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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연장 무산에 특검 비난한 KBS, 박 대통령 의견서 읽어주는 MBC
등록 2017.02.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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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방송뉴스에서는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과 황교안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에 단연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최종변론기일을 톱보도로 내고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를 이어서 보도했죠.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는 김평우 변호사가 “다음엔 세월호 같은 사고가 안 날 것 같나”, “대통령 행적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 것도 표현의 자유다”와 같은 막말 변론을 또 반복했습니다. 황교안 대행은 70일밖에 수사를 못 한 특검에 “115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사가 이뤄졌다”는 황당한 이유로 특검 연장을 거부했죠. 사법부와 행정부, 국가의 두 축이 모두 비상식으로 점철됐던 하루, 그만큼 상식과 진실을 가려줄 뉴스의 역할이 중요했는데요. 이번에도 방송사들은 ‘기계적 중립’이라는 미명 아래 박근혜 대통령 측 주장의 부당성을 은폐했고 KBS는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 대행 대신 특검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1. 황교안 대행이 특검 연장 거부하자 KBS는 특검을 비판, 도대체 왜?


황교안 권한대행은 27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KBS와 MBC는 황 권한대행의 입장을 받아쓰는 보도를 각 1건씩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KBS는 여기에 아예 특검을 비판하는 보도를 1건 추가했습니다.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더니, 느닷없이 ‘특검 평가’를 빌미로 사실은 특검을 비난한 겁니다. 


KBS <‘핵심 수사’ 미완성…피의사실 공표 논란도>(2/27 https://bit.ly/2m2ebI0)는 먼저 “정작 수사의 핵심인 대통령 조사를 하지 못했고, 또 삼성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기업 수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영장을 두 번 청구할 만큼 이재용 부회장 수사에 매달리면서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 등의 대가성을 의심받고 있는 롯데와 SK 등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했”다는 겁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공여죄 혐의가 상당부분 입증됐고 이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와 여타 재벌들의 뇌물죄를 입증할 중요한 단서입니다. 특검은 넘지 못 할 벽으로 여겨지던 ‘삼성 총수 구속’을 이끌어내기도 했죠.

 

따라서 특검이 삼성에만 집중해서 다른 재벌들을 수사하지 못했다는 것은 저급한 주객전도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기점으로 이제 제대로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를 황 대행이 막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최준혁 기자는 또한 “특검 수사의 핵심이었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는 언론에 조사 일정이 새나가면서 결국 무산됐고, 청와대를 강제 압수수색하려던 시도 역시 기싸움으로 끝났고 내일 영장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특검이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황 대행이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끝까지 버텼기 때문입니다. 이규철 특검보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은 조사과정의 투명성·공정성 확보, 그리고 조사과정의 돌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녹음·녹화를 원했으나 박 대통령 측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고, 이것이 무산된 결정적 이유”라 밝히기도 했으나 KBS는 이런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통령 측의 책임 회피를 엉뚱하게 특검을 향한 비난으로 갈음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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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연장 무산되자 특검을 비난하고 나선 KBS(2/27)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KBS는 “피의사실 공표로 비춰질 수 있는 적극적인 언론 브리핑은 구설에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당사자에 대한 명예와 관련된 내용, 또는 수사 기밀에 관한 내용이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노출이 된다면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자사 자문변호사 인터뷰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박 대통령 측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21일 박 대통령 측은 특검이 말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고 ‘피의사실 공표죄’를 거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특검은 “특검법 12조에 따라 언론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특검법 제12조 대국민보고 규정은 출범일로부터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정례브리핑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검이 수사경과를 설명했을 뿐 피의사실이나 대통령의 명예, 수사 기밀을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KBS는 이 보도에 앞서 ‘특검의 성과’도 1건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13명을 구속한 특검”이라는 게 끝입니다. 백보 양보해서 KBS가 ‘성과와 비판’으로 중립을 지켰다고 쳐도, KBS의 특검 비판 보도는 사실관계를 흩트리고 박 대통령 주장만 차용하는 불공정으로 일관했습니다. 특검 수사가 불충분하다면서도 대통령의 비협조는 은폐한 채 특검만 탓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금도 옹위하려는 일부 세력을 제외하고, 과연 이 보도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까요? KBS가 정말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싶었다면 합리적인 근거로 특검을 비판하고 동시에 특검 연장을 변변치 않은 이유로 거부한 황 대행도 비판했어야 합니다. 

 

 

2. 황 권한대행의 특검연장 거부 논리적으로 반박한 JTBC


이날 타사에서도 특검 연장 무산을 많이 다뤘습니다. KBS‧JTBC 5건, MBC‧TV조선‧MBN 4건, SBS‧채널A 3건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KBS는 황 대행 입장을 받아쓰고 특검을 비판했고 MBC도 황 대행 입장을 받아썼죠. 타사들의 경우 황 대행 입장만 따로 전해준 방송사는 채널A뿐이고 나머지 방송사들은 특검의 입장과 황 대행 탄핵을 꺼내든 야권 등 정치권 소식을 전했습니다. 황 대행을 비판한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는 <특검 중단에 검찰수사 ‘가이드라인’까지?>(2/27 https://bit.ly/2m6av7Z)에서 황 대행의 발표문에 ‘총 115일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수사가 이뤄졌다’고 돼있지만 “특검의 수사기간은 내일까지가 정확히 70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는 KBS와 MBC가 발표문과 동일하게 ‘검찰 수사 포함 115일’이라고 받아쓴 내용입니다. 이어서 “특검법 취지와 목적이 이미 달성됐다는 주장”에는 “특검에서는 대통령 대면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고 그 이유를 “특검이 대통령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음에도, 대통령이 미루고 또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이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황 대행이 “정치권이 특검법 연장이나 특검법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 주장에는 “오직 자유한국당만 황 대행이 수사기한 연장을 결정하지 않았는데 먼저 새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건 맞지 않다”며 여당이 반대한 사실을 들었습니다. “황 대행은 국회가 특검법 개정 합의를 못 했다고 탓하고, 자유한국당은 그 반대 주장을 펴면서 결국 시간만 끈 셈”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JTBC는 황 대행이 미진한 부분은 검찰에서 하면 된다고 말했는데 “이 논리대로라면 검찰도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수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검찰에 수사를 하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걸로도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JTBC뿐 아니라 TV조선도 1건의 보도에서 “사실상 박 대통령을 지키려는 뜻이 작용한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3. 끝까지 국민 우롱한 ‘박 대통령 의견서’도 받아쓰기…‘침묵의 기계적 중립’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이후 줄곧 박 대통령의 혐의점을 보도해오던 방송사들이 유독 침묵을 지키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대국민담화를 하는 경우입니다.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는 3차까지 이어진 대국민 사과에서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대통령 발언을 받아썼죠.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출석하는 대신 의견서를 전달해 이동흡 변호사가 대독하게 했죠. 내용은 권한남용, 헌법위반 등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 채 사태를 최순실의 개인 일탈로 몰아가고, 자신의 ‘선의’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또 그 의견서를 받아썼고 최종변론 역시 기계적 중립만 지켰을 뿐 그 어떤 비판적 분석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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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심판 최종변론 관련 보도 상세 비교(2/27)

 

7개 방송사 모두 박 대통령 의견서를 1건씩 보도했지만 이에 대한 반박을 보도한 것은 SBS‧JTBC‧채널A뿐입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단의 변론을 다룬 보도에서는 KBS와 MBC가 눈에 띕니다. 두 방송사만 박 대통령 측에 대한 비판이나 반박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양측 변론을 똑같이 1건씩 다뤄주기만 했는데요. 박 대통령의 혐의 부인 의견서도 1건 받아쓰기만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공영방송은 오히려 양적으로도 박 대통령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4. 박 대통령 의견서 대독하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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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의견서 ‘대독’하는 MBC(2/27)
 

MBC는 끝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MBC 톱보도 <최후 진술…“사익 위한 권한남용 없었다”>(2/27 https://bit.ly/2muZbQd)에서 조영익 기자는 박 대통령이 의견서에 적은 자기변호를 그 어떤 방송사보다 충실히, 최대한 많이, 생생하게 읽어줬습니다. 이 내용은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기자가 마지막으로 ‘박대통령 의견서 대독’이라고 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보도입니다. 그렇다면 MBC와 마찬가지로 반박 없이 의견서만 전한 KBS‧TV조선‧채널A는 어떨까요? 채널A도 만만치 않지만, MBC처럼 총체적으로 모조리 다 읊어준 방송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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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의 의견서를 비판 없이 받아쓴 방송4사에서 언급한 박 대통령 변론 비교(2/27)

 

 

5. 막말 변론은 또 은폐한 MBC


TV조선과 MBN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변론을 반박하지는 않더라도 박 대통령 측을 비판하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바로 김평우 변호사의 ‘막말 변론’을 지적하는 보도입니다. MBN은 <오늘도 무리수>(2/27 https://bit.ly/2lXqd4V)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이정미 재판관은 김 변호사의 변론 직전 이례적으로 ‘단어 사용에 신중하라’는 사전 경고까지 던졌”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면서 김 변호사의 막말을 보여줬습니다. “친구 최순실의 비리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 조선시대 연좌제며 연대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주장”, “탄핵소추장도 엉터리라며, 젊은이들이 이를 보고 공부를 하면 큰일이 날 것”, “‘뜻도 모를 단어로 대통령을 잡는다’는 발언에선 급기야 이정미 재판관이 제동을 걸 정도”, “세월호 같은 재난사고가 안 생길 것 같냐며 악담” 등이 MBN이 보여준 사례입니다. 


지난 변론들에서도 김평우 변호사의 막말을 은폐했던 KBS‧MBC는 최종 변론에서도 마찬가지고 이를 비호했습니다. 특히 MBC는 심각합니다. 앞서 지적한 ‘대통령 의견서 대독 보도’ 다음으로 이어진 MBC <“위법행위 지시‧중대 헌법 위반 없었다”>(2/27 https://bit.ly/2lfMd75)에서 장황하게 박 대통령 측 변론을 설명했습니다. 박윤수 기자는 “대리인단은 언론 보도와 검찰 공소장을 근거로 탄핵 소추안이 의결됐다는 점을 시작으로 검찰에서 최순실 씨가 사용했다고 주장한 태블릿PC를 검증하지 않은 점, K스포츠재단 사유화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난 고영태 씨를 신문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증거 불충분을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인물, 김평우 변호사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MBC의 모든 보도를 통틀어 김평우 변호사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MBC는 “이번 사건의 동기가 매우 불순하다며 ‘최순실과 불륜 관계인 고영태가 이익을 취하려다 실패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면서 ‘고영태 불륜 음모론’을 부각했습니다. 


KBS <“뇌물죄 성립 안 돼…‘절차 하자’ 각하돼야”>(2/27 https://bit.ly/2lM2lAT)도 ‘막말 변론’을 은폐하고 “최순실 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고영태 씨와 그 측근들이 최 씨의 약점을 알아내 언론에 제보한 것이 이 사건의 전부”라는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썼습니다. 다만 KBS는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 측은 최순실 씨의 잘못을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조선시대 연좌제를 주장하고 있다’며 ‘개인 책임 원리를 반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김평우 변호사를 등장시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마저 받아쓰기만 했다는 점에서 KBS 보도 역시 MBC와 크게 다르지 않게 ‘김평우 막말 은폐보도’였네요.  

 

 

6. SBS‧JTBC만 박 대통령 측의 ‘기만’ 드러내…방송사들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야

 

이날 박 대통령 측의 ‘고영태 불륜 음모론’을 거론한 방송사는 KBS와 MBC 말고도 2군데가 더 있습니다. 바로 SBS‧JTBC입니다. 그러나, SBS와 JTBC는 이를 비판적으로 다뤘습니다. SBS <대통령 측 ‘피해자 프레임’>(2/27 https://bit.ly/2mm2eO3)은 “최순실에게 이용당했다고 주장”하는 “대통령 측의 피해자 프레임”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최순실 국정농단조차도 고영태의 음모라며 최순실과 고영태의 치정으로 벌어진 사건인데 대통령은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JTBC <대통령 대리인단이 쏟아낸 말>(2/27 https://bit.ly/2lQqTqU) 역시 “사건이 최순실의 불륜에서 시작됐다”는 대통령 측 주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하면서, 아예 이를 ‘막말 변론’의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이렇게 막말을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 측의 주장이 지니는 의미와 의도까지 짚으면서 비판적 시각을 보인 방송사도 SBS와 JTBC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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