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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남자’에 ‘사드 배치’까지…김정남 피살에 억측 난무하는 종편
2017년 2월 15일
등록 2017.02.20 19:04
조회 637

15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김정남 씨 피살이 단연 화제였습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가 의문의 용의자들에게 암살당하자,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은 앞 다투어 이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종편 시사토크의 행태는 심각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각종 가정’을 사실처럼 대서특필하는 중입니다.

 

1. 김정남 살해, ‘사드 배치 반대’한 중국의 방조? 
김정남 살해 소식에 ‘사드’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보수 언론 그리고 종편 출연진 다수는 안보 위기 상황이니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TV조선 <고성국 라이브쇼>(2/15)에 출연한 서상민 국민대 중국 인문사회연구소 연구 교수는 조금 다른 분석을 내어놓았습니다. 김정남 암살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과 연관 지은 겁니다. 


진행자 고성국 씨는 “중국이 그동안 김정남에 대해서는 상당히 근접경호까지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보면 혼자 다니고 굉장히 허술하게 저가 항공사 타고 이런 거 보면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그동안 관리해 왔던 걸 완전히 손을 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데”라 추정합니다. 세간의 ‘중국 김정남 경호설’을 전한 겁니다. 이어서 서 씨에게 “중국이 (김정남 관리에) 손을 뗐다면 왜 뗐을까요?”라 질문합니다. 


그러자 서 씨는 “많은 사람들이 예측하기를 또 중국 내에서 예측하기를 사드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것 아니냐”란 분석을 내어놓습니다. “사드가 김정남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조금 더 설명을 보탭니다. “한반도 정세가 그러니까 사드를 배치함에 따라서 북·중관계, 중국과 북한 관계를 더 밀착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고”라는 것입니다. 진행자 고 씨는 “남한을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이 그동안 미뤄놨던 북한을 가까이 끌어당길 필요가 있었고 김정은이가 골치처럼 생각했던 김정남을 놔버리는”이라 다시 한 번 요약해 줬습니다. 그러자 서 씨는 “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지금 예측을 하고 있는데, 그건 하나의 예측일 뿐”이라고 말꼬리를 흐립니다. 이때 TV조선은 “사드 문제로 김정남 경호 철수했단 얘기도 있어”란 자막까지 내보냈습니다. 


종편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놓고 온갖 카더라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위의 대담이 이루어진 15일은 더욱이, 이번 암살사건에 대해 살인의 주체, 동기, 범행 수법 등 어떤 것도 밝혀진 바 없었을 때입니다. 그런데도 진행자와 출연진은 암살의 주체를 ‘김정은’과 ‘북한’으로 단정하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무엇보다 서 씨의 발언대로라면 중국은 ‘사드 때문에’ 최소한 살인을 방조한 셈입니다. 이런 발언은 자칫 한국에서 ‘중국의 살해 방조설’이 있다고 보여 ‘혐중’ 감정을 더욱 자극하며, 한중관계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입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확인이 어려운 예측’은 함부로 내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암살자에 대한 소설쓰기 가관
16일 통일부 관계자는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의 신병을 확보했단 것만으로 그가 피살사건에 완전히 연루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 경찰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온 다음에야 범행의 의도나 평가 등을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5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북파공작원의 독침 암살을 전제로 한 무리한 억측과 비평이 쏟아졌습니다. 

 

■ 북파 공작원이 자결하지 않은 이유는 한류 열풍 때문?
채널A <김승련의 뉴스TOP10>(2/15)에서는 10개의 뉴스 주제 중 7개의 주제를 할애해 특집에 가까운 구성으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다뤘는데요. 출연자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남 씨를 살해한 것이 ‘미녀 공작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사건 초기 일부 언론이 제기한 ‘미인계’ 설을 주장한 것입니다. 


<김승련의 뉴스TOP10>은 유명한 첩보 영화 ‘007’ 시리즈의 배경음악까지 깔며 열을 올립니다. 진행자 김승련 씨는 김정남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두 여성이 자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두 여성이 북파공작원이라면 김정남 씨를 살해한 직후 자결해야 했을 텐데 왜 그렇지 않았냐는 질문이죠. 그러자 안 씨는 “물론 북한에서 온 사람으로 우리가 확정합니다만. 북한에서 온 공작원이라면 자결을 해야 되는데 요즘 또 신세대 공작원들은 자결을 하라 그래도 안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워낙 우리 대한민국의 한류열풍을 많이 받아서 북한에 충성 맹세할 때는 자결하겠습니다, 하고 독약을 어금니에 넣고 와서도 아이고, 내가 왜 죽어. 이렇게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조건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안 씨는 두 여성을 ‘북한에서 온 사람’이며, 미녀 공작원이며, 이들 북파공작원이 현장에서 자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한류열풍’을 많이 받아서 자결하지 않고 달아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15일 당시 분명히 밝혀진 사실은 아무것도 없었고, 이후 실제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두 여성의 국적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드러났습니다. 안찬일 씨는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북한 전문가로 출연합니다. 따라서 북한 관련 이야기는 남들보다 신빙성이 높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카더라성 발언’은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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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사건 용의자에 ‘여장 남자’, ‘미녀 공작원’ 각기 다른 해석 내놓은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오른쪽). 채널A <뉴스특급>(2/15), <김승련의 뉴스TOP10>(2/15) 화면 갈무리.

 

■ 김정남 살해 여성은 여장 남자…근거는 “여자의 촉”
한편 채널A <뉴스특급>(2/15)에서는 안 씨의 추측과 달리 ‘미녀 공작원’에 대해 정반대의 해석이 이어졌습니다. <뉴스특급>의 출연자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김정남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두 여성의 성별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정 씨는 “저 CCTV의 여자를 보면 덩치가 크든지 아니면 여장 남자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이야기합니다. 


정 씨는 “북한 여성들이 저렇게 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건장한 여성이거나 아니면 남성이 짧은 치마에 긴 하얀 티셔츠를 입고 여성인 것처럼 하고 저 살해를 주도한 다음에 다시 어디로  도망가서 남성인 상태로 다닐 가능성. 북한이 무슨 짓은 못 하겠습니까?”라고 주장합니다.


황당한 추측입니다. <뉴스특급>이 방송된 15일 당시에는 말레이 경찰이 CCTV 영상을 정확히 공개하기도 전입니다. 중국 일부 매체의 조악한 CCTV 영상을 가지고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들이 ‘여장 남자’라 주장한 것입니다. ‘건장한 체격의 여성이다’는 정 씨의 주장 또한 가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 씨는 이를 지적하는 진행자 김종석 씨의 반문에는 “여자의 촉으로 볼 때 CCTV에 나온 저 여자는요, 체격으로 볼 때 여자치고 상당히 건장합니다”라며 ‘여자의 촉’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비과학적인 직감을 전제로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여장남자일 거라고 억측에 가까운 내용을 주장한 셈입니다. 외교 문제로 커지고 있는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여장 남자’, ‘미녀 공작원’등 루머에 가까운 음모론을 하나 추가하는 게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토론자로서 올바른 태도인지 모르겠습니다.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문의 김유나, 최민호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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