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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보도도 MBC에 오면 뒤죽박죽
등록 2017.06.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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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1일과 22일, 잇따른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과의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사드 철회’와 ‘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한미 간 엇박자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죠. 동시에 ‘1단계 북핵 동결, 2단계 핵 프로그램 폐기’라는 ‘2단계 북핵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에 사드 보복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고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문정인 특보와 비슷한 주장임을 강조한 MBC
한편 21일 있었던 미중 외교안보대화도 주목해야 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대가로 북한 핵·미사일 동결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이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백악관 관리들은 북한에 군사적ㆍ경제적 압박 완화를 필요로 하는 어떤 제안에도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이 보도는 22일, MBC와 MBN만 보도했는데요. 양사의 보도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먼저 MBC는 이를 톱보도로 타전했습니다. 이날 타사의 톱보도는 KBS·MBN 문재인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SBS 비정규직 문제, JTBC 문 대통령 ‘스펙 없는 이력서’ 지시, TV조선 국정기획위 통신비 절감 대책 발표, 채널A 청와대 앞길 59년 만에 개방 등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그만큼 국내 소식 중에서도 중대한 사안이 많았음에도 MBC가 미중 외교안보대화에 관한 외신보도를 톱으로 뽑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그만큼 이 내용을 주요하게 부각한 MBC의 의도는 보도내용의 차이를 짚어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MBC와 MBN의 차이는 앵커멘트부터 엿볼 수 있는데요. MBC는 문정인 특보와 중국 측 주장이 똑같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MBC 톱보도 <“중의 제안…미 전력 감축‧북핵 동결”>(6/22 https://bit.ly/2t1NlDv)에서 이상현 앵커는 “주한미군 전력을 감축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동결한다, 중국이 미국 측에 이 같은 내용의 협상을 제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고, 배현진 앵커는 “이는 문정인 특보가 워싱턴에서 한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멘트에서 뉴욕타임즈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문정인 특보와 중국의 주장이 비슷하다며 그 ‘배경’부터 의심한 것이죠. 


똑같은 소식을 전한 MBN <새 대북협상 제안>(6/22 https://bit.ly/2tAGVIM)은 김주하 앵커가 “중국이 ‘주한미군을 줄이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동결한다’는 내용의 대북 협상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역할이 별로 없었다고 한지 하루 만이죠”라고 설명한 뒤 곧바로 취재기자를 연결했습니다. MBN 보도에서 문정인 특보 관련 언급은 최소한 앵커가 아닌 취재기자의 리포트 속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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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제안이 문정인 특보 주장과 비슷하다며 배경 거론한 MBC(6/22)

 

중국의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 제안과 비슷함에도 굳이 문정인 특보를 강조한 속내는?
MBC와 MBN 보도의 공통점은 중국의 제안이 문정인 특보 주장과 비슷하다고 단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6일 미국 학술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간 협의를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미군 전략자산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북한 핵 동결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중국의 제안과 비슷한 듯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문정인 특보가 북한의 핵 활동 중단 등 북한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내건 것과 달리 중국의 제안은 주한미군의 감축이 북한 핵 동결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겁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즈는 물론, 대다수 한국 언론들도 문정인 특보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2단계 해법’을 중국의 제안과 비교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해당 기사인 <U.S. Pressed to Pursue Deal to Freeze North Korea Missile Tests>(6/21 https://nyti.ms/2tPSawc)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과 비슷한 생각을 개진했다. 그는 화요일(20일) CBS 뉴스의 노라 오도넬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 동결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할 수 있는 두 번째 단계의 가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를 인용한 한국의 뉴시스(6/22, https://bit.ly/2rXwLES), 한국일보(6/22, https://bit.ly/2t0K1IZ) 등 타 매체 역시 문정인 특보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2단계 해법’을 거론했습니다. MBC와 MBN은 이미 보수 언론의 과도한 비난 보도의 희생양이 된 문정인 특보를 맥락도 없이 끌어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보도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국보다는 중국이나 북한과 더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가 의심됩니다. 

 

미국의 반응은 전해지지 않았다? 외신을 읽어보기는 한 건가
MBC 톱보도의 문제점은 또 있습니다. MBC는 “중국의 제안에 미국 측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면서 “다만,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해야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비춰볼 때, 미국이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거란 관측”만 내놨는데요. 이와 달리 MBC가 인용한 뉴욕타임즈 보도는 미국이 중국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똑같은 보도를 인용한 뉴시스, 한국일보 등 타 매체도 마찬가지입니다. MBN도 “백악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를 끌어낼 수 있더라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력을 해제해야 하는 어떤 제안에도 관심이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MBN은 더 나아가 “그럼에도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동결 협상뿐이라는 인식을 가진 미국 내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핵 동결 협상 카드’에 여전히 여지가 남아있다고 시사했죠. MBN은 여러 가지 분석을 덧붙여 외교적 가능성을 최대한 타진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자주파 VS 동맹파’ 갈등까지 거론한 MBC
외신마저 뒤죽박죽 제멋대로 보도하는 MBC의 왜곡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MBC의 두번째 보도인 <북한도 약속한 듯…외교부는 ‘일축’>(6/22 https://bit.ly/2rJbpH0)에서 MBC가 어째서 뉴욕타임스 보도를 톱보도에 배치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일단 보도 제목부터 ‘북한도 중국처럼 문재인 정부와 약속한 듯 보인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인도 주재 북한 대사의 발언입니다. 계춘영 주 인도 북한 대사는 인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라도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며 “미국 측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단기적 혹은 영구 중단하면 우리도 (핵·미사일 시험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제안과 매우 흡사합니다. 그런데 MBC는 여기다 “북한이 핵·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6‧15기념식 발언,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특보 발언을 덧붙여 마치 계춘영 북한 대사와 비슷한 제안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을 선제 조건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 문정인 특보의 제안은 북한과 한미 양국의 훈련 모두를 중단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과 분명히 다릅니다. 

 

심지어 MBC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제안을 일축”했지만 “속내는 좀 달라” 보인다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 치부했습니다. 여기다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 내 자주 외교를 중시하는 ‘자주파’와 미국 중심의 대미 외교를 내세우는 ‘동맹파’ 사이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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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대사의 제안에 ‘문재인 정부 내부 분열’ 언급한 MBC(6/22)
 

‘모자이크’식 외신 보도, MBC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이날 주 인도 북한 대사의 발언을 JTBC와 MBN도 1건씩 보도했지만 발언 내용만 건조하게 전달했습니다. MBN <“훈련 중단 먼저”>(6/22 https://bit.ly/2sXMRxt)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자신들의 원칙적 입장을 재차 주장하면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대화의 조건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해 우리 정부를 겨냥한 MBC와 확연히 다른 시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주 인도 북한 대사의 발언도 MBC가 인용한 뉴욕타임즈 보도가 모두 거론하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즈는 북한 대사의 제안을 언급하면서 “미 정부 관계자들은 과거 사례를 근거로 ‘핵을 동결하겠다’는 북한의 언급 자체를 ‘함정(trap)’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핵 동결을 위한 대화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등 백악관은 그동안 ‘북핵 동결 협상’ 자체에 부정적이었다는 겁니다. 바로 다음 보도 내용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뉴욕타임즈는 이렇게 ‘북핵 동결’에 백악관이 꾸준히 부정적이었지만 다른 ‘옵션’들도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주도한 중국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외에 “제한적인 군사 공격 역시 북한의 서울 침공을 야기할 수 있어 끔직한 결과가 예상된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미 관료들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즈의 분석입니다. 모두 MBC가 외면한 내용입니다.


결과적으로 뉴욕타임즈 보도의 핵심은 중국의 제안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문정인 특보의 생각과 비슷한지 여부가 아닙니다. 문정인 특보는 등장하지도 않고 문 대통령도 딱 두 번만 언급됩니다. 뉴욕타임즈는 ‘핵 동결 협상’이라는 카드가 주요한 대북정책의 아이디어로 떠올랐고 미국이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으나 다른 대안도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로부터 결국 당사국들과 협상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MBC는 이런 내용의 외신을 난도질 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중국‧북한과 비슷하다’는 엉뚱한 방향으로 보도한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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