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시작도 안 한 대북 정책에 우려 쏟아낸 MBC‧TV조선
등록 2017.05.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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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조사는 이명박 겨냥 정치보복’이라는 야권 일부의 주장을 입을 맞춰 확대재생산 했던 MBC와 TV조선. 두 방송사가 합을 맞춰 띄운 프레임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우려스럽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남북 대화를 금기시하는 박근혜 정부 등 보수층의 진부한 논리인데요. 상당한 사회적 비용과 안보 위협을 야기하는 남북 긴장 국면에서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대결만 펼치라는 식입니다. 이는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 생산적인 논쟁이 아닙니다. 이런 보도를 MBC가 1건, TV조선이 4건이나 냈습니다. 이날 다른 방송사에서는 대북정책 관련 보도가 아예 나오지 않았습니다. 


‘섣부른 관계 개선이 우려된다’? 무조건 하지 말라는 MBC‧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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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우려 표한 MBC(5/23)
 

MBC와 TV조선의 주장은 똑같습니다. MBC <북 제재 고삐 죄는데…“남북 교류 확대”>(5/23 https://bit.ly/2rSnFVp)는 “유엔 안보리는 오늘 언론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또 한 번 강력규탄했”는데 “우리 정부 내에선 남북 교류 확대를 예고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면서 이를 “논란”으로 규정했습니다. MBC는 “조만간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문 대통령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 “남북 간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는 국제사회 제재 공조 체제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하게 검토”(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의 발언을 묶어 새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관계 개선 시도가 어렵게 이뤄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TV조선도 판박이입니다. TV조선 <문정인 “5‧24조치 해제해야”>(5/23 https://bit.ly/2qj52sC)는 MBC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당장 북한의 미사일 증강을 막기 위해선 정상적인 거래로 북한을 안심시켜야 한다”와 같은 문정인 특보와 정의용 실장 발언을 인용했고 “북한은 이런 도발(천안함 사건과 금강산 관강객 피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으니 “북한이 변한게 뭐가 있는지 따져봐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TV조선은 여기에 <“남북 대화 서두른다” 우려>(5/23 https://bit.ly/2rz5rfj)라는 보도를 추가해 “국제사회에도 북한에도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국민의당), “섣부른 대북 유화정책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과오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길 바랍니다”(자유한국당), “왜 이렇게 서두르는 지 알 수 없습니다”(바른정당) 등 야권의 비판을 나열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하고 국제 제재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정부가 대화론을 꺼내는 것은 순서도 뒤바뀌었고 효과도 없다”면서 MBC와 똑같은 논리도 폈습니다. 

 

청와대가 아니라는데도 ‘교황에 남북회담 중재 요청할 것’이라는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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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아니라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TV조선(5/23)

 

TV조선은 MBC보다 훨씬 여론전에 적극적입니다. TV조선은 청와대가 이미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논란에도 가능성을 부여했습니다. TV조선 <교황에 회담 중재 요청할까>(5/23 https://bit.ly/2rSSKbA)는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에 보낸 특사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중재를 요청할 거라는 보도가 나왔”고 “청와대는 교황에게 보낸 친서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부인”했다면서도, “친서에는 없지만 김(희중) 대주교가 문 대통령의 특별한 구두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근거도 없이 ‘추측’으로 보도를 낸 겁니다. 

 

아직 인선도 안 끝난 대북정책…‘발목잡기’ 여론전인가
MBC와 TV조선의 이러한 문재인 대북정책 비판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두 방송사 모두 정의용 실장과 문정인 특보의 발언 중 일부를 부각하면서 마치 문재인 정부가 남북 대화를 벌써 본격화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정 실장과 문 특보의 전체 발언을 보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했고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교류를 늘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두 방송사가 주목한 정의용 실장의 발언은 22일 국회와의 만남에서 나왔는데요. 정 실장은 “여러 여건상 본격적인 대화를 현 단계에서 바로 재개할 순 없지만 연락통신망, 판문점 핫라인 이런 것은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인적교류나 사회·문화·스포츠 교류 같은 것은 대북제재 체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두 방송사가 주목한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23일 조선일보 인터뷰(https://bit.ly/2qfvEvb)에서 나온 것인데요. 문 특보는 “북한과 대치 국면이라고 하더라도 대화의 물꼬를 터서 (북한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과도한 조치를 푸는 것을 (이후 다른 현안에서) 일종의 바기닝(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5‧24조치 해제 등의 방식으로 북한과 협상이 가능하다는, 상식적인 수준의 주장입니다. 심지어 문 특보는 “이전 (보수) 정부가 단행했던 강경 조치들이 지금 정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대북제재 국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자매사의 인터뷰를 보도하면서도 자매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5‧24조치 해제”, “당장 북한의 미사일 증강을 막기 위해선 정상적인 거래로 북한을 안심시켜야 한다” 등 일부 발언만 부각해 비판한 겁니다.


결국 정 실장이나 문 특보의 발언은 진전 없이 위험 부담만 커진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간교류 증진을 ‘제안’한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통일라인 인선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대안이 논의되는 상황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와 TV조선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대북제재 공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아간 겁니다. 이런 반응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의 입장임을 감안하면 MBC와 TV조선이 편파적인 보도를 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23일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구속된 지 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박 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로 몰아가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재판을 방청했던 시민들은 분노를 표했습니다. 7개 방송사도 모두 이 재판을 톱보도로 타진하며 주목했는데요. 박근혜 씨의 달라진 모습이나 ‘최순실과의 조우’ 등 표면적인 부분에만 보도가 쏠려 아쉬웠습니다. 박근혜-최순실의 혐의가 무엇인지 되짚어 줄 수 있는 검찰의 공소 내용은 JTBC만이 1건의 보도로 정리했습니다. 다행히 전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특정 여론을 자극하는 보도는 나오지 않아 평이한 수준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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