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이재명으로 문재인 잡는다’, 대선 프레임 발동 건 TV조선
2016년 12월 12일
등록 2016.12.13 21:28
조회 1298

12일 방송 저녁뉴스는 탄핵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 후 벌어진 정치권 상황을 짚었습니다. 황교안 총리의 권한대행 행보와 여야의 국정 정상화 논의를 주요하게 다뤘는데 여기서는 방송사 보도들 사이에서 큰 차이점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조기대선을 앞에 두고 꿈틀대기 시작한 ‘야권 갈라치기’ 보도와 ‘대야 공세’ 보도들입니다.  

 

1. 이재명 시장이 ‘반문재인 연대’ 제안? TV조선과 MBC의 ‘야권 갈라치기’
최근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시장 관련 보도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다른 매체들도 11월 초부터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야권 대선주자 간 경쟁을 부각하는 보도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조중동이 이재명으로 문재인을 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2일, MBC‧TV조선‧채널A‧MBN은 이재명 시장을 ‘반문재인 연대의 기수’로 규정하는 보도를 1건씩 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분열을 조장하는 프레임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송사는 TV조선입니다. TV조선 <반문재인 연대 선언, ‘머슴팀’ 제안>(12/12 https://bit.ly/2hneGd6)은 제목부터 ‘반문재인 연대 선언’으로 뽑았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문재인 연대’를 제안했습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후보들이 이른바 ‘머슴팀’을 만들자고 했는데, 안희정 충남지사는 바로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김경화 기자는 12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시장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겠다며 연대를 제안”했다는 것과 10일 이 시장이 자신의 SNS에 “원순 형님과 함께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며 박 시장과 생각이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김 기자는 이 시장 발언을 “자신을 중심으로 한 ‘팀플레이’를 제안한 것” “반문재인 연대로 역전을 노린다는 구상”이라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MBC <황교안 대행 ‘견제’…주도권 잡기 ‘기싸움’>(12/12 https://bit.ly/2gTY75p)은 야권의 ‘정국 주도권 경쟁’을 조명하는 보도 말미에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이 국민을 위한 하나의 팀을 이뤄야 한다고 해 ‘반문재인 연대’ 구축을 시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비문연대 나오나?>는 “말로만 있었던 ‘비 문재인연대’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라 표현했고 채널A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를 뺀 나머지 민주당 주자들끼리 연대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KBS‧SBS‧JTBC는 관련 보도가 없습니다.

 

K-001.jpg

△ ‘이재명의 반문재인연대 제안’ 대서특필해 ‘야권 갈라치기’ 나선 MBC(12/12)

 

K-002.jpg

△ ‘이재명의 반문재인연대 제안’ 대서특필해 ‘야권 갈라치기’ 나선 TV조선(12/12)

 

2. 방송사들의 ‘반 문재인 연대 프레임’은 교묘한 조작
4개 방송사가 이재명 시장이 ‘반문재인 연대’를 제안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TV조선과 MBC가 보도에서 인용한 12일 CBS 노컷뉴스 <김현정의 뉴스쇼>의 인터뷰(https://bit.ly/2guGKXA)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반문재인 연대’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김현정 앵커가 “비 내리는 국회 앞에서처럼 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며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묻자 이 시장은 “그냥 그대로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일부에서 박 시장하고 둘이서 어떻게 해 보겠다는 거 아니냐 이런 오해를 한 것 같은데요. 저는 다 합쳐서 팀이 이기는 게 정말 중요하고 우리는 우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정치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뜻을 대리하는 머슴들이기 때문에 어쨌든 주인이 이길 수 있도록 머슴들은 노력해야지 머슴이 이기려고 노력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라고 답했습니다. 


김 앵커가 “그러면 일단 박원순 시장하고는 같은 우산을 쓰시는 거고”라고 되묻자 이재명 시장은 “경쟁도 하겠죠. 그 우산 안에서도 경쟁해야죠”라고 답했고, 다시 “그 우산 안에 안희정, 김부겸 후보도 다 모실 겁니까? 초대하는 겁니까?”라고 묻자 이 시장은 “모시는 게 아니라 제가 그 안에 들어가야죠”라고 말했습니다. “2, 3, 4등끼리 뭉쳐가지고 1등해 보겠다?”라는 직접적인 물음에는 “일단은 비슷하게 만들고, 만든다고 우리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해서 그래야 팀”이라며 재차 ‘팀’을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이재명 시장의 제안을 거절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입장 표명에도 ‘반문재인 연대’는 언급되지 않습니다. 안 지사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정치”라고 지적했을 뿐입니다.


결국 이재명‧안희정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으로 민주당 전체의 대선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로 논박을 벌였으나 TV조선‧ MBC는 이런 맥락을 제거하고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후보 이름만 끌어다 ‘반문재인 연대 프레임’을 만든 것입니다. 이재명 시장은 12일 자신의 제안을 비판한 안희정 지사에게 답글을 쓰면서 “‘우리의 분열’만을 바라는 온갖 세력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지사님과 저의 이야기를 물어뜯고 있”다고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3. ‘박근혜 정책’ 비판하면 ‘집권당 코스프레’? TV조선의 ‘대야 공세’
TV조선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을 이간질하는 수준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탄핵 정국에서 국정 정상화에 나선 민주당의 행보를 깎아내리는 보도도 어김없이 나왔습니다. TV조선 <‘박근혜표 정책’ 손보기>(12/12 https://bit.ly/2hoeIyC)는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국정교과서, 성과연봉제 등 이른바 ‘박근혜표 정책’ 모두를 지우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이에 “‘박근혜 정책만 아니면 된다’는 뜻에서 Anything But Park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집권당 코스프레, 집권당 시늉하는 거냐는 지적”이라 맹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리포트 그 어디서도, 어째서 민주당의 ‘박근혜 정책 폐기 노선’이 ‘집권당 코스프레’에 불과한지 그 근거가 나오지 않습니다. “국정교과서 추진을 중단하고 기존 검정제도가 현장에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사드 도입으로 인한 중국 경제보복 등 우리 국민이 고통 받는 현안을 집중적으로 점검”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해고 등 재벌 대기업만을 위한 1% 정책도 재논의돼야 한다” 등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나열할 뿐입니다. 전형적인 ‘정치 공세’ 보도인데요. TV조선이 문제 삼은 정책 모두가 실제로 도입 당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바 있고 원점 재검토할 필요성이 충분한 사안들입니다. 국정 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 사드는 깜깜이 배치 및 효용성 논란, 성과연봉제 등 노동개혁은 노동법 위반 및 쉬운 해고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TV조선은 이를 무시한 채 ‘박근혜만 아니면 되는 것이냐’는 조야한 비난만 가한 것입니다. 이런 노골적인 야당 비판 보도는 이날 TV조선에서만 나왔습니다. 

 

4. 또 ‘언론 개혁’에 길길이 날뛴 TV조선, 도둑이 제 발 저리나
TV조선은 지난달 25일 <“언론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 나와”>(11/25 https://bit.ly/2gugKMp)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박근혜 정부 부역 언론 개혁’ 주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 전 대표가 “하야 정국을 이끈 TV조선 등 일부 언론의 성과를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국정파탄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박근혜 정부를 옹호하고 반대파에는 ‘종북몰이’를 일삼던 자사의 책임을 잊은 ‘적반하장’ 보도였습니다. 


이런 보도가 또 나왔습니다. TV조선 <“방송사 사장들 증인채택”>(12/12 https://bit.ly/2hxZQRB)은 민주당이 최순실 청문회에 주요 방송사 사장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전하면서 “KBS 관련 증인이 채택되어 있지만, MBC 문제도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과 “국정 기강의 문란 그리고 농단 이런 것들을 지상파 3사는… YTN, 연합, 모두 보도를 안 하고 있습니다”라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당시 문미옥 민주당 의원의 질의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열흘 전에는 여의도에서 열린 사전 촛불집회 시위대가 KBS로 몰려가기도 했습니다”라며 촛불 민심까지 언급하더니 “방송 길들이기”라고 규정했습니다. 민주당이 제기한 최순실의 YTN 사장 선임 개입 의혹에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민주당의 언론 개혁 행보를 “특정 방송사의 운영을 문제 삼으면서, 대선을 앞두고 방송사를 길들이려 한다는 지적”이라 재차 비판했습니다. 7개 방송사 중 유독 TV조선만 꾸준히 정치권의 언론 개혁 움직임에 이런 식으로 딴죽을 걸고 있습니다.

 

K-003.jpg

△ 민주당의 ‘언론 개혁’ 주장에 ‘역풍’ 엄포 놓은 TV조선(12/12)

 

5. ‘부역 언론’ 면면 이미 시민들도 알아, TV조선만 어깃장
하지만 실제로 10월 24일 JTBC가 ‘최순실PC’를 보도하기 전까지 JTBC, 한겨레를 제외한 대다수 매체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침묵했던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특히 민주당이 지적한 공영방송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KBS는 올해에만 ‘세월호 참사 청와대 보도 개입’ ‘사드 보도 지침 및 인사 보복’ 등 전횡을 일삼았고 MBC는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극우 매체 국장을 만나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실토하고 극우 매체의 방송 청탁을 받는 등 전대미문의 사건을 일으켰죠. 최순실의 YTN 사장 선임 개입 역시 근거 없는 의혹이 아닙니다. 지난 2일 공개된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YTN 해고자 복직소송-대법선고-이후 동향”이라 쓰여 있어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와 맞섰던 YTN 언론인들을 통제하려 한 정황이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YTN 사장 선임 개입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YTN 사장이 최순실과 관계있다는 제보가 당에 들어왔다”며 청문회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KBS‧MBC‧YTN은 물론 TV조선을 포함한 종편 방송사들까지, 그동안 박근혜 정부를 철통같이 호위했음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한일 위안부 협정 옹호,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외부세력 개입 프레임, 노동개혁 선전, 백남기 농민 부검 옹호 등 사례는 셀 수도 없습니다. 지난 2달 간 벌어진 범국민행동에서 시민들은 JTBC에 환호했으나 위 방송사들에는 ‘너희도 부역자’라며 취재 차량을 몰아내기도 했죠. TV조선은 이 모든 사실을 은폐한 채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흑색선전을 퍼붓고 있습니다.

 

6. 미완의 ‘온라인 시민의회’, KBS와 TV조선은 편파적 공세만
지난 9일 정치스타트업 ‘와글’은 “촛불광장의 민의를 대변할 시민대표를 선출하자”며 ‘온라인 시민의회’ 사이트를 개설했습니다. 16일까지 시민대표를 추천받아 온라인 투표를 거쳐 시민의회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었으나 가수 이승환 씨가 본인의 동의 없이 후보로 등록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었습니다. 누리꾼들은 민의를 정치권에 반영한다는 취지에 동감한다는 의견과 대의기구가 이미 있는데도 특정 기업이 ‘의회’를 만들 순 없다는 비판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논란 끝에 ‘와글’은 11일 절차상 문제점을 인정하며 ‘온라인 시민의회’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12일 이를 보도한 것은 KBS와 TV조선뿐인데요. 두 방송사 모두 ‘와글’ 측의 기획 의도와 해명은 단 한 마디도 싣지 않은 채 비난만 전달하는 편파 보도였습니다. KBS <“세력화” 반발에 ‘온라인 시민의회’ 무산>(12/12 https://bit.ly/2hHzHfo)은 “인터넷에서 다른 의도를 가지고 한쪽으로 끌고 가려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취지는 좋다고 볼 수 있는데 새로운 기득권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사적 이득을 취하지 않으려고 해도 사람이 욕심이 생기기 때문에” 등 비판적인 시민 인터뷰를 나열했습니다. “본인 동의 없이 시민대표 후보로 추천됐던 사람들도 반발했”다며 가수 이승환 씨의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이후에도 “해당 단체 홈페이지와 SNS에도 시민의회 제안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며 비판 여론만 전달했고 급기야 보도 말미에는 “촛불 민심에 편승하려는 일부의 정치적 의도는 시민들에 의해 제지당했”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습니다. 


TV조선 <촛불 시민대표‧의회 구성 시도 무산>(12/12 https://bit.ly/2gByMRk)은 보도 내용이 KBS와 비슷하지만 “김제동씨 등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부 인사들이 온라인시민의회 대표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가 시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습니다. 250만 촛불 민심에 올라타 혹시 완장을 차려는 것 아니냐. 시민들이 그 속을 꿰뚫어본 것”이라는 정혜전 앵커의 멘트가 눈에 띕니다.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입니다. TV조선은 마치 김제동 씨 등 “일부 인사”들이 온라인 시민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처럼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박근혜게이트닷컴 운영진이 처음 주체가 되서 시작했고 ‘와글’이 사이트 개설 및 운영팀의 일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김제동 씨는 1141명의 공동 제안자 중 한 명일뿐입니다. TV조선이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방송인 김제동 씨에 ‘촛불 민심에 올라타려 했다’는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의도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저급한 행태이며 부당한 비판입니다. 


‘와글’ 이진순 대표는 “온라인 시민의회는 다양한 시민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의제별 의견을 모으자고 만든 공론장이고 제도적 의회기능을 표방한 건 아니다”라며 논란에 해명했습니다. KBS와 TV조선은 이러한 ‘와글’ 측 입장은 단 한 마디도 싣지 않은 채 온라인 시민의회 기획을 향해 ‘완장 차기’라는 비판 여론만 보도한 것입니다. 대단히 불공정한 보도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monitor_20161213_0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