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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세론 흔들리고 황교안은 급상승”, MBC의 선거 전략
2017년 2월 2일
등록 2017.02.04 14:17
조회 1486

2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퇴장하면서 요동친 대선 판도에 관한 보도가 많았습니다. KBS와 MBC는 대선 주자 소식이 각각 5건, 4건으로 3건씩 보도한 국정파탄 사태 보도보다 많았죠. SBS와 종편 4사도 국정파탄 사태 보도를 10건 내외로 보도하면서 대선 주자 관련 보도도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했습니다. 반기문 퇴장 이후의 대선 판도를 바라보는 방송사들의 시각은 ‘치열해진 야권 내부 경쟁’과 ‘황교안 대안론’으로 집약됩니다. 이중 MBC의 논조는 독보적입니다. MBC는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고 황교안 총리가 대항마로 떠올랐다고 강조했습니다. ‘황교안 대망론’을 띄우려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발언을 왜곡하기도 했습니다. 

 

1. MBC의 ‘황교안 띄우기’, 야권의 ‘황교안 출마 비판’조차 누락
MBC <흔들리는 대선구도…반기문 표 어디로?>(2/2 https://bit.ly/2jA3jk9)에서 배현진 앵커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나 리포트에서는 황교안 총리만 돋보입니다. 장재용 기자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상승세가 거침없”다면서 “MBC와 한국경제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이 하락하는 동안 황교안 권한대행은 계속 상승했고, 보수층과 특히 50대에서 두드러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1월 1일과 1월 27일의 지지율 조사결과를 보여주며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을 비교했죠. 황 권한대행에 대한 보수층 및 50대 지지율 상승 추이도 보여줬습니다. ‘반기문 퇴장 직후 판세’와 관련이 적은 ‘1월 지지율’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날 SBS‧JTBC‧채널A‧MBN은 모두 반 전 총장 불출마 직후, 또는 설 연휴 직후의 지지율 자료를 이용해 반 전 총장 지지율이 문재인‧안희정‧황교안‧안철수‧유승민 등 다른 주자에 흘러갔음을 지적했는데요. 유독 MBC만 1월의 여론조사를 보여준 것은 ‘황교안 상승세’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MBC는 이어서 “보수세력이 (대선 후보를 놓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으로 황교안 대행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발언 장면도 보여줬는데요. 마치 국민의당도 ‘황교안 상승세’에 수긍한 것처럼 묘사했지만 이는 왜곡입니다. 박지원 대표의 해당 발언은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 직후 나온 것입니다. 박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사태가 있음에도 반성도 책임지지도 않는 같은 정권의 연장은 없다”며 황 총리를 대안으로 밀어 붙이는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제가 볼 때 황 대행은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MBC가 전한 발언은 이 과정에서 황 대행 지지율의 ‘일시적 반등’을 설명하는 취지에 불과했는데, MBC는 그 발언만을 싹둑 잘라 ‘야당도 황교안 상승세에 동의했다’고 보도해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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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지지율로 ‘황교안 상승세’ 부각한 MBC(2/2)

 

MBC의 ‘황교안 띄우기’ 계속 이어집니다. 장재용 기자는 “직무 정지 중인 대통령을 대신해 안정적 국정운영이 신뢰감을 주고 통진당 해산을 이끌면서 보여준 분명한 태도가 보수층 결집의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을 전했고 출마 여부에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하는 황 총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하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MBC 보도의 특징은 ‘반기문 퇴장’의 반사이익을 누린 주자들 중 유독 황교안 총리에만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그 어느 방송사도 이렇게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MBC는 심지어 황교안 총리의 출마에 쏟아지는 야권의 비판도 누락했습니다. 이날 타사도 모두 황 총리 행보 관련 보도가 1건씩 있었는데 “출마하려면 당장 권한대행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야권의 비판을 전했습니다. MBC만 이걸 빼버린 겁니다.

 

2. 안희정 지사는 단 두 마디 언급, 그 와중에 ‘문재인 대세론 흔들기’까지
 MBC 앵커가 보도 도입에서 언급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게 황교안 띄우기를 한참 한 이후에야 등장합니다. 순수하게 황교안 대행만 다룬 분량은 60초 정도인데, 안희정 지사 관련 내용은 20초에 불과합니다. 안희정 지사는 비중은 ‘끼워 넣기’ ‘구색 맞추기’ 수준이었습니다. 내용은 “최근 급상승 추세의 안희정 지사는 반 전 총장의 퇴장으로 충청권 반사이익이 기대됩니다. 젊은 리더십을 내세운 세대교체론과 사드 배치 합의 존중 등 중도 이미지로 '문재인 대세론'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라는 것이 전부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MBC가 이 보도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린다고 규정한 것입니다. 장재용 기자는 “문재인-반기문 구도의 붕괴가 오히려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도 있다는 분석” “대안 후보들의 부상으로 대선 구도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를 마무리합니다. 그 근거로 제시한 녹취 인터뷰는 “선택기준이 보다 다양화·다변화되면서 현재의 대세론 구도가 일정 부분 변화될 여지가 커졌다고 하겠습니다”라는 평범한 내용입니다. 


타사는 모두 황교안 총리와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 상승을 동등하게 다뤘습니다. 채널A는 <대선상황실>(2/2 https://bit.ly/2l1BSg5)에서 “대안후보를 잃은 보수층이 황교안 총리로 흘러가고 설 이후 한차례 반등했던 안희정 지사가 한 차례 더 급상승”했다며 ‘2등 격전’을 벌이는 황 대행과 안 지사의 강점‧약점을 모두 짚었습니다. SBS‧TV조선‧MBN은 황교안 대행과 안희정 지사에 따로 1건씩을 할애했고 KBS와 JTBC는 두 사람의 상승세만을 따로 다룬 보도가 없습니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렸다’는 MBC의 해석도 타사에는 없습니다. 오히려 JTBC와 MBN은 ‘문재인 대세론’이 더 확고해졌다고 보도해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았죠. MBN <‘경쟁자 제로’…탄력받는 대세론>(2/2 https://bit.ly/2ko7Qn3)은 “지지율 2위를 달리던 유력한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반석 위에 올라갔”고 “호감도는 높아지고, 비호감도는 떨어져서 대세론을 강화했다”고 전했습니다. JTBC <’반기문 하차‘로 더 속도 내는 대선열차>(2/2 https://bit.ly/2jJIxty) 역시 “불확실성이 더 제거됐다는 분위기”라며 “3자 대결 구도에서는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이 두드러졌”다고 보도했습니다.

 

3. JTBC는 ‘친박-황교안 물밑 작업’ 의혹 조명 
MBC가 ‘황교안 띄우기’에 골몰할 때, JTBC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친박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황교안 총리를 대선 주자로 만들기 위해 독대를 했다는 의혹입니다. 


JTBC <비밀리 만났던 황교안-홍문종>(2/2 https://bit.ly/2jAoliv)은 “황 대행이 미묘한 시점에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과 독대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황 대행의 침묵도 실은 친박계와 조율한 '전략적 모호성'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황 총리와 홍 의원의 회동은 지난달 귀국 직후, 각종 이벤트에도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던 시점에 이뤄졌고 “실제로, 이후 황 대행은 자신의 대선출마 가능성 자체를 비판한 바른정당 측에 항의를 해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는 것이 JTBC의 주장입니다. JTBC는 “반 전 총장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황 대행을 띄우기 위한 친박계의 물밑 움직임이 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언급했습니다. 


이후 JTBC는 의혹의 당사자인 홍문종 의원과 황 총리 출마에 반발하고 있는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을 인터뷰했습니다. JTBC <‘황교안과 독대’…친박 무슨 생각 하나>(2/2 https://bit.ly/2knUtD7)에서 홍문종 의원은 만남 자체는 인정했으나 “일상적인 얘기, 그리고 권한대행으로서 잘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건의할 수 있는 얘기, 이런 얘기 했지. 대통령 출마에 대해서 말씀하시고 그러지는 않으셨습니다”라며 ‘출마 물밑 작업’ 의혹은 부인했습니다. 이에 손석희 앵커는 “만난 시점이 반 전 총장의 어떤 지지율이 좀 떨어져 가고 있을 때 이런 상황이어서 그래서 좀 미묘하다 이런 얘기도 나오기는 했는데 그러면 왜 만나셨습니까?”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황교안 대행으로서는 마음 놓고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던데” 등 ‘친박계’의 ‘황교안 띄우기’ 의도를 집중적으로 질의했으나 홍 의원의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그러자 손 앵커는 “반 전 총장이 흔들릴 때 황 대행을 단독으로 만나셨다고 해서 연결을 했는데 홍 의원께서 나는 그런 얘기를 전혀 한 적이 없어라고 얘기한 것은 맥락상 맞지가 않습니다”라고 직접 홍 의원을 비판했습니다. 


손 앵커는 “요즘 황 대행의 여러 가지 행보를 두고 거의 대선 주자급 행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거기에는 동의를 안 하십니까?”, “많은 기자들이 물어보는 똑같은 질문에 끝까지 대답을 안 하는 것은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라며 암암리에 대선행보를 이어가는 황 총리에 대한 생각도 물었습니다. 홍 의원은 “권한대행으로서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시는 거고 제가 보기에는 그 일부 야당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대통령 후보로서 지금 하고 있다라고 얘기하기에는 조금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다”라며 황 총리를 두둔했고 여기에도 손 앵커는 “대선국면을 관리해야 될 사람이 만일에 나중에 실제로 선거에 나온다면 그것은 감독해야 될 사람이 선수로 나온 것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지금 선수가 감독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는 이런 얘기가 어제도 나왔”다며 비판 여론을 전했습니다. 뒤이어 나온 장제원 의원 인터뷰 보도에서는 이러한 비판 여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오고갔습니다. 

 

4. ‘대통령 영전 보도’, 습관 못 버린 TV조선
2월 2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놓고 벌어진 특검과 청와대의 대립각에만 초점을 맞췄는데요. 채널A와 TV조선은 직무정지 상태인 대통령의 생일을 굳이 챙겼습니다. 


TV조선 <쓸쓸한 65번째 생일…참모들과 칼국수>(2/2 https://bit.ly/2ktp0Sw)는 이미 제목에서 ‘쓸쓸한 65번째 생일’을 맞은 대통령이 참모들과 칼국수를 먹었다며 연민의 눈길을 보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박 대통령이 생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실장, 수석비서관들과 칼국수 점심을 하며 2시간 가까이 담소만 나눴”고 “사드 배치 결정은 잘한 일”이라며 “현안 관련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는 겁니다. “보수단체 회원 등 지지자들과 새누리당 의원, 중국 팬클럽 등에서 선물을 보낸 것”까지 보탰습니다. 


더 황당한 내용은 “동생 박근령 씨도 박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카드를 보냈”다면서 박근령 씨 인터뷰까지 덧붙인 점입니다. 박근령 씨는 “부신저하증이 심하시다 그래서…. 연세도 있고 하시니까 건강에 유의해주셨으면 하는 게 가족된 바람입니다”, “형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러나 오늘은 마음이라도 좀 편안하게…. 하여튼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있잖아요, 언니”라고 말했고 “박 대통령의 공이 9, 과가 1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은 기자가 따로 언급했습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연민과 측은함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역력한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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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령 씨 눈물의 인터뷰’로 대통령 생일 ‘영전 보도’한 TV조선(2/2)
 

그나마 채널A는 ‘영전’의 수위가 좀 덜합니다. 채널A <국수 먹으며 “사드 배치 잘한 일”>(2/2 https://bit.ly/2jGCCFu)는 ‘국수 오찬’과 “사드 배치 결정은 잘한 일” 발언을 전했고 “중국 팬클럽인 '근혜연맹'은 편지와 기념 티셔츠를 보냈”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TV조선처럼 ‘박근령 눈물의 인터뷰’ 같은 장치를 더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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