKwWk)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은 오늘 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연차 휴가를 쓰거나 조퇴를 했”는데, “과거에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징계하겠다고 나섰”던 교육부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비판의 근거로는 “공무 외 집단행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제시했습니다. TV조선은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설득만 강조했을 뿐 징계 방침은 내리지 않았”다면서 “친노동적인 정부로 바뀌자 교육부가 입장을 바꾼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대체 인력을 투입해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없다”, “연가 투쟁이 국가공무원법상 집단 행동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되는지는 판례마다 다릅니다” 등 반론을 붙이기는 했습니다만 사실상 전교조를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한 보도입니다.
△ 파업에 참여한 전교조 조합원 처벌하라고 요구한 TV조선(6/30)
채널A <도심 곳곳 게릴라 집회>(6/30 https://bit.ly/2sbWoxZ)는 “시간급 1만원 보장 등이 시위 목적이라고 했지만, 사드반대, 한상균 석방 등 정치구호도 빠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가 ‘사드 반대’와 ‘한상균 석방’은 외치지 말고 오로지 임금 인상만 외쳐야 한다는 시각이 엿보입니다.
전교조와 ‘한상균 석방 구호’까지 때린 TV조선‧채널A, 민주주의 부적응?
TV조선과 채널A의 이런 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작동을 불편해 하는 인상마저 줍니다. 미리 신고를 하고 합법적으로 이뤄진 대중 집회에서는 시민이 요구하는 모든 구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전교조 역시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전교조 노동자들의 파업 참여와 ‘한상균 석방 구호’가 부당한 것도 아닙니다.
먼저 TV조선이 국가공무원법을 이유로 전교조의 파업 참여를 비판한 내용을 보겠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법률은 공무원의 정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국가직, 지방직, 교육직 가릴 것 없이 집회 참여 등 정치 활동을 불허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이는 세계적 추세와 비교할 때 매우 비민주적이고 후진적입니다. 미국은 1993년을 기점으로 모든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허용했고 정치자금 모금과 기부, 공직 출마 부분만 제한을 뒀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의 경우 직무의 성격과 권한에 따라 허용의 범위가 다르지만 원칙적으로는 허용하고 있고 교육직은 원천적으로 허용됩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모든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합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도 국가직 공무원은 불허하지만 지방직과 교육직은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정치 참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유독 공무원의 자유만 억압하는 우리의 현행 법률이 비판 받는 이유입니다. 국제노동기구도 2013년부터 꾸준히 한국의 전교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TV조선이 전교조만의 파업도 아닌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한 전교조를 굳이 문제 삼고 싶었다면 이런 내용을 누락해서는 안 됩니다.
‘사드 반대’와 ‘한상균 석방’ 등의 구호를 ‘정치적 구호’로 규정한 채널A의 관점도 문제입니다. 현재 미군은 성주에서 사전 고지도 하지 않고 사격 훈련을 하며 주민들을 공포에 떨고 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미군은 사드 발사대를 비밀리에 들여 오려다 발각되어 끝까지 ‘깜깜이 배치’를 고수했고 국방부는 대통령에 보고도 하지 않아 홍역을 치렀죠. 국민이 충분히 반대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3년 징역형 역시 지난 6월 열린 106차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조속한 석방이 공개적으로 요구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사법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채널A는 이런 것들을 요구하면 ‘정치적 구호’라고 낙인을 찍는 건데요. 채널A는 민주주의 사회의 집회가 무엇인지 먼저 이해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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