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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정규재TV 인터뷰’도 비판 없이 받아쓴 KBS
2017년 1월 25일
등록 2017.01.27 14:24
조회 623

25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등 탄핵 국면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톱보도에 올랐습니다.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은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강제 소환되면서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억울하다. 자백을 강요한다”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고도 없이 극우 논객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의 인터넷 방송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정파탄 사태가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같은 날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은 3월 13일 이전까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못 박았는데요. 최순실과 박 대통령의 돌발행동이 이러한 헌재의 속도전에 맞선 조직적 여론전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러나 공영방송 KBS‧MBC는 이 모든 사안을 또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보도했습니다. 

 

1. 또 보도랑 ‘고작 4건’…공영방송이 이래도 되나
최근 공영방송 KBS‧MBC의 ‘국정파탄 사태 축소’ 경향은 너무도 뚜렷합니다. 지난해 10월 사태 초기부터 일선 기자들의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를 묵살했던 KBS, 그리고 특별취재팀을 구성했으나 제대로 된 보도도 없이 28일 만에 해체했던 MBC입니다. 두 방송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기자회견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 그대로 읊어줬을 뿐입니다. MBC는 12월 한 달 간 ‘태블릿PC 흔들기 보도’만 11건을 내 노골적으로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했죠. 탄핵 심판이 절정으로 치닫는 현재, 두 방송사는 아예 사태를 축소 보도하고 있습니다.


23일 KBS 4건, MBC 5건, 24일 KBS‧MBC 4건, 25일에도 KBS‧MBC 4건. 이 보도량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다른 방송사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10건 내외를 오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보도해야 하는 사안이 많았습니다. 김기춘‧조윤선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 구속, 최순실 7차 공판에서 나온 정동춘‧노승일의 추가 폭로, 그리고 25일 박한철 소장의 ‘3월 13일 이전 탄핵심판 결론’에 맞선 최순실과 박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이슈였습니다. 그러나 KBS는 박 대통령의 정규재TV 인터뷰 1건, 최순실 특검 소환 1건, 박한철 소장 발언 2건 총 4건 보도에 그쳤습니다. MBC는 박 대통령의 인터뷰는 아예 보도하지 않은 채 최순실 특검 소환 1건, 박한철 소장 발언 1건만 보도하고 최경희 전 이대총장 불구속 등 특검 소식 종합 1건과 표창원 민주당 의원 국회 전시회 논란 1건을 보도했습니다. 


두 공영방송은 이날 타사가 모두 보도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을 보며 ‘문체부 살생부’ 불렀다”는 증언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타사는 전체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만 해도 SBS‧MBN 10건, JTBC 19건, TV조선 14건, 채널A 13건으로 비교가 불가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MBN만이 유진룡 전 장관 증언과 박 대통령 인터뷰를 모두 보도하지 않아 KBS‧MBC처럼 주요 사안을 누락했습니다. 

 

2. 논란의 ‘박 대통령 인터넷 방송 인터뷰’, 시간 충분했던 KBS는 또 ‘용비어천가’
특히 25일, 박 대통령의 인터넷 방송 ‘정규재TV’ 인터뷰는 큰 논란이 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기성 언론에는 그동안 질문도 받지 않는 일방적인 기자회견으로 사실상의 ‘소명’을 해놓고 ‘친박 매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규재TV’에만 비공개로 인터뷰를 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층을 겨냥한 여론전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대통령이 극단적인 정치색을 지닌 인터넷 방송을 여론 창구로 이용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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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인터넷 방송 인터뷰’ 받아쓴 KBS(1/25)

 

그러나 KBS는 이런 지적은 없이 1건의 보도로 대략적인 내용을 받아썼습니다. KBS <박 대통령 “최순실 사건, 누군가 기획‧관리”>(1/25 https://bit.ly/2jzpmn2)는 “그동안 쭉 뭔가 진행과정을 추적해 보고 이렇게 보면 그렇게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도 지울 수가 없어요”, “희한하게 경제공동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거는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거고요”라는 박 대통령 발언 장면을 보여줬고 “정유라 씨가 박 대통령의 딸이냐는 질문에는 어릴 때 봤지만, 이름을 고친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면서 끔찍한 거짓말이라고 부인”, “유진룡 전 장관에 대해서는 재직 시와 퇴임 이후의 말이 달라진 것을 보고 개탄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등 다른 인터뷰 내용도 전달했습니다. 이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었고 “민주당은 형식은 불법적이며 내용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는 야당 측 입장만 딱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그간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서 봤던 ‘용비어천가’ 보도 그대로입니다. KBS ‘뉴스9’는 7개사 중 유일하게 방송 시간대가 21시로서 정규재TV 인터뷰가 공개된 20시 30분 이후에 방송됐습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인터뷰 장면을 생생히 영상으로 전달한 것도 KBS뿐입니다. KBS는 방송 시간대가 19시 40분~20시인 타 방송사에 비해 영상 확보와 인터뷰 분석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KBS는 비판은커녕, 그 어떤 분석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3. MBC는 아예 ‘무보도’, 타사는 속보, JTBC는 ‘실시간 반박’
MBC는 박 대통령의 ‘정규재TV 인터뷰’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방송 시간대가 20시인지라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지 이전이긴 합니다. 하지만 MBC가 과연 공개 이전이라 이 방송을 보도하지 않았을까요? 기존의 박대통령 기자회견과 같이 마냥 받아쓰기에는 민망하고, 그렇다고 비판을 하자니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주최한 정규재 주필은 영상 공개 전에 이미 인터뷰 내용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따라서 SBS‧JTBC‧TV조선‧채널A는 모두 이를 속보로 냈습니다. SBS‧TV조선은 1건, 채널A는 2건을 속보로 내며 “거짓말로 쌓아 올린 커다란 산”과 같은 인터뷰 내용을 전했습니다. 그냥 전달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들 방송사 모두 “박 대통령의 전격 인터뷰는 ‘탄핵시계’가 빨라진 상황에서 보수층의 결집과 설 명절 여론전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달았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박 대통령의 인터뷰를 지적한 방송사는 JTBC였습니다. JTBC는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기 30여분 전에 뉴스를 시작했지만 톱보도 <“거짓말로 쌓아올린 거대한 산” 의혹 부인>(1/25 https://bit.ly/2j6w8od)부터 총 4건으로 박 대통령 인터뷰를\ 다뤘습니다. JTBC는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는 시점에 맞춰 실시간으로 보도를 내며 박 대통령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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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시간으로 박근혜 대통령 ‘인터넷 방송 인터뷰’ 반박한 JTBC(1/25)

 

그중 영상이 공개된 직후에 나온 JTBC <박 대통령 ‘혐의 부인’ 인터뷰>(1/25 https://bit.ly/2kvbhHt)는 “향정신성 약품이나 굿 이런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시키기 위해서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했다면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건가 생각했다”라는 박 대통령 언급에 대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명시된 탄핵사유엔 향정신성 의약품 사용 의혹이나 굿 의혹, 이런 건 없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 반박했고 “다분히 탄핵심판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법률적 검토를 마쳐 친박 매체를 골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 비판했습니다. “정 주필은 이 방송에서 탄핵 정국 내내 박 대통령 측을 대변하는 주장을 많이 펴왔는데요,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상파 방송 토론에까지 진출해서 태블릿 PC와 관련해 또다시 조작설을 다시 주장하기도 했”다며 박 대통령이 선택한 매체가 편향되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이 인터뷰와 최순실의 돌발 행동,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일괄 사퇴 시사’를 묶어 “맞불식으로 대통령의 인터뷰가 이뤄졌을 가능성”, “설 연휴를 앞둔 전형적인 여론전”이라 분석하면서 보도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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