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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친북 이미지’ 부각한 MBC·TV조선·채널A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CBS 등 미국 외신과의 인터뷰가 잇따라 공개됐습니다. 29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라 관심이 컸습니다. 문 대통령이 밝힌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실시가 사드 배치 합의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워싱턴포스트)고 했고 “한미연합훈련 축소는 문정인 특보 사견”(CBS)이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이런 발언은 사드 배치 문제와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과의 엇박자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는 결과적으로 실패”라면서 “1단계 동결, 다음 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라는 2단계 접근”이라는 ‘2단계 북핵 해법’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큰 틀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해법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미국을 안심시키려 저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문 대통령은 사드의 환경영향평가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했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의지를 표명하는 등 양보할 수 없는 지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남북 문제를 한국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워싱턴포스트)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죠. 이렇듯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방송사들이 주목한 대목이 엇갈려 이목을 끕니다. KBS와 MBN은 ‘사드 번복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SBS‧JTBC는 ‘남북 문제 한국 역할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MBC‧TV조선‧채널A는 약속이나 한 듯 “평양에 갈 수 있다”는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는 겁니다. 과연 어떤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방북 의지’가 핵심 발언? MBC‧TV조선‧채널A의 특이한 관점
7개 방송사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언론 인터뷰를 보도한 가운데, 보도량은 KBS‧TV조선‧MBN 2건, MBC‧채널A 1건, SBS‧JTBC 3건입니다. 이 중 보도량이 1건에 불과한 MBC와 채널A, 그리고 2건의 TV조선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방송사는 하나 같이 문 대통령의 ‘평양에 갈 수 있다’는 발언을 제목으로 뽑고 크게 부각했습니다. 특히 1건만으로 인터뷰를 전한 MBC와 채널A의 경우 다른 발언들은 부차적으로 처리하고 ‘방북 의지’ 발언을 주요하게 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MBC <“조건 갖춰지면 북한 갈 수 있다”>(6/21 https://bit.ly/2sXUKmZ)은 ‘방북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고 보도를 시작하는 앵커의 멘트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조건이 갖춰지면 북한에 갈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입니다. 리포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방문해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면서 “김정은이 비합리적이고 위험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 핵을 폐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제재와 압박 수단은 풍부하지만 대화 수단은 많지 않다”라는 문 대통령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방북 의지’를 강조하고 나서야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 “자신은 한미 군사훈련 규모를 조정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언급을 한 적이 없다” 등 다른 발언을 별 다른 설명 없이 나열했습니다.
채널A <“뻥치고 있지만 대화 원할 것”>(6/21 https://bit.ly/2ssTuHt)의 경우, ‘방북 의지’ 발언은 아니지만 역시 김정은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채널A는 “핵과 미사일로 공갈을 치지만, 대화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을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이해하는 김정은의 속마음”이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대통령께서도 트럼프처럼 김정은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왜 그런 그와 대화하려 하십니까?”라는 CBS 앵커의 질문에 “김정은은 합리적이지 않다”,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 정권의 안전에 대해서 보장 받는 것”이라 대답한 문 대통령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 “한미군사훈련의 축소를 말한 적 없습니다”라는 발언 장면을 덧붙였고 “여건이 맞으면 평양 방문은 여전히 좋은 생각으로 본다”라는 ‘방북 의지’ 발언을 끝으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 문 대통령 외신 인터뷰, ‘방북 발언’에 초점 맞춘 MBC(6/21)
△ 문 대통령 외신 인터뷰, ‘방북 발언’에 초점 맞춘 TV조선(6/21)
TV조선 <“조건 맞으면 평양 방문”>(6/21 https://bit.ly/2tQsMqb)역시 “조건이 맞으면 평양을 가겠다”, “올해 안에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 등 ‘방북 의지’ 발언에 방점을 찍은 보도입니다. MBC·TV조선·채널A의 관점이 남다르다는 점은 타사와 보도 제목만 비교해도 알 수 있습니다.
△ 7개 방송사 문재인 대통령 외신 인터뷰 관련 보도 제목 비교(6/21) Ⓒ민주언론시민연합
SBS·JTBC는 ‘한국 역할론’ 중심으로 ‘인터뷰의 의도’ 분석
이렇게 김정은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방북 의지’를 표명한 문 대통령 발언을 핵심 발언으로 꼽은 MBC‧TV조선‧채널A의 시각은 타사와 극명하게 다릅니다. 특히 문 대통령 인터뷰를 주요 발언 중심으로 다루기보다는 전체적 방향성을 분석하는 태도를 보인 SBS와 JTBC가 눈에 띕니다. 두 방송사는 나란히 3건의 보도를 할애해 가장 보도량도 많았고 ‘한국 역할론’을 이번 인터뷰의 핵심 주제로 설정해 한미 대북 정책의 방향을 가늠했습니다.
SBS는 먼저 <“동결→폐기…2단계 해법 한국이 주도”>(6/21 https://bit.ly/2rF2fLG)에서 “핵 동결 이후 완전한 핵 폐기라는 2단계 해법”을 제시한 문 대통령이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론도 내세웠”다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어지는 SBS <“트럼프와 다르지 않다” 견해차 불식>(6/21 https://bit.ly/2tvWYrk)에서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의 견해차를 최소화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이번 인터뷰를 풀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조건이 갖춰지면 김정은과 대화할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고 강조”한 사실을 언급했고 “대북 대화와 제재 병행이란 대북정책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문 대통령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 ‘한국 역할론’에 초점 맞춘 SBS(6/21) 문 대통령 외신 인터뷰 보도
JTBC <더 강경해진 ‘스트롱맨 트럼프’ 설득은?>(6/21 https://bit.ly/2sT48rN)는 역대 한미 정부의 대북 기조를 분석하면서, 현 상황을 바라볼 관점까지 제시했습니다. JTBC는 문 대통령이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한 점에 초점을 맞춰, “노무현 정부 때도 대화를 강조하면서 우리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당시는 미국 부시 행정부가 대북 강경론으로 일관을 했고, 우리가 대화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잘 풀리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미국 부시 정부는 “북한을 아예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고 규정”했다는 겁니다. 이어서 박근혜 정부도 되짚었는데요. JTBC는 “박근혜 정부 때는 미국과는 교감이 있었지만 남북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갔”다고 정리했습니다. 이에 대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웜비어 사망 사건이 터져서 미국 내 북한 여론이 악화”된 미국 트럼프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겁니다. 이런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복원해 물꼬를 터놓은 상태에서 단계적 접근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는 방식”을 택할 것이고 이번 문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가 그 일환이라는 것이 JTBC의 분석입니다. 타사에 비해 차분한 태도와 분석력이 돋보이는 보도였습니다.
타사도 발언 중심으로 보도했지만 초점은 ‘미국 설득’
SBS와 JTBC처럼 분석적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KBS·MBN 역시 MBC·TV조선·채널A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KBS <“사드 번복 아니다…한미훈련 축소 없다”>(6/21 https://bit.ly/2tQXGyB)는 제목으로 뽑은 문 대통령 발언을 중점적으로 전했고 ‘방북 발언’은 보도 말미에 “북핵 해결 과정에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조건이 되면 평양에 가겠다고 말했”다는 대목에서 아주 짧게 언급했을 뿐입니다. MBN <"사드 배치 연기나 취소 안 해“>(6/21 https://bit.ly/2rEDCyN) 역시 비슷합니다. 두 방송사는 문 대통령 발언의 전반적인 취지와 방향성을 분석하지는 않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MBC·TV조선·채널A와 달리 ‘방북 의지’를 부각하지도 않았고 ‘미국 설득 의지’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친북 이미지’ 부각? MBC·TV조선·채널A의 찜찜한 의도
그렇다면 유독 MBC·TV조선·채널A만 문 대통령의 ‘방북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 대통령 인터뷰가 대부분 대북 정책 방향 및 미국과의 공조 방식,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감안하면 ‘방북 발언’은 극히 국부적인 내용입니다. ‘조건이 갖춰지면 갈 수 있다’고 말한 만큼 ‘북한의 핵 동결이 대화의 선제적 조건’이라는 인터뷰 내용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그렇다면 문 대통령 대북 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북핵 2단계 해법’을 중점적으로 전달해야 상식적입니다. 그러나 MBC·TV조선·채널A는 ‘방북 발언’을 전면에 내세우고 ‘북핵 해법’은 매우 부차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으로만 처리했죠. 이렇게 엉뚱한 곳에 초점을 맞춘 세 방송사의 의도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지나치게 북한에 호의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2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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