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부역 앵커’가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이유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언론탄압 피해자?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록 2018.03.29 10:12
조회 946

지난 3월 9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자유한국당 입당 후 송파을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아 오는 6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2012년 정치권력의 방송장악에 저항해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KBS, MBC, YTN 등 공영방송 노조원들이 170여 일 동안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파업에 참여한 동료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업무 복귀 후,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김재철과 김장겸 등 정권의 낙하산으로 MBC 사장에 임명된 사람들의 비호 속에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최장수 앵커 자리를 꿰찼다. 동료들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처절하게 외칠 때,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화려한 조명 밑에서 정권 친화적 뉴스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공영방송을 파괴하고 MBC를 정권의 나팔수 역할로 전락시킨 책임을 물어 김장겸 전 MBC 사장을 해임하면서 배현진 전 아나운서도 결국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151호 01.jpg
△ 지난 3월 9일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자유한국당 입당 후 송파을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아 오는 6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 (사진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말하는 ‘부당함’,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라

 

그런데 지난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자신이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 후 3달 동안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채 조명기구 창고에서 업무발령을 기다리며 대기하는 상태였다”고 강조하면서 “세상이 알지 못하는 부당한 일들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MBC 측은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근무한 곳은 창고가 아니라 사무실이었다고 반박하고 있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에게 3개월 동안 창고 옆 사무실에서 근무해 보니 어떤 느낌이었냐고 묻고 싶다. 수년 간 정권의 낙하산 사장 밑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앵커의 자리를 지키는 혜택을 누린 사람이 겨우 3개월 창고 옆 사무실에서 근무했다고 MBC 경영진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인이 수년 동안 화려한 조명 아래서 최장수 앵커로 근무하는 동안 취재현장에서 쫓겨나 스케이트장에서, 요리를 배우는 교육장에서, 그리고 창고관리 현장에서 수년 동안 고통을 겪었던 동료들의 아픔은 어땠을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말이다. 자신이 겪은 3개월이 힘들다고 현재의 MBC 경영진을 비판하고 있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왜 자신이 앵커를 할 때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경영진의 탄압을 받아 자신보다 10배 아니 20배 이상 고통을 당한 자신의 동료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겪은 고통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적당히 과장도 섞어 비판하면서 자신보다 더 오랜 기간 더 많은 고통을 당했던 자신의 동료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침묵했던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태도는 자신의 안위와 이익에는 민감하지만, 동료와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태도를 가진 인물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151호 02.jpg
△ 3월 27일, 자유한국당의 ‘좌파정권 방송장악 피해자 지원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한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 배현진 당협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지난 1월 최승호 사장이 ‘배현진은 다시는 뉴스에 출연할 수 없다’는 말씀을 아무 거리낌 없이 했다”며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저는 현 정권의 공공연한 블랙리스트”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탄압받은 언론인 코스프레’ 중단하고,

‘주민 무시’ 그만두라

 

송파주민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했던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동료들이 회사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도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동료들의 아픔과 부당한 대우를 외면한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과연 송파지역 주민들의 아픔과 고통에 관심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오로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자신이 낙하산 사장들에게 충성하며 누렸던 혜택은 철저히 감추고, 3개월 동안 당했던 마음의 고통만을 부각시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지금의 모습은 송파지역 주민들을 우습게 보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자유한국당도 참 딱하다. 아무리 후보가 궁해도 그렇지 촛불혁명으로 탄핵된 대통령이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들 밑에서 혜택을 누린 배현진 전 아나운서를 갑자기 탄압받은 언론인으로 둔갑시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송파지역 주민들과 국민들의 수준을 도대체 어떻게 보는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자유한국당과 배현진 전 아나운서는 송파지역 주민들을 무시하고 정치를 희화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그래야 6월 지방선거에서 돌아선 보수의 지지를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언론포커스는?
<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