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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누드화 논란…이러니까 ‘블랙리스트’가 있어야 해?
2017년 1월 24일
등록 2017.01.31 18:53
조회 526
24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국회의원회관 전시회 ‘곧 바이전’에 걸린 박 대통령의 풍자 누드화가 논란이 됐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많은 담론과 달리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이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비판의 소재로 활용하기 바빴습니다.

지난 20일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20명의 예술인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곧, 바이전(BYE 展)’에서 한 폭의 그림이 논란이 됐습니다. 프랑스 화가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라는 그림이었는데요. ‘더러운 잠’은 ‘올랭비아’ 속 누드 여성의 얼굴을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꿔 패러디한 그림으로 전시 직후부터 많은 논란이 됐습니다. 비난의 화살은 전시회를 주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에 돌아갔습니다. ‘더러운 잠’뿐 아니라 전시회 기획 자체가 여성혐오 정서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민주당마저 표 의원을 윤리위에 넘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더러운 잠’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아직도 각계각층의 많은 공방이 있습니다. 양성평등, 표현의 자유, 예술의 정치적 표현 등 다양한 시각으로 이 논란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24일 종편 시사토크쇼에서는 전시회를 주최한 표 의원을 향한 맹목적인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더러운 잠’을 둘러싼 담론 대신 표 의원을 향한 공세에 나선 것이죠.
 
1. 기승 전 문재인? 풍자 누드화 논란이 “이념에 충실한 코드 정치”?
MBN <뉴스와이드>(1/24)에서도 표 의원과 풍자 누드화 논란이 화제였습니다. 진행자 송지헌 씨는 “이 사태(풍자 누드화 논란)를 어떻게 보고 넘어가야 할지”라고 질문을 던지는데요. 이에 대해 출연자 민영삼 한양대 특임교수는 동문서답 수준의 답변을 합니다. 민 씨는 질문에 답하며 ‘더러운 잠’에 대한 평가 대신 표 의원의 태도를 지적합니다. 표 의원의 사과하는 태도가 잘못됐다는 것인데요. 이것이 기막히게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민 씨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도움이 안 되는 그런 표창원 의원의 태도입니다. 저렇게 돼서 무조건 죄송합니다. 지난번 ‘65세 정년’ 때도 그랬고 그전에 탄핵 명단, 찬성 명단 본인이 다 작성했잖아요, 나머지 299명의 의원들에 대해서 낙인찍기를 하고. 도대체 표창원 의원은 나름대로 학력 수준도 계시고 하신 분이 배울 만큼 배우신 분이 왜 저렇게 하시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요. 저게 중도층들이 생각할 때 불안해 버려요. 아 저게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1호가 결국에는 친노 운동권 정치라는 게 적개심의 정치, 분노의 정치, 한풀이 정치. 저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노무현 정부 5년처럼 다시 한 번 그 이념에 충실해서 코드 정치해 가지고 아닌 사람들 갔다가 전부 완장 차고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하지 않을까 그런 불안감을 주면서 중도층이 멀어지게 하는 행동이에요. 바로 잘못했다, 그러면 할 일을”이라 주장했습니다.

그야말로 ‘기승 전 문재인’이라 부를만한 발언입니다. 논란이 된 전시회 ‘곧, 바이전’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20명의 예술인이 개최했습니다. 표 의원은 국회에서 전시를 연 주최자의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문 전 대표까지 비판하는 건 지나친 주장입니다. 더군다나 민영삼 씨는 표 의원이 문 전 대표의 영입 1호라는 이유만으로 풍자 누드화 논란과는 전혀 관련 없는 문 전 대표를 맹비난합니다. 표 의원의 태도를 ‘친노 운동권 정치’라고 싸잡아 비난하기도 합니다. 또한 민 씨가 표현한 ‘적개심의 정치, 분노의 정치, 한풀이 정치’는 근거도 희박할뿐더러 민주당에 대한 명예훼손성 발언입니다. “저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중략) 전부 완장 차고 돌아다”닌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비난일 뿐입니다.

표 의원과 풍자 누드화 논란은 보는 시각에 따라 비판적인 입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 씨처럼 논란이 된 예술작품을 가지고 정치인과 정당을 싸잡아 일반화해 맹비난하는 주장은 ‘더러운 잠’에 대한 보수세력의 비판처럼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2. 느닷없는 ‘블랙리스트’ 필요성 강변 - 이러니까 ‘블랙리스트’가 있어야 해
‘이런 풍자화나 그리니 블랙리스트에 오른 건 당연하다’는 궤변도 등장합니다. TV조선 <최희준의 왜>(1/24)의 진행자 최희준 씨는 김종래 전 조선일보 국장에게 “블랙리스트 문화계 지원을 제한하는 블랙리스트 때문에 지금 장 차관급이 5명이 구속된 거 아닙니까? 만약에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저런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를 지원하겠다' 그러면 김종래 국장님이 대통령이면 '저런 그림 그리는 예술가를 지원하겠다'고 하면 '지원해라' 그렇게 하시겠습니까?”라 질문합니다. 김 씨가 조금 당황하자, 최 씨는 “오늘 제가 그런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어요, 이와 관련해서. '저런 것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나온 거고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한 거 아니냐”라고 덧붙입니다. 이번 ‘풍자 누드화’ 논란을 가지고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이에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대학로의 공연되는 대부분의 연극들이 문예 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요. 그런데 내용이 그렇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너무 남을 탓하기에는 본인들이 좀 스스로 예술인답게 좀 이렇게 승화시켜서 정치를 풍자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면 누가 뭐라고 합니까? 너무 노골적으로 저렇게 하니까 블랙리스트가 나오는 거예요”라 대신 답합니다. 한마디로 ‘풍자 누드화를 그리는 사람은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게 당연하다, 대학로 예술인들이 그렇다’는 주장입니다. 대통령을 나체로 그린 표현법에 대한 비판 여론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오 씨의 주장처럼 표현 방법이 외설적이었다는 이유가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어떠한 이유도 국가의 특정 예술가 탄압을 옹호할 순 없습니다. 작품 자체에 대한 비판과 논의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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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 누드화 논란’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나온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 진행자 최희준 씨. TV조선 <최희준의 왜>(1/24) 갈무리

 

‘블랙리스트’ 필요성은 종편 출연진 전반이 공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1/24)에 출연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저는 이것을 지금 블랙리스트와 관련되어서 오히려 그 블랙리스트가 있을 법한 것은 아니냐, 이러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라며 ‘블랙리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 강변했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1/24)에 출연한 신정록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블랙리스트 논란이 아주 크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런 류의 그림들이 이렇게 다시 득세를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표현이 적합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역 블랙리스트 같은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이런 걸 키울 것”이라 예측하기도 합니다.
 
3. 표현의 자유 이야기하다가 국보법까지 진도 나간 여상원
여상원 변호사는 TV조선 <뉴스를 쏘다>(1/24)에 출연해 풍자 누드화를 ‘복수’로 규정했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한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제3자가 그러면 그럴 수 있다 하는데, 그런 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이 오시면 있죠. 어떤 ‘보복’, ‘복수’ 이런 느낌이 들거든요 (중략) 그분들은 자기가 피해자니까 ‘똑같이 나도 되갚아주겠다’ 이런 느낌으로 보고요”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가들이 앞으로 잠재적 가해자가 될 것이라고 예단하는 발언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모여 개최한 시국풍자 전시회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예술가들의 표현이고 활동입니다. 작품의 내용에 대한, 표현 방법에 대한 논의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술가가 작품으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만큼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입니다. 그 대상이 여당이어도 현 정권이어도 말입니다. 여 씨는 이마저도 부정합니다. “이건 정치적인 행위라고 봅니다, 저는. 그게 예술이 아니고. (중략) 이건 제가 볼 때는 정치를 갖다가 이야기하는 예술이라고 포장된 거다”란 주장입니다. 예술가가 사상과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다를 바 없는 사고입니다.

여 씨는 앞서 이번 작품은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표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더니 국가보안법까지 찍어다 붙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과 국법 질서가 허용하는 한도에서 용인되는 자유”라고 강조하더니 “이번 대통령 풍자는 ‘용인될 수 없는 표현’이라 비난하기도 합니다. 덧붙여 “우리가 지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경우에는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을 해서 국가보안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것’을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주란 분석은 개인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풍자 예술’의 표현 범위에 대해 논하다 말고 난데없이 국가보안법까지 나온 것은 코미디에 가까운 발언이며, 혹여 만의 하나라도 ‘더러운 잠’이 북한과 대치한 상황에서 대통령을 풍자했으니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여 씨의 심각한 과대망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설마 설마 그런 의도는 아니라고 믿어보겠습니다만, 많은 시청자들은 이 발언을 들으며 얼렁뚱땅 국보법 위반 사안이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우려가 됩니다.

게다가 여상원 씨는 “표창원 의원 부인을 만약에 그렇게 했다, 친박에서. 그거 용서되겠습니까? 안 되죠”라고 말했습니다. 표 의원의 아내는 공인이 아니며, 풍자와 조롱의 대상이 될 사유가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여 의원 말처럼 그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박사모 회원이 공식카페에 '표창원 네 마누라도 벗겨주마'라는 내용의 합성사진을 올리기거나 새누리당 전국여성의원협의회가 관련 피켓을 들고 나왔습니다. 여상원 씨는 말로는 ‘안 된다’고 덧붙였지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그와 같은 행동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이 발언 자체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