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채널A, 새 인선 후보자 소식에 “또 시민단체 또 노무현 정부”청와대에서 새 법무부 장관으로 박상기 연세대 법학과 교수를 지명하면서 종편도 이를 빠르게 보도했는데요, 종편은 후보자들의 많은 이력 중 유독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또 시민단체”라는 자막까지 내보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일한 것이 무슨 잘못도, 경력의 하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최근 이어지는 집회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종편 출연자도 있었습니다. 자꾸만 ‘시민단체’를 말하는 종편의 수상쩍은 논조,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채널A 종합뉴스, “또 시민단체 또 노무현 정부”
△ 채널A <종합뉴스>(6/27) 화면 갈무리
채널A <또 시민단체, 또 노무현 정부…文 인사 특징?>(2017/6/27 https://bit.ly/2trd08B)에선 새 법무부 장관 지명 소식을 전하며 “또 시민단체 또 노무현 정부”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또’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사용하며 부정적 느낌을 주는 표현을 사용한 셈인데요, 곽정아 앵커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 분명한 특징이 있다’며 “시민단체 출신이거나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다는 건데요. 오늘 발표한 정부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보도를 소개했습니다. 뒤이어 강지혜 기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시민단체 경실련의 공동대표입니다”라며 간략하게 이력을 설명하는 듯했지만, 이어 ‘새로 임명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도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며 두 후보자 모두 시민단체에 몸을 담았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심지어는 ‘이처럼 문재인 정부 요직에 진출한 사람들을 보면 시민단체 출신이거나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청와대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등이 시민단체에 몸을 담았고, 조현옥, 김수현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습니다. 내각에서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청문회를 앞둔 김상곤, 정현백 장관 후보자 등이 시민단체 활동을 했고 조명균, 김은경 장관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시민단체 활동을 한 사람은 누구인지,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표까지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채널A <종합뉴스>(6/27) 화면 갈무리
채널A <이슈투데이>(6/27)에서 역시 천상철 앵커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이후 11일 만에 후임자 발표됐다’고 지명 소식을 전했는데, “청와대가 박상기 연세대 법학과 교수를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이번에도 시민단체 출신입니다”라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시민단체 출신임을 강조했습니다.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 “시민단체 출신은 대개 원칙론자…”
TV조선 <이것이정치다>(6/27)에서도 박상기 후보자 지명 소식을 두고 패널들 간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진행자가 ‘일반인들에게는 박상기 후보자의 정치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진 부분은 없는 것 같다’고 말문을 떼었습니다. 이어 진행자가 “다만 이제 경실련 공동대표를 하고 계시니까 그런 점에서는 약간의 조직의 리더 역할을 좀 했다…”라고 말하자,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은 ‘시민단체 출신들은 대개 저희가 그동안에 보면 원칙론자들이 많으시다’고 답을 했습니다. 계속해서 신효섭 씨는 “(시민단체 출신은) 정치하고 타협하고 이런 것보다도 본인의 소신을 갖고 밀어붙여서 관철시키는 데 거기에 능력이 있는 분들”이라며 “물론 검찰 개혁을 갖다가 관철시킬 수 있는 그런 추진력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 그걸 끌어내는 과정에서의 어떤 정치력과 통합력과 조정력도 과연 갖추고 있느냐. 그 부분이 청문회 과정. 또 여러 가지 검증 과정에서 좀 확인이 되면 그건 국민들도 다 환영하는 바가 아니겠습니까?”라고 마무리했습니다.
△ TV조선 <이것이정치다>(6/27) 화면 갈무리
뒤이어 고성국 TV조선 해설위원은 “앵커께서 경실련 공동대표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시민운동의 어떤 동력과 법무부 장관, 국무위원으로서의 그 운동 방식이 좀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많은 분들이 그걸 걱정하는 그런 측면도 같이 있는 것 같아요”라는 의견을 내보이며 신효섭 씨의 발언에 동의를 표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일반화하여 ‘소신으로 밀어붙여 관철시키는 데에는 능하지만 정치와 통합 능력은 글쎄’라고 표현한 것처럼 비치는 발언이었는데요, ‘시민단체 출신’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일반화하여 말하는 것도 문제지만, 후보자 개개인의 이력 중에 시민단체 경력만 유독 부각하여 보도하는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 TV조선 <뉴스10>(6/26) 화면 갈무리
손정혜 변호사,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고 있다”
TV조선 <뉴스10>(6/26)에서는 사드에 반대하는 집회가 미국 대사관 앞에서 이루어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손정혜 변호사가 “사실 저는 이 사건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이런 겁니다. 문 정부에서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라며 무려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표했습니다. 진행자는 길게 “네”라고 말하며 동의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는데요, 계속해서 손정혜 씨는 “사실 우리가 대의민주주의인데 시민단체들이 목소리가 너무 커지고 집회시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일어나다 보니까 직접민주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는 원칙론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며, ‘너무 커지면 위험한’ 집단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광장에서 자유로이 표현될 때 발전해나가는 민주주의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입각자들은 자신의 학문적 성과와 재능을 시민단체에 재능기부처럼 공유한 것입니다. 국민 누구나 자신의 여건에 맞게 관심 있는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품을 내서 함께 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입니다. 이상하게 볼 필요가 전혀 없는 사안을 재차 강조하는 종편이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6일~6월 27일 채널A, TV조선의 4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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