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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채널A, '탄핵심판'은 대충 ‘고영태 흠집내기’는 열중
2017년 2월 9일
등록 2017.02.13 10:13
조회 493

9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국회와 대통령 양측에 23일까지 지금까지의 입장을 정리해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통보한 헌법재판소 관련 소식이 비중 있게 다뤄졌습니다. 이날 헌재 재판관들이 일각의 ‘탄핵기각설’을 공개 비판하고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시간 끌기 증인 신문’에 면박을 주면서 헌재가 선고에 속도를 붙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KBS와 MBC는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대통령 측의 ‘고영태 흠집내기’만 보도해줬네요. 
한편 탄핵을 방해하려는 각종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여론이 왜곡되고 있는데요. KBS는 여기에 탄핵을 촉구하는 여론까지 묶어 싸잡아 ‘헌재 흔들기’라 비판했습니다. TV조선은 자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송에 부적절한 발언을 한 패널을 비판한 민언련을 향해 ‘가짜뉴스’라고 비난했는데요. 이것은 민언련 논평을 통해 상세히 짚어보겠습니다. 

 

1. 탄핵심판 핵심 내용은 누락하면서 ‘고영태 흠집내기’ 부각한 KBS‧MBC‧채널A
9일 탄핵심판 12차 변론기일에서 헌재가 대통령 측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단에게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정리한 준비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박 대통령과 탄핵심판 출석을 상의하겠다고 밝혀 또 ‘지연작전’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헌재는 정해진 기일에 나오지 않는 증인은 직권취소하겠다고 대응해 23일까지는 변론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이날 변론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조성민 전 더블루K대표에게 “직원 급여를 더블루K 법인카드로 결제한 거 아니냐”와 같은 무의미한 질문을 하자 재판관들이 “핵심만 물으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죠. 


그러나 12차 변론기일 관련 소식을 KBS‧MBC‧채널A는 단 1건만 보도했습니다. SBS가 3건, JTBC 5건, TV조선 2건, MBN 6건을 탄핵심판에만 할애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KBS는 <헌재 “공정성 훼손 억측 유감…언행 삼가야”>(2/9 https://bit.ly/2lnxmfs)에서 “이 권한대행은 양측에 그동안 주장한 내용을 정리한 준비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만 잠깐 언급했을 뿐 이에 대한 분석이나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 재판관들의 대통령 대리인단 비판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MBC는 아예 모든 사실을 누락한 채 헌재가 고영태‧류상영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고만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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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틀 ‘고영태 흠집내기’ 보도한 MBC(2/9)

 

KBS와 MBC는 이렇게 헌재에서 일어난 일을 축소 보도하고는 곧바로 ‘고영태 흠집내기’와 관련된 보도를 1건 추가했습니다. MBC <최순실 영향력 이용 ‘부당이득’ 구상>(2/9 https://bit.ly/2k6mAtA)은 “고(영태) 씨와 그 측근들이 최순실 씨를 이용해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들은 추가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고 씨가 관세청 인사에 개입하고, 취임한 사람들로부터 사업적인 도움을 요구하려 한” 정황을 상세 보도했습니다. 이는 MBC가 전날(8일)에도 보도했던 ‘김수현 녹취록’의 내용입니다. MBC는 “류상영 더블루K 부장도 최순실 씨를 이용하려던 정황”까지 덧붙였습니다. MBC처럼 류상영 부장까지 언급할 정도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KBS와 채널A도 1건씩 ‘김수현 녹취록’을 보도했습니다. 다만 채널A는 박헌영‧노승일 두 증인이 “대통령 측이 최 씨와 박 대통령 사이의 관계를 알던 고 씨가,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는 사실을 언급해 그나마 중립을 지켰습니다. 


이처럼 KBS, MBC, 채널A가 고영태 흠집내기에 집중한데 비해, 타사는 ‘헌재의 속도전’과 ‘대통령 측의 공격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고영태의 헌재 불출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 ‘고영태 흠집내기’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방해 작전’
8일 재판에서 공개된 ‘김수현 녹취록’에 의하면 고영태 씨의 측근들은 고 씨와 최순실의 관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 한 정황이 나옵니다. MBC는 고 씨가 김수현 씨에게 “(관세청) 인사 발표 나면 내가 자리를 마련할 테니 줄줄이 만나자. 세관장도 만나고…. 그럼 ‘당신은 뭔가 내놔야지’ 하고 요구할 거야”라고 말했음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 및 최순실의 국정 전반에 걸친 농단과 전횡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고영태 씨의 혐의는 따로 처벌하면 될 일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고영태 씨의 과거 행적을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탄핵을 지연시키고 혐의를 불식시키려는 조직적인 움직임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MBC는 이런 내용을 타사가 전혀 보도하지 않던 8일에도 홀로 이 녹취록을 조명했고 9일에도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탄핵 위기론’이 거론되는 9일, 이러한 보도대열에 KBS와 채널A까지 합류하는 것을 보니, 공영방송과 일부 종편이 이제 노골적으로 대통령 측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닐지 의심 됩니다. 

 

3. ‘탄핵 반대 집회’를 국회까지 끌고 온 새누리당, 그냥 받아쓸 사안일까
새누리당은 탄핵 반대 세력에서 나오는 각종 가짜뉴스를 국회까지 끌고 왔습니다. 9일 국회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탄핵 반대 토론회에서 변희재 씨는 “검찰하고 JTBC가 상당하게 공조가 돼 있다는 건데 조작보도가 나가자마자 이틀 뒤에 검찰이 K스포츠, 미르 재단을 압수수색”했다며 ‘JTBC 보도 조작설’을 늘어놨습니다. 김경재 자유총연맹 회장은 “헌법재판관 두 명의 마음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고 한다”며 ‘탄핵기각설’까지 거론했죠. 김진태‧윤상현 등 새누리당 의원들도 “태극기 바람에 촛불이 꺼졌다” 등 강성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를 TV조선을 제외한 6개사 모두 다뤘고 지상파 3사는 새누리당의 ‘탄핵 반대 토론회’를 1건씩 보도했는데요. 그것만 다루긴 민망했을까요? 전날에 이어 탄핵 촉구 촛불집회 참석을 선언한 민주당 소식을 한 번 더 언급하면서 기계적 중립을 취했습니다. 특히 MBC는 <‘탄핵 압박’ 촛불집회…“반헌법적 작태”>(2/9 https://bit.ly/2kpOk8G)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모두 겨냥해 “정치권이 여론몰이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한다는 우려”,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며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정치권이 헌법기관인 헌재를 흔들면서 국론 분열의 우려”라고 비판했습니다. 


KBS <야 “탄핵 조속 인용”…여 “반헌법적 행태”>(2/9 https://bit.ly/2kpQtRY)는 야당이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동참했다고 전한 뒤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해칠 수 있는 대단히 중대한 문제입니다. 압박을 넘어 협박과 공갈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발언을 덧붙여 “야당의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반박”한 새누리당 입장에 무게를 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탄핵 심판 공방 가열” 양상을 전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야당 비판’을 조명해준 보도입니다. 그러나 정작 ‘탄핵 반대 집회’를 국회로 끌고 온 새누리당의 탄핵 반대 토론회에 대해서는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토론회를 국회에서 열었”다고만 언급해 토론회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방송사들이 이렇게 받아쓴 탄핵 반대 토론회. 이 토론회에 참석했고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자유총연맹의 경우 10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과 보조금을 볼모로 한 청와대의 ‘협조 요청’에 ‘관제데모’를 했다는 전 고위관계자의 증언이 나온 상황입니다.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친정부단체 지원을 지시한 혐의도 조사 중이죠. 이런 갖가지 의혹에 휩싸였고 가짜뉴스까지 유포하고 있는 세력에 새누리당 일부가 동조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쓴 방송사들도 여론의 왜곡을 방조한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4. JTBC는 ‘탄핵 반대 토론회’의 가짜뉴스 비판
새누리당 ‘친박계’의 ‘탄핵 반대 토론회’를 이렇게 건조하고 기계적으로 받아쓰면 안 된다는 점은 JTBC 보도에서 잘 드러납니다. JTBC는 3건의 보도를 이 토론회에 할애하면서 ‘친박계’ 인사들이 가짜뉴스를 버젓이 늘어놓고 “입에 담기 어려운 극언까지 난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JTBC <‘태블릿PC 조작’ 황당 발언>(2/9 https://bit.ly/2kL9Sxz)은 “친박 인사들의 탄핵반대 토론회에선 저희 JTBC가 확보해 보도한 최순실씨의 태블릿PC와 관련해 또 황당한 발언들이 쏟아졌”다면서 “태블릿PC를 부정하지 않고서는 이 사태를 뒤집을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으로 보이긴 하지만 갈수록 그 도가 더해지고 있”다고 짚어주기도 했죠. 

 

5. ‘탄핵기각설’을 탄핵 찬성 세력도 만들었다? KBS의 어깃장
9일 KBS‧TV조선‧JTBC가 ‘가짜뉴스’를 다뤘는데요. TV조선은 자사 프로그램의 문제적 패널 한 명을 적극 두둔하면서 그에 대한 민언련의 합리적 비평을 가짜뉴스로 규정한 보도를 내놨습니다.(이는 논평으로 자세히 반박하겠습니다.) 반면 TV조선은 탄핵반대 집회에서 나오는 △박영수 특검 여기자 성추행 △세월호 참사는 북한 지령 받은 전교조의 기획 △국정농단 사태는 모두 조작된 것 등 악의적인 ‘탄핵 방해 가짜뉴스’엔 침묵했습니다.


그 와중에 KBS도 가짜뉴스와 관련, 황당한 보도를 냈습니다. KBS <가짜 정보‧시위…‘헌재 흔들기’ 위험수위>(2/9 https://bit.ly/2k7l59L)는 “기각 의견을 내기로 청와대와 약속한 재판관이 있다거나, 이미 재판관 4명이 기각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최근 일각에서 떠도는 ‘탄핵기각설’을 거론했습니다. 최창봉 기자는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세력들이 서로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른바 '가짜' 정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라 설명하더니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헌재 앞으로 모여드는 시위대” 모두를 싸잡아 “헌법재판소 흔들기‘라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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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찬성 세력도 ‘가짜뉴스’ 만들었다는 KBS(2/9)

 

그러나 이는 다른 매체와 너무나도 다른 해석입니다. 바로 전날(8일) SBS는 <‘탄핵 위기론’ 얘기하는 야의 속내는?>(2/8 https://bit.ly/2kS8LhT)에서 ‘탄핵기각설’을 “이런 게 널리 퍼지면 퍼질수록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쪽”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일보도 <탄핵 기각설… 북한요원 침투설… 가짜뉴스 퍼뜨리는 ‘태극기 극우’>(2/10 https://bit.ly/2kzd3Kj)에서 ‘태극기 극우’가 탄핵기각설을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했죠. KBS만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까지 끌어와 ‘가짜뉴스로 헌재를 흔드는 세력’으로 매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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